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훈 박사, ‘에코 설교학’ 소개
폭염과 홍수, 가뭄 같은 자연재해 등 ‘생태위기’라는 주제를 강단에서 다루는 ‘에코 설교학’의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는 2월 6일 오후 인천 카리스호텔에서 열린 제95회 한국실천신학회(회장 구병옥 박사) 정기학술대회 첫째 날 조지훈 박사(한세대)의 설교학 관점 발표에서다. 그는 생태위기를 위한 성경 해석(생태 해석학)을 펼친 후 실질적 설교 방법론(에코 설교학)을 제시했다.
지역교회 설교자, 생태위기 응답
신학적 의무 최전선에서 수행을
성도들 생각·태도 바꿀 중요 위치
조지훈 박사는 “신학의 임무는 성경에 근거해 우리 앞에 놓인 위기의 본질을 밝히고, 그것이 우리 삶에 주는 의미가 무엇이며, 나아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위협과 재난 속의 삶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복음에 합당한 삶이 어떤 구체적 실천과 생활방식으로 나타나야 하는지 신학이 말해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운을 뗐다.
조 박사는 “생태위기에 응답하는 신학적인 임무를 최전선에서 수행하는 사람 중 하나가 지역교회를 섬기는 설교자들이다. 그들은 지금 세상에서 일어나는 온갖 재난과 문제를 신학적으로 해석하고, 그에 대한 지역교회의 회중들의 의문에 답변하며, 그들이 행해야 할 일들을 제시하는 사람들”이라며 “지역교회 설교자들이야말로 생태위기에 대한 회중의 생각과 태도를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위치에 있는 것”이라고 의의를 전했다.
그는 “하나님께서 지으신 세상을 돌볼 책임이 인간에게 있으나, 인간은 그런 책임을 방기함으로써 자연을 파괴했고 그 결과가 오늘 우리가 직면한 전 지구적 생태위기이다. 그러한 자연 파괴는 인간의 위기뿐 아니라 하나님의 아픔까지 불러왔다”며 “이러한 생태위기를 극복할 하나님의 지혜가 성경 속에 담겨 있기에, ‘생태위기에 직면해 건강과 생존까지 위협받는 사람들에게 유익하고 필요한 하나님의 뜻이 성서에 담겨 있다는 믿음’이 바로 생태 해석학의 대전제”라고 밝혔다.
생태 해석학 위한 3단계
1. 생태적 문제의식 갖기
2. 본문 단위 의미 석의
3. 위 둘 하나로 모으기
생태 해석학 유형
1. 회복적 읽기
2. 저항적 읽기
3. 수정주의
이어 생태 해석학을 위한 3단계 과정을 소개했다. 첫째는 생태적 문제 의식을 갖고 성경 읽기, 둘째는 해석을 위한 본문 단위(pericope)의 역사적·문학적·신학적 의미를 찾는 석의 작업, 셋째는 이 두 작업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진행되는 ‘생태 해석학’ 유형도 열거했다. 첫째로 성경에서 생태학적 지혜를 재발견하는 ‘회복적 읽기’(reading of recovery)’, 인간에서 지구 중심으로 성경을 해석하는 ‘지구 중심의 성경 해석’ 또는 ‘저항적 읽기(reading of resistance)’, 셋째로 위 두 유형 사이 중도적 입장의 ‘수정주의 생태 해석학(revisionist ecological hermeneutics)’ 등이다.
특히 셋째 입장에 대해 “창조-구원 관련 성경 본문을 인간 중심적으로 읽어냈던 개혁주의와 달리 성경 본문에 담긴 우주적 약속들을 다시 발견하고, 동일화하고, 개정하고, 축하해야 한다”며 “생태적 위기 앞에서 교회의 예배·교육·공적 증언 등을 위해 고전적 기독교 전통을 재구성해야 하고, 성경 본문은 생태학적 관점에 근거한 미래와 충만함이라는 보편적 해석학을 통해 읽혀야 한다”고 설명했다.
