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신대 전 총장 정일웅 박사 인터뷰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 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대한민국 헌법 전문(大韓民國 憲法 前文)이다. 정일웅 전 총신대 총장은 최근 혼란한 시국 가운데, 이 헌법 전문 속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自由民主的 基本秩序)’라는 문구에 주목한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추구하는 모든 국민들이 하나로 뭉쳐, 이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정 전 총장의 과거 이력을 통해 더욱 드러난다. 그는 최전방 포병 부대에서 군 복무 중이던 1967년, 휴전선을 넘어 정찰 등의 이유로 남하하던 무장공비 2인을 격전 끝에 제압한 경험이 있다. 아직 김신조 사건 이전으로, 휴전선에 철책선이 촘촘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정일웅 전 총장은 이에 대해 “제 인생을 바꿔 놓은 사건”이라며 “오늘날 신학의 길로 가게 된 것도 그 두 사람 때문이었다. 같은 민족이자 또래의 청년을 쓰러뜨리고 보니 ‘내가 죽었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도 들었고, 저도 총을 맞았는데 기적처럼 다치지 않게 하셨다. 그 뒤로부터 하나님의 길을 걸어가야겠다고 결심하고 신학교에 입학했다”고 고백했다. 다음은 정일웅 전 총장의 시국 진단과 해결 방안.
계엄 후 내란 주장, 불행한 사건
정의와 평화 실현 참된 정치인가
원수처럼 대립하고 싸워야 하나
대화와 타협의 정치 실종돼 난감
극단적 대립, 교회 나서야 할 때
불의한 정치 한목소리로 맞서야
민주당 무차별 탄핵 정당성 있나
하나님 말씀 권위 회복할 기회
-먼저 최근 시국을 어떻게 보시는지 진단해 주십시오.
“참으로 안타깝지요! 우리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전 세계인이 그간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크게 발전한 가장 모범 국가로 인식하고 부러워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후 국회의 다수를 차지하는 야당과 일부 여당 정치인들이 합세해 계엄 행위를 헌법 위반과 내란으로 몰아붙이고 대통령을 내란 수괴로 칭하며 탄핵을 결의한 것은 참으로 불행한 정치적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욱이 지금 헌재가 대통령 탄핵 재판을 놓고 심문하며 증언자들의 청문이 계속되는 가운데 국민들까지 양분돼 갑론을박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 정치인들에 대한 실망감을 감출 수 없습니다. 이 땅에 정의와 평화의 실현을 위한 참된 정치는 사라졌구나 하는 서글픔도 느끼게 됩니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왜 이렇게 문제를 더 크게 만들까요? 왜 국민들이 서로 원수처럼 대립하면서 싸워야 할까요? 왜 이렇게 국민들까지 갈라놓고 서로 싸우게 할까요? 정말 안타깝습니다.”
-이런 시국 수습 방안과, 이를 위해 지금 교회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결국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해답일 수밖에 없겠지요! 그러나 이상하게도 헌재마저 지금 국민의 불신을 받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어떻게 수습돼야 할지 걱정이 역시 앞서게 됩니다.
사상적으로 의심받는 소위 우리법연구회 출신 헌법재판관들이 여럿 있다는 소식에 역시 ‘바른 판결을 기대할 수 있을까? 과연 올바르고 정당한 판결이라 말할 수 있을까? 국민이 수용할까?’ 더욱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원래 정치는 고도의 대화와 타협으로 공동체와 사회, 인간의 문제를 풀어가는, 안정과 평화의 질서를 도모하는 공인된 행위입니다! 이러한 환경이 조성돼 정치가 사회 안정과 평화를 주도하고 도모해야 하는데, 이것이 실종돼 버리니 정말 난감합니다. 이런 일들이 정상적으로 작동된다면, 교회가 국가와 정치적 행위에 나서 왈가왈부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그간 한국교회는 중립을 원칙으로 삼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온 국민이 두 쪽이 나서 극단적 대립의 위기를 보이는 상황이다 보니, 이제 교회도 말해야 하는 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앞서게 됩니다.
물론 교회가 이런 말을 하는 방식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개교회나 목회자 개인이 말하기보다, 한국교회가 연합하고 연대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한국교회의 연합이 필요한 것입니다. 교회 연합은 교회를 지키고 보호하는 방안이기도 하지만, 그리스도의 복음을 우리 사회에 전하는 역할이 더 중요하지요! 즉 복음의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일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연합하여 한 목소리로, 불의한 정치 또는 불의한 통치자에 대해 양심의 소리를 내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 헌재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들에서 확인되고 있는 것처럼, 내란 수괴로 몰았던 대통령의 죄목이 야당 인사들의 사전 모의에 의한 것이었다는 사실들이 증언자들에 의해 확인되면서, 국민들의 분노를 더욱 자극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게 된 동기가 의회 다수당인 야당이 그간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심지어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이나 정부 중요기관 책임자들을 정당한 근거 없이 감사원장과 국무총리까지 29차례나 탄핵을 저질렀으며, 새해 예산까지 마음대로 삭감한 이 모든 행위에 있었음을 암시하는 대통령의 호소가 있었습니다.
