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이 방해·협박” 주장 제기돼… 학교 측 반박, 재반박 부딪혀
학교 측 “특정 정치적 입장 대변 공간 되지 않아야
‘미스바 광장‘과 ‘학교 로고’ 표기 삭제하게 했을 뿐
헌법이 보장하는 적법한 학생들의 집회 자유 존중”
장로회신학대학교(장신대) 학생들이 12일 낮 탄핵 반대 시국선언을 준비 중인 가운데, 장신대 교수들이 이를 훼방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학교 측은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고 반박하며 수습에 나섰으나, 재반박에 부딪히면서 논란은 여전한 상황이다.
최근 한 유튜브 채널에는 “탄핵 반대 시국선언하는 대학생들 협박한 장신대학교 교수들”이라는 영상이 게재됐다. 그러자 이에 대해 장신대 대외협력처장은 8일 학내 게시판에 게재한 글을 통해 그간의 경위와 학교 측의 입장을 설명했다.
그는 먼저 “본교는 학문의 자유와 신앙 공동체로서의 정체성을 존중하며, 학교가 특정 정치적 입장을 대변하는 공간이 되지 않도록 학교 안에서 탄핵 찬성이나 반대 집회를 허락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정하고 학생을 지도해 왔다”고 전제했다.
그에 따르면 신학대학원장은 해당 집회를 신청한 학생들에게 “첫째, 학생들은 학교 외부에서는 적법한 절차를 통해 허락된 집회를 자유롭게 가질 수 있다. 둘째, 만일 외부인들이 학생들 집회에 참여할 경우 교내 난입이나 다른 입장을 가진 이들과의 충돌 및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으니 유념하여 평화롭게 집회를 진행해 달라.”는 내용을 전달했고, 학생 대표들은 그에 유념해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그런데 집회 신청 학생들이 제작·배포한 ‘3월 12일(수) 시국선언 집회 포스터’에는 학교명과 로고 및 “장로회신학대학교 미스바광장 or 정문”이라고 허락되지 않은 집회 장소가 명시돼 외부 언론에 배포돼, 마치 학교가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하는 것처럼 오도됐다고 한다. 그는 “여러 외부 인사들로부터 문의와 항의 전화가 걸려와 학교 행정이 마비될 정도의 상황이 발생했다. 학교에서 허가하지 않은 집회를 교내에서 강행할 시 상기 내용으로 인해 학생들이 불이익을 당할 수 있어, 신학대학원장은 다시 해당 대표들을 불러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포스터 내용 수정을 요청하였고, 교내에서 허락되지 않은 집회를 강행할 시 징계사유가 될 수 있음을 상기시켰다. 학생 대표들은 학교 안내를 따라 포스터에서 ‘미스바 광장‘과 ‘학교 로고’ 표기를 삭제하고, 모임 장소를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학교 측의 입장에 대해 ▲헌법이 보장하는 적법한 학생들의 집회의 자유를 존중한다 ▲교내에서 학생들이 집회를 하고자 할 때는 행정적 절차를 통해 허락을 득한 후 집회를 가져야 한다 ▲심각한 대립과 분열이 일어나는 탄핵정국에서 학교 정문 밖 외부 공간에서 갖는 집회이지만 학생들이 평안한 집회를 갖고, 타 대학에서 일어난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학생들을 지도해야 할 책임이 있어, 해당 보직교수가 교수 단톡방에 집회 사실을 알리면서 당일 학생 지도에 만전을 기해 줄 것을 당부한 것이다 ▲교수 단톡방에 집회 신청 사항을 공유한 것은 행정조치 사항을 알리기 위함이었고, 학생들이 안전하고 평화로운 집회를 갖도록 교수들이 잘 지도하고 불상사를 막기 위함이었다. 비록 학생 지도를 위한 교수 단톡방이었다고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해당 학생 실명이 공개된 것은 신중하지 못한 부분이었음을 인정하고, 향후 유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다 등을 밝혔다.
김철홍 교수 “학내 정치적 입장 안 된다?
교수평의회와 총장은 왜 학내 공간에서
특정 정치적 입장 공공연하게 선언했나”
그러나 이에 대해 장신대 김철홍 교수는 9일 역시 학내 게시판을 통해 “그 동안에 있었던 일에 대해 사실관계를 상당히 정확히 밝혀주셔서 감사했다”면서도 몇 가지 반론과 의문을 제기했다.
김 교수는 “학교가 특정 정치적 입장을 대변하는 공간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이런 중요한 대원칙에 장신대가 그토록 충실하다면, 왜 장신대 교수평의회는 작년 12월 13일에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느냐. 지금도 장신대 홈페이지에 그 시국선언문이 게시돼 있는데, 설마 사이버 공간은 장신대라는 공간 안이 아니라 밖이라고 생각하시는 것이냐. 이름을 명기한 64명의 교수님들 외에 저처럼 동의하지 않은 교수들도 10명 정도 있었는데도, ‘장로회신학대학교 교수평의회 일동’이라는 호칭을 쓰면 마치 장신대 교수 전체가 특정 정치적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모습을 외부에 보여주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그는 또 “더구나 시국선언문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즉각 나설 것을 촉구한다. 이 요구가 우리의 기도이며, 우리의 신학이다!’라는 엄청난 선언을 하셨는데, 우리 통합측 신학을 대표한다는 장신대의 신학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이다’라는 말도 헛웃음 나오게 하지만, 이걸 특정 집단의 정치적 입장으로 봐야 하느냐, 아니면 장신대 전체 구성원의 정치적 입장으로 봐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장신대 김운용 총장이 지난해 12월 12일 장신대 홈페이지 총장칼럼에 게재한 글에서 “정신 나간 대통령에 의해 계엄이 선포되었다” “이 추운 때, 젊은이들이 광장에 모여 다시 촛불을 들었다”는 표현을 썼으며, 지난 3월 4일 입학예배에서도 이런 특정 정치적 견해를 선포했다며 “외부인들이 장신 공동체가 특정 정치적 입장을 갖고 있다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학생들에게는 학교 로고조차 사용하지 말라고 지시하고, 어길 시에는 징계하겠다고 말하면서, 교수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총장조차 자신의 특정 정치적 입장을 공공연하게 장신대라는 공간 안에서 여과 없이 선언하고, 설교단에서 선포하는 것을 모든 학생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인가”라고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