아브라함, 이방인들을 위한 믿음의 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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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 바울이 아브라함을 언급한 이유

▲카라바조 ‘이삭의 희생(1603)’. 아브라함의 붉은색 천은 부활 또는 승리의 상징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한다. 피렌체 우피치미술관 소장. ⓒ한길사

▲카라바조 ‘이삭의 희생(1603)’. 아브라함의 붉은색 천은 부활 또는 승리의 상징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한다. 피렌체 우피치미술관 소장. ⓒ한길사

본문: 로마서 4장 24절

서론

아브라함은 창세기에서 중요한 인물이다. 아브라함이 하나님께 쌓은 제단은 헤브론, 세겜, 벧엘, 브엘세바, 마므레에 있고, 그 장소들은 그의 아들과 손자 곧 이삭과 야곱에까지 이어진다.

성경에서 말하는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 야곱의 하나님”은 이스라엘 선조로서 세 사람의 중요성을 말하기도 하지만, 그 순서에서 아브라함이 맨 먼저 오기 때문에 그것은 동시에 그 인물의 중요성을 말해주고 있다.

아브라함은 이스라엘의 시조인데, 시조는 그 후손들을 대표하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시조에 해당되는 인물은 해석의 문제에 직면하곤 한다. 즉 사람들이 자신들의 시조를 어떤 성격을 지닌 인물로 규정하느냐에 따라 그 후손들의 정체성이 그 영향을 받게 된다.

예수 이전에도 유대인이 아브라함의 자손이라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가 세례 요한에 의해 있었다(눅 3:7-8). 예수께서 사역하시는 중 당신이 아브라함보다 먼저 있었다는 말씀에, 유대인 사이에서 논쟁이 일어났다(요 8:58).

아브라함은 한편에서 믿음의 사람이고, 다른 한편에서 그의 믿음과 행위가 함께 어우려져 있지만, 그는 행위의 사람으로도 소개된다. 이런 상황은 아브라함에 대한 해석을 두고 논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바울은 어떤 의미에서 아브라함을 말하게 된 것일까? 바울은 초기 기독교에서 믿음만을 강조했던 선교사다. 그의 입장에서는 이방인들에게 믿음을 전할 때, 성경에서 모범이 될 만한 인물이 필요했다. 그 예가 바로 아브라함이다. 하지만 바울에게서 왜 아브라함일까? 그에 대한 답을 우리는 아브라함의 생애를 살피는 것에서 시작한다.

본론

1. 아브라함은 75세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그의 고향을 떠나 하나님이 지시하는 곳으로 가게 된다.

75세는 인생에서 결코 작은 나이가 아니다. 오늘의 관점에서 봐도, 어떤 것을 새로이 시도하기에는 불가능에 가까운 숫자이다. 이 나이에 있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삶의 안정을 찾거나, 아니면 자신이 이제까지 걸어온 길을 뒤돌아 보며 앞으로 다가올 순간을 준비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75라는 숫자는 사람이 믿음을 새로 갖게 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것은 아브라함의 믿음이 자신에게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부르심에 근거한 것임을 뜻한다. 아브라함의 믿음은 하나님의 약속에서 비롯된 것이다. 아브라함은 이 약속을 굳게 붙잡았다.

아브라함 믿음의 시작은 행위가 아니라, 하나님의 약속에 대한 그의 반응이었다.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했다는 부분이 아브라함의 적극적 순종을 강조할 수 있지만,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그를 부르신 말씀은 아브라함이 그것을 따를 수밖에 없을 정도로 분명하게 그에게 임한 것이다. 믿음을 일으키는 하나님 말씀은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타협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절대 순종을 요구하는 분명함이 그 안에 있다.

2.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약속이 실현될 것이라는 소망을 가지고 있었다.

하나님의 약속은 그에게 후손이 있을 것이며, 그의 자손이 하늘의 별처럼 많아지리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가 많은 민족들의 선조가 될 것이다는 내용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그는 그 말씀이 이뤄질 것이라 믿었고, 또 하나님은 약속을 실현시킬 수 있는 분이라고도 믿었다.

