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신명기 율법 설교’ 하지 않는 2가지 이유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복음주의실천신학회 제15차 신학포럼

구약 설교, 신약 설교 절반 불과
시편, 창세기, 이사야, 출애굽기
구약 중 특정 네 권 의존도 높아
율법, 언약, 공의 키워드도 부족

▲기념촬영 모습. ⓒ한국복음주의실천신학회

▲기념촬영 모습. ⓒ한국복음주의실천신학회

한국복음주의실천신학회(회장 신성욱 교수) 제15차 신학포럼이 2월 10일 오전 수원 합동신대 설교센터에서 개최됐다.

이날 포럼에서는 박지영 박사(백석대)가 ‘한국교회 위기 극복을 위한 신명기 율법 설교의 필요성에 대한 고찰’을 발표했다. 그는 “구약학회 연구에 따르면, 한국교회 구약 설교 빈도는 1884-1970년 약 17%에 불과했다. 2009-2011년 27개 교회 전수조사 결과 구약이 35.6%로 약 두 배 증가했지만, 신약 63.5%의 절반에 불과하다. 구약 분량이 신약의 3.5배임을 고려하면 더욱 편중된 것”이라며 “구약 설교에서도 시편(17.2%), 창세기(16.2%), 이사야(11.3%), 출애굽기(7.9%) 등 특정 네 권의 의존도가 현저히 높다”고 분석했다.

최근 2017-2024년 14개 대형교회 주일 설교 본문 분석 연구에 따르면, △설교 본문이 복음서, 시편, 창세기에 집중 △에베소서가 가장 높은 빈도 △본문은 복음서와 서신서 주로 선택 △주요 키워드는 하나님, 사람, 주님, 사랑, 예수, 삶, 믿음, 기도 순 △구약 핵심 주제인 율법, 언약, 공의, 정의는 거의 없음 등의 특징을 보였다.

박 박사는 “율법·언약·공의 등의 키워드들의 부재는 구약 율법과 언약이 설교 주제로서 소홀히 다뤄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성도들에게 하나님의 전체적 구속 계획과 언약적 관계에 대한 깊은 있는 성경적·신학적 이해를 제공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낸다”며 “이런 데이터 결과는 한국교회가 구약 성경 전체의 신학적 깊이를 전달하기보다, 특정 본문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구약 율법 설교 낮은 비중, 단순
경향 아닌 한국교회 구조적 한계
목회자 강단 신학적 균형 상실,
성도들 총체적 언약 이해 어려움

구약 율법 설교 하지 않는 이유
1. 구약 율법 설교 어려움 때문
2. 구약 율법 부정적 오해 무지

박지영 박사는 “특히 신명기를 비롯한 구약 율법 설교의 비중이 현저히 낮다는 점은 단순한 경향이 아니라 한국교회 설교의 구조적 한계를 통계로 드러낸다”며 “율법은 성도들에게 하나님 백성의 정체성과 공동체성, 사회윤리적 책임을 가르치는 중요한 텍스트임에도, 강단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강단의 신학적 균형 상실로 이어지고, 성도들이 언약 백성으로서의 삶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실천하는 데 어려움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구약 율법 설교’를 하지 않는 원인도 짚었다. 첫째는 예상대로 ‘구약 율법 설교의 어려움’ 때문이다. 그는 “단순히 분량 문제를 넘어, 구약 자체가 현대적 적용에 어려움을 주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이스라엘의 복잡한 역사적 사건들, 제사와 관련된 정교한 의식, 정결과 부정에 대한 까다로운 규범, 엄격한 징벌 규정 등이 기록돼 현대 청중에게 낯설고 이해하기 어려운 요소들이 분명히 있다. 설교자들도 현대 신앙생활에 적용하기 어렵고 신약과의 연계성을 찾기 어려워 진입장벽이 높다”고 설명했다.

둘째는 ‘구약 율법에 대한 부정적 오해와 무지’ 때문이다. 이에 대해 “종교개혁 후예인 개신교 설교자들은 신약 중심적 해석에 깊은 영향을 받아왔고, 복음서·서신서 중심의 구원론적 설교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해 구약 율법을 신약적 구속사 안에서 단순히 구원의 배경이나 폐기된 제도로 간주하는 경향이 크다”며 “이에 구약 율법을 논의하면서 자연스럽게 바울 서신으로 눈과 마음을 돌린다”고 했다.

