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기독교 역사와 상황 및 선교를 위한 노력과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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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콥트 기독교인의 손목에 새겨진 십자가 모양의 문신.  ⓒ오픈도어 

▲콥트 기독교인의 손목에 새겨진 십자가 모양의 문신. ⓒ오픈도어 

고대 이집트는 나일강을 따라 발전한 문명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번영을 누렸다. 그러나 BC 332년 알렉산더 대왕이 이집트를 정복했고, 이후 로마 제국과 비잔틴 제국의 지배를 받았다. 헬레니즘 문화의 중심지로 자리잡았던 알렉산드리아는 로마 시대에 로마, 예루살렘, 안디옥, 콘스탄티노플과 함께 5대 교구로 일컬어지며 기독교 문화가 크게 발전한다. 그리고 이집트는 641년에 이슬람 제국에 점령당한 이후로 이슬람 문화까지 혼합된 이집트 문화의 색채를 갖추기 시작한다. 1517년에는 오스만 제국의 영토가 되었다. 현대에 와서 1945년에 이집트 주도하에 7개국이 모여 아랍 연맹(Arab League)이 결성됐고, 지금은 아랍어와 이슬람을 공통 분모로 갖는 22개국이 아랍 세계를 유지해 나가고 있다.

1. 기독교 역사와 교회 현황

현재 이집트의 종교 분포를 보면, 90.2%가 이슬람이고 9.2%가 기독교이다. 기독교 인구의 91%는 콥트 정교회(Coptic Orthodox Church) 소속이고, 이들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8.5% 정도이다. 콥트 교회는 AD 42년 마가에 의해 알렉산드리아(Alexandria)에 세워진 교회에서 유래한다. 콥트어 성경은 181년경 알렉산드리아 신학교의 학자였던 벤티노스(Bentinos)와 그의 학생들에 의해 처음으로 번역됐다. 2세기 들어 알렉산드리아에는 신학교가 세워졌고, 4세기에는 교부 아타나시우스(Athanasius)가 활동하면서 기독교가 더욱 번성했다. 그런데 콥트 교회는 칼케돈 공의회(451년)에서 예수님의 신성과 인성에 대해 단성론 입장을 펼치면서 그 당시 로마와 콘스탄티노플 중심의 기독교 세계와 단절되는 상황을 맞이한다. 641년에 이슬람 제국(Islamic Empire)이 이집트를 점령하고 11세기 초까지도 콥트 교인의 수는 이집트 내에서 다수를 차지했지만, 이후에는 이들에 대한 차별과 박해가 더욱 심해지면서 콥트 교인은 크게 감소했다.

콥트 교회는 중동 지역 이슬람 국가 안에 자리 잡은 교회들 중 가장 큰 규모를 이루고 있다. 4세기에는 이집트를 넘어 에티오피아에도 콥트 교회가 세워졌다. 에티오피아에서 왕을 섬기는 노예였던 프루멘티우스(Frumentius)가 알렉산드리아에 들렀다가 총대주교인 아타나시우스로부터 주교로 임명받은 뒤 다시 돌아가 에티오피아 왕을 개종시켰다고 한다. 콥트 교회는 로마 제국 박해로 많은 피해를 입었고, 이후 신학적으로 이단 논쟁에 휘말리면서 수도원 중심으로 활동을 펼쳐나갔다. 현대에 와서 콥트 교회는 1976년에 마르쿠스(Antonius Marcus) 주교를 선교 담당으로 임명하면서 다시 확장하기 시작하는데, 케냐, 잠비아, 짐바브웨, 탄자니아, 콩고, 나이지리아 등에 교회와 수도원을 세웠다. 놀랍게도 2023년 1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협조하에 이집트 대사관 주도로 사우디에 거주하는 콥트 교인 3천 명이 리야드를 비롯한 5개 도시에 모여 크리스마스 예배를 드리기도 했다. 현재 콥트 정교회는 이집트 내에 75개 교구(2천여 개의 교회)와 해외의 39개 교구로 조직되어 있고, 수도원도 이집트에 30개, 해외에 11개가 세워져 있다. 2020년 기준으로 인구 1억 명이 넘는 이집트에서 콥트 교인은 880만 명에 이르고, 해외에도 약 200만 명의 콥트 교인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집트에서 가톨릭과 개신교 인구를 합한 숫자는 전체 인구의 1%에 불과하다. 가톨릭은 17세기부터 프란체스코회와 예수회의 활동을 통해 이집트 선교를 시작했고, 개신교는 영국의 교회선교협회(CMS)가 1819년에, 미국의 해외선교위원회(ABCFM)가 1854년에 선교 활동을 시작했다. 1972년까지도 장로교회는 7개뿐이었지만 교육과 의료 선교를 통해 기반을 다지면서 2015년에 이르러서는 약 400개의 교회로 성장했다. 미국장로교회선교부(APCM)는 1860년에 카이로에 처음으로 초등학교를 설립했다. 뒤이어 1865년에 이집트에는 아시우트미국대학(Assiut American College)이 세워졌고, 1910년에는 이집트에서 가장 큰 여학교로 알려진 람세스여학교(Ramses College for Girls)가 문을 열었다. 2024년 현재 이집트개신교회협회(Protestant Churches of Egypt)는 소속된 18개 교단을 중심으로 약 1,500개의 교회로 구성되어 있다. 이집트 민주화의 성지로 불리는 타흐리르(Tahrir) 광장 인근에는 1940년에 설립된 까스르-엘-도바라복음교회(Kasr El-Dobara Evangelical Church)가 있는데, 교인이 8천 명을 넘는 중동 최대의 개신교회로 알려져 있다.

