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 43] 여럿이 말고, 한 명씩 만납시다!
여럿이 밥 한 끼 사주기보다
소수 여러 번 만남이 효율적
한 명씩, 다같이 밸런스 맞춰
아이들과의 관계 이어나가길
아이들과 깊은 교제를 나누고 싶다면, 아이들을 여럿이서 만나지 말고 한 명씩 만나야 한다. 보통 교사들은 아이들을 여럿이서 만난다. 하지만 여럿이서 만나면, 아이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할 수 없다.
원래 필자는 아이들을 만날 때 여럿이 만나 함께 놀아 주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여럿이 만나면 아이들은 서로 즐겁게 놀지만, 마음은 드러내지 않았다. 오히려 대화조차 할 수 없었다. 여럿이 모이면 필자와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이야기했다.
한번은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들을 만난 적이 있었다. 계속 만나자고 했지만 다들 바빠서 못 만나고 있다가, 여름방학 때 만나게 되었다. 총 네 명의 여학생을 만났는데, 필자의 계획은 아이들을 데리고 음식점에 가서 맛있는 밥을 사주고 카페로 가서 이야기하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것은 필자의 크나큰 착각이었다.
아이들은 만나자마자 자기들끼리 쉴 새 없이 대화했다. 중학교 때는 교회에서 매주 만나 예배드리고 늦게까지 놀았는데, 고등학교 때는 공부 때문에 다들 바쁘니까 오랜만에 만나니 더욱 반가워하며 즐겁게 대화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대화에 필자가 전혀 낄 자리가 없었다는 점이다. 필자는 타이밍을 봐 가면서 아이들의 대화에 끼어들고 싶었지만, 틈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밥을 다 먹으면 카페에 갈 거니까, 카페에서는 필자가 주도해서 대화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아이들이 밥을 다 먹고 난 후 이렇게 말했다.
학생1: 얘들아, 오늘 우리 이렇게 다 만난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같이 더 놀지 않을래?
학생2: 좋아. 놀자. 우리 시내 가서 놀자. 어때?
학생3: 오~ 나도 찬성. 시내 가서 옷도 구경하고 카페도 가자.
학생4: 와~ 신난다.
나: 난 어떻게 해야 하지?
아이들은 밥을 다 먹은 후, 오랜만에 만났으니 시내에 가서 함께 놀자고 말했다. 그때 필자가 할 수 있는 것은 아이들을 태우고 시내에 데려다 주고 혼자 돌아오는 것이었다. 필자는 아이들을 만나서 평소 학교생활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고민은 없는지, 기도제목은 없는지 알기를 원했는데, 이를 단 한 명에게도 듣지 못했다.
그 이후 필자는 아이들과 여럿이 만나서 밥을 먹고 교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따로 만나서 대화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필자는 그 뒤부터 아이들을 만날 때 웬만하면 따로 만났다. 한 명을 만날 때도 있었고 두 명을 만날 때도 있었다. 그렇게 하니 아이들과 깊은 대화를 할 수 있었고, 관계도 더욱 돈독해졌다. 즉 소통이 더 깊어지게 되었던 것이다.
우리는 전략적으로 아이들을 만나야 한다. 많이 만나서 밥 한 끼 사주는 것보다, 소수의 아이들을 여러 번 만나는 게 효율적이다. 그래서 밸런스를 맞춰서 한 명씩 만나기도 하고 다같이 만나기도 하면서 아이들과의 관계를 이어나가자.
김맥 목사
초량교회 교구담당 및 고등부 담당 주일학교 디렉터
청소년 매일성경 집필자
저서 <얘들아! 하나님 감성이 뭔지 아니?>
<하나님! 저도 쓰임 받을 수 있나요?>
<교사는 공감이 필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