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론티어스선교회 이현수 대표 인터뷰
![▲프론티어스선교회 한국지부 이현수 대표는 “선교사들과 신학생들, 목회자들과 교회에서 선교적 마인드를 지향하는 분들이 이 책을 읽으시면 좋겠다”고 권했다. ⓒ이대웅 기자](https://images.christiantoday.co.kr/data/images/full/373163/image.jpg)
“하나님께서는 지난 1,400년 동안 당신의 사람들을 무슬림 세계로 보내셨고, 20세기 말에 이르러 이러한 부르심은 더욱 활발해졌다. 21세기 초 더 많은 무슬림이 하나님 나라로 초대되는 것을 보며 우리는 기쁨을 누렸다. 이러한 주님의 섭리를 이해하고자 주님의 사역자들은 1978년, 2007년, 그리고 2017년 모임을 가졌으며, 세 번째 치앙마이 모임을 통해 이 책 <열매에서 추수로>가 탄생했다.
이 모임에는 많은 무슬림 배경 신자들이 참석해 자신의 신앙을 나눴다. 지난 20여 년간 이슬람 세계는 급격한 변화를 겪어왔으며, 이 책은 그 속에서 복음이 어떻게 그들을 만났는지, 만나고 있는지, 앞으로 만날지 진지하게 성찰한다. 복음 사역은 본질적으로 주님의 일이지만, 주님은 부족한 우리를 통해 그 일을 이루어가신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어떻게 사용해 열매를 맺고 추수를 이루실지에 대한 ‘거룩한 궁금함’을 품고 있다면, 이 책을 읽기 바란다.”
<열매에서 추수로>는 무슬림 공동체에서 이뤄지는 그리스도인 사역을 안내하는 책이다. 전편인 <씨앗에서 열매로>가 무슬림을 대상으로 한 복음 전파의 포괄적 접근법과 체계적 지침을 제시했다면, 이 책은 순종 중심의 무슬림 회심자(MBB) 제자 양육에 초점을 두고 사역자들의 현장 경험과 타문화 상황에서의 교훈을 배우게 한다.
2017년 태국에서 열린 ‘거하라, 열매 맺으라’ 무슬림 선교 컨설테이션의 결과물인 이 책은 전 세계 40개 이상의 선교단체 무슬림 선교사들의 경험을 담아 오늘날 이슬람 선교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MBB 50명 이상의 간증과 사례를 담고, 단순히 무슬림들을 개종 대상으로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그들을 동등한 인격체로 대하며 하나님 나라의 동역자로 삼는 ‘삶의 복음화’를 제안하고 있다.
본지는 무슬림 사역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최적의 안내서인 <열매에서 추수로> 출간을 즈음해 책 번역과 출간에 일익을 담당한 프론티어스선교회 한국 지부 대표 이현수 선교사를 만나, 책의 특징과 이슬람 선교 현황에 대해 청취했다. 이현수 선교사는 체첸 선교사 등을 거쳐 한국 지부 창립부터 20여 년간 대표를 맡고 있다.
2017년 ‘거하라, 열매 맺으라’
글로벌 컨설테이션 내용 담아
MBB, 현지 기독교 공동체와
무슬림 공동체 다 못 들어가
무슬림들 회심, 더 많아질 것
이주 무슬림 증가가 주 요인
-부제가 ‘무슬림 가운데 드러난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21세기 들어 이슬람 선교의 조그마한 조각구름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무슬림 가운데 그리스도를 따르는 회심자들이 눈에 띨 만큼 나오기 시작했죠. 그 사례들을 모아 <무슬림, 기적이 되다(예수전도단)>, <이슬람 세계에 부는 바람(앗쌀람)> 등이 출간됐습니다.
이전에는 홍성사에서 <터널 끝에도 빛이 있다>가 나왔죠. 과거 아랍권이나 구소련 붕괴 전 홀로 예수를 믿고 집에서 쫓겨나 유럽이나 북미로 이주한 회심자들의 간증이죠. 최근에는 나빌 쿠레쉬의 회심 간증이 <알라를 찾다가 예수를 만나다>라는 제목으로 나왔고요.
이슬람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서구와 제3세계 이슬람권 선교사들이 모여 회의를 열고 네트워크가 만들어졌어요. 1990년 이후 구소련 공산주의 치하에 있던 중앙아시아 무슬림들도 복음을 많이 받아들였고, 여기에는 한국 선교사들도 많이 들어가 있었죠.
