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회 신촌포럼에서 김수경 청년 발표
제43회 신촌포럼이 2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신촌성결교회(담임 박노훈 목사) 아천홀에서 ‘세대공감: 여기 다음 세대가 오고 있다’는 주제로 열린 가운데, 소위 ‘MZ세대’의 목소리를 직접 청취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2부 패널토의에 함께한 김수경 청년(신촌성결교회)은 ‘MZ세대가 교회를 떠나는 이유는?’이라는 제목으로 △세상과 너무 다른 교회 △세상과 다를 것이 없는 교회 △MZ세대는 어떤 교회를 기대하는가 등의 주제로 MZ세대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김수경 청년은 “저희 교회나 셀 모임에는 매주 많은 청년들이 교회를 찾아 새가족으로 등록하지만, 교회를 떠나고 있기도 하다”며 “요즘 청년들에게 평생 직장 개념이 없듯, 교회도 합리적이라고 느끼지 못하거나 그 안에 있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면 결국 교회를 떠나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새가족으로 오는 청년들에게 등록 이유를 물으면, 많은 청년들이 짧게는 몇 주에서부터 길게는 몇 년까지 등록하지 않고 예배만 드렸다는 이야기를 한다”며 “이유는 다양하다. 누군가는 예배가 좋아서 바로 등록했다고 하지만, 누군가는 공동체에 속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한참을 고민했다고 한다. 그 고민 끝에 교회에 있을 이유를 찾지 못하면, 결국 떠나게 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김 청년은 “다른 교회를 찾는다면 다행이지만, 각자 분주하고 치열한 삶의 속도 안에서 용기 내어 교회를 선택하고 등록하기로 했다가, 교회를 떠나는 것 이상으로 ‘신앙과 예배’ 자체에서 멀어지는 것은 심각한 주제이자 교회가 마주한 현실이라”며 “결국 MZ세대가 교회를 떠나고 있기보다, 더 정확하게는 교회와 기독교 신앙의 문턱 앞에서 쉽게 떠나거나, 깊은 유대감을 가진 교회 공동체에 속하지 못하고 있는지 모른다”고 분석했다.
세상과 너무 달라진 교회
MZ세대가 교회 떠나고 있기보다
교회 문턱 앞에서 쉽게 떠나거나
공동체에 속하지 못하고 있는 것
‘세상과 너무 다른 교회’에 대해서는 “앞선 세대는 예전부터 계승된 전통에 물음표를 던지지 않고 무조건 헌신·순종하며 따라 왔을지 모르지만, 내면의 동기가 명확하지 않으면 자발적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MZ세대에게는 전통이라는 이유로 조건 없는 헌신과 순종을 기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물론 필요하다면 ‘타의에 의한 순종’을 일으킬 헌신적 마음이 있지만, 적어도 교회에서만큼은 ‘강요나 타의에 의한 순종’을 따르기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김 청년은 “그리스도인으로서 ‘믿음으로 자기 십자가를 지는 삶’은 공정한 평가와 합리적 보상을 중시하는 MZ세대의 가치관과 충돌한다”며 “문제는 합리성과 객관성 측면에서조차 세상과 비교할 수 없는 ‘전통적 의사결정 구조와 소통 방식’ 속에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MZ세대는 그리스도인으로 살고자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왜?’라는 질문과 함께 ‘내면의 이유와 동기’를 찾을 수 있는 친절하고 바른 안내자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것”이라며 “청년들은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가?’ 혹은 ‘왜 따라야 하는가?’와 같은 본질적 질문이 해소되지 않으면, 결국 교회를 떠나거나 본인이 교회에 담길 수 없는 사람이라고 좌절하며 소속을 포기한다”고 이야기했다.
