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과 가정의 경건 없이, 국가적 경건도 없다”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제16차 마스터스 오픈강좌 ‘언약도의 유산’

▲마스터스 오픈강좌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마스터스 오픈강좌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제16차 마스터스 오픈강좌가 1월 25일 오전 서울 은평구 오아시스 영어학원 강당에서 ‘언약도의 유산’이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이날 강좌에서는 서창원 박사(전 총신대 교수)가 ‘언약도와 그들의 생활 윤리’라는 주제로 강의했다. 그는 이날 강좌에서 스코틀랜드의 청교도, 일명 ‘언약도(the Covenanters)’를 소개했다.

스코틀랜드 장로교, 잉글랜드 ‘통일령’ 반발
언약도들, 왕당파와 의회파 대립 등 휘말려
1,800여 언약도 순교 또는 신대륙에 노예로

서창원 교수는 먼저 언약도의 역사적 배경을 간략히 소개했다. 반 세기 가까운 1638-1688년을 ‘언약도 운동’ 시대라 일컫는데, 이는 1558년 엘리자베스 1세 때부터 1661년 찰스 2세의 통일령까지 잉글랜드 종교개혁을 이끈 ‘청교도 운동’과 다소 구분해야 한다.

17세기 초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를 동시에 통치한 스코틀랜드 제임스 1세의 아들 찰스 1세가 왕위에 오르면서 1625년 ‘종교통일 정책’으로 양국 모든 교회들에게 통일된 영국성공회(국교회) 예배 형식을 강요하자, 장로회주의를 국교로 시작한 스코틀랜드교회는 강력하게 저항하기 시작했다.

이에 스코틀랜드교회는 1638년 2월 에든버러 그레이프라이어 교회당에 모여 국가 언약(the National Covenant)을 체결하고 범국민적 저항운동을 시작했다. 이에 왕권과 교권이 충돌했고, 왕당파와 의회파의 대립에 스코틀랜드 언약도들이 개입한 가운데 찰스 1세가 올리버 크롬웰에 의해 처형당하고 공화정치가 시작됐다.

▲서창원 교수가 강의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서창원 교수가 강의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그러나 스코틀랜드 왕을 처형한 잉글랜드를 공격해야 한다는 민족주의 열기로 크롬웰과의 전쟁에 찬성한 자들과 반대한 자들이 분열했고, 찬성한 언악도들 위주로 크롬웰과 맞붙었으나 대패했다. 스코틀랜드는 장로회주의를 유지했지만, 왕정 복구 운동으로 1661년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를 다시 다스리게 된 찰스 2세는 부친보다 더 강력한 교회 통일 정책을 실시한다.

잉글랜드에서는 2,004명의 청교도 목회자들이 추방됐고, 장로교인을 모두 처단하는 법령으로 1,800여 명의 언약도들이 순교하거나 신대륙에 노예로 팔려갔다. 피의 숙청은 1688년 윌리엄 오렌지 공 즉위와 명예혁명으로 멈췄고, 장로회주의는 재정립됐다.

국가 혼란 와중에 입헌정치 자유 나무 심어
언약도, 18세기 영국 복음주의 부흥운동 씨
경건한 삶, 물질 소유 아닌 삶에 대한 자족
핍박에도 하나님 사랑, 원수까지 사랑 기도

서창원 교수는 “스코틀랜드 17세기 언약도들이 남긴 유산은 국가적 영광 가운데 하나로, 영국의 시민과 종교의 자유 획득에도 크게 기여했다”며 “그들은 최고위 계층들부터 최하위 계층들까지 스코틀랜드 전체 국민의 핵심이자 힘이었고, 영적 독립과 국민적 자유를 표상했다. 이들은 철저히 성경 가르침을 토대로 불의한 자들과 맞서 주님의 교회를 지켜냈다”고 소개했다.

서 교수는 “국가적 혼란의 와중에서 언약도들은 목숨을 걸고 입헌정치라는 자유의 나무를 심고 물을 주었다. 그들은 순수한 종교적·시민적 자유를 추구한 선구자들”이라며 “그들은 스코틀랜드 귀족들과 민중들을 일깨워, 모든 권력과 특권을 자신들만 독점하려 위협하는 군주제와 고위 성직제도의 정치적·교회적 독재에 맞서 싸웠다. 그들은 진정 죽어가는 시대를 위한 살아있는 진리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언약도들의 영적·윤리적 가르침은 스코틀랜드 국민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며 “그들은 강력하고 거룩한 종교적 교훈과 실천들을 주장했는데, 이는 칼빈주의 신학에 기초한 요소들로 언약신학, 하나님의 절대주권, 그리스도의 왕권, 장로교 교회정치, 예정과 선택 교리 등”이라고 설명했다.

