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마지막까지 이어진 사랑”
1994년 타인에 신장 하나 기증
의학 발전 위해, 시신기증 나눔
365일 새벽기도로 신앙 지켜와
유가족들, 의학 발전 기여 소망
지난 2월 12일, 생존 시 신장기증인 故 이수권 장로(1941-2025)가 한양대 의과대학에 시신을 기증했다. 30년 전 생전 생면부지 타인을 위해 신장을 나눈 이 장로는 마지막 순간 의학 발전을 위해 시신까지 기증한 것.
“아빠가 잠시 여행을 다녀올게.”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사장 박진탁 목사, 이하 운동본부)에 따르면, 1994년 당시 53세였던 이수권 장로는 자녀들에게 여행을 다녀온다고 말한 뒤 1주일 동안 집을 비웠다. 여행 장소는 다름아닌 한양대학교병원, 여행 목적은 ‘쉼’이 아닌 ‘나눔’이었다.
평소 신장 기능을 모두 잃어 투병 중인 환자들을 안타깝게 생각했던 이 장로는 더 늦기 전 신장 기증을 결심했다. 다만 자녀들에게 걱정을 끼칠 수 없다는 생각에, 신장기증 수술 대신 여행이라 일렀다.
30여 년 전 생명을 나누기 위해 병원으로 여행을 나섰던 아버지를 떠올리던 딸 이지현 씨(46)는 “아버지께서는 법 없이도 사셨을 만큼 선하신 분이었고, 나눔을 삶의 원칙으로 삼으셨다”고 밝혔다.
이지현 씨는 “아버지께서 마지막까지 생명을 나누는 길을 택하신 것은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고 말했다.
신장기증 이후 자신과 같은 생존 시 신장기증인들을 돕기 위해 간병 봉사도 했던 고인은 신장을 기증했던 한양대학교병원에 생애 마지막 순간 하나뿐인 자신의 몸까지 기증하고 하늘로 영원한 여행을 멀리 떠났다.
고인은 폐에 물이 차는 등 고통스러운 투병 중에도 나눔에 대한 신념을 내려놓지 않았다. 지난해 8월 심혈관 수술을 받으며 몸이 많이 쇠약해진 고인은 올해 2월 9일 갑작스러운 소화불량 증세로 응급실을 찾았다. 이튿날인 2월 10일 증상이 급격히 악화돼, 손쓸 겨를도 없이 세상을 떠났다.
평소 경기 파주 큰기쁨교회 장로로 섬기며 새벽예배를 단 하루도 거르지 않을 만큼 신실한 신앙생활을 해왔던 고인은 평생 어려운 이웃을 보면 먼저 손을 내밀었고, 전도에 대한 강한 열정을 품고 많은 이를 신앙의 길로 이끌기도 했다.
이웃 사랑이 남달랐던 이 장로는 시신기증으로 의학발전에 기여해 환자들을 돕고자 하는 소망을 늘 밝혀왔고, 고인을 뜻을 존중한 가족들의 결정으로 마지막 순간 실현됐다.
며느리 이경희 씨(53)도 “생전 친딸처럼 대해주시던 아버지께 늘 당부하셨던 형제 간 화목과 믿음 생활을 잘 지켜나가겠다”고 전했다.
운동본부 김동엽 상임이사는 “이수권 장로가 남긴 사랑과 헌신은 그가 기증한 장기와 시신을 통해 더 많은 생명을 살리고, 의학 발전에 기여하며 길이 남을 것이다”며 “삶으로 보여주신 나눔의 가치가 많은 이에게 깊은 울림을 전하며 귀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