이제 그간 야당이 29차례나 저지른 다수당의 탄핵 횡포에 대한 정당성을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통령의 행위를 부당하게 내란으로 몰아간 모든 행위를 중지하도록 목소리를 내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판단됩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교회는 이제 연대하고 연합해서 하나님의 정의의 음성을 들려 줘야 합니다. 목사라는 인간의 권위가 아니라, 참으로 하나님의 권위로 말입니다! 한국교회는 그간 사회적으로 상실했던, 하나님 말씀의 권위를 회복할 수 있는 참으로 중요한 기회가 아닌가 싶습니다.”
문재인 정부, 지나친 친북 성향
극좌파, 자유민주 가치관 흔들어
교회, 양극단 극복 시각·통찰을
관용과 사랑으로 선한 영향력을
낭만적? 극좌·우 사랑으로 설득
민주당, 연방제 통일 내려놓아야
전한길 강사 와 닿는 이야기 많아
모든 기독인 본받을 만한 모델
-말씀처럼 국민들 가운데 극단적 분열이 일어나고 있는데, 기독교인들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까요.
“그간 대한민국과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정치 이념은 자유민주주의 가치관의 성취에 있었습니다. 그것은 헌법 전문에도 나와 있고, 헌법 4조와 37조에도 명시돼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남북이 분단된 상황에서, 우리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통일론도 자유민주의 가치를 지향하며, 전제한 관점에서의 통일이어야 합니다 헌법 4조는 그것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김대중·노무현 정부, 문재인 정부가 이어지면서, 민주당은 특히 ‘한 단계 낮은 연방정부’라는 미명 하에 통일정책을 변경함으로써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통일 방안을 흐려 놓았습니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는 지나치게 친북적 성향을 보여줌으로써, 자유민주적 가치관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여기서 우리 사회의 극좌파에 대항하는 문제가 대두된 것입니다.
이는 오늘날 흔히 사회에서 말하는 ‘주사파’의 영향이죠. 주사파란 결국 북한 김일성의 정치 이념, 소위 공산·사회주의적인 독재 정치 이념에 영향을 받아서 남한을 적화 통일하고자 하니까, 우리 기독인들은 당연히 여기에 반대하고 그러한 가치관을 제대로 보아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 때부터 그러한 방향을 의심한 한국교회의 목사님 한 분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광화문에서 극좌파에 대항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한국교회와 기독인들은 이러한 우리 사회의 정치적 이념의 극단적 분열과 대립에서 조금은 중립적이기를 바라고, 성경과 복음의 관점에서 양극단을 극복하는 시각과 통찰을 갖게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의 정치 이념을 전제하고, 그 안에서 보수와 진보가 공존하는 일에 협력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북한 주사파 정치 이념의 영향을 극복하는 동시에, 그들을 지나치게 적대시하는 극우적 행동도 극복하길 바랍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의 복음은 언제나 관용과 사랑으로 선한 영향력을 미치도록 독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시국에는 너무 낭만적인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우리 사회의 지나친 극좌와 극우를 사랑으로 설득하며 지나친 대립을 극복하도록 도우면 좋겠습니다.
다만 정부는 헌법 전문과 4·37조에 명시된 대로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며, 남북 통일관도 이러한 이념의 성취에 있음을 다음 세대 교육 과정에 분명히 반영하여 실천하도록 힘써야 할 것입니다.
지금의 더불어민주당도 한 단계 낮은 연방제 통일을 꿈꿀 것이 아니라, 헌법에 명시된 대로 자유민주주의 정치 이념 실현을 전제로, 그 안에서 보수와 진보가 공존하는 정치적 책임을 수행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국민 다수는 민주당의 정치활동이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정당으로서의 정체성에 맞는지 의문을 더할 것입니다.
우리 기독교는 6.25를 통해 북한 공산·사회주의 정당이 보여준 독재 정치 체제가 어떤 것이고, 그들이 기독교를 말살하기 위해 행한 일이 어떤 것인지 역사적으로 기억할 뿐 아니라, 지금도 북한이 보여주는 비민주적·비종교적 모습을 탈북민들의 여러 증언을 통해 확인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기독교인들은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자유민주주의 이념에 서 있는 정당인지 돌아보도록 촉구하고 있습니다.”
