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번역 <새한글성경>, 외국인들에겐 더 쉬울까?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대한성서공회, 학술 심포지엄

다음 세대 위한 <새한글성경>
문법·문장은 대체로 이해 쉬워
고유어, 도치 어순 등 쉽지 않아

기존 <개역개정>, 종교적 느낌
한자어권은 한자어들 추론 가능
연결·종결 어미, 낯설고 어려워

▲종합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유튜브

▲종합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유튜브

다문화가정을 비롯해 한글을 사용하는 외국인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최근 출간된 <새한글성경(이하 새한글)>과 기존 <성경전서 개역개정판(이하 개역개정)>의 이해도를 비교 설문한 연구조사가 발표됐다.

조사 결과 유학생들은 <새한글>이 문법과 문장은 대체로 이해가 쉽지만, 고유어와 일상에서 접하기 어려운 시적 표현, 도치 어순 문장 등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개역개정>은 옛 말투와 연결어미·종결어미가 이해하기 어렵지만, <새한글>에 비해 더 종교적 느낌이며 한자어로 추론하기 편하다고 반응해, 두 성경의 장·단점이 뚜렷했다.

<새한글성경>은 대한성서공회(이사장 김경원 목사)가 2024년 12월 다음 세대를 위해 출간한 공인역이다. 성서공회에 의하면 <새한글성경>은 원문에 충실하면서도 우리말 어법에 맞는 새로운 번역을 시도했다. 쉽고 간결한 문장에 다양한 높임법을 사용하고, 인명·지명을 비롯한 고유명사의 음역을 교과서 기준에 맞추며, 도량형을 현대화하는 등 청소년 세대가 성경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번역했다.

해당 연구는 4월 8일 오후 서울 중구 영락교회(담임 김운성 목사)에서 열린 ‘<새한글성경> 봉헌예배 및 학술 심포지엄’에서 권순희 교수(이화여대 국어교육과)가 ‘<새한글성경>과 <성경전서 개역개정판>에 대한 외국인 유학생의 이해도 차이 연구’라는 이름으로 보고했다.

▲권순희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유튜브

▲권순희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유튜브

권순희 교수는 비기독교인·기독교인 유학생 4명씩에게 <새한글>과 <개역개정> 속 동일 성경구절을 제시하고, 이해도를 1-10점으로 표시하도록 한 후 대면 심층 면담을 실시했다.

먼저 ‘이사야 42장 1-4절’에 대해 어느 성경본이 더 이해하기 쉬운지 물은 결과, 비기독 유학생은 69%가 <새한글>, 6%가 <개역개정>을 선택했으며, 25%는 두 권의 이해도가 동일하다고 답했다. 이해도는 <개역개정> 2-10점, <새한글> 3-10점이었다. 비기독 유학생들은 “<개역개정>은 종교적 느낌이고, <새한글>은 이야기글 느낌”이라고 반응했다.

반면 기독 유학생들의 경우 4명 중 3명이 한자어가 많은 <개역개정>이 더 이해하기 쉽다고, 나머지는 이해도가 같다고 했다. 이해도의 경우 <개역개정> 8-9점, <새한글> 6-9점이었다.

권 교수는 “이들의 반응을 요약하면, <개역개정>에는 한자어가 더 많아 이해하기 쉽고, <새한글>은 풀어서 설명하는 것이 좋지만 모르는 고유어들이 있어 이해가 잘 안 간다는 것”이라며 “문법 면에서는 <새한글>이 더 쉽다고 반응했다. <개역개정>은 ‘~(하)리라’, ‘~은즉’, ‘~하지 아니하며’ 등 생소한 문법적 요소를 사용해 어려운 반면, <새한글>은 ‘~것이다’ 등의 어미를 사용해 이해가 편하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심포지엄이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심포지엄이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사랑장’으로 잘 알려진 고린도전서 13장 4-7절에 대해선 “비기독 유학생들은 <개역개정>이 절마다 문장구조가 비슷하고 형식이 같아서 더 정리된 듯하지만, ‘~느니라’ 등은 낯설고 익숙하지 않다고 반응했다. 또 문장 부호가 없어 어디에서 끊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며 “<새한글>은 ‘~습니다’를 쓰고 있어 문장이 길고, ‘견디느니라’에 비해 ‘견뎌 냅니다’는 이해하기 쉬우며, 문장 부호와 마침표가 있어 좋다고 반응했다”고 전했다.

기독 유학생의 경우 “<개역개정>은 문장이 길고, <새한글>은 문장을 풀어서 말하듯 표현하고 있으나 어휘는 고유어가 많아 이해하기 어렵고, 느낌이 달라졌다”고 응답했다.

