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그물’일 때 찾아오시는 예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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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신도 묵상] 요한복음 21장 1-17절

▲이지동 장로(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 ⓒ크투 DB

▲이지동 장로(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 ⓒ크투 DB

“그들이 조반을 먹은 후에 예수께서 시몬 베드로에게 이르시되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기 이 사람들보다 나를 더 사랑하느냐 하시니 이르시되 주님 그러하나이다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 주님께서 아시나이다 이르시되 내 어린양을 먹이라 하시고(요 21:15)”.

저는 예수님이 갈릴리 호수에 오셔서 베드로와 제자들을 만나 주시며 회복시켜 주시는 본문 말씀을 무척 사랑합니다. 제자들은 주님이 부활하신 후에 나타나셨지만, 부활이 자신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자신들의 남은 인생에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할지 몰랐습니다.

베드로는 영적 무력감과 패배감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는 이런 분위기를 벗어나고자 갈릴리로 고기를 잡으러 갔는지 모릅니다. 아니면 실패의 현장인 예루살렘을 떠나고 싶어서 갈릴리로 갔는지 모릅니다. 아니면 공포의 현장인 예루살렘을 떠나고 싶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시몬 베드로는 그날 밤에 아무도 것도 잡지 못하였습니다(요 21:3).

당시에는 한 직업을 가지면 평생 그 일을 했습니다. 그들은 주님을 만나기 전 고기 잡는 어부였습니다. 예수님은 베드로를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해주겠다”고 하셨는데, 다시 예전 고기 잡던 어부로 돌아간 것입니다.

제자들은 그 밤에 한 마리의 고기도 잡지 못했습니다. 예수님은 일찍이 제자들에게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라 그가 내 안에, 내가 그 안에 거하면 사람이 열매를 많이 맺나니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요 15:5)”고 하셨습니다.

제자들은 영적으로 무너진 상태에서 밤새 그물을 던졌지만, 물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해 육체까지 탈진되었습니다. 그때 예수님이 나타나셨습니다. 예수님은 이처럼 고기를 한 마리도 못 잡은 빈 배일 때 우리를 찾아오십니다.

주님은 우리가 광야에 있을 때, 질병으로 고난에 빠졌을 때,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졌을 때, 인맥과 물질 등 모든 것들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을 때, 주위 사람들이 떠나 외로울 때, 직업에서 좌천당했을 때, 모든 희망이 사라졌을 때 찾아오십니다. 주님은 우리 인생이 ‘빈 그물’ 되었을 때 오십니다.

제자들은 알지도 못하는 주님 말씀에 그물을 던졌습니다. 그러자 고기가 그물에 가득했습니다. 이처럼 기적은 우리가 이해하지 못한 주님의 말씀에 순종할 때 옵니다. 말씀에 순종할 때, 매일 아침 주님은 우리에게 엄청난 축복의 택배 상자를 보내십니다.

제자들이 시몬 베드로가 겉옷을 벗고 있다가, 주님이라 하는 말을 듣고 겉옷을 두른 후 바다로 뛰어 내렸습니다. 언제나 먼저 깨닫는 사람은 요한이지만, 행동하는 사람은 베드로입니다. 여기에서 베드로의 단순한 성격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만나려면 베드로처럼 단순해야 합니다.

제자들이 바닷가에 도착하니, 주님께서 제자들을 위해 바비큐 준비를 하고 계셨습니다. 주님은 베드로에게 물고기를 가져오라고 하셨습니다. 시몬 베드로가 올라가서 그물을 육지에 끌어올리니, 고기가 백 오십 세 마리였습니다. 그러나 그물이 찢어지지 아니하였습니다.

저는 모나미 볼펜에 153이란 숫자가 쓰인 이유가 이 구절에 있음을 알았습니다. 당시 어부들은 물고기를 시장에 팔아야 했기에, 숫자를 정확히 세었습니다. 지금은 고기의 크기가 작지만, 당시에는 큰 고기였다고 합니다.

이런 때, 목까지 치밀어 오르는 말을 뱉으면 안 됩니다. “너희들 밥이 넘어가냐? 3년 동안 돌봤는데, 나를 버리고 겟세마네 동산에서 도망가다니. 베드로, 너 이리 와 봐, 다른 사람은 다 부인하더라도 너는 결단코 부인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나를 모른다고 세 번이나 부인해.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지 말라는 말이 있다.”

