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서울-인천 로잔대회, 무엇을 남겼는가?”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제47회 기독교학술원 영성학술포럼

▲기념촬영 모습. ⓒ기독교학술원

▲기념촬영 모습. ⓒ기독교학술원

제47회 기독교학술원(원장 김영한 박사) 영성학술포럼이 11월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온누리교회 화평홀에서 ‘제4차 로잔대회 평가 및 전망’을 주제로 개최됐다.

이날 발표회에서는 원장 김영한 박사의 개회사 후 이승구 박사(합동신대 석좌교수), 유종필 박사(동산교회), 안승오 교수(영남신대)가 발표했다. 이동주 교수(아신대 은퇴)와 최형근 교수(서울신대)는 논평을 맡았다.

한국교회 역량과 성숙 보여줘
다소 느슨해진 복음주의 회복
동성애 죄 선언과 거부는 성과
함께 만드는 다중심적 선교를

‘제4차 로잔대회 성과와 전망’을 제목으로 개회사를 전한 김영한 박사는 “4차 로잔대회는 21세기 들어와 서구·북미 기독교 쇠퇴 속에서 아시아·아프리카·남미 기독교의 선교 동력을 확인한, 복음주의 지도자들의 지구촌 선교 축제였다”며 “5천 명의 참가자들을 질서정연하고 편안하게 대접하면서 한 주간 대회를 잘 개최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140년 역사의 한국교회 역량과 성숙을 보여 준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한 박사는 “4차 로잔대회는 3차 대회 때 복음 전도에 다소 느슨해진 모습에서 다시 본래 복음주의적 경향을 회복했다”며 “서구 교회와 사회가 대부분 동성애를 합법화하고 더 이상 문제로 여겨지지 않는 상황에서, 동성애를 분명히 죄로 선언하고 동성애와 같은 성적 왜곡 행위를 통탄하면서 거부한 것은 큰 성과”라고 밝혔다.

또 “2013년 WCC 부산총회가 언급하지 못했던 북한 주민들의 신앙 자유와 인권 문제를 언급했고, 언젠가 남북한과 남북한 국민이 하나 되기를 계속 기도한다고 했다”며 “유전공학·복제·생명공학·마인드 업로드·디지털 미디어·가상현실·인공지능 등을 언급하면서, 첨단과학기술 시대 그리스도인은 기술을 예언자적으로 비판하고 관여하는 디지털 기술의 청지기로서 디지털 기술을 복음 전파 수단으로 선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고 소개했다.

김 박사는 “비서구 교회가 세계 선교의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된 점을 짚으면서, 부산 WCC 대회처럼 되지 않아야 한다는 한국교회 내부의 비판을 수용해 ‘총체적 복음’을 주제로 하면서도 복음 전파의 우위성을 강조했다”며 “21세기 ‘다중심적 선교’는 세계 모든 교회가 함께 만들어가는 ‘파트너십 선교’여야 한다. 최종 확정될 ‘서울 선언문’은 근본주의와 인본주의를 피해가는 성경적 복음주의의 균형 잡힌 길을 제시해 주길 바란다”고 제언했다.

세상 모든 문제 다 다룰 수 없어
로잔대회에선 복음전파 다뤄야
하나님의 선교→ 교회의 선교로
제자 됨과 제자훈련 강조, 환영
동성애 성경적 입장, 높이 평가
동성애자들 목회적 돌봄 제공을

이어 이승구 박사는 ‘로잔 4차 대회와 서울 선언에 대한 신학적 분석’을 제목의 발표에서 “‘서울 선언문’은 어떤 면에서 그동안의 로잔운동에 대한 여러 비판을 의식하고 그에 대항하면서 성경적 입장을 잘 표현하려 애쓴 것으로 보인다”며 “곳곳에 문제는 있지만, 그래도 균형 잡힌 입장을 잘 표현하려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이승구 박사는 “복음주의 신학계가 아닌 곳과 좀 더 넓은 의미의 복음주의를 추구하는 곳에서는 서울 선언문이 근본주의로 후퇴했다고 평가할 정도로, 한국 보수적 교회들의 영향력이 강하게 미친 선언문”이라며 “이는 로잔대회를 유치하고 진행하신 분들이 이런 비난을 감수할 정도로 노력한 결과로 높이 사야 한다”고 전했다.

