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선교’, 발전시킨 학자마저 후일 우려했던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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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선교(Missio Dei) 개념에서 고민해야 할 점들 (3)

‘선교 핵심 역군’ 교회 약화
잠재적 위험성에 대한 고민
교회 첨가물처럼 소홀 경향
선교 방향 자체 전환 우려도
제한된 힘과 시간 지닌 교회
선교 수행할 때 효율성 저하

▲<하나님의 선교>를 저술했던 비체돔(Georg F. Vicedom). 그는 후일 ‘하나님의 선교’ 개념의 오도를 염려하며 복음주의 신학자들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에 참여했다. ⓒ위키

▲<하나님의 선교>를 저술했던 비체돔(Georg F. Vicedom). 그는 후일 ‘하나님의 선교’ 개념의 오도를 염려하며 복음주의 신학자들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에 참여했다. ⓒ위키

교회는 하나님 나라가 아니며 용서받은 죄인들의 모임으로, 심각한 오류와 한계점을 지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하나님은 기본적으로 특정 사람들을 택하시고 그들을 통해 당신의 구원 역사를 이뤄 오셨고, 신약 시대 이후로는 교회가 바로 그 택함받은 무리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교회는 여전히 하나님의 구원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하나님의 선교 개념은 이 교회를 약화시킬 잠재적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 이유를 몇 가지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하나님의 선교 개념은 교회를 하나의 첨가물로 인식하면서 교회를 소홀히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교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세상이 중요하며, 교회가 아니어도 세상의 다양한 기구들을 통해 하나님이 선교를 이루어 가신다는 주장은 성도로 하여금 교회를 소중하게 여기고 헌신해야 할 마음을 약화시킬 가능성을 높인다.

이런 가능성에 대해 크리스토퍼 라이트도 주장한 바 있는데, “선교가 하나님의 것이라는 주장은 선교가 우리의 것이 아니라는 의미가 되어 버렸다. 그렇게 왜곡된 신학은 사실상 전도를 무시해 버렸으며, 그 결과 당연히 지속적인 비판을 받게 되었다”고 언급했다.

또 하나님이 선교의 주역이며 교회는 단지 여러 기구들 중 하나라는 관점은 교회를 구경꾼으로 전락시킬 위험성이 있다. 이런 점에 대해 밴 엥겐(Van Engen)은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 개념을 강조한 후켄다이크의 견해를 평가하면서 이 견해는 교회를 ‘하나님의 행위에 박수를 보내는 구경꾼’으로 전락시키고 자연스럽게 ‘교회의 안락사’로 이어지게 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무언가를 중요하다고 생각할 때, 그것을 소중하게 여기고 헌신하게 된다. 하나님의 선교 개념에서처럼 세상이 더 중요하고 세상 다양한 기구를 통해서도 하나님께서 선교를 이루신다면, 교회는 자연히 약화될 위험성이 커지는 것이 당연한 결과가 될 것이다.

둘째, 하나님의 선교 개념은 선교의 방향 자체를 다른 방향으로 전환시킨 측면이 있다. 전통적 선교는 어찌하든 멸망을 향해 달려가는 영혼들을 구원하는 일에 혼신의 힘을 쏟아 부었다(물론 이와 같은 구령 위주의 선교를 수행하면서 많은 부작용도 있었지만, 이런 노력의 결과 기독교가 전 세계로 뻗어나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하나님의 선교 개념은 샬롬을 강조하면서 종교 간 대화나 타종교를 품는 자세를 중시하고,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전도가 약화된 측면이 없지 않다. 또한 구조악 척결을 강조하면서 개인 전도보다는 구조악 해결을 위한 정치적 사역을 중시하고,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전도가 약화된 측면이 없지 않다.

이러한 점에 대해 종교사회학자 이원규는 “사회 구원에 초점을 맞추는 선교 이해와 다원주의 신학을 수용한 자유주의 주류 교파들의 경우 교인이 급격히 감소하게 되었다. 복음의 진리를 전하려는 확신과 관심이 없기 때문에 선교정신이 자유주의 개신교 영역에서 사라져버린 것이다”고 분석하면서, 이러한 결과 “1940-1985년 그 멤버 숫자가 감리교는 48%, 장로교는 49%, 감독교회는 38%, 그리고 회중교는 56%나 감소하였다”고 분석한 바 있다.

박근원은 비체돔(Georg F. Vicedom)의 <하나님의 선교> 저술을 번역한 책의 붙임말에 하나님의 선교라는 개념을 발전시켜온 비체돔에 대하여 “‘하나님의 선교’ 개념을 발전시켜 온 장본인 가운데 중요한 학자였으나, 1960년대 후반 세계교회협의회(WCC) 신학이 너무 급진적으로 사회화함을 염려한 나머지, 피터 바이어하우스(Peter Beyerhaus)를 위시한 반에큐메니칼 복음주의 신학자들과 동조해 ‘프랑크푸르트 신학선언’에 서명까지 했다”고 말한다.