사람은 야단친다고 변하지 않습니다. 사랑의 눈으로 바라볼 때 변화됩니다. 주님은 지금 제자들을 책망하고자 오신 것이 아니라 사랑의 관계를 회복하시고자 오셨습니다. 사명을 감당하기 전에 먼저 회복이 필요합니다.

선교사들을 만나기 위해 해외에 나가 보면, 현지 적응 때문에 힘든 것이 아니라 주님과 첫사랑을 잃어버려 힘든 것을 봤습니다. 그들에게 주님과 첫사랑의 회복이 필요합니다. 갈릴리에서 만난 주님과 만난 첫사랑의 자리로 가야 합니다.

▲갈릴리 호수의 어선들. ⓒ크투 DB

▲갈릴리 호수의 어선들. ⓒ크투 DB

성경학자들은 여기서 주님이 피우신 모닥불과, 대제사장 앞뜰에서 베드로가 부인했을 때 나오는 모닥불 단어가 같다고 합니다. 우리가 어떤 트라우마로 도망치고자 하면 두려움은 더 커집니다. 그러나 두려움을 극복하는 길은 주님을 직면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주님의 은혜로 극복하게 됩니다.

예수님은 긴 침묵을 깨고 베드로에게 기가 막힌 말씀을 하십니다. “그들이 조반을 먹은 후에 예수께서 시몬 베드로에게 이르시되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이 사람들보다 나를 더 사랑하느냐 하시니 이르되 주님 그러하나이다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 주님께서 아시나이다 이르시되 내 양을 먹이라 하시고(요 21:15)”.

주님이 말씀하신 사랑은 헬라어로 ‘아가페’입니다. 하나님의 인간을 향한 절대적으로 변할 수 없는 십자가 사랑입니다. 하지만 베드로는 겨우 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베드로가 대답한 사랑은 ‘필로에’ 사랑으로, 조건적인 사랑입니다. 친구 간 사랑, 연인과의 사랑이며, 조건이 안 되면 상처 받는 사랑입니다.

베드로는 “저는 예전에는 아가페 사랑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에요. 주님을 세 번이나 부인한 것을 다른 제자도 알고 있어요”라고 고백한 것입니다. 이런 베드로의 대답에 예수님께서는 “너 왜 그랬니?” 물으셔야 하는데, 베드로의 겸손한 모습에 권위를 주십니다.

주님은 이 겸손한 모습에 “내 어린 양을 먹이라”고 하십니다. 주님의 리더십은 자신이 자격 없다고 내려놓을 때 주십니다. 베드로는 닭이 울 때 통곡하며 깊은 회개를 했기에, 주님께서 세 번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물으면서 제자들 앞에서 베드로를 회복시켜 주십니다. 주님이 주시는 권위와 힘은 내가 겸손하고 약할 때, 나를 강한 힘으로 세우십니다.

신앙생활을 1년을 하든 수십년을 하든, 주님은 언제나 “네가 이 사람들보다 나를 더 사랑하느냐” 물으십니다. 그리고 내 어린 양을 먹이라고 하십니다. ‘어린 양’은 나의 양이 아니라, 주님의 양입니다. 어린 양은 직장 동료들, 교회 형제자매들, 가정 자녀들 모두 예수님의 어린 양입니다. 우리는 그들을 주님의 어린 양으로 사랑하고 섬기고 말씀과 기도로 섬겨야 합니다.

저는 지난날 주님을 떠난 적이 있습니다. 영적 무기력에 빠지고 일에 대한 즐거움과 관계의 모든 즐거움이 사라진 적이 있었습니다. 깊은 우울증으로 삶의 희망이 상실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런 절망의 순간에 모든 무거운 죄짐과 모든 염려를 주님께 내려놓고, 갈릴리 첫사랑의 자리로 나갔습니다. 주님은 이런 저에게 아무런 책망도 하지 않으시고, 제게 “이 사람들보다 나를 더 사랑하느냐” 물으셨습니다. 저를 향한 주님의 절대적인 십자가 사랑을 기억하고, 눈물을 흘리며 회개했습니다. 이때 주님과의 사랑이 회복되었습니다. 그리고 영육 간에 건강하게 하셨습니다.

우리는 주님의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빈 배입니다. 주님은 빈 배일 때 먼저 찾아오셔서, “네가 이 사람들보다 나를 더 사랑하느냐” 물으시면서 사랑의 관계를 회복해 주실 것입니다.

이지동 장로
대학마을교회
이정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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