에코 설교학 구체적 지침
1. 하나님 중심 설교 지향
2. 희망의 메시지 선포를
3. 광범위 기독교 영성 제시
4. 주변환경 관심 갖게 해야
5. 포괄적 언어 사용을
6. 다양한 예시·교회력 활용
이후 ‘에코 설교학’을 위한 구체적 지침을 제안했다. 그는 “설교는 성경 해석을 요구하지만, 성경 해석 자체가 설교는 아니”라며 “성경 해석을 통해 얻은 자료들은 설교자의 노력과 기도와 상상력을 통해 하나의 설교문으로 작성될 필요가 있고, 그 설교문은 선포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첫째 방법론은 ‘에코 설교자는 하나님 중심 설교(God-centered preaching)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그는 “생태 문제를 다루는 설교도 신학적 내용에 무게를 두고 하나님 중심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며 “이를 통해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은 믿는 사람들이 세상 피조물들과 올바르고 건강한 관계를 맺는 것임을 일깨워야 한다”고 말했다.
둘째로 ‘에코 설교자는 희망을 선포해야 한다’. 이에 대해 “생태위기 앞에서 믿는 사람들은 하나님이 이 지구를 여전히 돌보심을 믿어야 한다. 이것이 생태위기 앞에 선 사람들에게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라며 “하나님의 도우심을 통해 우리는 지구를 치료할 수 있고, 우리 서로를 치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셋째로 ‘에코 설교자는 보다 광범위한 기독교 영성을 제시한다’. 그는 “기독교 영성은 이 세상의 모든 것이 하나님의 창조물임을 인정하는 영성이므로, 생태 환경에 대한 관심은 기독교 영성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며 “생태계 회복은 파편화된 인간 삶을 회복하는 통로다. 생태 정의가 성경 읽기와 예배, 영성과 단단히 연결될수록, 믿음의 공동체 전체의 삶에 통합돼 창조 세계 전체 갱신의 근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넷째로 ‘에코 설교자는 청중이 주변 환경에 관심을 갖도록 한다’. 조 박사는 “환경 설교는 성경 맥락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를 전문적으로 다루긴 어렵겠지만, 회중이 세상과 주변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며 “주일 대중교통 이용, 교회 건물에 생태 건축 도입, 성찬시 유기농 빵·포도주 사용, 창조보전 주간 제정 등 구체적 실천 대안도 제시할 수 있다”고 했다.
다섯째로 ‘에코 설교자는 포괄적인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이에 관해 “그저 자연계에 대한 관심을 넘어, 하나님의 돌봄을 대리하는 존재로서 모든 생명을 지켜주며, 가난·착취·불평등 사회구조와 불의에 저항하고, 남녀·세대·빈부 간 공존와 평화를 꾀하며 창조 세계를 돌보는 생태적 실천이 바로 ‘유기적 돌봄 실천’”이라며 “한 걸음 나아가 성경이 말하는 우주와 인간 생명에 대한 존중, 전 지구적 공익(common good), 모든 창조물이 갖는 보편적 목적,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에 관심을 갖게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여섯째로 ‘에코 설교자는 설교를 위해 생태계에서 다양한 예들(examples)을 가져올 수 있고, 이를 통해 교회력(the Chruch Year)에 따라 적절하게 설교할 필요가 있다’. 그는 “매 주일 환경 설교를 할 필요는 없고, 다른 주제 설교를 할 때 관련 내용을 우회적으로 언급할 수 있다”며 “다양한 형식으로 관련 이야기들이 자주 언급될수록 좋다. 설교자가 자연을 소중히 여기고 그러한 생각을 회중이 알게 한다면, 그 자체로 회중이 자연을 사랑하도록 독려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조지훈 박사는 “한국교회에서 생태위기라는 주제는 여전히 많은 설교자의 관심 밖에 있다. 그러나 폭염과 홍수, 가뭄과 같은 자연재해는 이제 매년 우리를 위협하는 잠재적 위험요소”라며 “지금이야말로 설교자들이 생태위기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때다. 이번 발표가 더 많은 설교학적 논의를 위한 디딤돌이 되길 소망한다”고 발표를 마무리했다.
해당 발표는 최진봉 박사(장신대)를 좌장으로 김병석(호서대)·김효성(목원대)·김성수(평택대) 박사가 논찬했다. 이 외에도 한국실천신학회에서는 7일 오전까지 총 3부 5차례 발표가 진행되며, 정기총회 및 폐회예배로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