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선언 감신대 학생들 “너무 무섭고 떨렸지만…”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기자회견 질의응답에서 심경 토로

폭력 시위 한다 소문 퍼지기도
교수들 탄핵 지지 선언했는데
탄압이나 핍박 받을까 걱정돼
집회 대신 기자회견 형태 선택

▲시국선언 중 학생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송경호 기자

▲시국선언 중 학생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송경호 기자

퇴학까지 각오하며 3월 1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감신대 채플실 앞에서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진행한 감리교신학대학교(총장 유경동 교수) 학생 20여 명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착잡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날 사회를 맡으며 기자회견을 주도한 이찬영 전도사(M.Div 1/4학기)는 학교 측의 ‘정문 통제’에 대한 질문에 “학교에서 저희가 무력행사나 폭력 시위를 할 것처럼 생각하시는 것 같다. 일부에선 ‘재학생 아닌 외부인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학교 재학생들을 해친다’는 잘못된 소문이 며칠 전부터 퍼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찬영 전도사는 “그러나 여러분께서 오늘 목도하신 것처럼,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며 “방금 인증해 드렸던 것처럼, 저희 20명 이상은 한 사람 한 사람 다 감신대 재학생”이라고 소개했다.

‘대자보 3분컷’에 대한 질의에는 “교수진 전원이 탄핵 지지 선언을 한 상황에서, 저희 선배 한 분이 용기를 내 ‘학생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학생들은 탄핵 반대를 지지한다’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 대자보를 2월에 붙였는데 떼어갔다. 그래서 이번에 다시 붙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매우 놀랍게도, 이번에 붙인 대자보는 학교에서 3분 만에 떼냈다”며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 이것은 학생들의 목소리를 탄압하는 것이다. 자유의 탄압이다”라고 외쳤다.

처벌이 두렵지 않느냐는 질의에는 “사실 주최자로서 너무 두렵고, 너무 떨리고, 너무 무서웠다. 처음 심정을 고백하자면, 심장이 짓눌리는 듯한 물리적 느낌까지 받을 정도로 무섭고 괴로웠다”며 “‘교수님들 전원이 탄핵 지지 선언을 하신 것이 명확한데, 학생으로서 목소리를 내다 온갖 탄압을 받지 않을까? 핍박을 받지 않을까?’ 무척 괴롭고 고민하고 걱정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찬영 전도사는 “‘내가 정말 이것을 하는 게 맞을까? 하고 생각했지만, 다음 날 주님께서 말씀을 통해 분명히 제 마음 가운데 말씀해 주셨다”며 “골리앗 앞에 선 다윗의 심정으로, 여호와의 이름을 망령되이 여기게 하는 저 사람들과 세력 앞에서 담대히 나아가라는 말씀을 주셔서 은혜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 전도사는 “때문에 저는 지금 용기 있게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다”며 “다윗이 조약돌 하나만으로 골리앗에게 승리했듯, 저도 여호와 하나님께서 함께하신다면 조약돌 하나만으로 승리할 수 있다는 심정으로, 함께 용기 내실 분들을 모아 이 자리에 모였다”고 밝혔다.

이날 모임에 대해 학교 측에 신고했느냐는 물음에는 “정확하게 말씀드리자면, 이번 시국선언은 집회가 아니고 기자회견이므로 법적으로 알리거나 신고할 의무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저도 학교 측에 알린 뒤 집회를 하고 싶지만, 교수진 전원이 탄핵을 찬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허락을 구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이찬영 전도사는 “저희는 진심으로 저희 학교인 감리교신학대학교를 사랑한다. 감신대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이 자리에 용기 내어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감신대를 너무 사랑하지만, 너무 안타까울 때도 많다”고 전했다.

이 전도사는 “지난 12월 중순 탄핵 찬성 여론이 많았을 때, 재학생들이 아닌 외부 많은 연합과 단체들이 (학내에서) 탄핵을 찬성하고,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주장하는 대자보들과 여러 문구들을 캠퍼스 내 여러 곳에 붙여놓은 것을 저를 비롯한 학생들이 목격했다”며 “그러한 글들은 (바로 떼어낸 탄핵 반대 대자보와 달리) 학교 측의 제지 없이 한두 달 가량 떳떳하게 대자보나 포스터 자리에 부착돼 있었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학내에 ‘예수더하기’, ‘무지개감신’ 등 친동성애 성향 ‘유령 단체들’이 있다. 이들이야말로 실체도 존재하지 않고 학생들이 존재하지도 않는 유령 단체, 유령 동아리”라며 “이런 단체들 이름 하나만으로 감신대가 교단에서 엄청난 오해를 받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저희들을 비롯한 감신대 학생들은 동성애를 반대한다. 성경 말씀에 기반하지 않고 기독교 정신에 어긋나는 세상 가치들을 분명히 반대한다”며 “이런 부분들이 사랑하는 학교에 반영돼, 잘못된 가치를 자랑스럽게 나타내는 부분들이 잘 해결되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감신대 시국선언 학생들은 “이 나라 대한민국은 제헌국회 때 자랑스러운 우리 감리회 이윤영 목사님의 기도로 시작한 나라다. 순교자들의 기도와 피로 세워진 우리 대한민국을 공산주의자들에게 빼앗길 순 없다”며 “더 이상 망설일 수 없다. ‘행동하지 않는 자의 양심은 악의 편’이라고 했다. 이제 우리 후손들이 일어날 때”라고 선포했다.

또 “청년이여 일어나라. 광야에 소리치고 굽은 길 곧게 하는 예언자의 후손들이여 일어나라”며 “일어나 우리 신앙과 가정과 교회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우자. 우리가 진실의 편을 들면, 진리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도 우리 편을 들어 주실 것을 믿는다”고 역설했다.