▲박지영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한국복음주의실천신학회

▲박지영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한국복음주의실천신학회

박지영 박사는 “율법이 단지 죄인들 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신자들에게 하나님의 뜻을 가르치고 그들의 삶을 인도하는 중요한 지침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설교자들이 구약 율법을 단순히 신약의 서론으로만 여기는 관점을 버리고, 은혜와 율법, 율법과 복음을 대립적인 것으로 여기는 이분법적 사고를 지양하며, 서로의 연속성을 지향해야 한다”며 “이는 구속사적 관점에서, 구약 율법이 과거의 규범적 요소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신약의 은혜와 맞닿아 있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율법 설교 필요성 성경적 근거
1. 위기 대응 방안, 말씀 선포
윤리·규범 강조 아닌 신적 개입
기적뿐 아니라 기억으로 살아야
2. 위기 상황, 신명기와 유사해
신명기, 새 세대 새 리더가 새 땅
오늘날 사회구조 재편도 비슷해

이후에는 한국교회 복합적 위기의 대응 방안으로 ‘신명기 율법 설교의 필요성’에 대한 성경적 근거를 2가지로 고찰했다. 먼저 “구약에서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공의와 정의를 저버리고 위기에 직면했을 때, 하나님께서 취하신 일관된 대응방안은 선지자들을 통해 자신의 말씀을 선포하게 하신 것이었다”며 “특히 이러한 선포의 중심에는 항상 ‘모세의 율법’이 자리했다. 이는 단순한 종교적 윤리와 규범의 강조가 아니라, 언약 백성으로서의 정체성과 공동체성을 회복하기 위한 신적 개입”이라고 주장했다.

박 박사는 “한국교회 회복을 위한 여러 훌륭한 대응 방안들이 존재하지만, 그 모든 시작은 반드시 ‘설교’여야 한다”며 “구약을 면밀히 분석해 보면, 하나님은 위기 상황에서 ‘기적’으로 즉각적 해결을 제공하시기보다, ‘가르침’으로 율법을 통해 백성을 교훈하시고 인도하셨다. 하나님의 언약 백성은 ‘기적’뿐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와 가르침의 ‘기억’으로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고 강조했다.

둘째로 “한국교회 급속한 변화의 위기 상황이 신명기의 역사적 맥락과 놀랍도록 유사하기 때문”이라며 “신명기 율법은 새로운 세대가 새로운 지도력의 인도로, 새로운 땅에서 언약의 율법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와 연관돼 주어진 법이다. 따라서 신명기 율법은 하나님이 약속하신 땅에서 이스라엘의 ‘삶과 죽음’에 직결되는 결정적 요소로 작용한다. 때문에 신명기는 법적 규례 서술을 넘어 ‘수사적 설교’ 형태로 기록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박사는 “기술의 급격한 발전과 팬데믹 이후 사회구조 재편은 성도들의 정체성과 공동체성, 믿음의 삶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이런 혼란 속에서 한국교회는 방향을 상실한 채 추락하고, 미래 또한 불확실해졌다”며 “이 시점에서, 하나님의 가장 오래된 이야기가 담긴 구약, 특히 창조와 구원이 처음 기록된 모세오경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 중에서도 신명기 율법 설교는 급변하는 시대 속에 언약 백성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공동체성을 재건하는 성경적 해답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명기 율법 설교 필요한 이유
1. 신앙 본질 재확인·실천 선포
2. 사회적 책임과 공공성 회복
3. 성경 진리 재해석·적용 수행

끝으로 그는 다음 3가지를 제언했다. ①신명기 율법 설교는 오늘날 설교자들이 단순한 교훈적 전달을 넘어, 성도들이 신앙의 본질을 재확인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설득력 있게 선포돼야 한다 ②한국교회는 신명기 율법 설교를 기반으로 사회적 책임과 공공성을 회복하는 데 주력하고, 이를 위해 교회 내에서 윤리적 신학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③신명기의 율법적 원리가 출애굽기 율법을 재해석한 것처럼, 한국교회는 시대적 변화와 상황 속에서 성경의 불변하는 진리를 현대적 상황에 맞도록 해석하고 적용하는 신학적 연구와 목회적 실천을 지속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박지영 박사는 “신명기 율법 설교는 단순한 고대 이스라엘 율법의 재현이 아니라, 복합적 위기 상황 속에 하나님과의 언약 관계를 회복하고, 성도의 신앙적 정체성을 강화하며,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중요한 신학적 도구로 기능할 수 있다”며 “한국교회는 신명기 율법 설교를 통해 현재 복합적 위기 극복에 필요한 진리를 재발견하고 실천함으로써 신앙 공동체의 정체성과 공동체성을 회복하고, 하나님의 정의와 사랑이 살아 숨쉬는 교회로서 시대 속에 견고히 서야 할 것”이라고 정리했다.

