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청년들 ‘부속품’처럼 갖다 쓰기 전에…”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제43회 신촌포럼, ‘다음 세대’ 주제 포럼

청년들 섣불리 판단·지시하기 전
그들 스스로 극복하도록 도와야
MZ세대-기성세대, 신앙관 달라
변화 일으킬 수 있는 일에 의미
청년, 교회 운영과 사역 주체로
일대일 관계 갖고 세심한 관심을

▲기념촬영이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기념촬영이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제43회 신촌포럼이 2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신촌성결교회(담임 박노훈 목사) 아천홀에서 ‘세대공감: 여기 다음세대가 오고 있다’는 주제로 개최됐다.

이날 포럼에서는 신촌포럼 대표 박노훈 목사의 인사와 위원장 이상직 박사의 소개, 기성 서울남지방회 회장 문인서 목사의 기도 후, 박상구 목사(국제오네시모선교회 대표) 사회로 정재영 교수(실천신대)가 ‘한국교회는 MZ세대를 어떻게 품어야 할까?’는 주제로 발제했다.

강연에서 정재영 교수는 “인구 센서스에 의하면, 기독 청년 수는 줄지 않았지만 교회에는 청년이 줄어들고 있다”며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교회가 되기 위해, 교회는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필요에 민감해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재영 교수는 “이전 세대가 경험한 사회와 오늘날 사회 모습은 매우 다르므로, 기성세대들은 마치 모든 답을 알고 있다는 듯 청년들을 섣불리 판단하거나 청년들에게 지시·강요를 해선 안 된다”며 “그들 스스로의 방식으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특히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에게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2030세대 개신교인 수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35%에 달했지만, 현재 10% 가까이 줄어들었다. 이제 교회에서도 청년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한다”며 “교회에서 말로는 다음세대가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정작 청년 세대들에 대한 관심은 그리 높지 않다. 우리 사회와 교회 미래를 살아갈 청년들은 매우 소중하므로, 이들의 상황과 형편을 이해하고 교회와 사회에 대한 청년들의 인식을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재영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정재영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청년 세대의 특징으로는 “요즘 말하는 MZ세대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와 이색적 경험을 추구하는 특징을 보인다. 궁핍의 경험이 거의 없어, 가난을 겪어본 기성 세대와 문화적 괴리가 상당히 심하다”며 “비슷한 연배인 40대와 달리 거대 담론에 큰 관심이 없고 미시적 차원을 중시하며, 과정과 노력의 대가로서의 공정을 중시한다. 극한 경쟁 시스템에서 자랐지만, 경제 사정이 그리 넉넉하지 않다는 것도 문제”라고 소개했다.

그는 “MZ세대는 기성세대와 신앙관도 다르다. 이들은 교회가 자신들 상황이나 현실적 어려움에 관심이 없고, 그저 순종과 헌신만을 요구한다고 생각한다. 교회에 열심히 다녀도 삶이 나아지리라는 희망도 별로 없다”며 “여기에 헌금도 많이 내지 않고 예배와 집회에도 잘 참석하지 않아, 교회에서 인정받지도 못한다. 이들은 교회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돼 있고, 발언권도 갖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정재영 교수는 “기존 5060세대는 한국교회 성장기에 청소년기를 보내 신앙에 대한 열정이 넘쳐나고 너도나도 교회 활동에 헌신했지만, 2030세대는 어린 시절 한국교회가 정체기로 돌아섰고, 청소년 시절 입시에 전념하느라 교회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이들이 청년이 됐을 때는 다양한 가치와 다원화된 세계관으로 신앙적 판단을 하기가 점점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MZ세대는 자신들의 소신을 거리낌없이 말하고 작은 참여라도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일에 의미를 갖는다. 청년들이 온라인 예배 등 디지털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쌍방향 소통과 참여 가능성을 좋아하는 것”이라며 “이제 교회도 청년들을 교회 운영과 사역 주체로 세워야 한다. 단순히 교육 대상이 아니라, 공동체를 구성하는 주체로 세우고 그들의 의견을 수렴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교회는 ‘위로부터(top-down)’의 하향식이 아니라 ‘아래로부터(bottom-up), 곧 상향식 공동체가 돼야 한다. 교회법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청년들뿐 아니라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발언권을 갖고 자신들 의견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청년들이 줄면 교회 미래는 더욱 어둡다. 기독교 가정 청년들이 교회 다수를 차지하고 교회 밖 청년들을 전도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기성세대가 물러나면 교회를 이끌어갈 주역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박노훈 목사가 인사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박노훈 목사가 인사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정재영 교수는 “‘청년 가나안 성도’들을 돌아오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교회는 언제라도 이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 이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①기성교회에 대한 불만 ②자유로운 신앙생활을 원해서 ③환경 변화나 개인적 이유 등”이라며 “특히 ②의 경우, 당장 돌아오지 않더라도 이들 스스로 신앙 모임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적절하다”고 전했다.

정 교수는 “기성세대는 이제 대량생산하듯 청년 신앙인들을 양산하려 하기를 그만두고, 이들에 대해 일대일의 관계를 갖고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결국 기성세대가 이들의 멘토가 돼야 하는 것”이라며 “청년들을 ‘교회 일꾼’으로 부속품처럼 갖다 쓰고 소모하기 전에, 이들의 현실 문제에 공감하고 같이 아파하며 대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평에 나선 오성현 교수(서울신대)는 “교회는 MZ세대와 함께 신앙 여정을 이어갈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며 “MZ세대에 친화적인 교회를 만들기 위해 교회가 이 세대의 특성에 맞게 교회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MZ세대의 문화 현상에 무비판적으로 매몰되기보다 그 세대의 병리적 현상을 조명하고 치유하는 기독교 복음의 진리에 집중하는 것 역시 중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2부 패널토의에는 전석재 교수(다음시대연구소 대표)를 좌장으로 정재영 교수를 비롯해 이승문 교수(한국기독교대학교목회 회장)와 임성욱 교수(연세대), 한정우 목사(은혜교회)와 김수경 청년(신촌성결교회) 등 MZ세대 당사자를 비롯해 다양한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포럼은 강일구 총장(호서대)의 총평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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