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 고신-기장, 총회 임원 간담회
기장 박상규 총회장:
에서가 야곱 만난, 역사적 예배
예수님처럼 사는 믿음·열망 같아
고신은 순교하면서 신앙 지켰고
기장은 국가 폭력 앞에서 순교
둘 다 예수님만 믿으려는 고백
예수 안에서, 이해관계 있겠나
고신 정태진 총회장:
오늘 만남, 하나님 명령 순종
현 상황 속 한국교회에 반향
양 교단, 장로교회에서 축출돼
한국교회에 큰 메시지 만남
양 교단 영적 시너지 솟을 것
이중표 목사님 별세신앙 배워
예장 고신과 기장 총회 임원 간담회가 2월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 내 기장 총회본부 대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정치·사회적 분열과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각각 장로교회에서 가장 보수적이고 진보적인 고신 총회와 기장 총회 임원들이 함께 모여 서로의 공통점을 확인하고 협력 방안을 모색한 것이다. 양 교단은 해방 직후 기존 주류 장로교회에서 사실상 쫓겨났다는 공통점도 있다.
예장 합동과 통합, 기감 3개 교단이 오는 4월 3일 ‘한국 기독교 선교 140주년 기념예배’를 드리기로 한 가운데, 예장 고신과 기장 교단은 오는 4월 6일 한국 선교 140주년을 기념해 한국교회를 성찰하는 토론회를 함께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임원 간담회는 지난해 기장 총회장 박상규 목사(광주 성광교회) 측이 고신 총회장 정태진 목사(진주 성광교회) 측을 방문한 것에 대한 답방 형식으로 이뤄졌다.
양 교단 총회장의 간단한 인사 후 예배로 시작된 간담회는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먼저 예장 고신 정태진 총회장은 “기장 교단과 교류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며 “지난 모임에 이어 이렇게 흔쾌히 초대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기장 박상규 총회장은 “한국교회가 140년 전 선교가 시작됐는데, 장로교에서 기장이 72년(1953년), 고신 총회가 73년(1952년) 분열됐다. 딱 절반 정도 된 것”이라며 “절반을 지나면서 갖는 오늘 예배 자체가 얍복강을 건넌 야곱이 에서를 만나는 것과 같은 역사적 예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는 오면서부터 은혜가 됐다. 우리 사회의 영적 새로운 하나 됨의 출발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장 부총회장 이종화 목사 인도로 기장 부총회장 김재현 장로가 기도, 고신 서기 박성배 목사가 성경봉독 후 고신 총회장 정태진 목사가 ‘서로 합하여 하나가 되게 하라(에스겔 37:16-17)!’는 제목으로 설교했으며, 기장 총회장 박상규 목사가 축도하며 모든 순서가 마무리됐다.
기도한 김재현 장로는 “양 교단은 보수와 진보, 영남과 호남이라는 지역 기반이 있다”며 “축자영감설을 부정하고 진정한 성서 정신을 구현하다 배척당해 출애굽한 기장과, 신사참배에 대한 회개를 주장하며 진정한 성서 정신을 추구하다 배척당해 출애굽한 고신이야말로 주님 안에서 진정한 동질성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말했다.
설교를 전한 예장 고신 총회장 정태진 목사는 “오늘 말씀은 이스라엘 역사의 격동기에 기록됐다. 섭리의 때에 하나님의 손 안에서 하나가 되는 연합을 통해 본토로 귀환한다는 말씀으로, 이스라엘 민족이 장차 한 나라를 이루고 한 임금이 다스리고 다시는 두 민족이 되지 않게 하리라는 약속”이라며 “이것이 절망 가운데 보여주시는 하나님의 약속인 동시에, 이를 통해 하나님께서 정말 보고 싶으신 모습이다. 하나 됨은 하나님의 소원임을 본문을 통해 깨달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태진 총회장은 “우리 기장과 고신의 만남을 통해 주시는 의미가 뭘까. 먼저 완성된 하나님 나라를 바라보면서 하나님 명령에 순종하는 것이다. 이는 하나님의 소원을 이뤄드리는 첫 발걸음”이라며 “둘째는 기장과 고신의 만남 자체가 대한민국이 직면한 현 상황에서 한국교회에 반향을 불러 일으킬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총회장은 “역사적으로 두 교단은 장로교회에서 1년 차이로 축출된 아픔을 갖고 있다. 그리고 기장은 전라도, 고신은 경상도가 주축이다. 저는 진주 성광교회, 기장 총회장님은 광주 성광교회라는 공통점도 있어, 처음 만났을 때 급속도로 친해졌다”며 “두 교단은 한국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기도 하는데, 이런 시국과 상황에서 만난다는 것은 한국교회에 큰 메시지를 던지는 만남이다. 앞으로 자주 만나야겠다”고 밝혔다.
그는 “양 교단이 서로 다른 역사와 문화적 배경 속에 성장해 왔고 기독교 신앙의 강조점도 다소 차이가 있다”며 “하지만 함께 만나서 서로의 장점을 배우고 한국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면서 함께 제시하고,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세우는 일에 협력할 때 양 교단에 영적 시너지가 솟아 나올 줄 믿는다”고 전했다.
