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으로 정면 승부> 이정현 목사 (1)
“한국 많은 교회들이 어려움 속에 있다. 내부를 들여다 보면 결국 믿음의 문제다. 늘상 거론되는 다음세대 역시 믿음의 문제다. 믿음만 있으면 지금도 교회는 부흥할 수 있고, 믿음만 있으면 지금도 다음세대가 살아날 수 있고, 믿음만 있으면 앞으로도 교회의 시대는 계속될 것이다.”
청소년 사역으로 여러 곳에서 부흥을 이끌었던 이정현 목사는 5년 전이자 코로나 직전인 2019년 12월,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76년 역사의 전통 교회인 청암교회에 부임해 젊은 세대가 모이는 활력 넘치는 교회로 변화를 거듭하게 하며 새로운 부흥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저자는 책 <믿음으로 정면 승부> 1부에서 이 시대의 문제를 ‘믿음 없음’으로 진단한다. 교회에서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 것, 아이들이 교회를 떠나는 시기가 빨라지는 것은 ‘믿음 없는 부모’의 문제가 크다는 것이다. 어떤 고난에도 예배당에 출석하던 신앙 선배들의 모습이 다음세대에게선 보이지 않고 있다. 이 시대에 ‘사무엘’을 찾기 힘든 건, 믿음의 어머니 ‘한나’가 없기 때문이다.
2부 ‘도전’에서는 저자의 과거 군산드림교회 청소년 사역 부흥 이야기를 거쳐, 현재 청암교회가 청년 10여 명에서 100여 명으로 10배 부흥한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청년부 부흥은 예배가 전부’라며 청년들의 영적 필요를 채우는 데 전력을 기울였더니 예배를 사모하는 청년들이 모여들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전통 교회가 살아 움직이는 교회로 변화하는 과정과 대안학교 사무엘 크리스천 아카데미를 설립하는 이야기를 3부 ‘실행’에서 풀어내고 있다. 모든 변화와 개혁은 ‘은혜’에서 기초해야 하고, 이를 통해 ‘믿음’이 들어가면 교인들이 변화해 교회에는 그 열매가 생긴다고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저자 이정현 목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특히 한국교회 차세대 목회자들의 수준 향상 문제가 시급하다는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목사의 이야기는 2회로 나뉘어 게재된다.
믿음만 있으면 된다, 가장 중요
사역자들, 본질 놓치는 게 문제
학력·영성·생활 등 모두 떨어져
교회 내 목회 준비 그룹 없어져
믿음으로 정면 승부
이정현 | 생명의말씀사 | 176쪽 | 14,000원
-책을 읽으면서, 예전 부흥 집회나 코스타 집회를 참석한 듯 뜨거움이 느껴졌습니다.
“이 책은 외부 강의에서 하는 핵심 내용들을 바탕으로 했습니다. 저는 목회와 사역 중 ‘믿음만 있으면 된다’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요즘 시대가 남들이 하지 않는 사역을 하고 결이 좀 다르면 이슈가 되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들 동성애를 반대하고 있을 때 한쪽에서 동성애를 품어준다고 하면 이슈가 되죠. 돌파구를 찾으려다 보니 남들이 하지 않는 쪽으로 가게 됩니다.
저는 클래식한 접근을 하고 본질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요즘 교회나 사역자들이 본질을 놓치는 것을 문제로 보고 있습니다. 요즘 큰 교회들도 교역자 수급이 상당히 어렵습니다. 최근 총신대 신대원에 가서 교수님들과 이야기를 하는데, ‘학생이 없는데 사역자가 있겠느냐’고 딱 말씀하시더라고요.
제가 공부할 때만 해도 신대원 1-3학년에 비인가 과정까지 하면 거의 3천 명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약 1,100명이에요. 총신대 신대원은 M.Div. 과정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큽니다. 미국 남침례회 신대원보다 많아요. 제가 공부할 때와 비교하면 거의 3분의 2가 줄었죠. 그만큼 열정과 영성이 있고 깨어 있는 사역자들도 확 줄어든 것입니다.”
-전체 교회 숫자를 생각하면 신학생이 굉장히 부족해졌네요. 그래도 본질을 추구하는 분들이 남아 있죠?
“그렇죠. 제 강의를 가장 좋아하는 분들이 목사님들이에요. 답답했던 혈이 뚫린다는 반응을 보이시죠. 신학교에 가서도 똑같은 말씀을 드리는데, 학생들도 많이 반응해요. 정말 기본적인 것들을 놓치고 있었고,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고백합니다. 어떻게 보면 요즘 리더들 가운데 이렇게 끌어주는 사람이 없는 거예요.
