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 ‘싱글’ 대할 때, 해선 안 될 말이나 행동은…”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싱글 미니스트리> 탁영철 목사 (1)

▲1인 가구 추이 및 전망 통계. ⓒ목회데이터연구소
▲1인 가구 추이 및 전망 통계. ⓒ목회데이터연구소

2023년 인구총조사 기준으로 1인 가구는 무려 782만 9,035곳. 전체 가구 2,207만의 35.5%로, 열 집 중 네 집이 ‘나 혼자 사는’ 시대가 됐다. 2024년 주민등록인구 통계상으로는 지난 3월 이미 1,000만 가구를 돌파했다고 한다. 2050년에는 전체의 40%로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나 혼자 산다’는 사람들은 연령대와도 무관하다. 1인 가구는 60-70대에서 38.7%로 가장 많고, 39세 이하가 29.5%(20대 이하 15.5%, 30대 16.9%), 40-50대 28.9%(40대 12.6%, 50대 16.3%) 순이다.

연령대별로 이유도 다양하다. 20-30대는 학업과 취업을 위해 월세를 내가면서 버티고 있고, 40-50대는 이혼과 기러기 생활, 원거리 직장 등이, 60대 이상은 배우자의 사망 또는 이혼이나 졸혼이 주된 이유다.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서울시는 2020년 전국 최초로 ‘1인 가구 지원센터’를 조직해 전담 인력을 편성하거나 식재료 공유나 돌봄 등을 위한 센터를 설립하기도 한다. 하지만 급증 양상에 비해 아직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은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회는 어떨까. 성경 속 인류가 출발부터 ‘가정’을 이루다 보니, ‘나 혼자 산다’는 TV 프로그램에서나 볼 수 있는 희귀한 사례로 보기 십상이다. 소년소녀 가장이나 독거노인 등을 돌보는 교회는 있지만, ‘싱글’들의 영·혼·육을 돌보는 사역은 아직 요원하다.

이러한 가운데, “싱글이 살아야 교회가 산다”고 외치는 사역자가 있다. 얼마 전 설 명절에 다녀온 고향 부모와 형제에게도 왜 결혼 안 하냐며 잔소리를 듣는 마당에 무슨 소리인가 하겠지만, 그는 “교회에 싱글이 적거나 거의 없는 이유는, 싱글을 크리스천으로서 완생이 아니라 미생, 비정상으로 보면서 차별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지난해 펴낸 <싱글 미니스트리>에서 저자 탁영철 목사는 한국교회의 생장점은 ‘싱글 계층’에 있다고 확신한다. 싱글들은 교회의 중요하고도 없어서는 안 될 일꾼들이고, 사역팀의 일원으로서 중요한 부분을 수행하며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를 세우는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교회의 ‘먼저 온 미래’인 미국교회가 바로 싱글 미니스트리를 잘 정착시켜 교회가 다시 중흥기를 맞고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다음은 탁영철 목사의 ‘싱글 미니스트리’ 이야기.

▲싱글 미니스트리(탁영철 | 두란노 | 316쪽 | 20,000원).
▲싱글 미니스트리(탁영철 | 두란노 | 316쪽 | 20,000원).

장년부·청년부 모두 힘들어
싱글들, 겉돌다 교회 떠나면
자연스럽게 신앙 잃기 쉬워
믿음의 가정 이룰 가능성 ↓

-한국교회 싱글 사역이 없어서 생기는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소개해 주신다면.

“교회에 싱글 사역이 없다는 것은 먼저 싱글을 양육하고 책임지는 부서가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청년이었지만 35세가 넘으면서 일반적으로 말하는 ‘혼기(婚期)’를 놓치면, 장년부에도 청년부에도 속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겉돌다 교회를 떠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로 인해 교회는 의도하지 않았어도 가나안 성도들을 양산합니다.

오늘날 싱글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고, 줄어들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그럴 경우 교회의 주변인으로 존재하거나, 아예 떠난 싱글들은 자연스럽게 신앙을 잃어버립니다. 믿음의 공동체 안에서 훈련받고 도전받으며 하나님 나라의 일꾼으로 살아갈 기회를 가질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또한 싱글들이 믿음 안에서 교제하며 믿음의 가정을 이룰 가능성도 거의 없어짐을 의미합니다. 대부분의 싱글들은 좋은 짝을 만나 아름다운 가정을 이루길 원합니다. 이것은 분명 하나님의 뜻이기도 합니다.

나아가 교회를 떠나거나 겉도는 싱글들은 신앙 교육이나 훈련을 받을 기회가 없습니다. 이로 인해 각종 동호회 같은 비신앙적·비윤리적 그룹에 섞이거나 물들고, 다양한 앱을 통한 만남을 추구하다 어려움을 당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결과적으로 좁게는 교인 감소라는 심각한 문제에 부딪히고, 넓게는 학령인구 감소라는 위기를 맞이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교회에 싱글 계층이 없다는 것은 일꾼이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오늘날 한국교회에 가장 크고 치명적인 문제점으로 작용합니다.”

