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동물들 이야기’ 묵상하는 사순절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사순절은 부활의 씨앗이다”

멸종 위기 25종 동물들 사연
신음하는 피조물들 바라보게
사순절, 우리 마음과 세상에
깜짝 놀라 깨어나게 하는 것
폐허에서 새로운 뭔가 태어날
마음 아프고 무모한 희망으로

무모한 희망
게일 보스 | 데이비드 클라인 그림 | 김명희 역 | 터치북스 | 204쪽 | 20,000원

“사순절의 목적은 항상 진짜 우리 마음의 상태와 우리가 만든 세상에 깜짝 놀라 깨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폐허에서 새로운 무언가가 태어날 수 있다는, 마음 아프고 무모한 희망을 갖게 한다.”

▲(왼쪽부터) 거처가 사라져 가는 북방긴수염고래와 북극곰. ⓒ터치북스

▲(왼쪽부터) 거처가 사라져 가는 북방긴수염고래와 북극곰. ⓒ터치북스

<무모한 희망>은 고난과 고통에 대해 묵상하는 사순절, “피조물이 다 이제까지 함께 탄식하며 함께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을 생생하게 묵상할 수 있는 책이다.

2년 전 나온 이 책에는 6주간의 사순절 동안 매주 네 종류씩 다양한 이유로 ‘사라져가는 동물들’, 즉 멸종 직전에서 신음하고 있는 동물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불가피한 경우들도 물론 있겠지만, 읽다 보면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는 명령을 ‘인간들끼리만’ 실천했다는 자성과 회개, 그리고 이 지구와 창조질서 보존을 위해 작은 실천이라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재의 수요일, 수마트라오랑우탄. ⓒ터치북스

▲재의 수요일, 수마트라오랑우탄. ⓒ터치북스

“사순절은 폐허에서 무언가가 태어난다고 약속한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지금보다 놀라울 정도로 더 좋은 무언가가 태어난다고 약속한다. 사순절은 부활의 씨앗이다. 부활은 우리에게 새로운 미래가 주어진다고 약속한다. 그 동물들과 헤어진다는 거짓말을 버릴 때, 우리를 숨 막히게 하는 단단한 껍질이 깨져서 다시 아이들처럼 다른 모든 피조물의 고통을 우리의 고통으로 느낄 때 말이다. 이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모든 피조물의 무모하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은 희망이다.”

사순절을 시작하는 ‘재의 수요일’ 수마트라오랑우탄을 시작으로 부활주일의 타키(말류)까지, ‘굶주린 이들, 아픈 이들, 거처가 없는 이들, 독살당한 이들, 사냥꾼에게 쫓기는 이들, 훼손당한 이들’의 이야기들을 차례로 들려준다.

▲(왼쪽부터) 굶주려 죽어가고 있는 붉은가슴도요와 석산호. ⓒ터치북스

▲(왼쪽부터) 굶주려 죽어가고 있는 붉은가슴도요와 석산호. ⓒ터치북스

붉은가슴도요는 시절을 좇아 캐나다 북극에서 브라질 해변까지 15,000km 가량을 이동하지만, 바다 산성화로 먹이인 조개류가 사라지면서 그들도 사라져 가고 있다. 해조류가 급격히 감소하는 백화현상(白化現象)과 따뜻해진 바닷물은 석산호를 위기에 빠뜨렸다.

파나마금개구리는 아마 사람에 의해 전파됐을 ‘양서류의 흑사병’ 항아리곰팡이에 속수무책으로 당했고, 코알라는 한때 번성했지만 털을 얻으려는 사냥꾼들의 무자비한 도살에 이어 박테리아인 클라미디아에 쓰러져 갔다.

▲(왼쪽부터) 신음하는 파나마금개구리와 코알라. ⓒ터치북스

▲(왼쪽부터) 신음하는 파나마금개구리와 코알라. ⓒ터치북스

벌목꾼과 제초제에 제왕나비는 내려앉을 곳을 잃어가고, 지구온난화로 먹이인 바다표범을 잡을 수 없는 북극곰 개체 수는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약 5천 리터의 기름이 나오는 북방긴수염고래는 사냥하기에 적당하다.

한때 테네시 강을 뒤덮었던 금색물결무늬홍합은 각종 중금속과 독소들을 걸러내며 물을 정화해 주는 종이지만, 수십년 동안 오염 물질들이 쏟아지면서 희귀종 중 가장 희귀종이 되고 말았다. 아마존 강의 자이언트수달은 지역을 휩쓴 ‘골드 러시’로 들어온 수은에 중독됐다.