-최근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전한길 강사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보시나요.
“어떻게 이런 분이 계셨나 하는 정도로 마음에 와 닿는 이야기들을 너무 많이 해서 놀랐어요. 저는 그 분을 잘 모르지만, 크리스천이라고 들었습니다. 나중에 보니 이 분이 한국사를 강의하는 분이시더라고요. 그러니 한국 역사를 훤히 꿰고 계시겠지요. 그동안 학원 강의를 통해서 젊은 세대에게 영향을 미쳐오신 분이라 더 놀랐어요. 정치에 크게 관심이 없던 2030 세대가 이 분들 통해 눈을 뜨게 됐다는 이야기도 들렸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분들이 더 일어나셔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 분의 시각이 오해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 난국에 이 분의 판단은 모든 기독인들이 본받고 동참해야 할 모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런 바른 판단력을 가진 기독인들이 일어나 하나로 뭉쳐서 국난 극복에 기여하길 바랍니다.”
개혁교회, 사회정의 실현 관심
칼빈 제네바, 수상 오른 카이퍼
코메니우스, 범개혁론 제시해
요즘 시국, 다윗 아들 반란 같아
서로 물고 먹으면 피차 멸망해
2030 새로운 분위기 조성 고무적
사회 안정과 평화 위해 헌신을
청년들이 주님과 국민들 희망
-개혁교회는 역사적으로 사회참여에 있어 어떤 입장이었나요.
“역사적으로 우리 개혁교회는 언제나 복음의 관점에서 사회정의 실현에 관심을 두고 노력해 왔습합니다. 제네바의 개혁자 칼빈의 제네바 성시화 노력을 생각하면, 이는 중요한 과제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20세기 초 네덜란드 개혁신학자 아브라함 카이퍼는 직접 기독 정당을 만들고 수상의 자리에 올라 하나님 나라 구현을 실천했습니다. 그는 하나님의 사회정의와 평화 실현에 크게 공헌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제가 연구해 온 17세기 역사적 인물 코메니우스 역시,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실현하는 과제와 관련해 사회 정의와 평화 실현에 깊은 관심을 가졌고, 교육 개혁과 정치 개혁, 교회 개혁에 구체적 방안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그가 제시한 범개혁론(Pampaedia)에서 보면, 개혁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을 5가지 범주에서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코메니우스의 범개혁론을 참고해 주십시오.”
-요즘 시국을 보면서 생각나는 성경 속의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적절한 비유일지 모르나, 성경에서 다윗의 아들들이 일으킨 반란 사건을 생각하게 됩니다. 다윗은 여러 배다른 아들들이 많았지요? 암논이 르호보암의 누이를 연모하여 벌인 성폭행 사건과 그로 인해 압살롬이 복수하는 사건, 그리고 압살롬이 대를 이어 왕이 될 수 있었는데도 아버지 다윗을 배반한 뒤 헤브론에 수도를 정하고 나라를 반쪽 나게 했던 일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결국 다 죽음에 이르게 되어 망하고 말지요!
갈라디아서 5장 15절 말씀은 ‘만일 서로 물고 먹으면 피차 멸망할까 조심하라’고 교훈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그런 모습이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끝으로 이 시대를 사는 청년 기독인들에게 격려의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사건을 심리하고 판단하는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게엄령 발표 배경이 2030 세대에게 알려지면서 새로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세이브코리아(Save Korea)란 슬로건을 내건 기독교 단체가 이 일에 앞장서고, 특히 전한길 선생님이 의분을 갖고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에서 탄핵 반대 연설로 많은 국민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기독인은 언제나 사회와 이웃에 그리스도의 복음 선한 향기를 풍겨야 하는 책임과 과제가 있습니다. 그것이 복음을 전하는 일이고,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내는 일이며, 사회정의 실현에 공헌하는 길입니다. 무엇보다 불의한 일에 하나님의 정의와 심판이 살아 있게 하고, 사회 안정과 평화를 위해 헌신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여러분에게 격려하고 싶은 것은, 갈라디아서 6장 9절에 소개된 복음의 말씀입니다.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포기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는 약속입니다. 다음 세대는 여러분의 것입니다. 여러분이 주인공입니다. 우리 주님의 큰 위로의 말씀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 청년 여러분, 여러분이 우리 주님과 우리 국민의 희망입니다. 선을 위하여, 정의를 위하여, 평화를 위하여 봉사하는 일이 우리 주님께서 원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때가 되면 그 일은 반드시 이뤄질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