로잔운동의 향후 방향에 대해 “이 세상의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복음주의적 입장을 성경에 근거해 논의하는 일은 필요하고, 이는 WCC가 분석·제시하는 해결과 명확히 다른 성경적 입장에서 나타나야 할 것”이라면서도 “그것은 다른 모임에서 해야지, 이런 ‘세계 복음화를 위한 대회’에서 그 시기 모든 문제를 다루는 것은 효과적이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계속 그렇게 가면, 과연 로잔이 무엇을 위한 운동인지 의심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둘째로 “그와 연관해 ‘선교’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이번에 WCC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면서 ‘교회의 선교(the mission of the Church)’를 강조한 서울 선언문의 의도처럼 앞으로 로잔운동이 전개되길 바란다”며 “이런 중요한 복음주의 운동에서 ‘복음 전도를 과연 우선시하는가?’ 하는 질문 자체가 나오지 않도록 표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승구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기독교학술원

▲이승구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기독교학술원

셋째로 “선언문 곳곳에 그리스도의 제자 됨과 제자훈련에 대한 강조가 있는 것은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문제는 이 성경적 제자도를 더 명확히 규정하고, 실제로 사회 각 영역에서 실천하는 일”이라며 “예를 들어 선언문 내 과학기술 문화(technology)에 대한 선언(88-97항)은 그런 사회적 제자도의 실현 방법을 간명하고도 분명하게 해준 예로 높이 사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동성애 문제에 대해 아주 명확하게 성경적 입장을 분명히 천명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며 “향후 복음주의 운동에서도 동성애에 대한 명확한 태도를 드러내되, 동성애자들이 복음을 듣고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목회적 돌봄을 제공하고, 더 이상 동성애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지지 집단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긍정적 평가, 한국교회 역량 입증
다중심적 선교 등 세계 선교 미래
네트워크, 젊은 지도자들 격려 등
부정적 평가, 신학·선교학적 혼란
복음 전파와 사회 책임, 동일선상?
신학적 일체 전제된 연합 회복을

‘제4차 로잔대회에 대한 평가 및 전망’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유종필 목사는 먼저 긍정적 평가에 대해 “한국교회의 역량을 입증했다. 수준급 호스트였고, 스태프들의 섬김이 돋보였다. 세계 복음주의자들이 함께하는 자리로서 하나 되게 하는 복음의 능력을 확인하는 자리였다”며 “연합(collaborate)과 다중심적 선교(Polycentric Mission), 회개와 부흥(Repentance and Revival) 등 이번 대회를 통해 강조된 선교 사상이나 단어는 향후 세계 선교의 균형과 효과를 더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유종필 목사는 “25개 협업 소그룹(Gap) 중 ‘세속주의(Secularism)’에서는 기독교가 세상을 품을 수 있어야 복음 사역이 제대로 될 수 있음을 말하면서 이를 함께 논의하고 대응할 네트워크를 구성한 것은 향후 세계 선교의 좋은 시도”라며 “젊은 지도자들(Younger Leaders)에게 자리를 마련해 주고, 복음의 우선성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자는 ‘통합적-총체적 선교(Integral(Holistic) Mission)’도 성경적이고 바람직했다”고 언급했다.

반면 부정적 평가로는 “복음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적 책임에 치우친 것 아니냐는 정체성 혼란, 성령론에 대한 혼선, 사도신경의 차이와 한국 이단에 대한 무지, 한 참가자가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기도한 ‘기도의 중보자’ 문제 등의 신학적 혼란이 있었다”며 “복음 전파와 사회 책임을 동등한 무게로 동일선상에 두는 것, ‘온전한 복음과 온 세계와 온 교회’라는 용어의 명확성, 정의에 대한 강의 등 선교학적 혼란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복음주의는 복음의 기본 틀에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 다양한 신학적 견해를 수용하려 하지만, WCC의 교훈에 따라 연합(union)과 일체(unity)를 혼동해선 안 된다. 우리가 회복해야 할 것은 신학적 일체가 전제된 연합”이라며 “일체가 없는 연합은 힘을 쓰지 못하고 다시 분열하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신학적 일체성을 찾는 것이 사회적 연합을 찾는 것보다 더 본질적이고 우선적”이라고 강조했다.

