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한복판 김정은 앞 ‘예루살렘 그 거룩한 성’ 성가 멜로디, 우연인가?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북한 ‘2025 신년경축대공연’에서 무슨 일이

‘우리의 국기’ 연주 중 간주 부분
세계적 성가곡 ‘거룩한 성’ 유사
조옮김해 보면 박자와 음정 일치
표절보단 개사 후 ‘복붙’한 정도
예루살렘 재건 노래한 유명 성가
평양, 동방의 예루살렘 불리던 곳

김정은 등 최고 지도부가 총출동한 북한(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2025 신년경축대공연’에서 대표적 성가인 ‘거룩한 성’ 멜로디가 연주된 것과 관련, 해당 주장을 펼친 강동완 교수(동아대)가 본지에 구체적 내용과 배경, 의미를 설명했다.

강동완 교수는 최근 파주 오산리최자실기념금식기도원에서 열린 제33차 복음통일 컨퍼런스(북한구원 금식성회) 둘째 날 저녁 집회에서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해당 ‘사건’은 2025년 1월 1일 능라도 5월1일경기장에서 김정은과 딸 김주애가 참석한 가운데 개최된 ‘2025 신년경축대공연’에서 발생했다.

지난 2024년 신년경축대공연에서는 김정은 아내 리설주가 참석했으나, 2025년 공연에는 불참했다.

강 교수에 따르면 출연진은 공훈국가합창단, 왕재산예술단 등으로 구성됐으며, 가수로는 최근 북한 음악공연을 대표하는 김옥주·차윤미·현예원 등이 주로 무대를 꾸몄다고 한다.

2024년 공연에서는 정찰위성 발사를 강조하며 축제와 같은 대공연을 연출했다면, 2025년 공연에서는 2024년 주요 성과로 지방공장 준공, 수해지역 준공, 신포바다가양식장 준공 등 주로 인민생활 향상에 초점을 뒀다. 실제로 무대 배경에는 ‘위대한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 만세’라는 구호가 등장하는데, 이는 2024년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애민과 관련이 있다.

강동완 교수는 “주목할 점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거룩한 성’이라는 제목의 성가(찬송가)를 표절한 부분”이라며 “1부 ‘우리의 국기’라는 곡 연주에서, 간주 부분 멜로디가 ‘거룩한 성’의 박자와 음정 모두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필자가 음악전문가에게 의뢰한 결과, 화성의 경우 ‘우리의 국기’는 C메이저이고 ‘거룩한 성’은 E메이저인데, ‘우리의 국기’를 E메이저로 조옮김하면 음정과 박자가 일치하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기자가 직접 강동완 교수의 유튜브 ‘통생통사 강동완TV’에서 비교·분석한 멜로디를 들었을 때도 해당 부분은 똑같았다. 표절 부분은 ‘예루살렘 예루살렘 그 거룩한 성아 호산나 노래하자 호산나 호산나’라는 가사 부분으로, 해당 찬양의 중심부에 속한다.

강동완 교수는 “주목할 점은 이것이 의도인가, 우연인가의 여부”라며 “이전에 북한이 한국 걸그룹 ‘핑거팁’의 곡을 표절한 사례가 있다. 이는 북한 내에서 한국 노래가 확산되면서 익숙한 멜로디를 주체적 변용이라는 전략적 차원에서 활용한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며 “그런데 이번 경우는 성가(찬송가)를 표절한 정도가 아니라, 거의 가사만 바꿨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라고 밝혔다.

강 교수는 “이 곡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성가 곡으로 ‘예루살렘 성’의 재건을 노래하고 있다”며 “그런데 이 노래가 불린 평양 지역은 지난 1907년 평양대부흥운동이 진행된 곳이고, 이후 평양은 ‘동방의 예루살렘’으로 불린 곳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고 해석했다.

▲북한 2025 신년경축대공연에서 해당 멜로디가 나오는 장면. ⓒ유튜브

▲북한 2025 신년경축대공연에서 해당 멜로디가 나오는 장면. ⓒ유튜브

음악, 北에선 선전선동 주요 수단
‘우리의 국기’, 애국주의 강조 곡
‘집체’ 작업, 보고·승인 거쳐 가능
우상화 선전, ‘호산나’ 대입 해석
성경적 관점에서 만사 우연 없어
분단 질곡 끊는 2025년 만들어야

그는 “북한은 ‘음악 정치’라 부를 만큼 음악이 선전선동의 중요한 수단이다. 이는 분명 의도된 것으로, ‘우리의 국기’라는 곡은 김정은 시대를 대표하는 애국주의를 강조하는 곡”이라며 “이런 곡의 편곡은 편곡자 한 사람이 아닌, 북한에서 ‘집체’라고 표현하는 여러 명이 참여하는 작업이고, 보고 단계를 거쳐 승인이 이뤄져야 가능한 일”이라고 풀이했다.

이에 대해 “그런 점에서 보면, 김정은을 신적 권위로 우상화하기 위한 선전용으로 볼 수 있다”며 “‘우리를 구원하소서’라는 의미의 ‘호산나’를 김정은에게 대입한 것으로도 해석할 여지가 있다. 이 노래를 연주할 때, 카메라는 김정은과 김주애가 웃고 있는 장면을 클로즈업했다”고 분석했다.

또 “북한 당국은 김정은을 우상화하기 위해 가장 권위 있는 성가를 인용했지만, 성경적 관점에서 우리의 모든 일들에 우연이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2025년 1월 1일 평양 하늘에 예루살렘의 회복을 의미하는 노래가 울려퍼진 건 분명 의미가 있다”며 “분단 80년이 되는 올해가 북한은 당창간 80주년을 기념하는 해다. 분단의 질곡을 끊어야 할 의미 있는 해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해당 내용을 설명한 강동완TV 영상은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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