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청목회 컨퍼런스, 윌리엄 퍼킨스 연구
‘청교도주의의 아버지’ 퍼킨스
<윌리엄 퍼킨스 전집> 기념해
대표적 개혁주의 학자들 집필
‘청교도주의의 아버지’ 윌리엄 퍼킨스(William Perkins, 1558-1602)의 신학과 신앙을 소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청교도목사회는 지난 13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고양 덕양구 삼송제일교회(담임 정대운 목사)에서 ‘제3회 청목회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도서출판 새언약의 <윌리엄 퍼킨스 전집 Volume 1> 발간을 기념해 진행됐으며, 이날 발표자들의 논문을 모은 <청교도주의의 아버지 윌리엄 퍼킨스>도 발간됐다.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국내 각 개혁주의 교단을 대표하는 신학자들이 강의했다.
윌리엄 퍼킨스는 17세기 청교도 운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초창기 지도자로, 대륙의 칼빈주의 신학사상을 영국 교회에 조직적이면서도 간명하게 정착시킨 목사이자 신학자였다.
종교개혁 초기인 1581년 학사 학위를, 1584년 케임브리지대학 크라이스트 칼리지에서 문학석사 학위를 받고 대학 특별연구원으로 강사직에 임명됐다. 이후 44세로 죽을 때까지 케임브리지 성 앤드류 교회에서 설교자로 봉사했으며, 목요일 오후에는 코르푸스 크리스티 칼리지에서 교리문답을 가르쳤고 주일 오후에는 영적 상담가로 활동했다.
퍼킨스는 이를 통해 리처드 십스, 존 코튼, 존 프레스턴, 윌리엄 에임스 등 젊은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다음 세대인 토마스 굿윈은 “케임브리지에 입학했을 때 퍼킨스의 제자들이 여전히 그의 가르침을 전수하고 있었다”고 기록했다. 그의 방대한 저술들은 여러 언어들로 번역돼, 영국과 미국의 개혁주의 신학, 네덜란드 제2차 종교개혁, 유럽 경건주의에 큰 영향을 미쳤다.
서창원 박사: 생애와 목회신학
이날 컨퍼런스에서 ‘윌리엄 퍼킨스의 생애와 목회신학’을 첫 번째로 발표한 서창원 박사(총신대)는 “퍼킨스는 지적 탐구력과 영적 통찰력을 구비한 영혼의 의사요 신학자요 설교자였다”며 “성경 연구에 필요한 원어 공부뿐 아니라 신학 이해를 돈독하게 하는 기본 바탕을 철저하게 닦은 그는, 신자들의 영적 상태를 예리하게 분석하고 이를 적절하게 적용한 실천적·경험적 설교자요 목자였다”고 평가했다.
서창원 박사는 “사회 구성원으로 하나님 뜻을 펼쳐야 할 책임과 의무 수행이 요구되는 현장의 필요를 외면하거나 허공에 맴도는 설교가 아니라, 매우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영원히 복된 삶을 지상에서 누리도록 도왔다”며 “그는 강퍅한 심령을 부드럽게 하고, 교만한 자를 겸손하게 만들며, 잠자는 영혼을 깨우고, 갈등과 고민에 휩싸인 자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것이 오직 하나님 말씀뿐임을 굳게 믿고 그 말씀을 풍성히 드러냈다”고 말했다.
서 박사는 “퍼킨스는 개인이 영적이든 세속적이든 삶에서 특정한 소명이나 직업을 갖고 있다는 ‘소명론’을 주장했고, 일반 윤리 원칙을 특정 사례에 적용해 도덕적 문제를 해결하는 변증법 분야의 업적이 탁월했다”며 “그의 글에는 도덕적 딜레마에 대한 자세한 분석과 그리스도인의 삶에 필요한 실질적 지침이 들어 있다. 그는 하나님의 도덕법, 특히 십계명을 따라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면서도, 그리스도인의 자유를 인정했다. 그리고 도덕적 행동의 지침으로서 양심에 상당한 강조점을 뒀다”고 전했다.