1) 아랍의 봄 이후 기독교 상황

2010년 튀니지 혁명 이후 2011년 2월, 이집트에서도 전국적인 시위와 노동자 파업이 이어지면서 30년 동안 독재를 이어온 무라바크 대통령이 물러났다. 이후 무슬림형제단 소속 무르시 대통령이 선출됐지만 2013년에 다시 군부 정권이 들어섰고, 이 과정에서 6만 명 이상이 정치범 수용소에 감금되기도 했다. 2014년에 대통령에 취임한 엘시시(Abdel Fattah el-Sisi)는 콥틱 성탄 예배에 참석하는 등 대외적인 차원에서 소수 종교와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표방하고 있다. 2019년에는 신행정수도를 건설하면서 모스크와 교회를 나란히 세워 ‘무슬림과 기독교인이 하나’라는 메시지를 전했고, 2021년에는 인권 개혁 5개년 프로그램을 제시했으며, 2022년을 “시민사회의 해”로 선포하기도 했다.

엘시시 대통령이 기독교에 대한 몇 가지 우호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집트 사회에서 교회가 받는 핍박과 제한들은 여전하다. 아랍의 봄 이후 2년 만에 정권이 바뀌는 과정에서 종교적 이유와 정치적 상황이 맞물려 콥트 교회들은 극단 이슬람주의자들의 공격 대상이 됐다. 2013년에 이집트 전역에서 58개의 교회가 약탈이나 방화를 당했고, 2011년부터 2015년까지 기독교인이 많이 살고 있는 민야(Minya)주에서 두 종파 간 폭력 사건은 77건이나 발생했다. 2016년에 제정된 교회 건축법(church construction law)은 교회를 합법적으로 인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교회들이 정부의 감시와 통제하에 놓이게 되었고, 교회로 등록할 토지 소유권을 마련하기 힘든 교회들의 허가는 제한되고 있다. 더 큰 우려는 개종 이후에 사회에서 받게 될 차별을 두려워하는 무슬림 배경신자(MBB)들이 노출되거나 이들에 대한 단속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이집트 사회는 관습적으로 분쟁 해결을 위해서 ‘화해조정회의’(Customary Reconciliation Sessions)를 열고 있는데, 무슬림과 기독교인 간의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기독교인에게 아무런 권리가 주어지지 않는 상황도 달라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상(上)이집트의 콥트 정교회 소속 몇몇 교구들은 이 회의를 공식적으로 거부하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2011년 이집트 혁명 당시 무슬림들과 기독교인이 함께 나라를 위해 힘을 모았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한 일이었다. 두 종교가 시위에만 동참한 것이 아니라 기독교인들은 거리에 모인 무슬림 시위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힘썼고, 무슬림들은 콥트 교회를 폭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노력했었다. 카이로 북쪽의 무슬림들은 콥트 교인들과 협력하여 새로운 교회를 짓기 위한 기금을 모으기도 했다. 콥트 정교회의 토마스(Thomas) 주교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마을을 불태웠을 때 무슬림 이웃들이 집을 잃은 기독교인들을 위해 담요를 가져오는 것을 보게 됐다면서 이러한 연대는 지금까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증언한다.

2) 기독교인이 겪는 핍박과 차별

2024년 5월에 발표된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의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이집트를 비롯한 11개국이 종교 자유 침해에 대한 심각한 위반과 묵인으로 인해 특별감시목록(SWL)에 이름을 올렸다. 2023년에 이집트에서 종교와 신념의 자유(FoRB) 위반과 관련하여 발생한 투옥 및 구금은 18건이었다. 또한 퓨리서치(Pew Research)에서 2024년 3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집트는 종교에 대한 정부제한지수(GRI)와 사회적 적대감지수(SHI)가 모두 ‘매우 높음’ 단계에 속했다. 2021년 코로나 상황의 영향은 있겠지만, 전 세계에서 인구 6천만 명 이상의 나라 중 두 가지 지수 모두 ‘매우 높음’으로 나타난 곳은 파키스탄과 이집트뿐이었다.