이것은 아브라함 자신의 나이가 100세 가까이 되어 아이를 낳기 불가능하고, 아내도 아이를 품을 수 없는 나이로 출산의 기능이 다했다. 바울은 이것을 ‘죽었다’고 표현한다. 그럼에도 아브라함은 소망을 가졌는데, 그것은 자신의 몸에 대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약속이 이뤄지리라는 하나님에 대한 소망이었다.

죽음에서 생명을 말하는 것은 그 자체로 기적이다. 하지만 바울이 말하는 아브라함은 자신의 몸이 죽은 것과 같은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죽은 자를 일으키는 하나님의 능력을 믿었다. 이는 그가 하나님의 창조를 믿었음을 뜻한다. 창조는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해야 할 것은 바울이 아브라함의 믿음을 말할 때 이삭을 제물로 바친 것에 근거하지 않고, 매우 모순되고 상반된 상황, 즉 아브라함 자신의 몸이 처한 현실에서 창조의 하나님을 말했다는 점이다.

믿음이 뭐냐고 묻는다면, 개인이 하나님 말씀에 반응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그 믿음을 통해 자신을 믿는 것이 아니라, 분명 창조하는 하나님을 믿음과 관련된 것이다. 믿음은 우리가 처한 상황을 회피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을 견디게 만들어 주고 창조주 하나님을 신뢰하게 하는 것이다.

3. 아브라함은 우리 모두의 조상이다.

이것은 바울이 아브라함을 말하는 근본 이유이다. 바울은 우리가 아브라함을 본받기를 원한다. 하지만 바울이 말하는 ‘우리’에는 유대인들뿐 아니라 이방인들도 포함된다. 그렇지만 바울은 예수 믿는 유대인과 이방인 중, 특히 이방인에게 강조점을 뒀다.

바울이 만난 이방인들은 결코 어린 신자들이 아니라, 이미 성인으로 성장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성인으로서 생각이 잘 바뀌지 않고, 이방 문화에 이미 익숙해진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믿음은 이런 것’이라며 본을 보여 줄 사람이 필요했다. 그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 아브라함이었던 것이다.

아브라함은 75세에 부르심의 말씀을 듣고 말씀에 순종했다. 그는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약속하신 것을 성취시키시리라 믿었다.

우리는 바울을 통해 예수를 믿게 된 이방인들의 상태를 정확히 일괄적으로 말할 수 없다. 속한 문화도 제각각 다르고, 이들이 가지고 있는 지적 또는 경제적 수준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예수를 믿기 때문에 자신들이 속한 전통 공동체에서 벗어나는 위험에도 노출되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불확실성에 빠지게 됐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아브라함이 가졌던 믿음이었다.

하나님의 약속을 받고 자신의 몸이 쇠퇴해도 창조의 하나님을 믿었던 아브라함처럼, 이방인들은 자신들의 하나님이 죽은 자를 일으키시는 하나님이심을 믿어야 했다. 이들은 몸에 대한 소망이 아니라, 하나님 자신에 대한 소망을 가져야 했다.

결론

바울은 이방인들에게 아브라함이 하나님을 믿었고 그것으로 의롭게 되었다는 사실을 제시하며 아브라함을 믿음의 사람으로 소개한다. 우리는 이방인으로서 예수를 믿고 있다. 우리가 처한 현실의 고독은 늘 하나님의 믿음과 맞지 않다. 이 속에서 우리의 소망은 아브라함의 하나님을 향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약해져가는 우리 몸은 의기소침해지고 불가능에 가까운 것들이 더 많아지지만, 죽은 자를 일으키시는 하나님이 우리 속에서 믿음을 창조하신다. 우리는 아브라함처럼 죽은 자를 일으키신 하나님을 믿는다.

▲해당 원고를 번역한 문배수 박사.

▲해당 원고를 번역한 문배수 박사.

문배수 교수(대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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