▲이날 감신인 시국선언 포스터 옆에 학생경건처가 ‘학생단체 및 학생 지도 규정’를 붙여 놓은 모습. ⓒ송경호 기자

▲이날 감신인 시국선언 포스터 옆에 학생경건처가 ‘학생단체 및 학생 지도 규정’를 붙여 놓은 모습. ⓒ송경호 기자

학생경건처, 시국선언 포스터 옆
‘학생 지도 규정’ 대자보 붙여

감신대 탄핵 반대 시국선언에 참여한 학생들의 발언처럼, 감신대 측은 탄핵 찬성 측의 의사표현에는 관대하고, 반대 측에만 유독 엄격해 이중적·모순적 행태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받고 있다.

‘감신대 정상화를 위한 복음주의 학생연합(이하 학생연합)’ 학생들이 지난 3월 7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및 학내 좌경화 우려 대자보를 부착하자, 3분여 만에 대학원 교무처 직원들이 등장해 이를 바로 떼어간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번 시국선언 전날인 17일 ‘감신인 시국선언’ 포스터를 게시판에 부착하자, 이번에는 그 위에 ‘학생경건처’ 명의로 ‘허가하지 않은 집회 포스터입니다. 부착한 학생은 포스터를 떼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글이 적힌 종이가 나붙었다.

학생경건처는 이와 함께 게시판에 대자보 형태로 ‘학생단체 및 학생 지도 규정’을 부착했다. 부착 사유로는 ‘아래와 같이 현재 본교의 학생 지도 규정을 게시하오니 학생들께서는 숙지하셔서 집회와 관련하여 문제가 발생되지 않도록 양지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돼 있었다.

학생경건처가 게시한 규정은 ‘제3장 집회·결사·문서·인쇄물 배포’ 내용으로, △집회를 개최하려는 자는 지도교수의 사전 허락을 받아 학생경건처장 및 총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단 학회, 동아리 등의 의례적·정기적 집회는 제외한다) △집회허가원은 학생경건처 소정양식에 의거하여 집회 개시일 6일 전에 학생경건처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단 외부인사 초청은 7일 이전에 허락을 받아야 한다 등이었다.

시국선언 포스터를 전날 붙였음을 감안하면, 사실상 집회를 불허한다는 의미다. 탄핵 반대 시국선언이 ‘기자회견’ 형태로 열린 이유이기도 하다.

학생경건처가 게시한 해당 대자보에는 ‘학생단체 및 학생 지도 규정 시행세칙’도 있었다. 여기에는 △학생단체의 범위 및 구성원 △학생단체 활동 제한 △학생단체 활동기간 제한 △학생단체 해산 △집회승인 절차 △집회시간 제한 △집회장 사용승인 △집회 주제 내용 및 교재 내용 사전 승인 △외부인사 초청 △게시물 등을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제까지 교내 각종 행사나 게시판 등에서 이러한 규정을 적용하거나 상기시킨 적 없던 학교 측이, 학생들이 탄핵 반대 대자보를 게시하고 시국선언을 계획하자 ‘지도’에 나섰다는 점이다.

학교 측은 지난 2월과 3월 탄핵 반대 측 대자보와 관련해 “학생 실명이 들어있지 않은 대자보는 허가할 수 없다”, “규정상 공식 등록 단체나 동아리 외에는 학내 집회를 열 수 없다” 등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찬영 전도사는 기자회견 후 본지와의 별도 질의응답에서 “지금까지 대자보를 실명으로 썼던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탄핵 찬성 대자보도 검인을 받은 적이 없다”며 “어떤 홍보나 프로그램에 대해선 검인을 받지만, 대자보는 누구도 검인을 받은 적이 없다. 핑곗거리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도사는 “애초에 대자보를 붙이는 일에 검인을 요구한다는 것 자체가 학생들 목소리를 사전 검열하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익명/실명 문제도 검인 문제도 아닌, 학생경건처의 편향적 행보에 불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많이 본 뉴스

123 신앙과 삶

극복 스톤 롤 슬라이드 투쟁 어려움 저항 심연 도전 장애물 경험 불편 역경

회복탄력성, 넘어지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은 현대 사회의 피상적 강함 개념을 넘어, 진정한 의미의 강인함을 새롭게 조명하는 책이다. 저자는 강인함이 단순한 공격성이나 무감정함이 아닌, 오히려 부드러움 속에 숨겨진 깊은 내…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미래목회포럼

“애국가, 신앙과 민족정신 만나 표현된 최고의 걸작”

애국가 통해 나라 사랑 되새기자 하나님만 독립 해방 주신다 고백 이념과 갈등 넘어 하나 묶을 도구 미래목회포럼(대표 황덕영 목사, 이사장 이상대 목사) 정기포럼이 ‘애국가와 나라사랑: 애국가에 담긴 하나님의 섭리’라는 주제로 5월 8일 오전 서울 중구 한…

금산교회

여성 차별과 신분제 타파, 문맹 퇴치와 한글 보급까지

3. 여성에 대한 새로운 이해 남존여비로 여성 교육 전무 선교사들, 여성 교육 강조해 하나님 동일한 형상 일깨워 이화학당 등 교육기관 설립 내한 선교사들의 활동으로 나타난 세 번째 큰 변화는 여성에 대한 새로운 이해였다. 이는 여성 교육과 여권 신장의 결…

거모연

감리교 ‘거모연’, 민주당의 ‘헌법 파괴적 입법’ 규탄

감리교 시민단체 ‘거센 파도를 이기는 모래알 연합’(대표 박온순 목사, 이하 거모연)이 8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청년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의 최근 입법 행보를 강력히 비판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

이 기사는 논쟁중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