이렇듯 풍성한 사역들 가운데 2007년 56개의 선교단체와 37개 국가에서 온 280명의 사역자들이 태국 파타야로 모였죠. 그동안 이슬람 선교 사역들을 쭉 조망하면서 5,800명의 현장 사역자들에게서 수집한 94개의 사역 방식들을 평가했고, ‘열매 맺는 사역’을 주제로 68가지 정도의 접근이 열매를 맺는 데 유효하다고 합의했습니다. 그 결과물이 2018년 번역된 <씨앗에서 열매로>입니다.
2007년 이후 10년간 무슬림 가운데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이 꽤 많아졌어요. MBB(Muslim Background Believer)라 부르는 ‘무슬림 회심자들의 교회’도 틈새에 자리잡기 시작했죠. 파타야 대회 이후 후속 모임의 필요성을 절감한 지도자들이 1천여 명의 사역자들과 함께 2017년 10월 태국 치앙마이에서 ‘거하라, 열매 맺으라’는 주제로 글로벌 컨설테이션을 열었습니다.
원래 무슬림 지역에 항상 교회도 있었어요. 우리 생각에 무슬림 세계에는 전혀 교회가 없을 것 같지만, 무슬림 제국은 과거 중동과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점령하면서 기독교나 유대교 같은 소수 종교들의 자율권을 허락했죠. 어찌 보면 이슬람 세계가 과거 유럽 기독교보다 훨씬 더 종교다원주의적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지난 1,400년 동안 종교적 아이덴티티를 가진 공동체가 이슬람 세계 속에 존재해 왔죠. 예수를 믿으면 다 그곳으로 가야 하는데, MBB들은 그들과 문화도 역사도 공감대도 달라서 쉽지 않았죠. 무슬림 공동체에도, 기독교 공동체에도 들어갈 수 없게 된 거예요. 2007년 회의에는 해외 사역자들만 모였지만, 2017년 회의에서는 그렇게 버티던 MBB들도 대거 참여했어요. 이 책 <열매에서 추수로>는 그 결과물입니다.”
-이슬람 선교 현황은 어떤가요.
‘추수’라는 말은 좀 더 많은 무슬림들의 회심 운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뜻이죠. 2000년 이후 이슬람 세계가 굉장히 급변했어요. 특히 무슬림들의 대거 ‘이주’가 가장 뚜렷한 특징이었습니다.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전쟁을 피해 난민이 되어 이주하는 이들이 많았죠. 예멘이나 시리아 난민들이 한국까지 올 정도였으니까요. 다음으로 교회나 트라우마, 도시화 등의 이슈, 세대나 젠더 이슈 등 다양한 문제들을 각 분야 전문가들이 기고했습니다.
지난 2000년 선교 전문가들이 ‘2025년까지 모든 미전도 종족을 접촉하자’는 목표로 선교와 동원 운동을 이어 왔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무슬림 선교를 내부자 운동이나 공격적 선교 등 방법론적으로 많이 접근해 왔어요. 2015년에는 ‘10년 내로 무슬림 전체의 10%를 주님께 돌이키는 운동을 하자’는 ‘텐 텐 프레어(10·10 Prayer)’ 운동도 벌였죠.
그런데 2017년 회의를 즈음해 그런 방법론적 문제보다 ‘그리스도 안에 거하는 것’에 대한 성찰이 생겼어요. 전 세계 무슬림을 16-18억 명으로 추산하는데, 10%면 1천 6-8백만 명이죠. 이란에 폭발적 부흥이 있었다지만, 많아야 100만 명이고 보통 50만 정도로 보거든요. 사실 50만 명도 어마어마한 숫자죠.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그곳에서 많은 아르메니아 목사님들이 순교당했어요. 그런 순교 정신에 감명을 받거나, 호메이니의 철권 통치에 염증을 느낀 일부 국민들이 돌아서면서 부흥이 일어나고 있어요.
이 외에 동유럽이나 중앙아시아에서 조금 약진했다 해도, 이슬람 선교는 아직 갈 길이 멀죠. 우리의 바람과 하나님 계획은 다를 수 있고요. 이런 상황에서 <열매에서 추수로> 같은 책들이 이슬람권 선교에 있어 이정표가 되면 좋겠습니다.”
