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정치 혼란스러울수록 나눔과 사랑 실천을”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교계 주요 기관들, 2024 성탄절 메시지

▲두 달 전인 10월 27일 200만이 함께 예배드렸던 서울광장에, 성탄트리가 서 있다. CTS기독교TV 주관으로 서울광장에 설치된 대형 성탄트리는 높이 19m로, 빨간 리본과 사랑의 선물박스로 장식됐다. ⓒCTS

▲두 달 전인 10월 27일 200만이 함께 예배드렸던 서울광장에, 성탄트리가 서 있다. CTS기독교TV 주관으로 서울광장에 설치된 대형 성탄트리는 높이 19m로, 빨간 리본과 사랑의 선물박스로 장식됐다. ⓒCTS

한국 기독교 주요 기관들은 2024년 성탄절을 맞아,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혼란스러운 시국을 맞이해 나라를 위한 기도와 함께 회개, 국민 화합과 이웃 사랑 실천 등을 염원하는 메시지를 일제히 발표했다.

한기총 “돌 들기 전에, 우리 무관심 돌아보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정서영 목사, 이하 한기총)는 “가장 높은 자리에서 가장 낮은 자리로 임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은 온유와 겸손”이라며 “힘은 더 큰 힘을 불러오고, 권력은 더 큰 권력으로 상대를 억누르려 한다”고 밝혔다.

한기총은 “지난 시간, 우리는 상대를 무너뜨리기 위해 약한 곳을 공격하고 그 약함을 덮기 위해 더 강한 힘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았다”며 “조금의 양보도, 용서도 없는 극한 대립이 있었고, 책임지는 것 없이 서로의 권한만 남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한기총 정서영 대표회장. ⓒ크투 DB

▲한기총 정서영 대표회장. ⓒ크투 DB

이어 “지금은 국민이 양도한 권한의 칼로 남을 찌를 때가 아니라 일의 경위를 살피고, 수습하며, 정국을 바르고 안정되게 해야 한다”며 “간음한 여인을 향해 성난 군중들이 율법대로 돌로 치려 할 때, 예수님은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하셨다. 우리는 돌을 들기 전에 먼저 우리의 무관심을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서로가 화해하지 못하고 양보하지 못하며 싸움을 일삼고 대립하는 것에 대해 회개하고, 누구의 탓을 하기 전에 국가와 지도자를 위한 우리의 기도가 부족했음을 시인하자”며 “다시금 대한민국이 화해와 용서의 나라, 대화와 협의의 정치가 회복되는 나라,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가 균형을 이루며 조화롭게 발전하는 나라가 될 수 있도록 간절히 기도하자”고 밝혔다.

한교총 “겸손히 기도하며 하나님의 도우심 구하자”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 김종혁 목사, 이하 한교총)은 “국내 정치에서 단순하게 현재 드러난 상황은 이미 오래 전부터 배태된 결과로 진단된다. 정치 지도자들이 이념을 자기 정치에 이용하고, 다른 정당을 적대시하고 악마화하며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구현하지 못한 결과가 지금의 국난을 가져 왔다”며 “서로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극한 대립은 결국 국민을 분열시키고, 극한 갈등을 유발해 모두를 패배자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라고 개탄했다.

▲한교총 김종혁 신임 대표회장. ⓒ크투 DB

▲한교총 김종혁 신임 대표회장. ⓒ크투 DB

한교총은 “이제 국난을 수습하는 권한을 가진 이들은 법과 절차에 따라 현재의 불안 상황을 속히 수습하기 바란다”며 “그리하여 우리가 사랑하는 조국, 자유 대한민국의 일상이 하루빨리 회복되도록 속도와 절제의 지도력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국교회를 향해서는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유익한 것은 아니다(고전 10:23)’는 성경 가르침대로 좌고우면해 흔들리지 말고, 말과 행동의 절제를 통해 덕을 세우는 데 힘써 달라”며 “모두가 정치적 문제에만 집중하기보다 생업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웃, 병실과 거리에서 외로움에 우는 이들의 손을 잡아주자”고 권면했다.

끝으로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군인과 경찰관들을 격려하고 위로하자”며 “예수님께서 자신을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신 것처럼 겸손히 기도하며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는 성탄절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세기총 전기현 대표회장. ⓒ크투 DB

▲세기총 전기현 대표회장. ⓒ크투 DB

세기총 “탄핵 정국이지만, 사랑 실천 계속해야”

세계한국인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전기현 장로, 사무총장 신광수 목사, 이하 세기총)는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의 계엄과 맞물려 우리의 손으로 선택한 국회에서 탄핵하는 사태 속에, 국민 모두 분노와 비탄에 잠겨 있다”며 “오늘의 국가적 혼돈과 혼란은 불의와 불법에 기생한 정치적 조직에서 비롯됐더라도, 사회 속에서 빛과 소금이 되지 못한 우리 모든 그리스도인의 책임 또한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세기총은 “이러한 때에 탄핵 정국에만 온통 정신이 빼앗긴 채 진정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나눔과 관심에 소홀해진다면 성탄의 더 소중한 가치를 잃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주님의 분부대로,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사랑의 실천과 나눔을 쉼 없이 계속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들에게 관심을 가질 때 비로소 교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해지고 닫혔던 마음이 열려, 이 땅에 성탄하신 그리스도를 보게 될 것”이라며 “낮은 곳에 임하신 성탄의 역사가 낡은 정치권력뿐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한 불의와 불법을 걷어내고, 정의와 평화, 자유와 질서를 세상 가운데 심어주시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했다.