이상웅 박사: 황금 사슬과 신학 개요
이어 ‘<황금 사슬(Armilla Aurea)>에 제시된 윌리엄 퍼킨스의 신학 개요’를 발표한 이상웅 박사(총신대)는 “그의 주저 <황금 사슬: 신학의 개요>는 예정론에 집중하고 있지만, 이 책은 사변적이지 않고 성경 텍스트에 충실하며 실천적 목표로 쓰였다”며 “비록 테오도르 베자(Theodore Beza, 1519-1605)를 따라 ‘타락 전 선택설’ 입장을 확실히 표방했지만, 모든 논점에 성경 근거를 제시하고 회중들의 심령을 위로해 믿음을 바른 교리적 기초 위에 세우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상웅 박사는 “이 책은 단순히 예정론으로만 봐선 안 된다. 성경과 신지식론으로 시작해 창조론, 타락, 기독론, 구원사정론, 택자와 유기자의 종말론적 최후 상태 등이 적재적소에서 다뤄지고 있다”며 “그러므로 주요 교리들을 포함시킨 ‘청교도 신학 개요’로 평가하는 것이 합당하다. 이 책을 세밀하게 연구하면 퍼킨스의 개혁신학 사상의 정수(culmen)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박사는 “그럼에도 퍼킨스의 해설 중에는 후대 개혁신학자들에 의해 엄밀하게 논구되고 논파된 문제점들이 다소 포함돼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며 “퍼킨스는 영아의 중생전제설과 물세례 중생론 등을 표방하고, 교리의 논점들을 제시하면서 인용한 성경 구절들이 합치하지 않는 경우도 여러 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본서의 세밀한 비판적 논의를 통해 더 많은 토론 거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성호 박사: 예정론과 허용
‘윌리엄 퍼킨스의 예정론에 나타난 하나님의 의지로서의 허용’을 발표한 이성호 박사(고신대)는 “퍼킨스는 개혁파적 입장에서 ‘(하나님의) 죄의 허용’을 변증하면서, 이전 세대 종교개혁가들보다 훨씬 더 자유롭고 광범위하게, 때로는 아주 비판적으로 스콜라주의와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을 사용했다”며 “이는 퍼킨스와 칼빈(John Calvin, 1509-1564)을 구분하는 중요한 차이점이지만, 이러한 변증은 ‘오직 성경’의 틀 안에서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성호 박사는 “퍼킨스는 칼빈보다 훨씬 더 세밀하게 ‘허용’이 하나님의 의지의 한 형태임을 강하게 변증하면서, 통속적 이해와 달리 엄격한 인과율적 패턴에서 떠났고 칼빈의 엄정한 정의로부터도 거리를 두게 됐다”며 “그럼에도 주목할 것은, 그의 변증이 성경 주석에 깊이 뿌리내렸다는 점이다. 그는 결코 성경을 떠나 사변적 신학을 추구하지 않았다. 이 점에서도 그는 이전 세대 종교개혁가들의 주석적 전통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박사는 “칼빈이 거부한 ‘허용’을 퍼킨스가 받아들였다는 사실에 근거해, 칼빈의 후예가 그의 신학을 왜곡했다고 신학적으로 단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며 “겉으로 드러난 사실과 달리, 퍼킨스의 ‘죄의 허용’은 칼빈의 섭리 교리를 전혀 왜곡시키지 않았다”고 변증했다.
우병훈 박사: 결혼과 가정
‘결혼과 가정에 대한 윌리엄 퍼킨스의 가르침’을 발표한 우병훈 박사(고신대)는 “청교도들은 결혼과 가정에 깊은 관심을 가져, 이들이 출간한 책들 가운데 근래에 재출간된 책들만 해도 67권 이상”이라며 “퍼킨스의 <기독교적 가정 경영: 성경에 따라 가정을 세우고 질서를 유지하는 올바른 방법에 대한 간략한 탐구>는 결혼과 가정에 대해 다룬 청교도 작품들 중 백미이자 현대까지도 지속적으로 사랑받는 고전”이라고 소개했다.
우병훈 박사는 “퍼킨스는 신자의 가정을 무엇보다 성경적 토대 위에 두기를 원하고, 결혼과 부부의 관계에 주안점을 뒀다. 그럼에도 결혼은 ‘아디아포라’에 속한 일로 보고, 특별한 사명과 독신의 은사가 있다면 그렇게 살아도 괜찮다고 말한다”며 “무엇보다 금욕·절제, 무료함 등으로 상징되는 청교도에 대한 기존 통념을 바꾸게 한다. 그는 성적 금욕과 억압을 장려하지 않았고, 건전한 부부의 침실 생활과 성(性)의 기쁨에 대해 열린 태도를 가졌다”고 밝혔다.