![▲열매에서 추수로 진 다니엘스 외 | 정승현 역 | 좋은씨앗 | 496쪽 | 27,000원](https://images.christiantoday.co.kr/data/images/full/373127/image.jpg)
신입 한국 선교사들 대폭 줄어
지원 연령대도 40-50대 대부분
은퇴 선교사들 노후 대책 대비
가뭄의 시간, 무엇을 할지 고민
선교, 많은 옵션 중 하나 여겨
스피릿 없는 단기 선교는 여행
-요즘 선교사 지원자들이 얼마나 되나요.
“저희가 비교적 신생 단체임에도, 가장 많을 때는 1천 명씩 보냈어요. 그런데 4-5년 전부터는 200여 명 파송하면 아주 많은 거예요. 파송 선교사 연령대도 20-30대는 거의 없고, 대부분 40-50대입니다. 20-30대는 절벽이고, 선교사들은 고령화되고 있죠. 저희 말고 다른 선교단체들에는 선교사 지원자들이 조금 있다는데, 20%는 새 인물이고 80%는 다른 선교단체에서 건너온 분들이라고 해요. 나이대도 대부분 40-50대이고, 20-30대는 10% 정도라고 합니다.
지금 한국 선교사가 약 2만 5천 명인데, 5년 안에 5천여 명이 나이상으로는 은퇴해야 합니다. 나이가 찼다고 선교에서 다 손을 떼야 하는 건 아니지만, 소속 교단과 파송 교회 정책이 있겠죠. 노후대책 마련도 못해 주는데 70이 됐으니 돌아오라고 말하기 힘들 수 있죠. 요즘엔 돌아와서 적응도 힘들고 하니 70 이후에도 선교지에 그대로 머무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선교지들은 노후를 보낼 만한 환경도 안 되고, 타문화에 대한 스트레스도 있고, 자녀 교육 문제도 있어 대부분 돌아오십니다. 선교지들도 갈수록 물가가 오르고 있고요.
한국에 돌아오면 지방에 거처를 마련해 주기도 하는데, 선교사들은 대부분 목회자들이 중심이고 고학력자들이죠. 기본이 석사 출신이고, 대부분 평생 도시에서 살던 분들이 귀촌이나 귀농을 해서 살기가 쉽지 않죠. 교회들은 원로·담임 목사에 은퇴 선교사까지 지원하려면 부담이 크니, 빨리 은퇴시키면 새롭게 선교사들을 지원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갈등도 조금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선교지로 계속 선교사를 파송해야 하는데, 복안이 있으신가요.
“저희는 동원하고 파송하는 사역을 하는데, 지난 20년을 지나 보니 지금은 하나님께서 ‘가뭄의 시간’을 허락하셨다고 생각해요. 이것을 다시 끌어올리는 일은 저희에게 있어 역부족이죠. 저희는 이 가뭄이 시간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많이 고민했어요.
2004년 처음 한국에서 사역을 시작한 뒤, 2015년까지 10년 동안에는 젊은이들이 막 일어났어요. 저희 단체는 후발주자인데도 10-15명씩 훈련을 받았죠. 그런데 7년 전쯤부터 분위기가 바뀌었어요. 다음 세대가 채워지지 않은 거죠. 왜 이렇게 됐는지도 분석해 봐야 하겠지만, 일단 교회와 연관이 많은 것 같아요. 힘이 조금씩 빠지면서 정체의 늪으로 들어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 교회가 더 이상 선교를 절박하게 이야기하지 않고 있거든요. 많은 옵션들 중 하나로 여기고 있어요.
단기선교의 경우에도, 모두 함께 갈 수 있는 것처럼 바뀌고 있어요. 일종의 여행이 된 거죠. 단기 선교라는 프로그램은 있지만, 스피릿이 사라졌습니다. 지금 지인들이 아이들과 태국이나 일본으로 선교를 간다고 해요. 교회에서 함께 가니까 선교라고 하지만, 사실 여행이죠. 저희가 나서서 그걸 선교가 아니라고 할 수도 없잖아요.