세계적인 문제로는 “기아와 질병, 테러와 전쟁 속에서 고통받는 이웃들을 품고 나누는 성탄절이 돼야 한다. 선한 사마리아인의 정신으로 어려운 이웃을 품고,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며 성육신의 뜻을 깊이 깨닫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며 “갈등과 분열을 사랑으로 바꾸고, 전쟁의 땅에는 평화를, 황폐한 마음 속에는 희망을 심어 주는 날이 되길 바라고, 모든 인류에게 하나님의 사랑과 희망이 전해지길 기원한다”고 이야기했다.

▲한장총 권순웅 대표회장. ⓒ크투 DB

▲한장총 권순웅 대표회장. ⓒ크투 DB

한장총 “샬롬의 은혜로 교회 부흥과 갈등 치유를”

한국장로교총연합회(대표회장 권순웅 목사, 이하 한장총)는 “하나님의 사랑과 샬롬의 은혜가 온 땅에 충만히 임하시기를 기도한다”며 “제42회기 한장총 주제인 ‘샬롬 부흥!’처럼, 금년 성탄절은 평강의 예수님이 함께하시어 분열과 상처가 사라지고, 침체된 한국교회가 샬롬 부흥운동으로 새롭게 도약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인사했다.

이들은 성탄절의 의미를 되새기며, 지구촌 곳곳에서 고통받는 이들과 대한민국이 직면한 여러 위기 상황을 언급하면서 “전쟁, 기아, 기후위기, 그리고 국내의 대통령 탄핵 시국, 경제적 위기, 저출산 고령화와 청년 실업 등 산적한 문제들 속에서도 우리가 소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다시 오실 예수 그리스도가 계시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회개와 헌신의 삶을 촉구하며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지 못했음을 회개하고, 삶의 현장에서 모범을 보이며 샬롬의 복음을 실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개혁주의 신학에 입각한 한장총의 역할을 강조하며 “말뿐 아니라 삶으로 평화를 전하는 일에 앞장서자”고 요청했다.

이들은 “한국 장로교회와 모든 그리스도인은 2024년 성탄절 예수님의 사랑과 평화를 나누는 삶을 살기로 다짐하자”며 “세상의 갈등과 분열 속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며, 어려운 이웃과 함께 희망의 빛을 비추는 역할을 맡고 있다. 각자가 그리스도의 대리자로서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해 나가는 사명을 감당하자”고 덧붙였다.

▲NCCK 김종생 총무 ⓒ크투 DB

▲NCCK 김종생 총무 ⓒ크투 DB

NCCK “아기 예수님 앞, 하늘 영광과 땅의 평화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김종생 목사, 이하 NCCK)는 “우리는 정치적 큰 혼란과 갈등 속에 한 해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다.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께서 이 정치적 혼란의 한복판에 개입하시어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켜주시기를 간절히 소망한다”며 “국민들의 놀란 마음을 위로하시고, 아직도 국가폭력의 역사적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이들을 치유하여 주시기를 기도한다”고 전했다.

NCCK는 “이러한 정치적 격동 속에 아기 예수님의 성탄이 우리에게 다가온다. 예수님은 가장 가난하고 약한 아기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셨다. 우리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하늘의 신비”라며 “성서는 아기 예수님의 오심이 ‘하늘의 영광’과 ‘땅의 평화’를 가져온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세상은 하늘에 돌아갈 영광을 욕망의 사람들이 가로채고, 땅에는 평화 대신 갈등과 반목, 배제와 혐오가 가득하다”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하나님 보시기에 참 좋았던 피조세계는 인간의 소유욕과 편의에 따른 개발로 인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기후 재앙의 가장 큰 피해자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라며 “생존을 위한 몸부림과 울부짖음이 가득한 세상에 살고 있다. 더불어 살아가야 할 평화는 배타주의와 양극화로 인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하늘과 땅, 인간과 자연, 진보와 보수가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하지만 그 길은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고 했다.

이들은 “이러한 대림절에 가장 무기력해 보이는 아기 예수님의 이야기가 오히려 우리에게 구원의 길을 보여주고, 희망의 문을 열어준다”며 “예수님은 하나님 나라가 어린이와 같은 이들의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어린이를 사이에 두면 사람들은 긴장을 풀고 웃음을 찾으며 여유를 되찾을 수 있다. 이 깨어진 세상에서 ‘하늘의 영광’과 ‘땅의 평화’를 이루는 길은 아기 예수님 앞에 멈춰 서는 데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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