지금 한국교회가 영적으로 엄청 약해졌다는 걸 의미하죠. 많이 다운돼 있고, 그러다 보니 인물도 안 나오고, 영적 영향력도 없고, 사역은 다들 SNS에 올라오는 정도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죠. 어떤 의미에서 상당히 평안해져 버린 시대죠.
10-20년 전에 비해 사역자들 수준이 많이 떨어졌다고들 해요. 지금 30대 목사들도 많이 떨어져 있고, 그 아래 연령대는 더 떨어져 있다는 거죠. 신대원 교수님들과 이야기해 보면, 사역자들의 학력과 영성, 생활 등 모든 면들이 예전보다 떨어졌다고 말씀하시죠.
학벌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제가 공부할 때는 총신대 신대원에 일반대 출신들이 많았어요. 서울 명문대 출신들도 많았는데, 지금은 1,100명 중 그런 사람은 별로 없고 학력 최상위층이 총신대 신학과이고, 나머지는 사이버대나 지방 신학대 출신이 대부분이에요.
예전에는 그래도 경쟁을 통해 신대원에 들어왔죠. 열심히 삶을 사시던 분들 가운데 목회자가 많이 나왔다면, 지금은 그런 분들이 거의 없어요. 이것저것 하다 막히고 안 되던 분들이 신학교에 오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말씀하신 그런 분들이 목회를 선택하지 않는 거네요.
“교회 안에서 목회자가 되기 위해 준비하는 그룹 자체가 없어졌어요. 예전에는 청년들 중심으로 그런 분들이 많았잖아요. 그들 중 몇 명이 신대원으로 갔죠. 그런데 이제는 아예 없어요. 이게 악순환으로 반복되고 있죠.
한 신학대에서는 학생 수급이 너무 안 되고 학생이 없으면 학교 운영이 안 되다 보니, 내년 2월 출소 예정인 재소자까지 학생으로 받았다고 합니다. 회심해서 잘 믿는다고 하니 입학시켰는데, 아니나 다를까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켜서 결국 내보냈다고 해요. 신학대들은 이미 입학 정원을 채우기 어려워졌죠.”
대형교회도 전도사 찾기 어려워
목회자 어메이징 리더 그룹 없어
40-50 담임목회 해야, 청빙 늦어
기업은 40대 대표, 교회 변화 無
-사역자 수준이 발전하고 환경은 훨씬 좋아졌는데 사역은 예전만 못하다고 여쭤보려고 했는데, 수준이 오히려 떨어졌네요.
“환경이나 복지는 너무 좋아졌죠. 도미노 현상 같은 건데, 신대원생 수준이 떨어지니 이들이 부목사가 되면 부목사 수준이 떨어지죠. 담임으로 청빙할 만한 좋은 목회자들이 안 나오겠죠. 한국교회가 쳇바퀴 돌듯 더 안 좋은 쪽으로 가고 있죠.
(청소년 사역을 주로 하던) 10년 전쯤 신학교에서 강의할 때, ‘나는 앞으로 아이들을 목사로 많이 만들겠다’고 했어요. 아이들이 계속 줄어드니까요. 그런데 학생 한 명이 ‘지금도 많은데 무슨 이야기냐’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맞았죠. 제 제자들 중 목사가 된 친구들이 좀 있는데, 다들 잘나가요. 괜찮은 친구들이 목회 쪽으로 가서 경쟁력이 있어요.
이제 부교역자 수급이 한국교회의 가장 큰 화두가 될 것입니다. 인력 적체가 워낙 심해서 담임목사에 대한 경쟁은 여전하겠지만, 부교역자, 특히 전도사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리 교단에서 가장 좋다는 교회도 초등부 전도사를 엄청 힘들게 구했다고 해요. 예전에는 좋은 친구들 중 한 명을 뽑았다면, 이제는 차선책으로 뽑아야 하는 시대입니다. 보통 12월이면 부교역자 이동이 다 끝나는데, 이번 주 교단 신문을 보면 모집 광고가 여전히 많아요.”
-책을 보면 어찌 보면 기본적이고 당연한 내용인데, 그렇게 했더니 교회가 움직이고 살아나고 뭔가 바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교회가 생각보다는 많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목사님들에게 기본이 없어요. 요즘 실망스러운 건, 주변을 보면 저보다 10년 정도 선배인 목사님들 중 본받을 만한 분들이 없어요. 목회도 다들 너무 안 되시고요. 이것도 악순환인데, 저는 외부가 아닌 목사님들 문제라고 생각해요. 열정이나 큰 갈망도 느껴지지 않고요.