▲탁영철 목사는 &ldquo;방송가는 싱글 관련 프로그램을 앞다퉈 제작하고 있다. 싱글들은 주일에 대체로 식당, 카페, 클럽, 각종 동호회 같은 곳에 있지만, 교회에서는 거의 볼 수 없다&rdquo;며 &ldquo;한국교회의 싱글 사역 준비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싱글의 시대이고, 이제는 싱글을 교회로 이끌어 품어야 한다. 싱글을 품어야 한국교회에 희망이 있다&rdquo;고 밝혔다.
▲탁영철 목사는 “방송가는 싱글 관련 프로그램을 앞다퉈 제작하고 있다. 싱글들은 주일에 대체로 식당, 카페, 클럽, 각종 동호회 같은 곳에 있지만, 교회에서는 거의 볼 수 없다”며 “한국교회의 싱글 사역 준비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싱글의 시대이고, 이제는 싱글을 교회로 이끌어 품어야 한다. 싱글을 품어야 한국교회에 희망이 있다”고 밝혔다.

-기존 청·장년들도 나이에 따라 그룹이 이뤄지는데, 싱글도 큰 카테고리 안에서 나이나 성별에 따라 그룹을 나눠야 하지 않을까요. 나이나 성별에 따른 목표나 중점 사역도 달라질 것 같습니다.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전환된 지 오래이고, 교회 시스템과 구조 역시 시대적 상황에 따라 변해야 합니다. 교회 내에서 소그룹을 나이나 성별 혹은 지역에 따라 나누는 방식은 아날로그 문화의 전형적인 패턴입니다. 효율과 가성비 혹은 가심비를 중시하는 사회에서 기존의 아날로그 방식은 시대적 패착에 해당합니다.

중요한 것은 성향입니다. 진리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시도해야 할 개혁은 소그룹은 다양성입니다. 미국의 부흥하는 교회들은 일반적으로 한 개인이 두세 개 정도의 소그룹에 속해 있습니다. 비슷한 연령층의 소그룹은 소속감을 느끼게 하기 위한 기본 시스템이고, 이에 더해 찬양팀이나 교사 같은 사역 중심 소그룹, 취향·취미 혹은 자아 실현을 위한 동호회 소그룹이 존재합니다.

특히 싱글들은 퇴근 후 아무도 없는 집으로 가는 것보다, 소그룹 동호회 활동을 위해 교회로 가는 것을 선호합니다. 이러한 동호회 활동은 사역과 봉사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습니다.”

분리 아닌 일상 회복이 목표
청년 세대 먼저 말 걸지 않기
결혼 질문? 거부감만 생길 것
부부·커플 애정 표현도 불편

-책 내용대로 싱글인 이유가 이혼이나 사별, 중독 등 천차만별일 수 있는데, 따로 소그룹을 만들어야 할까요.

“소그룹으로 분리하기보다, 힐링 프로그램이나 관련 세미나 혹은 상담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분리가 아니라, 일상으로의 회복이 목표입니다.

그러나 교회 공동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문제가 심각한 경우는 교역자나 리더 그룹의 판단을 통해 상담을 넘어 병원이나 전문가의 치료를 받도록 연계해 주고 도울 필요가 있습니다.”

-싱글 사역은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교회에서 목회자와 성도들이 싱글들을 평소에 대할 때 주의할 점, 해서는 안 될 말이나 행동이 있을까요.

“기본적으로 청년 세대에게는 먼저 말을 걸거나 다가가지 않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뭔가가 필요하거나 어떤 문제에 봉착할 때만 최대한 친절하게 도움을 주기 위해 다가가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싱글에게 ‘왜 결혼하지 않느냐’는 질문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거부감을 갖기 쉽습니다. 본인이 예민한 상태에 있고 관심이 아니라 쓸데없는 간섭으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더하여 교회에서 부부나 커플이 애정 표현을 하거나 꽁냥거리는 모습은 싱글들을 심기를 자극하고 몹시 불편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1인 가구 급증 관련 보도 화면. ⓒYTN

▲1인 가구 급증 관련 보도 화면. ⓒYTN

다음은 저자가 전하는 ‘교회가 싱글 사역을 시작하면서 준비해야 할 것들’.

1. 싱글에 대하여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왜 결혼하지 않느냐고 묻는 것’은 관심이 아니라 팩트 폭행에 불과합니다.

2. 싱글에 대한 성경적 관점과 신학을 정립하고, 이를 교우 전체를 대상으로 교육해야 합니다. 무관심은 곧 무지함으로 이어집니다.

3. 싱글들에게 전적으로 책임지며 섬길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처음에는 단회적인 봉사가 적절합니다.

4. 싱글들의 활동을 공개적으로 칭찬하며 격려해야 합니다. 그러면 더욱 소속감을 느끼며 기쁨으로 자리를 지킵니다.

5.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싱글 소그룹을 구성해 주어야 합니다. 처음에는 남녀를 나누는 것이 바람직하며, 자매님들 그룹을 먼저 구성하는 것이 수월합니다.

6. 싱글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꾸려야 합니다. 말보다 적절한 행동이 진정한 설득력을 줍니다.

7. 싱글이 만군의 하나님 여호와의 군사 중에서도 첨병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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