거리에서 찬양도 하고, 가서 선교적 행위를 해요. 그런데 이런 부분들이 일종의 타협이 되면서, 선교가 보이지 않게 조금씩 힘을 잃고 있다고 봅니다. 작은 헌신의 통로가 많이 생겼기 때문에, 선교사로의 헌신을 하지 않아도 되게 된 거예요. 20년 전엔 그런 옵션들은 없었죠. 장기 선교냐, 단기 선교냐, 기도냐 이것뿐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장기 선교는 한 페이지인데, 단기 선교는 20페이지 가까이 옵션들이 생긴 거죠. 가지 않아도 되는 선택지가 많아졌어요.”
![▲이현수 대표는 “선교 가뭄의 시대일수록,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며 “그동안 선교에 대한 이야기는 충분히 해 왔으니, 이제는 선교적 행위에 나설 때”라고 말했다. ⓒ이대웅 기자](https://images.christiantoday.co.kr/data/images/full/373164/image.jpg)
이슬람 선교, ‘운동’ 필요 늘어
에클레시아 넘어, 무브먼트로
핍박에 사라진 중국 교회 보라
복음, 무슬림 세계관 바꿔내야
분쟁 지역 이들 트라우마 고려
내면 깊은 곳 채워줄 접근까지
-회의 주제를 보면 2007년부터 2017년까지 10년 만에 ‘열매’에서 ‘추수’로 넘어갔는데, 너무 빠른 건 아닌가요.
“2000년대 들어 선교계에는 데이비드 게리슨의 <하나님의 교회개척 배가운동>을 필두로 ‘교회 개척’이 굉장히 큰 이슈였습니다. 1990년대에는 모든 민족에게 복음이 전파되는 ‘선교의 종결’ 방법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미전도 종족’의 숫자를 줄이는 것이었죠. 미전도 종족 선교와 교회 개척 배가 운동 등으로 각 종족마다 교회가 배가되는 경험들을 했어요.
그래서 이슬람 선교에 있어서도 이런 운동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늘었어요. 이슬람 선교는 처음 무슬림 전도에 초점을 맞췄다가, 교회 개척으로 옮겨갔습니다. 이후 이런 교회가 너무 ‘서구적’이라며 내부자의 시선에서 접근해 보자는 ‘내부자 운동’이 일어났죠. 목사를 ‘이맘’, 예수를 ‘이싸’라 부르고, 서양식 장의자 예배 대신 각 종족 풍습에 맞는 예배를 드리면서요. 내부자 운동이 화두가 되면서, 기독교 내에서도 열띤 논쟁이 있었죠.
그러면서 ‘운동(movement)’ 개념이 선교계에 들어왔어요. 우리가 복음의 씨앗을 뿌려서 회심자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공동체가 생기죠. 이 ‘에클레시아’에서 ‘무브먼트’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요소들이 이 책에 담겨 있어요. 단순히 하나의 교회 개척과 배가 운동에서, 지금은 60여 개의 운동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것이죠. 그런 맥락에서는 굉장히 고무적이에요.
하지만 저는 ‘무슬림들의 세계관을 바꿀 정도로 복음에 힘이 있는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교회는 공동체이긴 하지만, 결국 조직이니까요. 조직은 항상 있던 곳에서 없는 곳으로 가다 보니, 이슬람 세계의 교회란 굉장히 그들에게 있어 낯설 수 있습니다. 부흥하는 교회는 예배든 구조든 대부분 미국식으로 바뀝니다. 그러다 핍박이 오면 그 교회들이 유지될 수 있을까요?
중국을 봅시다. 중국에서는 교회가 부흥하면서, 구조가 미국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중국 도시 교회들은 전도하지 않아도 커졌어요. 농민공들이 시골에서 올라오면서 수평이동이 이뤄진 거죠. 그러다 시진핑이 종교 조례를 제정해 교회를 핍박하니, 교회들이 다 문을 닫았잖아요.
이런 일들이 이슬람 세계에서도 동일하게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러므로 빨리 추수만 생각하기보다 세계관 안에 뿌리를 내리는 부분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책에 ‘트라우마’에 대한 내용 같은 것들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체첸이나 시리아, 팔레스타인 등 전쟁 지역에서 복음을 받아들인 이들 속에는 트라우마가 있어요. 이러한 아픔들을 등한시하고 복음이 들어간다면, 굉장히 혼합주의적으로 갈 수 있거든요. 그런 이슈들과 함께 MBB들의 교회 문제나 내면 깊은 곳을 채워줄 접근 등도 다루고 있어 유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