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학술원, 월례 학술포럼
기독교학술원(원장 김영한 박사) 제106회 월례 학술포럼이 20일 오후 서울 양재동 온누리교회 화평홀에서 ‘새 관점 학파의 칭의론 비판’이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이날 포럼에서는 김영한 원장(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초대 원장)의 개회사 후 학술원 교무부장 오성종 박사(칼빈대 전 신대원장)가 발표했으며, 박찬호 교수(백석대)와 박요한 박사(대전신대 전 대학원장)가 논평했다.
칭의, 최후 심판 때 달라지지 않아
시초적 칭의, 종말에 그대로 확정
롬 1-8장 이신칭의, 12-15장 성화
김영한 원장은 “‘바울에 관한 새 관점(이하 새 관점)’은 1세기 유대교가 가진 ‘언약적 율법주의(covenantal nomism)’를 발견한 공헌이 있으나, 바울의 칭의론을 기독교 교리 핵심인 구원론적 관점이 아니라 교회론이나 선교론으로 부제화시키는 오류를 범했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바울의 칭의론은 루터나 칼빈이 인정한 것처럼 선행으로 구원받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예수 그리스도의 공로를 믿음으로 의롭다 함을 받으나 이 칭의는 믿을 때 주어지며, 이 시초적 칭의는 종말에 그대로 확정된다”며 “시초적 칭의와 종말적 칭의는 하나님 앞에서 다를 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바울은 로마서 1-8장에서 이신칭의론을 말하고, 12-15장에서 신자의 선한 삶, 즉 성화론을 말하고 있다”며 “종교개혁적 칭의론이 근거한 바울의 칭의론은 1-8장에서 하나님 앞에서 의롭게 인정을 받는 개인적·실존적 칭의를 말하나 여기서 끝나지 않고, 9-11장에서 이스라엘의 구원을 언급하며, 12-15장에서 사회 속 소외된 자들에 대한 시민적·공동체적 책임으로 나아간다”고 요약했다.
◈이신칭의 vs 유보적 칭의
새 관점, 끊임없이 뜨거운 논쟁
초기 유대교 율법관 새롭게 이해
선행 쌓아 구원 얻기 위해서 아닌
선민 유지 위해 율법 지켰다 주장
이어 ‘바울의 이신칭의 교리에 대한 바울에 대한 새 관점 입장의 이해와 그에 대한 비평’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오성종 교수는 “1977년 E. P. 샌더스(Sanders)의 <바울과 팔레스타인 유대교> 출판 후 신약학계에서는 바울의 칭의론에 대한 종교개혁자들과 이후 전통 교계의 이해가 과연 바울이 서신에서 서술했던 의미와 합치하는지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고 운을 뗐다.
오성종 교수는 “이 ‘바울에 관한 새 관점’이라는 새 이해에 영국 제임스 던(James Dunn)과 톰 라이트(Tom Wright)를 필두로 수많은 학자들이 적극 찬동하고, 다른 많은 학자들은 비판적이거나 부분적 찬동을 표시하고 있다”며 “물론 강력한 비판을 가하는 학자들도 적지 않다. 이 ‘새 관점’은 국제적으로 신약학자들 내지 바울신학자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뜨거운 논쟁 주제”라고 했다.
오 교수에 의하면 오직 믿음/은혜로 의롭다 칭함을 받는다는 전통적 이신칭의 교리에 대해, 새 관점 칭의론은 갈라디아서에 나타나는 초기 유대교의 율법관과 구원관에 대한 새로운 역사적 이해에서 출발한다. 바울 당시 유대인들은 율법 준수와 선행을 통해 의를 쌓아 구원을 얻으려는 율법주의적(legalistic) 공로 구원관이 아니라, 하나님 은혜로 선민이 됐고 언약의 율법을 받았다는 정체성을 의식했다는 것.
그래서 유대인들은 범죄했을 때 회개와 희생 제사를 통해 사함 받음을 믿었고, 구원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선민의 지위에 머물기 위해 율법을 지키기 힘썼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초기 유대교 율법관과 구원관을 ‘새 관점’에서는 ‘언약적 율법관(covenant nomism)’이라 부른다. 루터가 이해했던 ‘옛 관점’은 당시 카톨릭의 공로주의 구원관의 안경으로 바울 당시의 유대교를 바라본 것으로 역사적 사실과 맞지 않는다는 것.
샌더스는 초기 유대교에서 유대인이 아브라함의 언약에 따라 하나님의 선택과 은혜로 선민이 됐는데(getting in), 율법과 선행을 행함으로써 계속 은혜의 상태에 머물러 있음으로써(staying in) 최후 심판 때 구원을 받게 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고 봤다. 이에 ‘믿음으로 의롭게 되는 것’이나 ‘그리스도 안에 있는 것’은 동일한 실체를 가리키므로, 바울의 구원관을 ‘참여주의적 종말론’이라고 불렀다.
<바울에 관한 새 관점>의 제임스 던은 바울이 유대주의자들을 공격한 것은 그들의 ‘언약적 율법관’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이방인 신자들에게 요구한 ‘율법의 행위’가 단지 자기들이 선민으로서 자랑하는 이유로 삼고 있는 바, 할례와 정결한 음식과 안식일에 대한 계명에 대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바울은 구원론적 차원에서가 아니라, 선교적 교회론적·사회적 차원에서 이신칭의론을 가르쳤다고 했다.
