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재 선교사의 ‘아프리카에서 온 편지’ (14) 예배를 위하여
주님 일, 주님 방식대로 이루소서
예배가 없기 때문에, 선교가 존재
선교 2기,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끝까지 사랑, 죽도록 충성함 대신
매일 예배하는 마음, 예배 위해서
실적 연연 않고 예배 즐거움 의미
![▲아프리카에 피어 있는 꽃들.](https://images.christiantoday.co.kr/data/images/full/373413/image.jpg)
다섯 달의 안식년을 마치고 돌아온 아프리카는 여전히 뜨거웠다. 아직도 포장되지 않은 거리에는 흙먼지가 날리고 허름한 옷을 입은 사람들은 여전히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한국에서 온몸을 목도리로 칭칭 감싸고 언 땅을 조심스럽게 걷던 것이 엊그제인데 며칠 만에 세상이 이렇게 달라지다니,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한동안 닫혀 있던 창문을 열자, 창틈에 낀 먼지가 풀풀거리고 날라갔다. 파란 나무 사이로 시원하고 부드러운 공기가 방안으로 들어왔다. 아직도 감기는 남아 있지만, 나는 확실히 겨울의 나라에서 여름의 나라로 옮겨왔다.
인천을 떠나 도하에 이르는 10시간의 비행, 도하에서 5시간의 긴 기다림, 그리고 또 다시 엔테베까지의 5시간의 비행, 그 긴 여정에서 내 속에 웅얼거리는 기도가 있었다. ‘하나님, 이제 제가 무엇을 해야 하죠?’ 그때 마음속에 떠오른 기도가 있었다. ‘주님의 일을, 주님의 방식으로, 주님이 이루소서’. 하나님의 음성인가 하여 얼른 펜을 들어 메모했다. 무엇이 주님의 일이고, 어떻게 하는 것이 주님의 방식이고, 주님이 이룬다는 뜻은 무엇인가?
지난 6년의 선교를 통해, 그리고 안식년을 통해 나에게는 남모르게 쌓여온 결핍이 있다. 예배의 결핍이다. 영적 갈망과 선교 현장 사이에는 깊은 간격이 있다. 마음은 늘 갈급한데, 일이 더 급했다. 급한 일로 쫓아다니다 더 중요한 것을 잃고 살았다.
“선교는 곧 예배를 위한 것이고 예배를 위해 선교한다”는 존 파이퍼의 말을 실감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예배가 없기 때문에 선교가 존재한다(Mission exists because worship doesn’t)”는 그의 말은, 그저 멋진 신학적 수사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제 예배는 나에게 현실이 되고 생존이 됐다.
선교 2기를 맞으면서, 슈바이처처럼 아프리카 영혼을 끝까지 사랑하겠다든가 리빙스턴처럼 죽도록 충성하겠다든가 예수님처럼 그들을 위해 죽겠다는 과격한 말은 하지 않겠다. 아프리카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기도 쉽지 않고, 죽도록 충성하기는 더 어려우며, 남을 위해 죽을 사랑과 능력이 나에게는 부족하다는 것을 나는 잘 알기 때문이다.
대신 한 가지는 다짐하고 시작하겠다. 매일 하나님을 예배하는 마음으로 선교하겠다. 선교를 위해 예배하지 않고 예배를 위해 선교하겠다. 다니엘처럼 작은 결심 하나로 다시 시작하겠다. 선교의 실적에 연연하지 않고 하나님을 예배하는 즐거움이 선교의 의미가 되게 하겠다.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찬양으로 하루를 시작하겠다. 어려운 찬양을 굳이 배워서 부르지는 않겠다. 다만 이미 알고 있지만 그동안 부르지 못한 찬양을 마음껏 부르겠다. 인터넷, 유튜브에 빼았겼던 시간을 회개하며, 시간나는 대로 하나님 말씀을 귀에 꽂고 살겠다. 선교의 업적으로 성공과 실패를 삼지 않고 하나님을 예배하는 제자의 삶으로 성공과 실패를 삼겠다.
하루종일 수도원 부엌에서 일하면서도
물에 젖은 바닥에 무릎를 꿇고 하나님을 예배할 수 있다면
풍랑이 몰아치는 대서양을 넘으면서
흔들리는 배에서도 기쁘게 하나님을 찬양할 수 있다면
평생을 선교하고
마지막을 침대 앞에 무릎 꿇고 감사의 기도로 천국에 갈 수 있다면
수많은 대중 앞에서 선포하는 웅장한 설교보다
아프리카 들녘 작은 풀 앞에 홀로 앉아 위대하신 하나님을 찬양할 수
있다면
전기가 나간 캄캄한 밤에 불평하지 않고
하늘의 별을 보며 찬양할 수 있다면
사역의 성공, 실패와 상관없이
존재 자체만으로 기뻐하고 즐거워 할 수 있다면
하나님을 위해 더 큰 일을 하기보다
이미 큰 일을 하신 하나님을 더 사랑하고 더 예배하고 더 찬양할 수 있다면
이윤재 선교사
우간다 쿠미대학 신학부 학장
Grace Mission International 디렉터
분당 한신교회 전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