이집트는 명목상 종교의 자유가 허용되지만 이슬람에서 기독교로의 개종은 금기시되는 나라이다. 무슬림이 기독교로 개종할 경우 가족과 지역 공동체에서 ‘명예살인’이라 불릴 정도로 심한 차별과 핍박을 감내해야 하고, 심지어 목숨을 잃기도 한다. 2023년 9월, 19세의 젊은 기독교 청년이 무슬림 청년들에 의해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집트 중부에 위치한 소하그(Sohag)에 살던 부트로스(Romany Boutros)라는 청년은 주유소에서 만난 무슬림 청년을 삼륜차로 태워다 주는 과정에서 살해됐다. 2024년 3월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수도원을 방문했던 콥트 정교회 소속 이집트 수도사 3명이 칼에 찔려 숨졌다. 최근 정교회에서 가자지구 사태에 대해 비난하는 입장을 발표하면서 극단 이슬람주의자들의 표적이 된 것이다. 게다가 일부 지역 사회에서는 교회를 수리하거나 건설하기 위한 신청서를 제출하자 무슬림들의 폭력적 대응이 발생하기도 했다. 2022년 6월에 미카엘대천사교회(Church of Michael the Archangel)의 법적 승인이 나오자마자 지역 무슬림들은 콥트 교인들의 집을 찾아가 창문을 향해 돌을 던지고 불을 질렀다. 2023년 9월에 아부-쿠르카스(Abu-Qurqas)에서 무슬림들은 집을 짓고 있는 콥트 교인을 찾아가 공사 현장에 불을 질렀고, 12월에도 사말루트(Samalout)에서 허가를 받고 교회를 건설하려던 콥트 교인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이집트의 기독교인들은 사회 영역에서도 차별을 받아 왔다. 무바라크 정권 아래에서 소수 종교인 콥트 교인들은 정부의 고위직에서 배제되었고, 학교와 공기업의 최고 자리에도 앉을 수 없었다. 2007년부터 신분증을 바꾸기 위해 법적 다툼을 벌여온 헤가지(Mohamed Hegazy)는 숱한 괴롭힘과 투옥, 고문 끝에 결국 2016년 8월에 다시 이슬람으로의 복귀를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말았다. 이집트 국가안보국(NSA)은 이탈리아에서 유학하면서 인권 활동을 벌여온 콥트교 인권 운동가 패트릭 자키(Patrick Zaki)를 거짓뉴스 유포와 시위 선동 혐의로 2020년 2월에 체포해 22개월간 구금 후 석방했고, 기소 상태에 있던 그는 2023년 7월에 3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뿐 아니라 2011년 이집트 혁명 이후 기독교인을 향한 적대감이 증가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집트를 떠나기 시작했다. 2016년 국가 통계에 따르면, 해외에 거주하는 이집트인은 무려 323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이렇게 고국을 떠난 콥트 교인 200만 명 이상이 북미와 유럽 등지에서 디아스포라 공동체를 세워가고 있다.

2. 이집트 앞에 놓인 문제들

아랍의 봄 이후로 이집트의 내홍은 상당히 컸다. 여러 번 정권이 바뀌면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고 인권 탄압도 거셌다. 최근에는 신행정수도 건설을 둘러싸고 사회 갈등까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래 전부터 이집트 여성들은 남성들의 폭력에 노출되어 있었고, 아동 노동 문제도 여전히 이집트가 풀어나가야 하는 숙제 중 하나이다. 국제적으로 내전과 분쟁을 겪고 있는 주변 국가에서 많은 수의 이주민과 난민들이 유입되고 있어 이집트 정부는 이들에 대한 정책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큰 부담까지 안고 있다.

1) 신행정수도 건설을 둘러싼 사회 갈등

이집트의 인구는 2024년 11월 기준으로 약 1억 7백만 명이다. 이집트는 아랍 국가들 중 가장 인구가 많고,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세 번째로 인구가 많은 나라이다. 그런데 국토의 대부분이 사막이어서 나일강을 따라 발달된 5% 정도의 좁은 땅에 모여 살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조건에서 이집트의 인구는 1980년대까지 여성 1인당 출산율이 5명을 넘으면서 계속 증가해 왔다. 최근 이집트 기획부(Ministry of Planning) 주도로 출산율 감소 정책을 추진해 오면서 2023년에 이집트의 인구 증가 비율이 1.4%에 머물렀는데, 이는 50년 만에 최저치였다. 엘시시(Abdel Fattah el-Sisi) 대통령은 과밀화된 수도를 분산시키고 경제 활성화를 이루겠다는 목표로 카이로(Cairo)에서 40km 떨어진 사막에 580억 달러를 투자하여 신행정수도(NAC)까지 건축하고 있다. 또한 2050년까지 38개의 스마트 시티 건설도 추진 중이다.

