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영역에 하나님 개입하실 자리 없는가?
우리를 향한 부르심 5가지
①일하시는 하나님을 찾는 사람
②믿음으로 사는 사람
③탄식·항의로 기도하는 사람
④신구약을 성경 전체로 아는 사람
⑤하나님 위한 사명 가진 사람

하박국, 폭력의 세상에서 믿음으로 살다
크리스토퍼 라이트 | 조덕환 역 | 시들지않는소망 | 272쪽 | 17,500원
“교회가 정치권의 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낼 때, 우리는 강단 앞으로 돌아가서 ‘영적인 문제’에나 충실하라는 말을 듣습니다. 이러한 입장은 공적 영역에 하나님이 개입할 자리는 없다는 가정이 깔려 있습니다.
서구 문화는 계몽주의와 세속적 유물론과 인본주의적 유럽 문화의 등장 이후 300년 동안 이렇게 말해 왔습니다.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분리한 철학적 이원론은 하나님을 후자의 영역에 가두어 놓고, 전자의 영역에 자유롭게 넘나드는 것을 단호히 금지했습니다. 하나님은 광장에서 추방당하셨습니다.”
그러나 2,500여 년 전 쓰인 하박국서에서 하나님은 선언하셨다. “나 주가 거룩한 전에 있다.” 이는 하나님께서 통치의 자리에 앉아 계신다는 뜻이고, 하나님께서 당신의 통치권을 행사하는 장소인 ‘성전’에서 다스리시는 모든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주권을 행사하신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요구되는 자세는 하나님 앞에 잠잠히 무릎을 꿇고 복종하는 것이다. “온 땅은 내 앞에서 잠잠하여라!”
책 <하박국, 폭력의 세상에서 믿음으로 살다>의 신뢰할 만한 성경학자 크리스토퍼 라이트(Christopher J. H. Wright)는 하박국 선지자가 살았던 끔찍한 시대와 우리의 시대가 비슷하기에, 그가 하나님께 던진 질문과 응답을 함께 찾아가는 여정을 떠나자고 제안한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삶의 크고 작은 곳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불의에 분개하거나 원통해하고 있다. 그 옛날 성경 속 인물인 하박국도 그랬다.
“하박국의 시대와 우리 시대는 마치 하나님이 주무시고 계시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국가적 차원의 죄악과 국제적 혼란 그리고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이(었)지만, 하나님께서 여전히 ‘일하고’ 계신다고 믿었던 세상입니다.”
시대적 배경뿐 아니라, 하박국이라는 선지자도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오늘날 그리스도인들과 비슷했다. 선지자로서 하나님 말씀을 백성들에게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아닌, 하나님께 따지듯 질문하는 것으로 포문을 열고는, 곧이어 ‘하나님과의 논쟁’을 이어간다.
“하나님의 주권, 정의, 사랑을 믿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현 시대를 살아가며 고민하는 우리에게 하박국은 어떤 방식으로 도움을 줄까요? 폭력적이고 불의한 세상 속에서 어떻게 하면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신실한 제자로 살아갈 수 있을까요?”

정의롭고 긍휼이 많으신 창조주 하나님께서는 폭력과 불의 가득한 세상을 능히 구할 수 있으시지만, 왜 응답하지도 역사하지도 않으시는지 따져 묻는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심지어 당시 유다의 악인을 심판하기 위해 더 악한 제국 바빌로니아 사람들을 사용하시는 등,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일하시기도 했다.
하박국은 바빌로니아 제국의 5가지 악을 ①약탈로 쌓은 부(2:6-8) ②억압을 기반으로 구축된 안전(2:9-11) ③일시적인 영광과 하나님의 영광(2:12-14) ④열방의 타락과 자연의 파괴(2:15-17) ⑤우상 숭배, 혼란, 거짓말(2:18-19) 등으로 정의했고, 저자는 이것들이 역사를 통틀어 인간 권력, 정부와 제국, 폭정이 지닌 수많은 악 중에서 아주 특징적이고 단편적인 모습에 불과하며, 오늘날 전 세계 제국들 가운데에서 정치·경제·문화 등 어떤 형태로든 존재하고 있음을 너무 분명하게 목격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러한 세상에서 살아가야 하는 우리의 부르심에 대해서도 5가지로 요약한다. ①세상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을 찾는 사람으로 살도록 ②믿음으로 사는 사람으로 살도록 ③탄식과 항의가 담긴 기도를 하는 사람으로 살도록 ④하나님의 이야기, 즉 구약과 신약을 하나의 성경 전체로 알고 살도록 ⑤하나님을 위한 사명을 가진 사람으로 살도록 등이다.
저자는 지난해 초 국내에 번역·출간된 전도서 강해 <전도서, 당혹스러운 세상에서 믿음을 묻다>처럼(실제로 하박국과 전도서 코헬렛의 공통점을 소개하기도 한다), 길지 않은 하박국서 전체를 구약 이곳저곳부터 오늘날 사회정치적 현상까지 언급해 가며 특유의 스토리텔링으로 (주해가 아닌) 강해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 시절 하박국의 입을 빌어, 오늘날 우리에게 “하나님께서 궁극적으로 이 땅에서 당신의 주권적 정의를 실현하실 것을 믿고, 다른 무엇이 아닌 하나님의 존재만으로 기뻐하자”고 권면한다.
불평과 의문 가득하던 하박국은 결국 “혼돈 가운데서도 하나님의 주권적 지혜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고 안도감을 얻게 된다. 어쩌면 우리 믿음의 여정은 하박국처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 세상에서, 믿음으로 계속 살아가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 아닐까.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 놓인 오늘날 우리 역시 그렇게 될 수 있을까?
“하나님 그분께서 주신 계시 안에서 우리가 안식할 때, 우리는 그분 앞에서 침묵할 수 있으며, 이해할 수 없을 때에도 믿음과 소망을 가지고 사는 것에 만족할 수 있습니다.”
책을 출판한 ‘시들지않는소망’은 이사야 40장 8절 말씀을 기반으로 하나님 말씀이 영원히 시들지 않는 소망으로 삶 전체에 스며들 뿐 아니라 스스로 참 진리 되심을 영원토록 나타내고자 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해 첫 책으로 <구약에 나타난 하나님의 고통>을 출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