▲정주환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한국복음주의실천신학회

▲정주환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한국복음주의실천신학회

요한계시록 4장, 초월적/내재적 거룩

앞서 ‘그리스도 형상적 해석학으로 접근한 요한계시록 4장의 삼위일체적 예배 모형’을 주제로 발표한 정주환 박사(서던뱁티스트 신학대학원)는 “계시록 4장은 하나님의 초월적 거룩과 내재적 거룩을 중심으로 예배의 본질과 방향성을 선명하게 제시한다”며 “요한이 목격한 천상의 예배는 하나님의 절대적 위엄과 거룩함을 찬양하는 동시에, 모든 예배자를 그분의 거룩 안으로 초대한다. 저자가 본문을 통해 말하려는 것은 초월적(Transcendent) 거룩이고, 본문을 통해 수행하려는 것은 내재적(Immanent) 거룩”이라고 말했다.

정주환 박사는 “하나님의 초월적 거룩은 내재적 거룩으로 더욱 풍성해지고, 이 둘의 조화를 통해 예배의 본질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결국 본문의 신학적 미래 지향성(future-directedness)은 본래 상황을 넘어 천상 예배를 현대 신자들의 경험과 연결한다”며 “이처럼 하나님의 이중적 거룩의 조화는 ‘경외심과 기쁨(gravity and gladness)’이라는 신학적 명제를 통해 구체화되고, 이는 요한이 듣고 목격한 ‘거룩하다, 거룩하다, 거룩하다’는 삼중찬양에서 절정을 이룬다”고 평가했다.

정 박사는 “이 예배적 반응은 ‘바라봄과 어우러짐(gazing and embracing)’이라는 행위를 통해 예배적 적용으로 전환된다. 하나님의 초월적 거룩을 경외하며 인정하는 동시에, 그의 접근 가능한 내재적 임재를 경험함으로 구현된다”며 “이로써 예배는 하나님의 거룩함에 대한 경외와 기쁨이 조화를 이루는 자리가 되고, 거룩하신 하나님과의 만남을 통해 신자 개인이 변화를 경험하는 순간이 된다”고 전했다.

그는 “오늘날 예배의 새로운 흐름 속에서 많은 교회들은 청중의 관심을 끌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도입하고, 예배를 즉각적 문제 해결을 목표로 하는 일회성 이벤트로 변모시키려 한다”며 “이러한 흐름 속에서 예배자는 질문해야 한다. ‘예배 가운데 거룩하신 하나님이 경배를 받으시는가? 예배를 통해 거룩한 변화가 일어나는가?’ 여기에 쉽게 답하지 못한다면, 계시록 4장이 제시하는 예배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요한이 보고 경험한 것들 중 가장 우선순위에 있던 것은 거룩하신 하나님을 만나는 예배의 자리였다. 그것도 단순히 개인의 필요를 채우는 이벤트가 아니라, 거룩의 능력을 경험하는 예배였다”며 “이러한 예배 모습이야말로 참된 예배의 모델이 돼야 한다. 설교자는 무엇보다 ‘거룩한 옷을 입고 여호와께 예배(시 96:9)’하는 자리로 회중을 이끌어야 한다. 하나님의 초월적 거룩 앞에서 참된 회개가 일어나고, 내재적 거룩 안에서 감사와 기쁨이 어우러지는 예배가 되도록 함으로써 거룩한 백성으로서 정체성을 확립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박사는 “현대 교회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잘 꾸며진 이벤트나 청중을 모으는 매력적 프로그램이 아니다. 그리스도의 교회는 무엇보다 하나님의 거룩 앞에 나아가야 한다”며 “예배의 중심에 하나님의 거룩이 자리잡을 때, 교회는 비로소 거룩한 능력을 회복할 수 있다. 그리스도를 닮은 삶은 바로 이 거룩한 예배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덧붙였다.

발표 후에는 신진학자 격려금 전달식과 기념촬영, 식사 등이 이어졌다. 한국복음주의실천신학회는 오는 5월 10일 강남비전교회(담임 한재욱 목사)에서 제48차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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