그런데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새로운 수도의 침실 2개짜리 아파트가 약 5만 달러에 판매되는 상황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약 3천 달러인 국가에서 가난한 사람들의 주택 수요를 해결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2019년 국가통계청(CAPMAS)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집트 국민의 33%가 빈곤층(한 달 생활비 45달러 이하)으로 분류됐고, 세계은행(WB)은 이보다 2배 많은 60%를 빈곤층 또는 취약 계층으로 분류했다. 행정수도 건설로 인해 시민들에게 돌아갈 정부 보조금은 삭감됐고, 환율은 5배가 올랐으며, 외국 부채도 400억 달러에서 1,650억 달러까지 상승한 상황이다. 2023년 9월에 식품 가격 인플레이션율은 73.6%까지 치솟아 세계에서 식품 가격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나라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로 인해 이집트에서 더 이상 살기 어려운 사람들은 유럽으로 불법 이주를 하고 있는데, 국제이주기구(IOM)는 2022년에 유럽에 도착한 이집트인이 22,000명이라고 집계한 바 있다.

빈곤 문제뿐 아니라 신행정수도 건설 과정에서 언론 통제와 인권 훼손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2018년에 개정된 미디어법으로 인해 이집트에서 의사 표현과 언론의 자유가 훼손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법은 5천 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한 소셜미디어를 언론사로 간주해 가짜 뉴스에 대한 단속을 강화했다. 정부 당국은 2018년 4월부터 6월까지 21,000건의 가짜 뉴스를 접했다고 발표하면서 웹사이트 500개를 차단했고, 이집트의 언론자유지수(Press Freedom Index)는 180개국 중 161위로 떨어졌다. 영국계 이집트 작가 엘-파타흐(Alaa Abd el-Fattah)는 2021년에 국가 안보를 훼손하는 가짜 뉴스를 퍼트린 혐의로 5년 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인권 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의 EU 부국장인 프랑카빌라(Claudio Francavilla)는 현재 이집트에는 반대 의견을 표명할 공간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지금 추진 중인 신행정수도 건설에는 행정부와 공공기관을 반정부시위의 중심지로 여겨져 왔던 타흐리르(Tahrir) 광장에서 멀리 떨어뜨려 앞으로 시위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2) 이집트 사회 내 약자들이 처한 상황

이집트에서 여성들은 오랫동안 성폭력에 시달려 왔고, 사회 활동에 대한 제한과 차별도 겪고 있다. 2012년 대통령 당선 축하 행사가 진행된 타흐리르 광장에서 한 여대생이 집단 성추행을 당했고, 범행 당사자 몇 명은 종신형까지 선고받기도 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저널리스트인 엘리파에(Yasmin El-Rifae)는 ‘성희롱 및 폭행 방지를 위한 기구’(Opantish)를 설립했지만 이 단체 역시 엘시시 대통령의 집권 후에 해체되어 버렸다. 여론조사 기관인 Arab Barometer에서 2020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집트는 이라크, 수단, 모로코, 예멘, 알제리, 레바논, 팔레스타인, 요르단, 리비아, 튀니지를 제치고 성폭력 범죄 1위 국가에 이름을 올렸다. 이집트 여성의 44%는 언어적, 신체적으로 성폭력을 경험했고, 63%는 어떤 형태로든 성희롱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성희롱 경험 비율은 18-29세(90%)와 30-39세(88%)에서 가장 높게 조사됐다. 또한 2023년 7월에 발표된 휴먼라이츠워치(HRW)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도 이집트에서 시행 중인 남성 보호자 정책으로 인해 여성의 여행과 이동은 크게 제한받고 있다. 이집트의 인적지위법(personal status law)에 따라 여성이 남편의 동의 없이 집을 떠나거나 직업을 가질 경우에 해당 여성은 남편으로부터 부양(nafaqa)받을 권리를 상실한다. 세계경제포럼(WEF)이 경제, 교육, 건강, 정치 등 4개 분야의 성별 격차를 산정하여 매년 발표하고 있는 성(性)격차지수(Gender Gap Index)에서도 이집트는 2024년에 0.629점으로 146개국 중 135위를 기록했다.

