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첫 동구권 선교 기록, ‘역사자료관’에 영구 보존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대학마을교회, 42년 역사 담아내

1989년 9월 헝가리 선교사 파송
1990년 9월 러시아 선교사 파송
1990년 10월 루마니아 선교사 파송
1991년 9월 우크라 선교사 파송
2013년 3월 평양과기대 교수 파송

▲역사자료실 개관식 모습. ⓒ대학마을교회
▲역사자료실 개관식 모습. ⓒ대학마을교회

40년 넘게 캠퍼스 선교에 헌신해 온 인천 대학마을교회(담임 우남식 목사)가 교회 1층 한쪽에 ‘역사자료실’을 조성했다.

대학마을교회 역사자료실 설립 목적은 “요단강을 걸어서 건넌 이스라엘 민족이 이를 기념하는 돌을 세워놓았듯(여호수아 4:6-7), 하나님께서 함께하신 놀라운 선교 역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려는 것”이다.

▲역사자료관 벽면. ⓒ대학마을교회
▲역사자료관 벽면. ⓒ대학마을교회

우남식 목사는 “한국 선교 역사는 언더우드·아펜젤러 선교사가 1885년 4월 5일 인천 제물포항에 첫발을 디디면서 시작됐다”며 “이 땅에 십자가와 부활의 복음의 씨앗이 뿌려지고, 그 씨앗이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의 수난기를 지나면서 자라고 뿌리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우 목사는 “십자가와 부활의 복음은 1960년대 이후 인재의 산실이요 선교의 모판인 대학 복음화로 나타나, 젊은이들이 복음을 들고 세계 곳곳으로 파송돼 놀라운 선교 역사를 이뤘다”며 “당시 불길처럼 타오른 성령의 역사도 한 세대가 지나가면 기억에서 사라지고 잊힌다. 따라서 역사는 기록하고 보전하며 가르쳐야 길이 기억하게 된다”고 취지를 밝혔다.

▲1983년 인하대 센터 개척 1주년 모습.
▲1983년 인하대 센터 개척 1주년 모습.

대학마을교회는 지난 2018년 대학마을교회 설립 35년을 기념해 <대학마을교회 권서행전>을 펴낸 바 있다. 이후 올해 ‘역사자료실’을 개관한 것.

역사자료실에서는 각 시대마다 쓰임받은 ‘믿음의 선진들’의 초기 개척 역사, 자라난 제자들이 복음을 들고 말씀에 순종하고 헌신한 믿음의 행적, 1989년부터 동유럽과 세계 여러 나라로 나아가 복음을 전한 선교사들의 선교 역사 자료 등을 보존하게 된다.

우남식 목사는 “단순히 지나간 역사를 보존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며 “하나님께서 어떻게 황무지에서 복음의 꽃을 피우시고 한 알의 씨로 어떻게 많은 열매를 맺게 하셨는지, 여러 시련으로 흩어지는 사건 속에서도 남은 자들을 통해 어떻게 하나님 나라의 희망을 이어 가고 계시는지에 관한 기록”이라고 전했다.

우 목사는 “나아가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하신 예수님의 사랑과 선교 명령을 따라 후손들에게 과거와 현재를 기록으로 보존해, 주님 오시는 날까지 하나님의 복음 역사가 미래로 이어지고 현재화하여 제자들이 세워지고 하나님 나라가 확장되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1989년 9월 8일, 헝가리 조봉순 첫 선교사 공항 파송예배 후 기념촬영.
▲1989년 9월 8일, 헝가리 조봉순 첫 선교사 공항 파송예배 후 기념촬영.

대학마을교회의 선교 기록은 한국교회 동구권 선교 기록과 같다. 교회는 1989년 9월 8일, 한국 선교 140년 역사상 처음으로 동유럽 국가인 헝가리에 조봉순 선교사를 파송했다. 9월 10일에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도착한 조 선교사는 이날 오후 11시 40분(이하 현지시간) 첫 예배를 드리면서 동유럽 선교의 장을 열었다. 한 달 만인 그해 10월 10일 김흥식 선교사를 헝가리로 파송했다.

이후 황돈연 선교사가 헝가리를 통해 1990년 9월 16일 구소련(현 러시아) 모스크바에 입성, 이날 오후 1시 모스크바대학 기숙사에서 역사적 첫 예배를 드림으로써 공산권 종주국인 러시아 선교의 문을 열게 됐다.

