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표현의 자유’ 위험 수위
실명 미기재 대자보 불허 입장
실명 밝히고 항의엔 허가 운운
학생들, 인권위에 진정 접수해
감리교신학대학교(총장 유경동 박사, 이하 감신대) 내에 학생들이 부착했던 대자보가 또다시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해, 학내 ‘사상·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감신대 정상화를 위한 복음주의 학생연합(이하 학생연합)’ 학생들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및 학내 좌경화 우려 대자보를 지난 7일 오후 4시 30분경 대학원 게시판에 부착했으나, 대학원 교무처 직원들이 곧바로 등장해 이를 바로 떼어갔다고 한다.
이번 대자보는 감신대 학위수여식이 열린 지난 2월 13일 학생연합 학생들이 학교 게시판에 붙였으나 2시간 만에 훼손된 것과 동일한 내용이었다.
특히 학교 측은 이번 대자보의 경우 게시판에 부착된 지 불과 3분만에 이를 철거해, ‘대자보 3분컷’, ‘3분 카레보다 빠름’, ‘학교 좌파 독재냐’ 등의 비판에 직면했다.
학교 측은 ‘학생들 실명이 기록돼 있지 않은 대자보는 허가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24년 12월 부착됐던 ‘탄핵 찬성’ 대자보의 경우 실명이 기재되지 않은 채 3주 가량 붙어 있었다고 학교 측 관계자 스스로 밝힌 바 있다.
더구나 대자보 훼손에 대해 대자보를 붙였던 학생이 실명을 밝히고 직접 항의했으나, 학교 측은 “허가”를 운운하며 대자보 게시를 거부했다고 한다.
이에 학생연합 측은 지난 2월과 이번까지 두 차례 이어진 대자보 훼손 사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창호, 이하 인권위)에 진정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은 “학교 당국은 재학생들이 합법적으로 부착한 대자보를 무단 철거하고, 허가를 이유로 표현을 제한하는 등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했다”며 “인권위에서 조사를 진행해 학생들의 기본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학교 측이 대자보를 사전 허가제로 운영하는 것은 명백한 사전검열이고, 헌법상 금지된 행위”라며 “학생들이 실명을 공개하고 항의했음에도 학교가 실명을 이유로 허가를 내주지 않은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이러한 조치는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피해 학생들이 교수진 및 학교 당국으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위험이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이에 △감신대의 대자보 철거 행위가 표현의 자유 침해에 해당하는지 △학교 측의 대자보 사전 허가제가 헌법 및 인권 규범에 위배되는지 △향후 감신대 및 대학원에서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가 보장될 수 있도록 인권위 차원의 권고 조치를 내려줄 수 있는지 판단 및 검토를 요청했다. 아울러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 신분이 학교 당국에 노출되지 않도록 당부했다.
이와 관련, 인권위는 지난 2022년 “학교 미관과 홍보 게시물 질서를 위해 학교 측의 규제는 어느 정도 필요하나, 학교가 학생들에게 사전 허가와 검인을 받아야만 홍보물을 게시할 수 있게 한 것은 학생회의 건전한 의견 표명과 자치 활동을 근본적으로 제한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결정했다.
또 “헌법 제21조에 의해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며, 언론 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은 인정되지 않는 등 사전 제한 금지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