<칭의를 말하다>를 쓴 톰 라이트는 전통적 이신칭의론에 전적 동의하면서도, ‘옛 관점’ 칭의론은 바울이 갈라디아서에서 동시에 강조한 ‘성령’과 ‘이웃 사랑 실천’이 빠져 있다고 지적한다. 바울에게 ‘칭의’ 개념은 “유대인과 이방인이 메시아 예수의 가족으로 신실하게 하나가 된다”는 특정한 의미였다는 것. 라이트와 던은 신자의 칭의가 “성령과 사랑의 논리를 따라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한 행위 심판”이라며 ‘종말론적 성격’과 ‘미래의 칭의’를 주장한다.
‘새 관점’의 긍정적 기여에 대해 오성종 교수는 ①1세기 역사적 배경 속에서 초기 유대교 율법관과 구원관과 종말관에 대한 폭넓은 연구로 보다 정확한 이해를 가지도록 자극과 도움을 줌 ②윤리적 선행과 최후 심판을 적극 생각하도록 신학적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 ③바울의 칭의론이 진술된 사회적 교회론적 선교적 차원이 고려될 때 온전하게 이해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움 ④‘오직 믿음/은혜’를 강조할 때 자칫 구원파식 ‘값싼 은혜’의 구원관으로 전락할 우려가 큰데,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도록 토론의 장을 열어줌 등을 꼽았다.
초기 유대교, 단선적 율법관 아냐
사회적 교회론적 칭의론 한정 무리
바울 칭의론, 초기 유대교 율법관
및 구원관 패러다임 초월, 오히려
광대·심원한 하나님의 구원 계획
성취 사실에 대한 계시 차원 서술
‘새 관점’의 중요한 오류에 대해선 “D. A. 카슨(Carson) 등이 저술한 <칭의와 다양한 율법관(Justification and Variegated Nomism)>에 의하면, 제2성전기 유대교는 다양하고 복잡한 형태였기에, 샌더스의 주장처럼 단선적 ‘언약적 율법관’이 아니었다. 특히 신약 유대 종파들과 1세기 유대인들의 다양한 율법관은 샌더스의 연구과 결론을 신뢰하지 못하게 만든다”며 “샌더스가 참고한 유대 문헌 상당수는 1세기 이후 것들이고 후기 랍비들의 전통인 데 반해, 1세기 팔레스타인 저자들에 의해 증언되는 신약 기록들이 훨씬 더 신빙성을 지닌다”고 분석했다.
주석적으로는 더욱 치명적 약점을 드러냈다. 그는 “‘새 관점’은 갈라디아서 2장 16절의 ‘율법의 행위’가 유대인의 선민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특정 계명을 가리킨다(특히 음식 계명)는 이해에서 출발했는데, 조금만 분석해도 그런 의미가 아님이 명료하게 드러난다. 3장 1-10절과 5장 1-4절도 율법 전체 계명의 행함에 초점이 있다”며 “로마서 중 포괄적 의미의 ‘율법의 행위’를 언급하는 3장 20절부터 11장까지에 자주 나타나는 동일한 표현 역시 마찬가지 사실을 증언한다”고 밝혔다.
오 교수는 “바울은 4장에서 ‘믿는 자의 칭의’를 말하면서, 특정 계명을 준수하느냐 문제가 아니라, 행함 없이 은혜로, 대속의 공로로 죄인의 의롭다 하심 받는 것에 대해 말하고 있다”며 “바울이 칭의론을 진술하면서 갈라디아서와 로마서에 사용한 단어들을 문맥을 고려하면서 살펴볼 때, 그의 칭의론을 사회적 교회론적 칭의론으로 한정하는 것은 무리임이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바울의 칭의론은 초기 유대교의 율법관과 구원관의 패러다임을 초월해, 오히려 광대하고 심원한 하나님의 구원사적 구원 계획이 성취된 사실에 대한 계시의 차원에서 서술된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올바른 해석”이라고 정리했다.
논평에서 박찬호 교수는 “‘새 관점의 긍정적 기여’에 대한 오 교수의 네 가지 설명은 우리가 무작정 새관점을 배척할 것이 아니라, 어떤 부분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나름의 지침을 제시해 주고 있다”며 “특히 칭의가 단지 개인 구원론에만 국한되지 않고 교회론적 함축이 있다는 내용은 전체적으로 많은 신학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박요한 교수는 “바울(루터)의 칭의론은 역사적 전승의 근원인 헤브라이즘에 대한 기독교적 변주이다. 기독교 근원인 헤브라이즘에 기초한 바울(루터)의 칭의론은 종교적 혼합주의를 막고 신앙의 근원에 정초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기독교의 시금석”이라며 “새 관점 학자들은 칭의와 성화를 구분하지 않고, 칭의론이 지나치게 믿음을 강조한 나머지 행위를 소홀히 했음을 강조했다. 이는 광대하고 심원한 기독교의 핵심 사상(칭의론)을 언어 플레이(언약적 율법관)로 약화시켰다는 점에서, 실패한 주장”이라고 밝혔다.
앞선 경건회에서는 박요한 교수가 ‘부끄러움(창 3:7-13, 딤전 4:1-12)’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했으며, 정기영 목사(희망을노래하는교회)와 최성대 목사(미라클교회), 김윤태 교수(백석대)가 기도를 인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