유 목사는 “로잔대회는 시대적 선교 개념을 정리하고 전 세계 성도를 복음으로 묶으며 성도로 세계를 품게 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필요하다. 나아가 지구촌 모든 사역자를 네트워크는 데 도움을 준다”며 “로잔은 계속 신학적 도전과 시대적·지역적 당면 과제로 도전을 받을 것이다. 잘 대처하면 한층 선한 영향력이 커지겠지만, 대처하지 못하면 큰 위기도 예상된다. 복음의 능력을 잃지 않고 정치화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정일웅·이승구·김영한·유종필·안승오·이동주·최형근 박사. ⓒ기독교학술원

▲(왼쪽부터 순서대로) 정일웅·이승구·김영한·유종필·안승오·이동주·최형근 박사. ⓒ기독교학술원

3차 대회 제동, 복음주의 회복돼
‘동성애=죄’ 표현한 것도 큰 성과
지상대위임령 현황 보고서 주목
넓어진 선교 개념? 복음화 약화
윤리는 필요조건, 충분조건 아냐
남은 지역 복음화, 전적 헌신 필요

이어 ‘제4차 로잔대회 평가와 전망’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안승오 교수는 “지난 2010년 3차 로잔대회에서는 복음화의 우선성(Primacy)보다 복음화와 사회적 책임이 동등하게 여겨지는 ‘총체성과 총체적 선교(Integral mission)’가 더 강조되는 분위기였다”며 “이번 4차 대회는 3차 대회 때 다소 좌클릭 방향으로 갔던 모습에 일정 부분 제동을 걸고, 본래의 복음주의적 경향을 회복하고자 노력했던 대회였다”고 밝혔다.

안승오 교수는 “동성애 같은 ‘성적 왜곡 행위’를 죄로 표현하고 통탄하면서 거부한 것은 4차 대회의 주요 성과 중 하나”라며 “지상대위임령 현황 보고서를 발간해 2050년을 바라보면서 앞으로 로잔이 어떻게 세계 복음화에 기여할지 종합 분석한 것은 4차 대회의 가장 큰 결과물이다. 여기에 한국교회를 비롯한 비서구 교회의 약진과 참여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로잔이 고민해야 할 점들’로는 ‘넓어진 선교 개념’을 꼽으면서, “복음 전도 약화를 가져올 수 있고, 복음화와 인간화를 둘 다 동등하게 강조하다 교회와 복음화가 약해질 수 있다”며 “세상 모든 문제의 핵심 원인과 가장 근본적 해결의 길을 고민해야 한다. 이는 죄 문제 해결이고 교회만이 가능한데, 복음화와 사회적 책임을 동등하게 보는 것은 깊이 고민해야 할 일”이라고 전했다.

안 교수는 “로잔이 교회의 윤리적 책임을 강조한 것은 시의적절하고 필요한 것이지만, 전도의 책임이 윤리적 책임보다 우선성을 지닌 과제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며 “전도에 있어 윤리적 삶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윤리적 책임이라는 ‘상대명령’을 중시하다 복음전파라는 ‘절대명령’을 약화시킬 가능성을 우려해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복음화는 다른 목표도 함께 추구하면서 적당히 할 일이 아니다. 전적 헌신을 해도 쉽게 열매가 안 맺히는 어려운 사명”이라며 “신앙의 선배들은 복음을 지키고 전하기 위해 목숨까지 바쳤다. 이런 헌신 없이는 결코 복음이 전해지지 않는다. 이제 남은 곳은 더욱더 높은 헌신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로잔의 선교 개념을 고민하면서, 다시 한 번 명확히 정립하는 것이 필요한 때”라고 덧붙였다.

이동주·최형근 교수 논찬

논찬에서 이동주 교수는 “이번 4차 로잔대회 ‘서울 선언문’은 기대 이상으로 세계 복음화와 세계 선교에 충실한 모습을 보였다. WCC 선언문에서 보이지 않던 복음의 우선성과 성경에 대한 확실한 고백이 마음을 시원하게 했다”며 “현대 탈가부장주의 여성신학자들에 의해 부정된 ‘하나님 아버지’가 다시 주님으로 시인된 점도 기쁘다”고 말했다.

한국로잔위원회 총무 최형근 교수는 “이번 학술포럼에서 논의된 로잔대회 서울 선언문 분석과 평가가 한국교회에 로잔운동의 정신과 선교적 동력을 확산하는 중대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포럼을 통해 복음의 본질을 재발견하고 복음이 가져오는 영적 변화의 능력을 통해 한국교회 갱신을 추구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앞선 경건회에서는 정일웅 목사(총신대 전 총장)가 설교를 전했다. 기도는 ‘국가를 위하여’ 육호기 목사(GMS 원로 선교사), ‘한국교회와 북한 구원을 위하여’ 양희종 목사(예수바로전하기학술원장), ‘전쟁 종식과 세계 평화를 위하여’ 박인용 목사(월드와이드교회)가 각각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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