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사역, ‘등하교 심방’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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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 40] 간절함이 원동력

아침 집 앞에서 학교까지 태워주고
오후 학교 앞에서 집이나 학원으로
아이들 직접 만나 자연스럽게 대화
내 시간 아닌 아이들 시간 맞춰야

▲김맥 목사(왼쪽)의 ‘등하교 심방’ 모습.

▲김맥 목사(왼쪽)의 ‘등하교 심방’ 모습.

필자는 청소년 사역을 하면서 오랫동안 빠지지 않고 해오던 사역이 하나 있다. 바로 등하교 심방이다. 보통 필자의 일과는 새벽 4시 40분부터 시작된다. 매일 새벽 4시 40분 기상 후 옷을 걸쳐 입고 머리를 가다듬고 새벽기도를 간다. 새벽기도가 끝이 나면 필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역이 기다리고 있는데, 바로 등교 사역이다.

등교 사역은 학생들 집 앞으로 가서 대기하고 있다가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 앞까지 데려다주는 사역이다. 그리고 점심을 먹고 오후가 되면 또 중요한 사역이 있는데, 바로 하교 사역이다. 하교 사역은 차를 타고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 앞에 가서 대기하고 있다가 마치고 나오는 학생들을 태우고 집 또는 학원으로 데려다 주는 사역이다.

등교 사역은 먼저 아이들과 전날에 약속하고 다음 날 아침이 되었을 때 아이들 집 앞으로 간다. 잠시 후 아이들이 집 앞에 나오면 바로 픽업해서 학교 앞까지 데려다준다.

학교까지 지하철이나 버스로 가는 것보다 필자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가는 게 훨씬 빠르기 때문에, 아이들은 평소 출발하는 시간보다 더 늦게 집에서 출발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아이들은 평소보다 더 늦잠을 잘 수 있거나 밥을 먹을 수도 있다. 필자는 아이들을 학교까지 데려다 주면서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다.

하교 사역은 동일하게 아이들과 전날 약속을 잡고 아이들 학교 마치는 시간에 맞춰 학교 앞으로 간다. 학교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아이들이 나오면 태워서 아이들이 가고자 하는 목적지로 데려다준다. 덤으로 햄버거나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사주기도 한다. 그리고 차 안에서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한다.

필자가 등하교 사역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간절했기 때문이었다. 처음 청소년부 전임목사로 부임했을 때, 열심히 아이들을 만나러 다녔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필자는 시간이 흘러 넘쳤지만, 정작 아이들이 시간이 없었다.

아이들은 학교를 마치면 야간 자율 학습을 했고 학원에 가는 등 너무 바빴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만날 수 있을지 고민하다 머릿속을 번쩍 스쳐지나가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등하교 사역이었다. 그때부터 필자는 집 앞으로, 학교 앞으로 아이들을 만나러 다녔다.

그렇게 시작된 등하교 사역은 필자에게 참 많은 에피소드와 추억을 줬다. 등하교 사역을 할 때 길을 잘 몰라서 헤매다 아이들이 지각했던 일도 있었다. 아이들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학생이 약속을 잊어버려 먼저 학교로 가 버린 적도 있었다.

반대로 필자가 약속을 잊고 있다 아이들에게 연락이 와서 후다닥 옷을 입고 차를 타고 간 적도 있다. 또 아이 한 명이 아파서 학교에서 조퇴했는데, 필자는 그 사실을 모른 채 학교 앞에서 기다린 적도 있었다. 한번은 아이를 집으로 데려다 주다 길을 잘못 들어 고속도로를 탄 적도 있다.

필자가 이렇게까지 등하교 사역을 열심히 했던 이유는 바로 아이들을 만나고자 하는 간절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등하교 사역을 코로나19 속에서도, 그리고 지금까지도 하고 있다.

등하교 사역을 하면 뭐가 좋을까? 무엇보다 아이들을 직접 만날 수 있고, 차 안에서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도 있다. 예배에 나오지 않는 아이들도 등하교 심방으로 지속해서 만날 수 있다.

끝으로 등하교 심방의 필수 요소는 아이들을 만날 때 내 시간에 맞추지 말고, 아이들 시간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맡은 아이가 학원 마치는 시간이 저녁 9시라면, 그 시간에 맞춰 학원 앞에 찾아가야 한다. 아이를 만나기 위해 아침 일찍 집 앞으로 갈 수 있어야 한다.

매주 하지 않아도 된다. 한 번이 중요하다. 집에서 학교에서 나오는 아이를 태워서 보내주면, 그 아이는 우리를 향해 마음 문을 열게 된다.

김맥 목사

초량교회 교구담당 및 고등부 담당 주일학교 디렉터
청소년 매일성경 집필자

저서 <얘들아! 하나님 감성이 뭔지 아니?>
<하나님! 저도 쓰임 받을 수 있나요?>
<교사는 공감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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