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교신학회 2024 제6차 정기학술대회
선교학자들이 올해 전 세계 선교계 최대 행사였던 ‘제4차 서울-인천 로잔대회’를 평가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14일 대전 유성구 대전겨자씨교회(담임 김영심 목사)에서 열린 ‘2024년 한국선교신학회(회장 김칠성 박사) 제6차 정기학술대회’에서다.
이날 학술대회는 ‘제4차 서울-인천 로잔대회의 선교신학적 평가와 과제’를 주제로 남성혁 교수(장신대)가 ‘제4차 로잔대회에 관한 전도학적 소고: 로잔대회 주요 선언문 비교 연구’를, 이다니엘 박사(IBA 사무총장)가 ‘제4차 로잔대회에 대한 조명과 성찰: Business As Mission의
관점에서’를 각각 발표했다.
◈로잔대회 주요 선언문 비교 연구
미전도 종족 대신 디지털 다뤄
복음 전파·제자 양육 주요 도구
접근성 확대, 글로벌 확장 가능
시대적 도전 따라, 선언문 발전
전도, 선포 넘어 제자도로 보여
복음의 총체성, 디지털 재해석
남성혁 교수는 이번 ‘서울 선언문(the Seoul Statement)’의 의의에 대해 “디지털 시대와 제자 양육으로 전환했다. 미전도 종족이라는 구체적 주제를 생략하고, 복음 전파의 초점을 디지털 혁명을 통한 글로벌 확산으로 전환했다(SS-VII)”며 “또 복음과 문화 간의 긴장 관계보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전도 방법에 초점을 맞추고, 초월성과 문화적 맥락화에 대한 논의는 축소했다(SS-VI)”고 평가했다.
남 교수는 “서울 선언은 사회적 책임보다 디지털 혁명 속에서 복음의 개인적 영향력과 제자 양육에 더 중점을 뒀다. 분쟁과 갈등 속에서 교회의 화해적 역할은 강조됐으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약화됐다(SS-VI)”며 “서울 선언은 디지털 기술을 복음 전파와 제자 양육의 주요 도구로 삼았다. 디지털 혁신은 복음의 접근성을 확대하고, 복음 전파의 글로벌 차원 확장 가능성을 제시했다(SS-VII). 단순 전도를 넘어 제자 양육과 지속적 복음 전파에 중점을 두고 전도 이후 과정을 강화했다. 이는 전도와 제자 양육의 통합적 접근(SS-V)”이라고 전했다.
그는 “로잔 언약(1974)에서 시작된 복음 전파의 초월적 진리는 마닐라 선언(1989)에서 사회적 책임과 결합됐고, 케이프타운 서약(2010)에서는 다문화적 세계 속 실천적 복음 증거로 발전했다”며 “서울 선언(2024)은 디지털 혁명을 복음 전파의 주요 도구로 삼아, 제자 양육과 연결된 지속적 복음 전파를 강조했다. 이러한 변화는 시대적 도전과 요구에 따라 복음 전파의 신학적 정의와 실천적 방향이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음을 보여준다”고 정리했다.
남성혁 교수는 “제4차 로잔대회를 참석하며 가장 관심을 끌었던 것은 ‘교회여, 함께 그리스도를 선포하고 나타내자(Let the Church Declare and Display Christ Together)’는 주제였다. 전도가 선포(declare)에서 멈추지 않고, 제자도를 통해 나타내는 것(display)을 중요 내용으로 포함한 점에 의의가 있기 때문”이라며 “서울 선언은 로잔 언약, 마닐라 선언, 케이프타운 서약의 신학적 유산을 계승하면서, 디지털 시대의 도전과 가능성을 반영해 복음 전파와 제자 양육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중요한 신학적 성과”라고 밝혔다.
남 교수는 “서울 선언은 복음의 총체성을 디지털 시대의 복잡한 사회적 맥락 속에서 재해석했다. 복음이 개인적 구원을 넘어 정의와 화해, 환경 보호 등 현대 사회 주요 문제들을 포함하는 전인적 메시지임을 명확히 하면서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며 “서울 선언은 디지털 기술이 소외 지역과 억압받는 이들에게 복음을 전할 기회를 제공함을 언급하며, 기술적 진보가 복음 전파 도구가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잘못된 정보 확산과 사회적 분열 위험성을 경계하고, 교회가 복음의 진정성과 윤리적 책임을 유지해야 함을 명확히 했다”고 말했다.
추후 연구 주제로는 ①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전도 전략 ②지역별 문화적 차이에 따른 선언문 수용성 요구 ③복음의 총체성과 사회적 책임의 융합 연구 등을 꼽으면서 “서울 선언은 디지털 시대의 복음 전파에 대한 신학적 토대를 제공하고, 복음주의 운동이 새로운 세대와 사회적 도전에 대응하는 방향을 제시했으므로, 후속 연구는 이를 실천적으로 구체화해 현대 교회와 사회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방안을 개발함으로써 선언문의 영향을 확장하고 복음주의 운동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허준 교수(한국침신대)는 논찬에서 “케이프타운 서약은 복음 전도의 글로벌화와 비서구 교회의 부상을 다룬 중요한 선언문으로 현대 선교 신학에 기여한 바가 큰데, 이를 충분히 다루지 않은 점은 아쉽다”며 “로잔대회 선언문들의 신학적·실천적 함의를 전도학적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조명, 복음 전도의 개념과 방법론의 변화를 시대적 맥락과 연결해 설명한 점에서 의미 있는 노력”이라고 전했다.