우 박사는 “그는 가부장적 문화 가운데서, 성경을 통해 가부장제의 폐해를 최대한 줄이고 있다. 남편과 아내의 관계를 친구로 묘사하고, 남편의 의무를 아내의 의무보다 훨씬 길게 서술해 책임성을 부각시켰다”며 “퍼킨스는 가정의 신앙과 경건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그가 말하는 좋은 가정은 하나님께 예배드리고 각자 소임을 다하는 경건한 가정으로, 그의 책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용하고 귀감이 되는 교훈으로 가득하다”고 추천했다.
김효남 박사: 언약 사상과 회심
‘윌리엄 퍼킨스의 언약 사상과 회심 교리’를 발표한 김효남 박사(총신대)는 “퍼킨스는 ‘회심 준비론’으로 격렬한 비판을 받았지만, 이는 그를 오해한 부분”이라며 “그가 말하는 첫 번째 은혜, 곧 중생하게 하는 은헤 가운데 처음 네 단계는 본격적 중생 과정이 아니라 그것을 준비하는 과정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김효남 박사는 “주목할 사실은 본격적 중생에 해당하는 5-10단계는 물론, 1-4번째 준비 단계들도 하나님의 은혜(억제하는 은혜)의 결과”라며 “비록 이 은혜가 택자에게만 적용되는 특별한 은혜, 곧 새롭게 하는 은혜는 아니지만, 이 모든 준비 과정을 진행하는 주체도 인간이 아니라 하나님으로 설명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김 박사는 “사실 이 모든 ‘준비 과정’의 최종 목적은 ‘죄인을 겸비하게 하는 것’으로, 결국 퍼킨스는 회심의 전 과정을 하나님의 역사로 보고 있다”며 “그의 언약론과 회심론은 구원에 있어 하나님의 절대 주권과 은혜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인간이 수동적 존재로 방치되지 않도록 하는 성경적 진리를 잘 드러내고 있다”고 정리했다.
박태현 교수: 설교의 기술
끝으로 ‘청교도 설교학, 윌리엄 퍼킨스의 <설교의 기술>’을 발표한 논문집 편집자 박태현 박사(총신대)는 “한국교회 위기는 설교 강단의 위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교회의 정체성을 상실한 결과가 도덕적 실패로 이어진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설교에서 ‘본문 이탈’ 현상인 본문을 전혀 다루지 않거나(disuse), 오용하거나(misuse), 남용(abuse)하는, 설교자의 영성 실패뿐 아니라 설교신학 부재와 직접 맞닿아 있다”고 진단했다.
박태현 박사는 “퍼킨스의 <설교의 기술>은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교회 설교 강단의 회복을 위한 중요한 치유책으로 본문의 ‘해설-교리-적용’ 3중 구조와 성령 안에서 능력 있게 전달되는 평이한 스타일의 설교, 그리고 ‘경험적 설교’를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경험적 설교’에 대해 “본문 가르침과 상관없이 설교자 혹은 청중의 특정 경험에 대해 설교하는 것과 다르다”며 “신구약 성경 66권에 나타난 그리스도를 성경의 저자이자 최고의 해석자이신 성령 하나님을 통해 해석하고, 본문에서 자연스럽게 도출된 유익한 교리들을 설교자 스스로 순종하고 실천해 성령 안에서 ‘경험적 지식’을 얻은 후에야 비로소 평이한 말로 청중들의 양심과 삶에 적용해 삶의 변화를 추구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박 박사는 “따라서 퍼킨스의 경험적 설교는 언제나 진리에 기초한 ‘교리적’ 설교이고, 청중들의 양심과 삶에 적용해 그들의 변화를 꾀하는 ‘적용적·실천적’ 설교이며, 설교자의 성경 해석부터 설교 전달까지 성령의 은혜로운 사역 안에서 이뤄지는 ‘성령론적’ 설교”라며 “요컨대 경험적 설교란, 설교자가 먼저 성령의 은혜로운 역사로 말미암아 하나님 말씀의 진리를 직접 맛보아 분별하는 ‘경험적 지식’에 근거해 청중들에게 그 진리를 맛보고 경험하게 하는 것(시 34:8)”이라고 결론내렸다.
이날 컨퍼런스에 앞서 개회예배에서는 서문강 목사(중심교회 원로)가 ‘바른 교훈(디모데후서 4:1-5)’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했으며, 각 강좌 후에는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컨퍼런스가 열린 삼송제일교회에서는 협찬 출판사들이 도서를 전시했으며, 이날 발표한 논문집 저자들의 공동 사인회와 도서 추첨 이벤트 등도 진행됐다. 컨퍼런스는 정대운 목사의 광고와 기도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