아동 노동 문제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사회 문제 중 하나이다. 국제노동기구(ILO)에서 2017년 11월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당시 이집트에서 12-17세 연령의 아동 약 280만 명이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었다. 2021년 이집트가족건강조사(EFHS)의 국가 추정치에 따르면, 여전히 130만 명(전체 아동의 4.9%)이 노동 활동에 참여하고 있었고, 90만 명은 위험한 작업 환경에 노출되어 있었다. 유니세프(UNICEF)는 보고된 숫자보다 훨씬 많은 아동들이 노동 현장으로 나가고 있을 것을 우려하면서 학교에 다니지 않는 약 10%의 아동들이 노동에 참여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2024년에 아랍에미리트 아즈만대학교(Ajman University)의 인문사회과학연구센터(HSSRC)에서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카이로와 기자와 같은 도시에서 낮은 가계 소득과 부모의 실업으로 인해 35.56%의 아동들이 노동에 참여하고 있었고,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한 가족 중에서 아동 노동에 참여하는 비율은 62.13%에 달했다. 2018년에 이집트 정부는 2025년까지 아동 노동을 근절하겠다는 국가 계획을 세우고 시행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집트 카이로에는 ‘쓰레기를 모으는 사람, 쓰레기와 함께 사는 사람’으로 불리는 자발린(Zabbaleen)들이 7만 명 이상 살고 있다. 가장 큰 쓰레기 마을로 알려진 모카탐(Mokattam) 빈민가에는 약 3만 명의 자발린이 살고 있는데, 이 중 70% 정도가 콥트 교인이다. 이들은 1940년대 무렵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해 오면서 가난한 생활 속에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쓰레기를 수거하고 처리하고 재활용하는 일을 맡아 왔다. 그런데 2003년부터 카이로시(市) 당국이 쓰레기 수거를 다국적 기업에 아웃소싱하기로 하면서 가난한 자발린들은 어려움에 처했고, 2009년에는 돼지독감 발병의 우려로 쓰레기 분리에 이용하던 30만 마리의 돼지들을 모두 살처분하면서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맞기도 했다. 이들은 처음 도시로 이주하고 현재의 주거 지역으로 오기까지 3-4번 강제로 쫓겨날 수밖에 없었는데, 현재 정부에서 모카탐 마을을 철거하려는 계획까지 세우고 있어 또다시 주거지를 잃을 수 있는 상황에 처해 있다. 그뿐 아니라 이곳에 거주하는 많은 아이들은 청결하지 않은 위생 환경으로 인해 각종 질환에도 노출되어 있다. 도시 환경 개선, 쓰레기 처리 문제, 그리고 80년 넘게 이 일을 생업으로 이어온 자발린들의 생계가 복합적으로 묶여 있는 이 문제도 이집트 정부가 해결해야 하는 숙제 중 하나이다.

3) 이집트 내 난민 상황과 주변국과의 갈등

이집트는 국경을 마주한 여러 국가들이 전쟁과 내전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난민 수용을 놓고 고심할 수밖에 없다. 외교적인 문제를 떠나서 높은 출산율로 인해 인구 증가를 억제해 온 이집트 정부는 계속해서 난민이 증가하는 상황을 긍정적으로만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이집트 서쪽에서는 리비아 내전, 남쪽에서는 수단 내전, 동쪽으로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2022년 8월 기준 이집트에는 수단인 400만 명, 시리아인 150만 명, 예멘인 100만 명, 리비아인 100만 명을 포함하여 총 900만 명의 이주민과 난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이는 이집트 총 인구의 8.7%에 해당하는 높은 수치이다.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에 따르면, 이집트는 2024년이 시작하고 3개월 동안 수단에서 불법적으로 건너온 이민자 800명을 강제로 돌려보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2023년 9월에만 3천 명이 이집트에서 수단으로 강제 추방됐다고 보고하기도 했다.이주민과 난민 문제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고, 주변 정세가 불안해지는 상황에서 이집트 국민들은 2023년 12월에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 엘시시 대통령의 장기 집권을 받아들였다. 중동 정세의 불안으로 인해 군사적으로 강력한 지도력을 원하는 분위기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이러한 결과에 반응하듯 엘시시 대통령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발발한 이후 가자지구에서 탈출하고 있는 난민을 수용할 능력이 한계에 달했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그리고 2024년 3월 17일, 유럽연합(EU)의 폰데어라이엔(Ursula von der Leyen) 집행위원장과 엘시시 대통령은 이주민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집트는 3년간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출과 민간 투자 지원, 이주민 관리를 위한 보조금을 약속받았다.