◈로잔대회, BAM 관점에서 성찰
일터, 선교 실천의 중요한 현장
지역사회 등 총체적 변혁시킬 힘
교회에서 이들 깨우고 파송해야
청지기로서의 기업 경영 중요해
공유·분배로 공공선 창출 역할도
창의적 선교 지역 리더십 발휘해
이다니엘 박사는 “역대 로잔대회와 선언문들은 복음 전도와 사회적 책임 모두를 선교 영역으로 선언하면서, 자연스럽게 비즈니스 역시 선교 실천의 한 영역으로 확장시켰다. 대회를 치를수록, 선언문에서 일과 선교에 관한 문장·단락이 점점 늘어났다”며 “그 과정에서 ‘일터’는 선교 실천의 중요한 현장으로 인정받게 됐다. 비즈니스 활동의 주체인 일반 성도들 역시 기존 성직주의의 틀에서 벗어나, 진정한 선교 실천의 주체로서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선교론적 근거가 생겼다”고 짚었다.
이 박사는 “BAM의 핵심 개념은 2004년 9월 로잔 세계복음화 포럼(파타야 포럼) 선언문인 ‘BAM Manifesto’에 잘 담겨 있다. 여기에는 로잔운동이 총체적 선교 개념을 통해 추구해 온 사회적 책임과 실제적 변혁의 관점이 포함돼 있다”며 “이는 복음이 한 개인의 영혼 변화를 넘어, 지역사회와 공동체를 총체적으로 변혁시킬 힘을 갖고 있음을 선언한다. 비즈니스 영역의 크리스천들은 일터 상황을 통해 사회·경제·환경 등 실제적 변혁의 한 부분을 담당하라고 촉구하고, 교회 지도자들이 이들을 일깨우고 훈련시켜 파송하라고 호소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4차 로잔대회에서는 월-목요일 4일간 매일 오후 ‘일터 트랙’이 열렸다. 여기서 기본적으로 반복된 전제는 ‘일터는 선교 현장’이라는 것”이라며 “일터 현장에는 안 믿는 이들이 있기에 복음 전도와 변혁의 기회가 주어지고, 일터 현장 역시 하나님께서 그분의 선교를 이루시는 곳이라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이다니엘 박사는 “초대교회 성도들이 당시 직업을 가지고 세상에 나가 복음을 전했듯, 이번 일터 트랙에서도 시장 한복판을 살아가는 크리스천들에게 선교 사역을 수행하는 자로서의 정통성과 권위를 부여해 줬다”며 “일터 트랙 발표자들은 크리스천 기업인들에게 ‘청지기로서의 기업 경영’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기업 활동에서 이윤·성과·생산성, 그 이면으로 하나님 나라의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하나님을 영광스럽게 하는 조직문화를 만들길 주문했다”고 전했다.
이 박사는 “직업활동을 통해 건강한 부의 창출(wealth creation)과 더불어, 전 세계에 만연한 빈곤과 기아, 사회-경제적 불평등 등의 이슈들을 소개하면서 하나님 나라의 공공선 창출을 위한 ‘공유·분배’ 문제도 빼놓지 않는다”며 “또 강성 이슬람·힌두 국가 등(창의적 선교 지역)에서 비즈니스 전문성을 높이며 각종 불이익과 차별 가운데서도 그리스도인의 품위를 유지하고 리더십을 발휘하는 사례 발표도 있었다”고 보고했다.
그는 “열악한 국가들에서 크리스천 비즈니스 리더들이 영리 비즈니스를 통해 일자리를 주고 지역사회와 이웃 안에 실제적 변혁을 일으키는 과정들도 소개됐다”며 “세상 만물이 부서지고 깨어지고 왜곡된 사회-경제 현실과 일터 현장 속에서도, 크리스천들은 근본적으로 변혁의 중심에 서야 하는 이들이다. 간신히 하루 출근해 노동으로 버티는 이들이 아닌, 깨어진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구속적 능력을 발휘하는 이들이야말로 시장 한복판에서 드러나는 진정한 제자도”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제4차 로잔대회를 통해 복음과 선교를 바라보는 한국교회 관점에 성찰이 필요해 보인다”며 “교회 담장 바깥의 복음 전도와 변혁 기회를 무시했는지, 내면에 잘못 자리매김된 성속 이원론에 묶여 있는지, 목사·일요일·건물 중심 신앙에 갇혀 도시화-자본화된 세상 곳곳에서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마음껏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진정한 제자도는 교회 건물 안은 물론이고 시장 한복판에서 발현된다. 복음을 아는 자로서 세상 곳곳 아파하고 신음하고 무너지고 깨어진 사람, 사회-경제, 창조세계를 보듬고 돌보는 선교적 영성으로 거듭나도록 우리의 목회와 선교 현장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로잔대회가 일터 선교 공식 문서마다 마지막에 교회 성도들에게 직업을 플랫폼 삼아 선교의 주체로 살도록 그들을 일깨우고 교육-훈련하며 세상으로 파송해 달라고 호소한 것처럼, 한국교회도 목회와 선교 현장에서 동일하게 호소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김은수 교수(전주대)는 “일터사역(Workplace Ministry), 텐트메이킹(Tentmaking), BAM 등 로잔운동 이슈그룹의 주제와 시장, 일터, 돈, 노동 등으로 표현되는 다양한 용어들에 대한 정확한 정의와 개념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위 용어와 표현들이 BAM과 어떤 연관성 및 차이가 있는지 설명해 준다면 이론적 이해는 물론 선교전략적 측면에서의 논의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요즘 많이 등장하는 전문인·자비량 선교 등의 표현들과 BAM의 관계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논찬했다.
이날 학술대회에 앞서 한국선교신학회 김칠성 회장은 환영사를 전하고, 장소를 제공한 대전겨자씨교회 김영심 목사와 이날 발표자들에게 감사패를 증정했다. 이와 함께 신학회는 월드비전을 통해 잠비아 학교 건립사업에 1백만 원을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