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해숙 씨 “반쪽이라 더 행복합니다”
100만 원 전달하며 온정 나눠
엄해숙 씨 2003년 신장 기증에
아들 윤현중 씨도 2011년 기증
생존 시 신장기증인 엄해숙 씨(여·72)가 질병으로 고통받는 장기부전 환자들을 위해 사용해 달라며 100만 원을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사장 박진탁, 이하 운동본부)에 전달했다.
전달식은 지난 1월 24일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운동본부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엄해숙 씨는 국내 최초이자 유일 모자 신장기증인이다. 지난 2003년 10월 운동본부를 통해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한 남성을 위해 자신의 신장 하나를 기증했다.
어머니 엄 씨에 이어 아들 윤현중 씨(남·55)도 8년이 흐른 2011년 12월 생존 시 신장기증을 실천해, 당시 8년 동안 만성신부전으로 투병 중이던 30대 남성이 새로운 삶을 살게 됐다.
50여 년 전부터 홀로 두 아들을 키우며 생계를 책임졌던 엄 씨는 화장품 판매부터 보험설계사에 이르기까지 안 해본 일이 없었다. 여성의 경제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때부터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던 엄 씨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생활 중에도 도움이 필요한 곳이 있으면 발 벗고 나설 정도로 인정이 많았다.
“아들들이 독립하면 남은 생은 꼭 내 손이 필요한 이웃을 위해 살겠다는 소망을 품었다.”
나눔에 대한 신념이 확고했던 엄 씨의 소망은 지난 2003년 신장기증을 통해 이뤄졌다. 생면부지 환자에게 신장을 기증한 이후 엄 씨는 자신의 경험을 나누며 장기기증 활성화에도 기여해 왔다. 엄 씨가 장기기증에 대해 안내해 희망등록에 참여한 인원만 지금까지 208명에 달한다.
그 중에는 엄 씨의 가족도 있다. 15년 전 대한적십자사로부터 금장 훈장을 받았을 정도로 헌혈을 꾸준히 실천해 온 아들 윤 씨는 어머니 엄 씨의 신장기증 이후 장기기증에 대한 구체적인 꿈을 꾸게 됐다.
윤현중 씨는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하고 막연히 세상을 떠날 때 장기기증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왔는데, 어머니의 신장기증을 지켜보며 더 늦기 전에 생명을 나눠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엄 씨와 윤 씨 모자는 신장기증에 대해 “반쪽이라서 더 행복하다”며 입을 모았다.
신장기증 이후 장기기증 홍보활동을 비롯해 다양한 나눔에 앞장서고 있는 엄 씨는 1994년부터 구리시 강원도민회 소속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해 독거 어르신 돌봄과 구리시 강원행복나눔봉사단 단장으로서 지역사회를 위한 연탄 나눔, 주거환경 개선 봉사 등을 이어가고 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4년 대한적십자사 박애장 금장을, 2024년 GKL 사회공헌상 희망나눔상을 수상했다.
새해를 맞아 후원금 전달로 또 한 번 나눔을 실천한 엄 씨는 “설 연휴에도 병상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하는 장기부전 환자들에게 따뜻한 정을 건네고 싶다”며 “작은 금액이지만, 경제적 여건으로 이식 수술을 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어 하루 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