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패밀리, 지자체 요청 시 ‘출동’
소아암 안데르센 공원묘원,
앰뷸런스 소원재단 이어…
죽음 후 최소한 존엄 지켜줘
은퇴 목회자들 중심 봉사활동
딱정벌레, 자연 ‘사체처리반’
삶과 죽음, 희망의 메시지까지

하이패밀리(대표 송길원·김향숙)가 자연계의 ‘딱정벌레’처럼 고독사한 이들의 마지막 존엄을 지켜줄 ‘청소부가 된 성자들’ 발대식을 지난 12일 경기 양평 하이패밀리 청란교회에서 개최했다.
1인 가구 천만 시대가 되면서, 누구의 돌봄도 받지 못한 채 홀로 죽어간 영혼들이 늘고 있다. 시간이 한참 흘러서야 백골로 나타나기도 한다. 겨우 가족들에게 연락이 닿아도, 그런 경우 시신 인수를 거부당하기 일쑤. 살아서도 철저하게 외면당했던 이들이 죽어서도 버림받는, 가장 슬픈 죽음 중 하나인 ‘고독사(孤獨死)’다.
이런 ‘고독사’의 경우 시신은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제12조에 따라 지자체가 위탁업체에 맡겨 처리하는데, 시신이 평균 26.6일 후에야 발견돼 수습이 쉽지 않다. 특히 여름철에는 빠르게 부패하고, 감염 위험으로 국민 보건에까지 위협이 된다고 한다.

지자체가 맡긴 용역업체는 업체대로, 이런 일에 사람을 구하기 쉽지 않아 힘들다. 힘들게 사람을 구해도, 처참한 시신을 다루다 보니,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다. 장례 인력의 복지와 정신건강 관리에 대한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1년에 약 2천 구의 무연고 시신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지만, 정확한 통계조차 없다는 점도 문제. 지난 2023년에는 1년에 5천 구에 육박하며, 70%는 가족이 장례를 외면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에 ‘장례혁명’과 더불어 삶과 죽음이라는 화두를 교계와 한국 사회에 제시해 온 하이패밀리에서 죽음과 함께 찾아오는 인권 사각지대에 손을 내밀었다.

하이패밀리가 떠올린 것은 ‘딱정벌레’. 자연 생태계에도 숱한 동물들의 죽음이 있음에도 자연이 오염되지 않고 청정지역을 유지하는 것은 ‘딱정벌레’ 덕분이다.
송길원 목사는 “하나님은 자연 생태계의 ‘사체처리반’으로 딱정벌레를 지으셨다. 이를 놓고 파브르는 딱정벌레를 뛰어난 ‘연금술사’라 불렀다”고 소개했다. 이 딱정벌레를 상징으로 사순절을 시작하는 ‘재의 수요일’이었던 3월 12일, ‘성자가 된 청소부’가 아닌 ‘청소부가 된 성자들’이 출범한 것.
이 가장 험하고 힘든 일에 은퇴 목회자들이 뛰어들었다. 목회자뿐 아니라 본지 2024년 ‘올해의 책’에 선정된 <파브르의 안경> 저자 성영은 교수(서울대)도 함께한다.
하이패밀리는 소아암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소년·소녀들을 위한 ‘안데르센 공원묘원’, 교통약자들의 생애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는 ‘앰뷸런스 소원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송길원 목사는 “이제 드디어, 죽음 이후 최소한의 존엄을 지켜 주는 ‘청소부가 된 성자들’까지 운영할 수 있게 됐다”며 “더 많은 ‘딱정벌레들’이 나타나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하이패밀리는 이 세 가지 사역을 모두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송 목사는 “알음알음 이야기를 건네 들은 지인들이 도우면서, 중고이지만 전문 청소 차량인 탑차도 구입할 수 있었다”며 “이 탑차 안에는 전문 세정제, 소독약, 탈취제 등을 비롯해 봉사자들을 위한 방역 위생복, 고글 안경 등을 비치하고 있다. 청소후 폐기물 등을 처리할 수 있는 수거함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송길원 목사는 “탑차뿐 아니라, 구비한 청소도구들조차 한 업체가 나서 50세트 전량을 기부하고, 앞으로도 기부를 하겠다고 나섰다”며 “세상은 여전히 따뜻하고 희망차 보인다”고 강조했다.
하이패밀리는 관련 법령에 따라 지자체들의 요청이 있을 경우, 가까운 수도권부터 ‘청소부가 된 성자들’ 봉사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