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학자 리처드 헤이스 박사 별세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신약의 윤리적 비전> 등 저술

동성애 관계 죄악성 지적했으나
조금씩 이해하는 쪽으로 바뀌어
동성애 금지 성경 본문 재해석해

▲리처드 헤이스 박사. ⓒ유튜브

▲리처드 헤이스 박사. ⓒ유튜브

저명한 신약학자이자 듀크 신학대학원(Duke Divinity School) 전 학장인 리처드 헤이스 박사(Richard B. Hays)가 지난 1월 3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 자택에서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76세.

헤이스 박사의 사모 주디 헤이스는 “그는 책에 둘러싸여 있었고, 부모님과 가족들의 사진을 보면서 눈을 감았다. 킹스 칼리지 케임브리지의 크리스마스 음악이 배경에서 부드럽게 흘러나오고 있었다”고 그의 죽음을 알렸다.

영어 교사 출신의 목회자인 리처드 헤이스 박사는 예일대학교에서 목회학 석사(M.Div.)와 영문학 학사(B.A.) 과정을 마친 후 1981년 에모리대학교에서 박사(Ph.D.) 학위를 받았다. 이후 1981년부터 1991년까지 예일대에서 신약학을 가르쳤고, 이후 듀크 신학대학원으로 옮겨 2018년 은퇴할 때까지 재직했다.

헤이스 박사는 지난 2015년 7월 처음 췌장암 진단을 받았고, 당시 의료진은 그해 크리스마스를 넘기기 힘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수술과 항암 요법으로 2022년까지 암이 완화돼 왔다. 이후 암이 재발했고, 추가 치료에도 2023년 여름 폐로 전이돼 호스피스 돌봄을 받게 됐다.

그는 오클라호마시에 안장될 예정이며, 내쉬빌 맥켄드리 연합감리교회와 듀크 신학대학원에서 장례 절차가 거행될 예정이다.

바울서신, 신약 윤리학, 성경 해석학 등 세계적 신약학자로 인정받는 리처드 헤이스 박사의 저서로는 <바울서신에 나타난 구약의 반향(Echoes of Scripture in the Letters of Paul)>, <고린도전서 주석(First Corinthians)>, <예수 그리스도의 믿음(The Faith of Jesus Christ)>, <성경 읽기는 예술이다(The Art of Reading Scripture, 공저)>, <상상력의 전환(The Conversion of the Imagination)>, <복음서에 나타난 구약의 반향(Echoes of Scripture in the Gospels)> 등이 있다.

이들 중 가장 잘 알려진 저서는 <신약의 윤리적 비전(The Moral Vision of the New Testament, 1996)>으로, 이 책에서 그는 동성애 관계에 대해 “하나님의 사랑의 목적에서 소외된 깨어진 사람들임을 보여주는 많은 비극적 신호 중 하나”라며 이를 죄악으로 보는 대표적 학자였다.

그러나 헤이스는 이후 동성애자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바꿔 논란이 되기도 했다. 아들인 구약학자 크리스토퍼 헤이스(Christopher Hays)와 공동 집필한 새 책 ‘The Widening of God’s Mercy: Sexuality Within the Biblical Story’에서 자신의 과거 주장이 성소수자들에게 해를 끼쳤고, 기독교인을 분열시키는 데 사용된 것을 회개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은 아직 국내에 발간되지 않았다.

릴리전뉴스에 따르면, 헤이스는 <신약의 윤리적 비전> 발간 이후 동성애 관계를 금지한 성경 본문에 대한 자신의 해석을 재고해 왔다고 밝혔다. 신학교와 지역 교회에서 만난 동성애자 학생들이 충실하게 예배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보수 기독교인들이 성소수자 기독교인들에 대해 가진 ‘독선적 적대감(smug hostility)’에 대해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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