최근 이집트는 에티오피아에서 건설한 그랜드에티오피아르네상스댐(GERD)댐으로 인해 물 분쟁에도 휩싸이고 있다. 농업과 생활 전반에 있어 기반이 되고 있는 청나일강의 발원지가 바로 에티오피아이기 때문이다. 인구의 90% 이상이 나일강을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이집트는 나일강 유량이 2% 줄어들 경우 20만 에이커의 땅을 잃게 되고, 이로 인해 약 100만 명의 생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에티오피아는 이미 2023년 9월부터 담수 목표를 달성하고 전기 생산을 시작했지만, 2023년 12월에 열렸던 협상에서 두 나라는 절충안을 찾지 못해 앞으로 이 문제가 어떻게 해결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또한 중동에서 긴장 상태가 계속되면서 예멘의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해상 운송을 방해하는 횟수가 증가하고 있다. 2023년에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를 통해 하루 평균 59척의 선박이 항해하면서 전 세계 무역량의 12%를 차지했는데, 지난해 10월에 이스라엘을 겨냥한 하마스의 테러 이후 3개월 동안 후티 반군은 40척의 선박을 공격했다.홍해에서 증가하고 있는 불안을 이집트가 앞으로 어떻게 해소해 나갈지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3. 이집트 선교를 위한 노력과 기대

평균연령 24세의 젊은 국가 이집트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교 활동 중 하나는 온라인 사역이라 할 수 있다. 지금도 각종 위성 방송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젊은이들은 손쉽게 복음을 접하고 있다. 또한 교회들의 구제와 교육 사업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콥트 교회와 더불어 교회협의회와 개신교회협회의 활동은 이집트 전역에서 가난한 자와 약자를 섬기면서 뿌리내리고 있다. 이뿐 아니라 중동 정세가 갈수록 불안해져 가는 상황에서 난민 구호와 봉사는 이 시대에 이집트 교회에 맡겨진 또 하나의 귀한 사역이다.

1) 젊은 세대가 접하기 쉬운 온라인 사역

2023년 기준으로 이집트에서 0-29세까지 젊은 층은 전체 인구의 61%를 차지하고 있다.이집트 국가통계청(CAPMAS) 집계에 따르면, 2024년 11월 현재 이집트 인구는 1억 7백만 명을 넘었고, 앞으로 2050년까지 40% 이상 증가해 1억 6천만 명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3 2023년 아랍청소년조사(Arab Youth Survey)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동 및 북아프리카(MENA, 메나) 지역의 인터넷 보급률은 77%에 달하고, 이 지역 사람들은 평균 8.4개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가지고 있으며, 하루에 3.5시간 이상을 온라인 접속에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젊은 아랍인들은 TV나 신문이 아니라 온라인 미디어를 통해 뉴스를 접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2016년 조사에서 젊은이의 32%가 온라인상에서 매일 뉴스를 접하고 있다고 응답했고, 52%는 Facebook을 사용하여 뉴스 기사를 공유한다고 말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무슬림 전도는 여전히 쉽지 않은 현실이다. 하지만 이집트를 포함한 메나 지역에서 충분히 온라인 복음방송에 대한 접근이 가능해졌고 이에 반응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는 상황은 고무적이다. 무슬림 배경신자(MBB)인 나스르(Nasr)는 자신의 정치활동 이력으로 인한 제한과 곳곳에 숨어 있는 비밀경찰(Mukhabarat)의 위험을 감지하고 교회에 출석하기보다 위성 방송과 인터넷을 통해 예배하면서 5명 이하의 소모임을 통해 기독교인들과 교제하는 방법으로 신앙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알하얏(Al-Hayat), 알파드리(Alfadry), SAT-7, 기적 채널(Miracle Channel)과 같은 위성 방송은 수천 통의 편지와 이메일, 트윗 메시지가 무슬림들로부터 온다고 밝히고 있다. 이집트에서 추방당해 미국으로 망명한 콥트 정교회의 피터(Zakaia Peter) 신부가 2008년부터 시작한 위성 방송 알하얏은 매일 6천만 명이 시청하는 프로그램이 됐고, 인터넷 대화방(islam-christianity.net)에서도 매일 수천 명에 이르는 아랍인들이 기독교에 대해 질문한다. 2022년 코로나 기간에 숨진 콥트교 사제인 유난(Makary Younan)도 15년 이상 SAT-7 방송과 알-카르마(Al-Karma) 방송을 통해 수백만 명의 시청자들에게 영향을 미친 대표적인 인물이다. 2023년에 이어 올해 10월에도 SAT-7과 까스르-엘-도바라복음교회(Kasr El-Dobara Evangelical Church)가 주최한 기독교 축제(Count it Right)에는 수천 명이 참석했고, 페이스북으로 120만 뷰, 유튜브로 3만 3천 뷰를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 Global Missiology에 기고한 본햄(Gordon Scott Bonham) 박사는 지난 6년 동안 17개 선교단체가 운영했던 온라인 복음방송을 확인하면서 무슬림 전도가 지금 추수의 때를 맞이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GRMS(Global Response Management System)라는 댓글 반응 분석을 통해 확인한 결과 이집트에서 8천 번이 넘는 댓글이 남았고, 특히 26-35세의 청년 중 47%는 비기독교인임에도 방송을 듣고 댓글을 남겼다고 전했다. 그리고 2021년 유니세프(UNICEF)의 조사에서 이집트에 거주하는 18-24세의 젊은이 중 68.3%가 자신의 삶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고, 삶의 변화를 추구하고 싶다는 응답은 75.4%로 높게 나타났었다. 이러한 점을 기억하면서 앞으로 온라인 사역들이 젊은이들에게 진정한 삶의 의미와 가치를 심어주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귀한 열매가 맺어질 것이라 기대한다.