▲박미경 집사가 특송으로 시편찬송을 부르고 있다. ⓒ이대웅 기자

▲박미경 집사가 특송으로 시편찬송을 부르고 있다. ⓒ이대웅 기자

특히 기독교인들의 삶 변화를 위해 언약도의 생활 윤리에 주목했다. 이에 대해 “언약도들은 개인과 가정의 경건 없이 국가적 경건도 없음을 강조했다. 종교 안에 있는 모든 부패는 개인들 각각에게서 시작돼 가정으로 번지고 교회와 국가로 퍼져 나간다고 여긴 것”이라며 “이러한 운동은 18세기 영국 복음주의 부흥운동의 싹을 터트린 씨앗들 가운데 하나였다”고 주장했다.

서창원 교수는 “종교개혁 이전의 경건이란 오로지 수도원에서 수행하며 사는 것만을 의미했다. 종교개혁의 가장 위대한 성취 중 하나는 바로 일산 신자들의 세속적 삶 자체도 오히려 경건한 삶의 일부로 소중하게 여길 수 있게 된 점”이라며 “신자의 삶에 있어 ‘올바른 행동’의 중요성은 그리스도인의 소명 혹은 부르심 교리로 더욱 강화된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참된 신앙은 언제나 거룩함으로 나타나는데, 그것은 신자가 계획하고 땀 흘리는 삶의 모든 방식에서 드러나고, 얻은 은총을 통해 나타난다”며 “경건이란 우리가 의롭다 함을 바게 하기 위한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의 실천이자 거룩함의 탐구이고, 죄에 대해 죽는 것이다. 경건한 삶이란 경건한 방식으로 의무들을 습관적으로 실천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언약도들에게 있어 경건한 삶은 물질적 소유가 아니라 삶에 대한 만족으로 이뤄진다. 참된 경건이란 언제나 충만하고 온전히 만족하는 자충족(self-sufficiency) 없이는 결코 실천되지 않는다”며 “참된 부란 많이 가지는 것이 아니라 ‘더 바라지 않는 데’ 있었다. 부자 되기보다 ‘선함’에 부요한 자 되길 원했던 것”이라고 전했다.

서 교수는 “언약도들은 수도원적 생활은 명백히 정죄했지만, 일상생활에서 강력한 금욕적 성향을 반영했다. 먹고 마시고 입는 일들조차 하나님의 계명에 따라 합당하게 고려해 하나님의 영광에 이바지하고자 했다”며 “옷과 쾌락, 허영심 등 무엇이든 과한 탐심을 경계했고, 시간을 정확히 사용하는 것을 ‘성실성’의 한 단면으로 중요시했다”고 밝혔다.

▲최더함 목사가 인사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최더함 목사가 인사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서창원 교수는 “언약도들은 경건의 삶 가운데 ‘하나님’을 모든 행동의 처음과 끝으로 삼고,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핍박을 받으면서도 원수까지 용서하고자 했다”며 “그러나 후기 언약도들은 핍박자들이 명백한 그리스도의 원수이고 증오와 적대 행위가 계속되는 경우, 그들을 혐오하고 대적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를 그리스도께 대한 충성의 증거라고 여긴 것”이라고 했다.

결론에서 그는 “언약도들은 철저한 경건생활부터 출발해 거룩과 화평, 용서와 사랑의 메시지를 끊임없이 흘려보냈다. 가혹한 핍박의 살인 시대에서조차 그들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원수들까지 사랑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했다”며 “언약도들의 신앙생활은 청교도들의 삶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언약도들이나 청교도들이 보여준 사회정의는 철저하게 하나님의 기록된 말씀을 믿고 그 진리대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서 교수는 “장로회주의를 따르고 있는 대다수 한국교회의 문제점은 언약도들이 확신했던 ‘심리적 인준’에 대한 분명한 확신이 없고, 그것이 있더라도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발판이 아니라 세상 것들을 더 소유하고 누리려는 헛된 욕망의 도구로 전락시킨 것”이라며 “우리는 성경의 교훈들을 명확하게 전파하고, 사람의 말보다 하나님의 진리를 더 귀하게 여겨야 한다. 그 진리의 구현을 위한 참된 힘은 경건의 능력”이라고 덧붙였다.

앞선 예배에서는 마스터스개혁파총회 책임교수 최더함 목사가 총회와 오픈강좌를 간략히 소개했다. 그는 “많은 기관들이 개혁주의를 위해 각자 목소리를 내고 있기에, 저희는 ‘스스로 항상 개혁, 작고 조용한 섬김’을 지향하고 있다”며 “개혁주의를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알리기 위해 이렇게 강당을 마련하고 세미나도 열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더함 목사는 “성경 시대를 시작으로, 세미나가 어느덧 16차례가 진행되며 청교도를 넘어 언약도에까지 이르렀다”며 “청교도와 언약도들은 갖은 고초를 당하면서 위대한 산물인 장로교를 탄생시킨 주인공”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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