▲(왼쪽부터) 사냥꾼에게 쫓기는 판골린(천산갑)과 알락꼬리여우원숭이. ⓒ터치북스

▲(왼쪽부터) 사냥꾼에게 쫓기는 판골린(천산갑)과 알락꼬리여우원숭이. ⓒ터치북스

코로나19로 알게 된 판골린(중국 천산갑)은 중국 최고급 식당과 비늘을 가루로 만들어 먹는 민간요법에 희생되고 있고, 마다가스카르를 돌아다니던 75만 마리의 알락꼬리여우원숭이는 귀여운 생김새로 인기가 좋은 탓에 2,500여 마리만 남았다.

특히 성 주간(고난주간)에는 종려주일 보노보(난쟁이침팬지), 세족목요일 대서양참다랑어, 성금요일 아프리카코끼리 등, 십자가에서 찢기신 예수 그리스도처럼 ‘훼손당한 이들’을 살펴본다.

▲(왼쪽부터) 훼손당한 이들. 종려주일과 세족 목요일에 소개된 보노보와 대서양참다랑어. ⓒ터치북스

▲(왼쪽부터) 훼손당한 이들. 종려주일과 세족 목요일에 소개된 보노보와 대서양참다랑어. ⓒ터치북스

판화 형태의 각 멸종 위기 동물 그림들은 책 읽는 우리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는데, 하나같이 사연 가득한 표정이다. 인터넷으로 그들의 총천연색 본모습과 사라져가는 사연들을 자연스럽게 찾아보게 된다.

저자는 자신의 희망이 더 이상 무모하지 않길 바란다. 그리고 동물 보호자들을 알게 됨으로써, 독자들이 그들의 ‘무모한 희망’을 발견하는 것이다.

▲성금요일과 함께하는 동물 &lsquo;아프리카코끼리&rsquo;. 킬리만자로에서 밀렵꾼들의 무차별 포획에 도살당하고 있다. ⓒ터치북스

▲성금요일과 함께하는 동물 ‘아프리카코끼리’. 킬리만자로에서 밀렵꾼들의 무차별 포획에 도살당하고 있다. ⓒ터치북스

“우리가 사랑하기 때문에 고통당할 때, 우리보다 뛰어나신 고통당하시는 사랑(Suffering Love)이 우리를 통해 ‘거룩한 산 모든 곳에서 해 됨도 없고 상함도 없을’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실 수 있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모두 마음으로 조용히 기다리는 더 아름다운 세상, 이것이 우리와 모든 피조물이 신음하는 이유다.”

꼭 환경보호 활동가나 채식주의자가 아니라도, 하나님의 천지창조를 믿고 고백하는 크리스천이라면 그분께서 만드신 작품들이 아파하고 사라져 가는 모습들을 보면서 한 마디 탄식의 기도를 보탤 수 있을 것이다.

▲부활절에 소개된 동물 &lsquo;타키&rsquo;. 1950년대 중반 환경보호활동가들이 사로잡혀 뮌헨과 프라하 동물원에서 살아남은 마지막 타키 열두 마리로 철저한 사육 프로그램을 시작해, 1990년대 초반까지 33개국 동물원과 공원에서 1,500여 마리의 타키를 돌봤고, 결국 그들이 살던 몽골 서부 외진 스텝 지대에 그들을 &lsquo;부활&rsquo;시켜 데려다놓았다. 현재 2천여 마리의 타키가 야생 생활을 하고 있다. ⓒ터치북스

▲부활절에 소개된 동물 ‘타키’. 1950년대 중반 환경보호활동가들이 사로잡혀 뮌헨과 프라하 동물원에서 살아남은 마지막 타키 열두 마리로 철저한 사육 프로그램을 시작해, 1990년대 초반까지 33개국 동물원과 공원에서 1,500여 마리의 타키를 돌봤고, 결국 그들이 살던 몽골 서부 외진 스텝 지대에 그들을 ‘부활’시켜 데려다놓았다. 현재 2천여 마리의 타키가 야생 생활을 하고 있다. ⓒ터치북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저자들은 대림절에 읽는 24가지 동물 이야기를 통해 ‘나를 넘어 모두의 회복을 꿈꾸는’ <세상의 희망>도 펴낸 바 있다.

김기석 목사(청파교회 은퇴)는 추천사에서 “이 책은 경이로움과 슬픔으로의 초대”라며 “하나님의 세계를 보호하고 보존하기 위해 무모한 희망을 품은 이들이 있다. 그들은 어쩌면 징계를 위해 들어올린 하나님의 팔을 붙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아름다운 책을 통해 생명의 신비와 장엄함을 다시 경험할 수 있길 빈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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