2) 콥트교와 개신교의 선교 사역

2023년 1월 7일, 사우디아라비아에 거주하는 3천 명의 콥트 교인들이 모여 크리스마스 예배를 드리는 일이 생기면서 사우디에도 곧 콥트 교회가 세워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 현대에 와서 콥트 교회의 선교는 1976년 의사 출신의 마르쿠스(Antonius Marcus) 주교가 케냐에 교회를 설립하면서 시작되었다. 그의 사역에 힘입어 케냐 출신 개종자는 4천 명에 이르렀고, 동아프리카 전역에 콥트 교회가 세워졌다. 케냐에는 현재 50개의 교회와 15명의 사제가 세워졌고, 1987년에는 잠비아, 1988년에 짐바브웨, 1997년에 탄자니아와 민주콩고, 그리고 2000년 이후로 나이지리아 라고스(Lagos)와 수단 하르툼(Khartum)에도 콥트 교회가 세워졌다. 또한 이집트 내에서 20세기 초반부터 확산된 콥틱주일학교(Coptic Sunday School)도 선교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다. 1918년 초대 주일학교위원장으로 임명된 기르기스(Habib Girgis) 박사에 의해 시작된 주일학교는 1938년까지 1만 명의 학생들이 다닐 정도로 성장했고, 2018년에 100주년을 맞이했다. 그리고 콥트 교회는 ‘젊은이가 없는 교회는 미래가 없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1980년에 무사(Mousa) 주교를 성임하여 청년주교구(Youth Bishopric)를 맡겼다.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며 수도원 부활을 이끌었던 알-미스킨(Matta al-Miskeen) 수도사의 사역도 콥트 교회에서 주목할 만한 사역이다.

개신교회의 선교 사역도 20세기 중반 이후로 활발해졌다. 1960년에 하비브(Samuel Habib) 목사는 이집트복음장로교단(EPCE, Synod of the Nile)의 지원하에 ‘사회 서비스를 위한 콥트 복음주의 기구’(CEOSS)를 설립했다. CEOSS는 성별이나 종교에 관계 없이 100개가 넘는 빈민가에 거주하는 200만 명을 대상으로 지역개발, 소액 대출, 출판, 문화 지원 등을 담당하고 있다. 이 기관에서 시행 중인 사랑돌봄(Loving Care) 프로그램의 자원봉사자는 5천 명이 넘을 정도다. 국제기독인연대(ICC)에서 2020년부터 시작한 ‘희망의 집’(Hope House) 사역은 이집트의 가난한 기독교인들의 자녀에게 빈곤과 박해가 이어지지 않게 하는 것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 지역사회에서 차별받는 기독교 자녀들을 모아 방과후교육, 성경 수업, 영양식 제공, 의료 지원 등을 제공하고, 기독교 여성들이 경제적 취약함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소득 창출 프로그램까지 진행하고 있다. 이집트개신교회협회(Protestant Churches of Egypt)도 오랫동안 사회봉사와 선교 사역에 힘써왔다. 현재 PCE의 회장이자 CEOSS의 대표를 겸하고 있는 자키(Andrea Zaki) 목사는 2024년 3월에 열렸던 컨퍼런스에서 투명성을 기반으로 교회들이 서로 연합하고, 소외된 사람과 중심 밖에 있는 사람을 돌보면서 통합과 연대를 추구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5년에 ‘사람 봉사를 위한 복음주의 기구’(EOSP)를 설립했고 현재 복음장로교단의 총회장을 맡고 있는 아탈라(Radi Atalla) 목사도 지난 30년 동안 이집트에서 사회경제적 변화와 도시 내 가족 구조의 변화가 컸다는 점을 인지하고 앞으로 교회의 사역들이 여성, 노약자, 실업 청년들에게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1863년에 설립된 카이로복음신학대학원(ETSC)의 젠디(Atef Gendy) 총장은 이집트 기독교의 정체성은 콥트교로 대표되지만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교파의 경계를 초월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2011년 이집트 혁명 이후로 확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13년 2월에 이집트의 기독교 5대 종파(콥트 정교회, 가톨릭, 개신교, 그리스 정교회, 성공회)의 대표들은 이집트교회협의회(ECC)를 출범시키는 데 합의했다. 개신교회협회의 회장을 지냈던 엘-바이아디(Safwat el-Baiady) 목사는 우리의 다양성은 투쟁이 아니라 풍요로움의 원천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교파와 교단을 초월한 화합과 단결을 당부했다. 2011년 이집트 혁명 당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교회협의회는 희생자와 부상자 치료를 위해 교회가 운영하는 병원들의 개방을 호소했었다. 이뿐 아니라 교회협의회는 코로나 유행 기간 동안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한 예방 교육과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돕는 데 힘을 모았고, 2024년 9월에는 팔레스타인과 레바논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을 중단하고 평화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3) 분쟁 국가에서 찾아오는 난민 사역

