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 달이 멈춘’ 여호수아 이야기, 어떻게 ‘적용’해야 할까?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SGBC, 하나님의 이야기 주석 시리즈

본문 이해 넘어 그리스도인답게
살도록 돕기 위해 기획된 주석
경청하기-설명하기-살아내기
전쟁·대량 학살? 진멸 명령 아냐

SGBC 여호수아
리사 레이 빌 | 성서유니온 | 644쪽 | 40,000원

성서유니온 출판사에서 ‘하나님의 이야기 주석 시리즈(the Story of God Bible Commentary, 이하 SGBC)’ 첫 권인 <여호수아>가 최근 발간됐다.

SGBC 주석 시리즈는 독자들이 성경 본문을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하나님 말씀의 영향을 받아 오늘날 그리스도인다운 방식으로 살아가도록 돕기 위해’ 기획됐다고 한다. 학술적 주석이 아니라, 성도들이 성경의 오랜 의미와 더불어 21세기를 사는 우리를 위한 연속적 의미를 이해할 수 있도록 적용에 방점을 두겠다는 것.

이에 성경이 원래 집필됐던 당시 의미했던 바를 알려줄 뿐 아니라, 오늘 여기에서 의미하는 바를 이해할 수 있도록 본문을 설명하고 있다. 성경은 변하지 않지만, 성경을 우리 문화와 연관시키는 방식은 끊임없이, 또한 여러 상황에서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주석 작업에 참여한 성서학자들은 전문 성서학 지식뿐 아니라, NIV 성경을 바탕으로 구약을 석의하면서 예수님에 대한 헌신과 현대 문화에 대한 통찰을 성경에 접목해, 장대한 ‘하나님의 이야기’에 비춰 본문을 경청하고 이해하며 살아내도록 요청한다. 실질적·실천적 지침을 찾고 있는 목회자와 성경공부 인도자를 비롯한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을 위한 주석인 셈.

그래서 각 성경 본문을 3가지 구도로 살피고 있다. 먼저 ‘이야기 경청하기’에서는 본문을 읽고 관련된 여타 성경 구절과 고대 근동 문헌들을살핀다. 다음 ‘이야기 설명하기’는 당시 맥락 속에 본문을 해설하면서, 난해 구절들의 경우 신학적 해석에 강조점을 둔다.

끝으로 ‘이야기 살아내기’는 이 주석 시리즈의 가장 뚜렷한 특징으로, 성경 이야기가 교회의 삶으로 계속 진행되는 오늘날, 우리가 어떻게 본문을 살아낼 수 있을지 탐구한다. 특히 구약 본문에서도 그리스도를 제시하고자 하는 목회자들에게 유용하다.

한 예로 여호수아 속 난해 구절, ‘태앙과 달이 멈춘 사건’으로 잘 알려진 여호수아 10장에 대해 ‘이야기 경청하기’에서는 출애굽기·민수기·신명기 등의 모세오경과 무르쉴리 2세 10년 연보, 게벨 바르칼 석비와 투트모세 3세 연대기 등 고대 근동 문헌들과 비교하면서 ‘하늘의 개입’이라는 공통점을 찾아낸다. ‘이야기 설명하기’에서는 본문을 상세하게 설명하면서, ‘하늘의 개입’에 대해 여러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특별한 날로 선포된다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을 위해 싸우셨다는 신학적 요점을 제시한다.

▲리사 레이 빌 교수(Lissa M. Wray Beal). ⓒ토론토 대학교 위클리프 칼리지

▲리사 레이 빌 교수(Lissa M. Wray Beal). ⓒ토론토 대학교 위클리프 칼리지

끝으로 ‘이야기 살아내기’에서는 이스라엘의 전투에 포함된 초자연적 요소에 대해 “전쟁에서 벌어지는 초자연적 요소들을 기꺼이 묘사하는 대중문화와 달리 오락적 가치를 위해서가 아니라, 이스라엘 가운데 계신 하나님의 능력과 임재에 관한 신학적 주장”이라며 “하나님의 전투 개입은 성경 기록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신약과 오늘날로 논의를 진전시킨다. 책에서는 “신약성경에서도 전사이신 하나님은 계속 등장한다. 이제 그분은 혈과 육의 적이 아니라 영적 세력에 맞서 싸우신다”며 “그리스도인의 영적 전쟁 상황에서 여호수아 10장은 확신을 준다. 그리스도께서 그리스도인들과 함께 서시고, 그들을 위해 싸우시며, 전투 중에 그들에게 힘을 주신다”고 적용한다.

저자는 본격적 본문 주석에 앞서 여호수아에 대한 세간의 대표적 비난, ‘전쟁, 거주민을 전멸시키라는요구(헤렘 명령), 그들에 대한 강탈’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먼저 ‘헤렘 명령’에 대해 “모든 주민을 진멸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그들의 민족 정체성을 파괴하거나 무력화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변증한다.

특히 ‘헤렘 명령’이 “그 땅의 모든 주민을 쓸어버리라”는 일반 명령이 아니었다는 3가지 논거도 제시한다. 첫째로 신명기 7장 2절의 헤렘 명령은 성(城)에 초점을 맞춰, 주변 시골과 마을로 달아난 이들은 살아남게 두었을 수 있다. 둘째로 그 땅에 진입한다 해서 모든 인구의 진멸을 상정하지 않았고, 그들을 “쫓아내셨다”. 셋째로, 고대 근동 정복 기사의 과장된 특징은 ‘헤렘 명령’이 그 범위에 있어 대량 학살이 아니었다는 위 두 가지 증거와 일치한다.

저자는 “하나님은 이스라엘보다 앞서서 주민들을 쫓아내셨고, 이스라엘 백성의 행동은 가나안 성들을 겨냥한 것이었다”며 “모든 주민이 살해된 것은 아니었고, 성의 ‘전멸’ 앞에서도 생존자는 남아 있었다. 이스라엘의 땅 점령은 오랜 기간에 걸쳐 성취됐고, 이스라엘 백성은 남은 가나안 주민들 가운데 거했다”고 정리했다.

저자는 캐나다 토론토 대학교 위클리프 칼리지 구약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리사 레이 빌 교수(Lissa M. Wray Beal)다. 캐나다 에드먼턴 테일러 신학교에서 공부하고(M.Div.), 토론토 대학교 세인트마이클스 칼리지에서 구약학 박사 학위(Ph.D.)를 받았다. 이후 수년간 프로비던스 신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성공회 사제로 목회 사역을 병행하면서, 구약성경이 기독교 신앙과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해하려는 교인들의 열망에 주목하며 연구를 진행 중이다. 국내에 소개된 도서는 이번 주석이 처음이며, 역사서와 시편, 예레미야 관련 논문들과 The Deuteronomist’s Prophet: Narrative Control of Approval and Disapproval in the Story of Jehu(2 Kings 9 and 10), 1 & 2 Kings(Apollos Old Testament Commentary)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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