정 총회장은 “고 방지일 목사님이 생전 진보와 보수에 대해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보수는 속죄 구령의 복음에 중심을 두고, 진보는 반경을 넓히는 역할이라는 것”이라며 “앞으로 양 교단의 만남을 통해 우리는 구심점으로서 뿌리를 내리고 기장은 반경을 넓히면서, 함께 한국교회에 아름다운 소식을 전하고 섬기는 모임과 만남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예배 후 고신 이영한 사무총장은 “총회장님들을 모시고 처음 만났을 때는 약간 긴장도 했는데, 두 분이 너무 자연스럽게 오랫동안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오늘 간담회까지 성사됐다”며 “사회에서 심화되는 갈등과 분열이 일어나고 있는데, 한국교회 가장 보수인 고신 교단과 가장 진보인 기장 교단이 함께 모인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다. 지역적으로도 동서가 함께 모이는 것이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영한 사무총장은 “찾아 보니 고신과 기장이 함께 연합을 기여한 적이 여러 번 있더라. 한장총을 창립한 5개 교단에 속해 있었고, 한목협 창립에도 기장과 고신 목사님들이 일조했다”며 “선교 140주년을 맞아 임원 전체가 함께 모인 것은 역사적으로 의미가 크고, 저희는 지경을 넓히고 아픈 이웃들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기장에서 많이 배워야 한다”고 기대했다.
기장 이훈삼 총무는 “선교 140주년을 맞이한 한국교회가 분주하게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의미를 살릴 방안을 기도하고 고민하면서 고신과 만나게 됐다”며 “고신과는 별로 교류가 없었고, 순교자의 피가 흐르는 교단이라 선뜻 다가가기 쉽지 않았다. 제안하면서도 두렵고 떨리는 심정이었지만, 총회장님과 사무총장님들이 만나면서 잘 풀렸다. 고신 총회장님이 너무 부드럽고 열려 있으셔서 전혀 부담이 없었다”고 전했다.
이훈삼 총무는 “한국교회가 140년 선교 역사 속에 많은 역할을 했지만, 신사참배, 전쟁 협력, 장로교 분열 등 참회하고 수정할 일들도 많다”며 “고신 총회도 유일하게 신사참배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프게 쫓겨나셨다. 저희는 신학적 문제와 함께 지역적 패권 문제로 쫓겨났다”고 설명했다.
이 총무는 “보수와 진보로 나누긴 하지만, 우리에게는 침해할 수 없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고백, 십자가를 지고 부활을 지향한다는 뜨거운 고백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단지 70년 역사 속 만날 기회가 없었을 뿐”이라며 “만나면 예수 그리스도 안에 하나임을 새기게 된다. 감사하고 감동적인 만남”이라고 강조했다.
기장 박상규 총회장은 “양 교단의 같은 점을 생각했는데, 성경에 나타난 예수님을 그대로 살아내고 싶어하는 믿음과 열망이 같다고 생각한다”며 “고신 총회는 순교하면서까지 신앙을 지켰고, 저희는 국가 폭력 앞에서 신앙을 지키기 위해 순교했다. 둘 다 예수님만 믿으려는 고백이고, 기장도 그런 점에서는 지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박상규 총회장은 “저희는 성경이 말하는 예수님의 삶을 가장 정확하게 살아낼지 고민하다, 가난한 사람들과의 연대를 강조해 왔다. 성경이 말하는 예수님 모습을 닮아 본받아 살려고 하는 부분에서 우리는 하나”라며 “정치인들은 이해관계에 따라 보수와 진보를 가르려 하지만, 신앙에는 이해관계가 없다. ‘예수 안에서 죽자’는 것이 신앙인데, 무슨 이해관계가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박 총회장은 “순교 정신으로 주님을 위해 십자가를 지는 마음으로 하나 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세상이 우리를 갈라놓았지만, 우리는 한 번도 갈라진 적이 없다”며 “기장과 고신 교단은 여기에 한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부터 그런 마음을 갖고 시작하면, 현실을 이겨내는 믿음이 성령께서 하나 되게 하시는 역사로 나타나지 않을까”라고 희망했다.
고신 정태진 총회장은 “고신 하면 순교신앙이지만, 기장 이중표 목사님의 ‘별세신앙’을 보면서 저희도 많이 배웠다. 고신 교단이 순교신앙을 삶과 목회에 디테일하게 풀어내는 일에는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했는데, 기장 이중표 목사님께서 순교신앙을 목회와 삶의 현장에 어떻게 뿌리내릴 수 있는지 저희보다 훨씬 깊이 있게 연구하고 실천 방안을 제시하시는 것을 보면서 존경을 느꼈다”며 “이렇게 다름보다 함께할 수 있는 공통분모를 찾다 보면, 함께 일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화답했다.
양 교단 총회장은 포옹과 선물 교환을 진행했으며, 참석한 양 교단 임원들도 한마디씩 소감을 나누기도 했다. 이후 기념촬영과 오찬, 간담회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