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휴머니즘, 죽음의 공포 극복하고 인간 불멸까지?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기독교학술원 108회 학술포럼

▲기념촬영 모습. ⓒ학술원
▲기념촬영 모습. ⓒ학술원

기독교학술원(원장 김영한 박사) 제108회 월례 학술포럼이 2월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 온누리교회(담임 이재훈 목사) 화평홀에서 ‘트랜스휴머니즘(transhumanism)’을 주제로 개최됐다.

원장 김영한 박사는 “트랜스휴머니즘은 인간 신격화요 제2의 반란이다. 인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과학기술은 창조의 목적에 맞게 선용(善用)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제목으로 개회사를 전했다.

트랜스휴머니즘, 건강한 삶 도움
인간 존재의 질 바뀌는 것 아냐
삶 편리만큼 환경 파괴, 기후변화
겸손하게 하나님께로 돌아와야

김영한 박사는 “인공지능과 유전자 가위를 사용해 결손 유전자를 제거하고 건강한 유전자를 가짐으로써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것은 인간 삶을 건강하게 유지하게 하지만, 그렇다고 인간 존재의 질이 바뀌는 것은 아니”라며 “인간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미래나 여전히 인간일 뿐이다. 수명이 길어지고 삶의 질이 예전보다는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러한 것은 삶의 외적 환경이지 인간 자체가 본질적으로 변화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김 박사는 “복음은 죽음 후 세계에 대해 증언한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새로운 세계이고, 하나님 말씀이 지배하는 천국이다. 이 천국은 첨단 기술문명의 나라가 아닌, 하나님의 말씀이 지배하는 세계(벧전 1:24-25)”라며 “오늘날 첨단 기술이 가져온 유토피아(utopia)는 삶을 편리하게 해주는 요소가 있는 동시에, 인간은 첨단기술의 발전으로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기후변화를 초래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처럼 오늘날 인류는 디스토피아(distopia)에 직면하고 있다. 인간은 모든 오만과 자율성을 버라고 겸손하게 하나님 말씀을 경청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믿고 하나님에게 인격적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러면 인간에게 새로운 생명을 주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원 박사(맨 왼쪽)가 발표하고 있다. ⓒ학술원
▲이상원 박사(맨 왼쪽)가 발표하고 있다. ⓒ학술원

트랜스휴먼+주의, 사변 단계
기술적 상상력 극대화, 진화론
영혼, 가상현실 데이터 다발로
고대 영지주의의 현대판 버전

이어 이상원 박사(총신대 전 부총장)는 ‘트랜스휴머니즘을 어떻게 볼 것인가: 개혁주의 세계관, 인간관, 신학의 관점에서’라는 제목으로 발표했으며, 김성원 전 나사렛대 부총장이 논평했다.

이상원 박사는 “트랜스휴먼은 유전공학, 로봇학, 인공지능, 나노기술 등과 같은 최첨단 기술을 이용해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고자 하는 시도’를 의미한다. 그런데 트랜스휴먼에 ‘주의(ism)’가 붙어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 첨가어는 트랜스휴머니즘이 단순 과학기술 실행 수준을 넘어, 철학적 이념의 단계 곧 사변의 단계로 넘어가 있음을 뜻한다”고 풀이했다.

이 박사는 “트랜스휴머니즘은 실증과학이 아닌 기술적 이론의 논리적 가능성에 대한 상상 또는 이념으로, 이를 추동(推動)하는 세계관은 진화론”이라며 “트랜스휴머니즘 인간론은 철저하게 유물론적이다. 영혼을 뇌신경 작동 결과로 나타나는 가상현실 정도로 파악하고, 영혼을 데이터 다발로 환원시킨다. 썩고 부패할 신체를 벗어나는 것을 궁극의 선으로 여기는 점에서 고대 영지주의의 현대판 버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트랜스휴머니즘이 초인을 지향하는 이유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기술을 의지해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고 인간을 개조해 불멸에 이르고, 우주를 개조해 이상향적 우주를 창조하고자 한다”며 “트랜스휴머니즘은 기술의 이론적 가능성을 신적 능력으로 떠받드는 기술종교를 지향하며, 인간이 하나님의 자리를 대신하는 우상숭배로 나아간다. 이들이 말하는 불멸은 기독교에서 말하는 부활의 패러디로, 이미 유사종교”라고 전했다.

이후에는 트랜스휴머니즘이 죽음을 극복하고 불멸에 이르기 위한 주요 기술들, 냉동 장기보존 기술 크라이오닉스(cryonics), 미래를 위해 프로그램화된 지시에 따라 작동하는 1세대 나노기술(nano-technology)과 다양한 분자를 자유롭게 조립해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내리라 기대하는 2세대 나노기술 어셈블러(assembler), 어셈블러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지능을 장착한 나노기계 컴퓨트로늄(computronium), 현 인류의 신체적·정신적 한계를 영구 극복하자는 인간증강(human enhancement), 우주 식민지화와 새로운 창조, 티플러의 물리신학, 그리고 외계신학(exotheology) 라엘운동 등을 소개했다.