이집트는 중동 국가들 중에서 이주민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나라이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2022년 8월 기준으로 133개국에서 900만 명 이상의 이주민들이 이집트에 살고 있다. 그런데 이들 중 80%가 수단과 시리아, 예멘, 리비아 출신이어서 단순 이주라기보다 전쟁을 피해 찾아온 난민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4월 수단에서 군부 간 충돌이 내전으로 격화되어 피란민이 폭증하는 상황에서 이집트 정부는 31만 명의 수단 난민을 추가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팔레스타인에서의 전쟁이 1년을 넘기면서 이집트 당국은 피란민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발표했지만, 이미 10만 명 이상이 이집트로 피란을 왔다는 소식이 간접적으로 전해지고 있다.

휴스턴난민지원센타(Houston Welcomes Refugees)의 프로그램 매니저인 우(Cindy M. Wu) 목사는 난민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보지 말고 하나님의 일하심을 기대하면서 이들을 환대할 것을 당부한다. 그때 비로소 이주와 피난이라는 비극적인 사건들이 도리어 복과 기회로 연결되는 때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집트 개신교회들은 이러한 점을 기억하며 오래전부터 난민 구호와 봉사에 힘을 쏟아 왔다. 중동전쟁 기간 수에즈 운하 지역에서 이주한 사람을 받아들이고 돕는 데 적극적이었고, 1973년 제4차 중동전쟁 기간에는 교회를 군 병원으로 사용하도록 허락하기도 했다. 1992년 강진으로 1천 명 가까이 숨졌던 당시에도 교회들은 이재민들에게 많은 도움을 제공했다. 최근 아랍침례신학교(ABTS)에 입학한 이집트 출신의 사에드(Saeed)도 2016년부터 난민 사역에 전념하게 됐지만 시리아와 이라크 난민들을 위해 더욱 구체적으로 어떻게 봉사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면서 신학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한다.

도시 선교를 연구하는 라디우스글로벌도시네트워크(RGCN)의 대표인 크랜(Michael Crane) 박사는 이주민과 난민들이 직업과 교육에 있어 자원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도시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면서, 교회들이 제자도와 상담보다 전문 기술과 학습 지원이 가능한 난민 커뮤니티를 조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카이로(Cairo)에 위치한 세인트앤드류연합교회(St. Andrew’s United Church)는 1979년에 설립한 StARS(Saint Andrew’s Refugee Services) 사역을 통해 매년 3천 명 이상의 난민을 대상으로 법률 상담부터 교육 지원, 심리 지원, 아동·청소년 보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Anglican Aid와 협력해 사역하는 피난이집트(Refuge Egypt)는 난민들이 청소부로 일할 수 있도록 매달 2주간의 실무 교육을 운영하면서 이들의 사회 정착을 돕고 있다. Barnabas Aid도 2023년부터 수단에서 이집트로 피란 온 기독교인 800가구를 돕는 사역을 시작했다. 이집트복음장로교단(EPCE)는 최근 팔레스타인 난민 50가구에 임시 거처를 마련해 주었고, 이전에 가자지구에서 침례교회를 이끌었던 마헤르(Hanna Maher) 목사는 라파(Rafah)에서 30마일 정도 떨어진 아리시(Arish) 인근으로 모여드는 팔레스타인 난민을 지원하고 있다. 이집트에 정착한 난민들과 이주민들이 교회들의 따뜻한 위로와 섬김을 통해 복음을 깨닫고 하나님을 경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한국선교연구원(kRIM) 파발마 플러스 2023 Vol.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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