▲1991년 루마니아 현지에서의 첫 성경학교.
▲1991년 루마니아 현지에서의 첫 성경학교.

조봉순(김레베카) 선교사는 동유럽 첫 선교사로 파송돼, 당시 수교가 이뤄지지 않은 모스크바대학에 가서 황돈연 선교사의 박사과정 허가를 받아오면서 러시아 선교의 문도 열었다. 조봉순 선교사와 남편 김천석 선교사는 1990년 10월 15일 루마니아 첫 교민으로 부카레스트(Bucharest·부쿠레슈티) 기차역에 도착해 10월 21일 오전 11시 부카레스트대학 금속과 현관 앞에서 역사적인 첫 예배를 드림으로써, 독재자 차우체스쿠가 지배하던 루마니아 한국인 첫 선교사가 됐다.

또 김평원 선교사는 폴란드에서 러시아를 거쳐 1991년 9월 1일에 우크라이나 키이우(키예프)로 파송됐다. 이후 우크라이나에서 계속 선교 중인 김 선교사는, 전쟁 중인 지금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 남아 양들을 섬기고 있다.

2013년 3월 2일에는 임다니엘 선교사(뉴질랜드 1989년 1월 4일 파송)를 평양과학기술대학교 교수로 파송하면서 공산권 선교의 정점을 이뤘다.

▲지난 11월 우크라이나 방문 중 키이우 UBF 센터에서 피난에서 돌아온 성도들과 함께 예배드린 후 기념촬영 모습. ⓒ김평원 선교사 제공
▲지난 11월 우크라이나 방문 중 키이우 UBF 센터에서 피난에서 돌아온 성도들과 함께 예배드린 후 기념촬영 모습. ⓒ김평원 선교사 제공

대학마을교회 역사자료실에는 1989년 9월부터 초기 동유럽 헝가리, 루마니아, 러시아, 우크라이나, 민스크 선교사들이 손으로 써서 보내온 편지들이 바인더로 11권이나 보관돼 있다. 교회 측은 “이 서신들은 앞으로 동유럽 선교 역사 연구에 귀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역사자료실 정면 벽면에는 ‘명예의 전당’도 마련돼 있다. 대학마을교회 동역자들과 선교의 영웅들, 동유럽 선교사들과 각 나라에 파송된 선교사들의 이름과 사진을 전시했고, 옆에는 2-3세대들 사진도 부착했다. 이 외에 ‘한눈에 본 대학마을교회 권서행전’도 마련돼 있다.

또 1982년 설립 시기부터 2023년까지 교회 역사를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선교사들과 교회 동역자들의 사진을 벽에 걸었다.

▲1992년 8월 27-30일, 모스크바 제2회 여름수양회 기념촬영.
▲1992년 8월 27-30일, 모스크바 제2회 여름수양회 기념촬영.

1971년 이들이 UBF에서 성경공부를 하던 자료와 선교사들이 전한 현지어 설교문과 각종 서류도 비치했다. 특히 자료실에는 동유럽에 한국 선교 역사상 첫 선교사를 파송한 교회답게, 한쪽 면을 ‘동유럽 선교홀’로 만들어 여러 사진과 자료를 전시했고, 바나바홀에는 선교사의 건강을 책임진 의료 선교사들인 이지동 장로와 민효영 권사, 박지현 공로권사, 허문석 치과 원장, 황우철, 이정례 의사 등의 활동상도 전시했다.

별도 자료실에는 1982년부터 모아둔 각종 자료, 주일헌금·선교헌금·십일조 등을 드리며 적어 놓은 감사 제목과 기도 제목 등도 20권으로 제본했다. 우남식 목사의 성경 66권 강해 자료와 1980년대 손으로 쓰고 풀칠한 종이로 오려 붙이고 써서 탈고한 설교문, 1972년부터 ‘일용할 양식’을 메모한 안은경 사모의 대학노트 50권도 보관돼 있다.

▲역사자료관 한쪽에 마련된 명예의 전당. ⓒ대학마을교회
▲역사자료관 한쪽에 마련된 명예의 전당. ⓒ대학마을교회

이 외에 나원 수도국제대학원대학교 이사장이 기증한 1900년 발행 독일어 성경, 우남식 목사가 수집한 각 나라 대학 배너와 컵을 전시하고 있다.

우남식 목사는 “선교 역사는 기록하고 보존하여 가르쳐 현재화함으로 미래로 이어져, 예수님의 제자들을 계속 세우고 하나님 나라를 확장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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