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솔루션: 우리 아이 왜 이럴까요? (284)] 정리정돈이 어려운 아이들
정리정돈이 어려운 아이들이 있다. 매사에 동작이 느리고 꾸물거리는 아이들이다. 정리정돈이 어려운 아이들은 곧바로 시도해야 할 일을 뒤로 미루거나 엄두가 나지 않아서 일을 시도하지 못한다. 이런 아동이라도 그 특성을 잘 이해하면, 얼마든지 개선의 가능성이 있다. 잘하려고 하다가 못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정리정돈이 어려운 아동은 동기부여가 부족한 아동, 집중력이 부족한 아동, 조직화 능력이 부족한 아동이다. 정리정돈이 어려운 아동은 다음 특징을 갖고 있다.
1. 만성적인 습관
정리정돈을 못하는 아동은 이미 그것이 습관화돼 있다. 어떤 경우에만 특별히 지연시키는 것이 아니라 매사에 지연하는 행동을 보이며, 이런 행동적 습관이 만성화되어 있다. 이들에게 만성화란 그것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거나 느끼지 않을 정도의 편안함을 갖는다.
정리정돈을 못하는 아동들은 지나치게 꼼꼼한 수행에 대해 저항감을 느끼지 않는다. 그래서 이들의 증상은 일단 나타나면 만성화되는 것이 보통이다. 최악의 경우 한 사람을 거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피폐한 존재로 만들어 놓는다.
이들은 때로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외톨이로 지내게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들을 사로잡고 있는 철저한 생각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일차적으로 정리정돈을 못하는 아동의 내면에는 억압된 심리적 문제가 자리할 것이다. 정리정돈을 못하는 아동은 어떤 경우에만 특별히 뒤로 미루는 것이 아니라 매사에 뒤로 미루는 행동을 보인다는 점에서다. 그러면 이들에게 행동적 습관이 만성화되어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어야 한다. 그들이 선천적으로 지연하는 것이기보다는 습관적으로 지연하게 되었다는 점에서다.
더욱이 이들에게 만성화란 그것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거나 느끼지 않을 정도의 편안함을 갖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런 점이 그들에게 문제적인 행동으로 보지 못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인 것이다.
2. 긍정 에너지가 부족한 상태
정리정돈을 못하는 아동은 긍정 에너지가 부족한 상태이다. 이런 아동은 정리정돈을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으면서, 자신이 누구이고 자신이 믿고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한다. 증상이 심한 경우 당황하고 혼란스러워하며 더 이상 통제하기 어려운 충동이나 사고로 이끌려가게 된다.
정리정돈이 어려운 아동은 밀론(T. Milon)이 제시한 대로 가장 혼란스럽고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 유형이다. 이들은 때로 이처럼 흔들리는 동요 상태로 지속되면 자기처벌적인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다름 아닌 자신을 힘들게 만드는 정서 상태를 원상복귀시키기 위한 시도로 이해할 수 있다. 다루기 힘든 생각과 불편한 충동의 분출은 이들에게 해결할 수 없는 상태에 봉착한 느낌을 줄 것이다.
이 시기에 가장 문제되는 것은 내면의 충동과 욕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자신이 자닌 도덕적 가치를 압도당한다. 그리고 그러한 유혹 속에 자신이 이끌려 가고 있다고 인식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 체계성의 결여는 성격의 통합성에 문제는 보이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아동에게 성격은 분리할 수 없는 전체적이고 통합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 전체주의에 기초한 개인의 통합성은 집단 안의 개인과는 반대되는 개념이다.
개인 심리학에서 개인은 언제나 부분의 합 이상을 의미한다. 개인이 갖는 내적인 특성들이다. 여기에는 사고와 감정, 신념과 확신, 태도와 행동 등은 모두 인간의 개성을 표현하는 특성이다. 그렇지만 사회적 체계의 구성 요소이기 때문이다.
3. 무력감을 방치한 결과
정리정돈이 어려운 아동은 무력감의 차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아동에게도 스스로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무력감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동의 무력감은 반드시 잘못했을 때만 느끼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죄책감을 느낄 때 느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죄책감(guilty)은 아동의 병적인 심리상태를 감별할 수 있는 양상이다. 그러기에 죄책감이란 아동이 실제 행동과 자신의 기준 사이의 차이를 느끼는 고통스러운 감정이다.
물론 엄격히 말하면 아동의 죄책감과 수치감은 다르다. 죄책감은 아동이 자신의 기준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의식이다. 반면 수치감은 사회 또는 집단의 중요한 타인의 기준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실패감이다.
죄책감은 아동으로 하여금 의지력을 떨어뜨리게 만드는 요인이다. 부모는 아동의 이런 죄책감을 생각하지 못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일상생활에서 의지력이 약한 아동은 때로는 화가 난 상황에도 처음에는 분노와 적대감, 초조함을 표현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아동이 적대감에 대한 억제를 자신에게 되돌리는 분노이기 때문이다. 실패의 모든 원인을 자신에게 향하여 공격하는 양상이라는 점에서다.
이런 현상은 심리학적으로 내재화 현상이라고 부른다. 이처럼 ‘의지력이 약한 아동들의 대부분은 가족과 생활하는 과정에서 또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초조와 분노, 격노를 표현한다. 그렇다 해도 기분이 극도로 심한 경우에는 무표정하고 무감각한 정서 상태로 나타날 수도 있다.
또 아동의 경우에는 분노 감정이나 불안정하고 과민한 기분 상태가 동반되어 우울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우울한 기분과 더불어 삶에 대한 동기와 욕구가 저하된다. 그리하여 흥미와 즐거움이 없어져 매사가 재미없고 무의미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생활도 침체되고 위축된 결과로 나타난다.
4. 정리
정리정돈이 어려운 아동을 둔 부모라면, 전술한 원인을 참고해 스스로 반성할 필요가 있다. 부모가 올바르게 양육을 한다 해도, 반드시 원인이 될 만한 조건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신을 냉정하게 분석해야 개선 가능성이 보인다.
김충렬 박사
전 한일장신대 교수
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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