‘하나님의 선교’ 개념을 발전시킨 사람마저 하나님의 선교 개념이 잘못된 방향으로 오도되었음을 지적했다는 점은 깊이 고민해야 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셋째, 하나님의 선교는 세상을 섬기고 세상의 샬롬과 구조악 해결을 위한 모든 활동을 다 하나님이 수행하시는 선교로 포함시키는 포괄적 선교 개념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제한된 힘과 시간을 지닌 교회가 선교를 수행할 때 효율성의 저하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물론 전통적 선교에서도 복음전도 외에 매우 다양한 사역들을 전개했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활동은 복음전도를 목표로 하여 진행돼 왔다. 하지만 하나님의 선교는 세상의 샬롬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을 잘 살게 만드는 모든 일을 다 선교에 포함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 같이 무한대로 폭이 넓어지는 선교 행태를 보면서 스티븐 닐(Stephen Neill)은 “모든 것이 선교라면, 아무것도 선교가 아니”라는 말로 경고한 바 있다.

심지어 WCC 활동을 초창기부터 열심히 했던 레슬리 뉴비긴(Lesslie Newbigin)의 자서전에도 “WCC가 다원주의 경향으로 기울고 기독론 중심 연합체에서 변질되는 것을 강하게 비판한다. 또한 복음과 그리스도의 대속적 십자가 사역에 대한 언급을 회피하는 콘라드와 WCC는 원래 연합정신의 중심을 상실한 것이라고 질타한다”고 쓰여 있다.

하나님의 선교 개념을 적극 수용하고 발전시킨 WCC는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 진리를 소홀히 하고 모든 종교들과의 평화로운 관계를 중시하며, 세상을 잘 살게 하는 모든 일을 선교에 포함시키면서 결국 교회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안승오 교수. ⓒ크투 DB

▲안승오 교수. ⓒ크투 DB

안승오 교수(영남신대)

성결대학교를 졸업하고 장로회신학대학원(M.Div)에서 수학한 후, 미국 풀러신학대학원에서 선교학으로 신학 석사(Th.M) 학위와 철학 박사(Ph.D) 학위를 받았다. 총회 파송으로 필리핀에서 선교 사역을 했으며, 풀러신학대학원 객원교수, Journal of Asian Mission 편집위원, 한국로잔교수회장, 영남신학대학교 대학원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는 지구촌선교연구원장, 영남신학대학교 선교신학 교수 등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7 Key Principles of Dynamic Church Growth, Rethinking the Theology of WCC, How on earth Could Islam Surpass Christianity?, For the Future of the Lausanne Movement. 『선교사가 그린 선교사 바울의 생애』,『능력 있는 예배를 위한 7가지 질문』, 『건강한 교회 성장을 위한 핵심 원리 7가지』, 『사도행전에서 배우는 선교 주제 28가지』, 『현대 선교학 개론』(공저), 『한 권으로 읽는 세계 선교 역사 100장면』, 『성장하는 이슬람 약화되는 기독교』, 『현대 선교의 핵심 주제 8가지』, 『이슬람의 어제와 오늘』, 『현대 선교의 프레임』, 『제4 선교신학』, 『성경이 말씀하는 선교』, 『현대 선교신학(개정판)』, 『현대 선교의 목표들』 , 『로잔 운동의 좌표와 전망』 , 『예수께서 말씀하신 선교주제 10가지』 등이 있다.

책 <예수께서 말씀하신 선교 주제 10가지>

이 책은 현대 선교에서 가장 중요하게 논의되고 있는 주제들을 예수의 말씀으로 평가하고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삼는다. 그 어떤 단체나 기구 또는 학자의 주장도 성경의 평가 앞에서 겸손히 서야 한다. 이것이 기독교의 정신이고 종교개혁의 모토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스토트도 “제가 강조하려는 것은 전통이 성경의 비평에서 제외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전통에 특별한 권한이 주어져서는 안 됩니다”라고 강조한다.

이와 같은 기본적인 전제 위에서 이 책은 크게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왜 선교가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에 근거를 두어야 하는가?‘를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①하나님의 선교(Missio Dei) ②삼위일체의 선교(Missio Trinitatis) ③그리스도의 선교(Missio Christi) 등의 필요성을 다룬다. 이러한 내용들을 통해 독자들은 기독교 선교의 기초와 방향을 명확히 파악하게 될 것이다.

2부에서는 오늘날 선교에서 논쟁이 되고 있는 핵심 주제 10가지를 선정하여, 그 주제들을 예수의 말씀에 근거하여 평가하고 방향을 제시한다. 이 주제들은 ①선교에 대한 하나님의 뜻 ②예수께서 오신 이유 ③예수께서 주신 구원의 개념 ④하나님의 나라 ⑤선교의 우선순위 ⑥선교 방법 ⑦윤리적 과제 ⑧환경 이슈 ⑨종교다원주의 ⑩선교 명령 등이다. 예수의 말씀에 근거해 이 주제들에 대해 명확한 안목을 얻게 되면, 기독교 선교는 보다 더 성경적이고 효율적인 선교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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