세상과 다를 것 없는 교회
교회에서도 세상과 다를 것 없는
경쟁과 비교, 평가와 성과 등으로
피로감과 좌절 느끼고 떠나는 것
‘믿음 좋은 청년’ 굳어진 이미지
맞춰야 할 것 같은 심한 압박감
‘세상과 다를 것 없는 교회’에 대해선 “이처럼 세상과 전혀 다른 교회 앞에 어려움을 느끼는 MZ세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MZ세대가 세상과 다른 어떠함을 기대하며 교회를 찾는 것도 사실”이라며 “교회를 찾는 많은 초신자들이 그 이유를 ‘힐링’이라고 말하지만, 많은 MZ세대들은 교회 안에서도 다를 것 없는 경쟁과 비교, 평가와 성과로 피로와 좌절을 느끼고 떠나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수경 청년은 “믿음 안에서 나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 그리스도를 닮기 위해 씨름하는 거룩한 믿음의 도전은 MZ세대뿐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반드시 필요하다”며 “하지만 때로는 교회에서 정해 놓은 ‘믿음 좋은 청년’에 대한 굳어진 이미지와 조건들에 각 개인을 맞춰야 할 것 같은 심한 압박을 느끼기도 한다. 그에 지친 청년들이 안타깝게도 교회를 떠나고 기독교 신앙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복잡한 이야기가 아니라, 염색과 문신, 화려한 옷차림으로는 이미 믿음 좋은 청년이 될 수 없다고 느껴지는 것이 가장 작은 예시가 될 수 있다”며 “세상과 다를 것을 기대하고 찾은 교회이기에, MZ세대가 교회와 기성세대의 평가로부터 경험하는 좌절감은 어쩌면 세상에서보다 더 차갑게 느껴진다”고 했다.
MZ세대가 기대하는 교회
MZ 내면의 물음들 무시하지 말고
함께 삶의 영역에서 적용 고민을
씨름·고민하는 시간 기다려 주며
동행 교회·선배들 만나길 기다려
교회, 어느 곳보다 문턱 낮아지길
있는 모습 그대로 품어주는 공동체
끝으로 ‘MZ세대가 기대하는 교회’에 관해 “청년들이 ‘왜?’를 묻는다는 것은 말씀대로 살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이해되지 않지만 마음 다해 말씀을 따라 살기 위한 간절하고도 갈급한 물음”이라며 “MZ세대 내면의 물음들을 경험과 안목 부족 혹은 기독교 신앙과 기성세대를 향한 저항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온 교회가 함께 고민하며 실제적 삶의 영역에서 구체적 적용점을 함께 고민해 달라”고 부탁했다.
김수경 청년은 “세리와 창기, 어린아이에게 직접 찾아가신 예수님처럼, 기성세대가 ‘건강하고 바르다’는 어떠한 틀에서 벗어나 보일지라도 그들 모습 그대로 이해해 주고 가까이 다가와 주는 교회가 될 수 있을까”라며 “때로는 조금 먼 길을 돌아가는 것 같아도, 그 길이 십자가를 향한 길, 하나님 나라를 이루며 그리스도인으로 살아내는 길이라면 그들이 걸어가는 새로운 길을 응원하고 그 질문과 씨름하는 시간을 기다려 주며 동행하는 교회와 신앙의 선배들을 만나기를 오늘도 간절히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MZ세대는 이 세상 어느 곳보다 교회의 문턱이 낮아지기를 바란다”며 “적어도 MZ세대를 만날 때는 교회가 정해 놓은 단정하고 깔끔한 사역자 이미지를 벗어나 MZ세대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다양한 모습과 복장의 사역자를 수용해야, 청년들 역시 있는 모습 그대로 품어줄 수 있는 나와 비슷한 사역자를 통해 교회 공동체에 편안함을 느끼며 진정으로 속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MZ세대의 언어와 문화 안에 ‘영원한 진리’가 드러날 수 있는 예배, 함께 참여하고 호흡하며 예배 가운데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갈 이유와 목적이 분명해지는 예배, 무엇보다 하나님의 품 안에서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진정한 자유’가 만끽되는 예배가 가득해지기를 소망한다”고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