상상력 하나님 선물이나, 절제를
엑스트로피, 성경 창조관 역행해
인간 책임지기 힘든 파멸 가능성
몸 부패했지만 하나님 선한 선물

그러면서 “트랜스휴머니즘의 방법론은 실험과 관찰에 근거해 발견한 과학 원리와 과학기술의 가능성과 잠재성을 상상 속에서 알고리즘적으로 논리적으로 밀어붙여 가상 세계를 구상해 보는 것”이라며 “상상력은 하나님의 선물이지만, 그 행사에는 일정한 절제가 필요하다. 미래에 대한 책임 있는 준비를 넘어 미래 인류 상태의 단정적 예단은 금단의 열매를 따먹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상원 박사는 “트랜스휴머니즘은 유물론적 진화론을 전제하는데, 이는 두 가지 치명적 약점이 있다. 먼저 인간과 세계가 단순한 구조에서 복잡한 구조로 점진적으로 진화했다는 엑스트로피(extropy·엔트로피 반대 개념의 신조어)는 과학의 원리와 과학기술 상식에 어긋나고 성경 창조관에도 역행한다”며 “둘째로 인간과 세계가 창조 시점부터 이미 완전한 제품으로 존재했다는 말은 과학기술을 통해 현 세계의 증강을 시도할 경우 불완전한 부분의 증강이 아닌, 완전한 부분의 파괴로 이어질 위험이 클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했다.

▲포럼이 진행되고 있다. ⓒ학술원
▲포럼이 진행되고 있다. ⓒ학술원

이 박사는 “셋째, 진화는 인격자이신 하나님의 자유로운 기획과 결정을 배제한 상태에서 생물체 발생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가정한 변화의 원리로 등장했다. 그럼에도 트랜스휴머니스트들은 과학기술을 이용한 포스트휴먼의 등장을 진화의 마지막 단계로 편입시키길 주저하지 않는다”며 “넷째, 트랜스휴머니즘 진화론은 인간보다 우월한 포스트휴먼의 등장을 말하지만, 성경 창조론은 창조 시 모두 정해진 인격적 존재 외에 새롭게 등장하는 인격적 존재는 없었다고 말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아담과 하와 이후 죄의 영향으로 인간의 몸이 부패할 운명에 처한 것은 사실이나, 하나님은 이 몸을 입고 성육신하시고 사심으로써 영지주의적 이원론을 배격하셨고, 몸을 갖고 노동하며 살아야 함을 보여주셨다”며 “우리 몸은 부패했음에도 선한 선물임을 인정해야 한다. 선물에 결핍이 있다 해서 버리고 더 나은 형태를 우리가 창조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나님께서 주신 것을 쫓아내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또 “포스트휴먼의 핵심은 ‘데이터로 환원된 인간’이다. 그들이 데이터에 집중하는 이유는 인간의 오류로부터 자유롭고, 결과를 극대화할 수 있으며, 무한복사가 가능해 신적 존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아담과 하와의 범죄 이후 하나님께서 생명나무를 지키게 하신 것은 영생에 이르는 길을 차단하신 ‘규범적 명령’인데, 이를 어기고 영생에 이르는 길을 찾으려 시도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세우신 규범적 질서를 범하는 죄이다. 트랜스휴머니즘은 그 길을 발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원 교수는 “트랜스휴머니즘이 제시하는 과학기술적인 이상향의 주체는 과학기술의 힘을 이용하여 인간과 우주를 변형시키는 가상현실 속의 데이터인 포스트휴먼”이라며 “트랜스휴머니즘이 구상하는 미래는 죄도 지옥도 없고, 과학기술을 통해 도덕적으로 완전하게 개선된 데이터적 존재와 우주만 있는 완전히 낙관적인 곳이다. 그러나 성경이 제시하는 미래 세계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은 의인들이 가는 천국, 거부한 악인들로 구성 지옥의 이원화된 세계”라고 했다.

이 교수는 “과학기술은 미래 인간에게 어느 정도 편의를 안겨주겠지만, 인간의 유한성과 죄성 때문에 과학기술이 가져올 결과에 대해 잘못 예측할 위험과 과학기술을 악용할 위험이 상존하며, 이 위험 때문에 과학기술이 인류에게 심대한 피해를 안겨줄 가능성도 간과해선 안 된다”며 “미시적 기술인 유전자 조작과 나노기술이 깊이 들어갈수록 인간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 결과 예측과 운용에 실수가 나타날 수 있고, 이는 인류에 어마어마한 피해를 줄 수 있다. 또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넘을 수 없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정리했다.

그는 “트랜스휴머니즘은 과학기술의 능력으로 인간의 도덕성까지 개조하고 증강시킬 수 있으며, 죽음을 극복하고 불멸에 이를 수 있다는 환상에 함몰돼 있다. 그러나 죄를 회개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영접하며 성령의 충만한 권능을 받을 때만 비로소 도덕성 증진과 죽음의 극복, 영생 참여가 가능하다”며 “온 우주를 낙관적 이상향으로만 채우려는 트랜스휴머니스트들의 시도는 편향된 것임이 드러난다”고 덧붙였다.

앞선 경건회는 오성종 박사(기독교학술원 교무부장, 전 칼빈대 신대원장) 인도로 김성봉 목사(전 안양대 신대원장)가 설교했다. 이후 ‘국가를 위해’ 최성대 목사(기독교학술원수사, 미라클교회), ‘한국교회와 북한 구원을 위해’ 박윤영 목사(소망의교회), ‘전쟁 종식과 세계 평화를 위해’ 임재천 목사(수사 15기생, 아름다운교회)가 각각 기도했다. 포럼은 사무총장 박봉규 목사의 광고, 김성봉 목사의 축도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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