오히려 70-80대 은퇴하신 원로 목사님들 중에는 존경할 만한 분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그 다음세대가 죽어 있어요. 우리 교단만 봐도 이찬수·송태근 목사님 등이 계시지만, (은퇴가) 얼마 안 남으셨어요. 한국교회가 순식간에 폭망한 거죠.
저랑 교제하는 또래 목사님들 몇 분이 계신데, 엄청나게 목회 잘해요. 전주 쪽 목사님 한 분은 39세에 80명 된 교회에 부임해서 10년째인데 지금 한 500명 돼요. 아이들이 그 노회에서 가장 많고, 주의 종이 되겠다고 헌신한 아이들이 벌써 50명 돼요. 그 교회에 부흥회 인도하러 갔다가 깜짝 놀랐어요. 초등학생들이 막 울면서 통성기도를 해요. 그런데 그 목사님이 하루 3시간씩 기도해요.
어떻게 보면 ‘어메이징 리더 그룹’이 없어요. 집회를 잘하는 목사님들 말고, 목회를 잘하면서 롤 모델이 될 만한 50-60대 목회자들이 별로 없어요.”
-일반화할 순 없지만, 젊은 목회자를 담임으로 청빙한 교회에 긍정적 변화가 많은 것 같기도 합니다.
“저도 올해 50세인데, 이곳에 온 지 만 5년 됐어요. 20년 정도 한다고 생각하면, 4분의 1이 지나간 거죠. 60세가 넘어가면 새로운 것은 잘 안 나오는 것 같아요. 60대 중반이 되면 은퇴 준비도 해야 하고요. 그러니까 40-50대 때 주 사역을 해야 하는데, 요즘 청빙이 너무 늦어지고 있죠. 그러다 보니 이미 사고가 어느 정도 고착된 가운데 목회를 시작하고, 으쌰으쌰 해서 개혁할 타이밍이 적어졌죠.
교회도 목회자 나이 따라갑니다. 목사 나이 기준 플러스 마이너스 10살에 있는 분들이 새로 오십니다. 목회자가 젊으면 젊은 분들이 오죠. 마인드 공유가 되니까요. 빨리 시작해서 빨리 마무리하는 구조로 가야 합니다.
미국에 있을 때 지역에 5천여 명, 2-3천 명 모이는 교회가 있었는데, 한 교회는 31세를, 다른 교회는 27세를 담임으로 청빙했어요. 왜 젊은 사람을 뽑았느냐고 물어 보니, ‘젊지 않으면 바꿀 수 없다’는 것이 핵심이었어요.
네이버도 최근 대표이사를 40대로 바꿨죠. 대기업 등은 상당히 빠르게 바뀌고 있는데, 교회만 안 바뀌고 있어요. 일단 장로님들부터 다 60대이시니 쉽지 않죠.”
-결국 교회 부흥은 담임목사의 역량과 영성에 달려 있다는 말씀으로 정리가 됩니다.
“엊그제 유튜브에서 ‘좋좋소’라는 콘텐츠를 봤어요. 중소기업 이야기를 보여주는 웹드라마인데, 사람들 반응이 정말 리얼하대요. 우리 회사랑 똑같다는 거죠. 주인공 이과장은 배우가 직업도 아니에요. 그래서인지 연기가 아니라 그냥 리얼 스토리 같다고 해요.
그걸 보면서, 교회와도 너무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교회도 대형교회, 중형교회, 작은 교회가 있잖아요? 너무 똑같아요. 중소기업 직원들이 대기업 가려고 하듯, 교역자들도 큰 교회 가려고 하죠. 교회가 작을수록 처우도 안 좋아요. 기업도 작은 곳들은 근로계약서도 안 쓰는 등 대표 마음대로 하는 경우가 있죠. 교회도 그렇거든요. 소기업이 성장하거나 심지어는 잘 돼서 상장까지 하는 곳들이 있잖아요? 사장이 남다른 거죠. 결국 교회는 담임목사인 거죠.”
-이런 이야기를 하면, 어떤 분들은 ‘왜 양적 성장을 추구하느냐? 한 사람 한 사람의 성장이 중요하다’고도 합니다.
“그분들은 영혼에 대한 마음이 없으신 거예요. 만약 여기 100명의 영혼이 있다면, 한 명 한 명이 중요하잖아요? 100명이 다 중요하죠. 부흥은 다른 것이 아니라, 죽어가는 영혼들을 살려서 생명력 있게 만들어 놓는 것이잖아요.
그렇다면 우리 교회가 10명으로 멈추는 것이 아니라, 20명에서 30명으로 가는 것이 하나님 나라 관점에서도 맞죠. 제가 볼 때는 그런 말씀을 하시는 분들은 영혼에 대한 마음이 없는 게 아닌가 생각해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