다음 비교한 디모데전서 1장 1-2절에 대해 권 교수는 “<새한글>은 장르에 따라 문체가 주는 묘미를 살린 번역이 특징이다. 바울서신의 경우 나이 지긋한 바울이 믿음의 아들 격인 젊은 목회자 디모데와 디도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특성을 고려해 ‘하게체’로 번역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기독 유학생은 <개역개정>이 ‘하나님, 그리스도 예수, 바울, 디모데’ 등 인물 관계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답변했지만, <새한글>은 마침표가 있고, 문장형으로 잘 되어 인물 관계를 조금 이해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기독 유학생들은 <개역개정>이 수식어가 많고 문장이 길어 복잡하며, ‘긍휼’이라는 단어가 어렵다고 답했다. 반면 <새한글>은 ‘한결같은 사랑’이 잘 이해되고 의미가 추측된다고 답변했다.

권 교수는 “<개역개정>은 연결어미나 종결어미가 어려운 반면, <새한글>은 연결어미·종결어미 등 문법이 쉽게 느껴진다고 했다. 기독 유학생 4명 전원이 이 본문은 <새한글>이 <개역개정>보다 이해하기 쉽다고 답변했다”며 “또 해당 본문이 두 역본이 완전히 다른 느낌이라는 반응이었다. <개역개정>보다는 <새한글>이 친밀도가 높은 편지 같다고 답했다”고 했다.

시편 130편 1-6절에 관해선 “<새한글>은 시편의 경우 운문 형식을 고려해 번역했다. 이 본문은 시인의 탄식과 간절한 심정이 잘 드러나도록 원문 어순까지 고려했다고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이 본문에 대해 비기독 유학생들은 <개역개정>은 운율성이 있어 가요처럼 느껴지고, <새한글>은 감정 표출이 생동감 있는 듯하나 깊은 뜻(종교성)은 없어 보인다는 답해, 번역자의 의도가 잘 느껴지지 않았음을 암시했다. 이 외에 양쪽 다 들어있는 ‘파수꾼, 성전, 탄원’ 등의 어휘나 <개역개정>의 ‘~(이)소서, ~하도다’ 등의 종결어미를 알지 못했다.

기독 유학생들은 <새한글>이 현실감 있게 구성됐지만 5절은 더 복잡해졌고 2절은 의미 전달이 약해졌으며, <개역개정>은 어미가 어렵지만 더 간결하다고 답했다.

▲심포지엄이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심포지엄이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창세기 48장 8-9절에 대해선 “<새한글>은 아버지 야곱과 아들 요셉의 친밀성을 나타내고자 ‘데려오렴’, ‘축복해 주마’ 등의 종결어미를 활용했는데, 비기독·기독 유학생들 모두 모르는 단어라고 답했다”며 “반면 <개역개정>의 ‘이르되·아뢰되’보다는 <새한글>의 ‘물었다·대답했다’가 더 쉽고 이해하기 편하다고 했다. <새한글>이 대화 형식으로 구성돼 더 이해가 잘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밝혔다.

권 교수는 “<새한글>은 시편에서 ‘하나님께 아뢰는 기도, 혼잣말, 다른 사람에게 하는 말’ 등을 구분 표기했다. 이러한 원칙이 적용된 시편 122편 6-9절에 대해 기독 유학생들은 <새한글>이 일상어를 사용하고 대화 형식으로 구성돼 이해하기 편하고, <개역개정>에서 놓치기 쉬운 표현을 주목할 수 있다고 답했다”며 “그러나 ‘기도하다’ 대신 ‘빌다’는 표현은 다른 종교 같다는 지적도 나왔다. <새한글>에서 ‘빌다’를 검색하면 87건이 나오지만, 기독교에서 이런 표현을 쓰지 말아야 한다는 금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산상수훈 중 ‘팔복’에 해당하는 마태복음 5장 3-10절에 대해 “<새한글>은 예수님의 겸손하신 성품을 반영해 무리에게 존댓말을 사용하신 것으로 번역했다. 그러나 유학생들은 존댓말 사용에 대한 차이를 인식하지 못했고, 오히려 도치법이 사용된 표현을 미완성 문장으로 인식했다”고 전했다.

반면 기독 유학생들은 “<개역개정>은 문장이 길지만 전체적으로 간결한 느낌이 있어 배경지식이 있으면 이해하기 쉽다. 하지만 어려운 어미, 어휘들이 있어 높은 이해도에 도달하기 어렵다”며 “<새한글>은 <개역개정>에 비해 길고 풀어 쓴 느낌이 있어 배경지식이 덜한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외국인으로서 ‘복 있습니다. 영이 가난한 사람들은!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니까요. 복 있습니다. 슬퍼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위로를 받을 테니까요. … 복 있습니다, 평화를 일구는 사람들은!’ 같은 문장은 미완성 같고 구어 느낌이어서 문장 자체나 맥락 이해에 방해가 된다”고 지적했다.

결론에서 권순희 교수는 “<개역개정>과 <새한글>에 대한 텍스트 이해도는 비기독 유학생이 2-10점으로 범위가 넓고, 기독 유학생은 5-10점이었다. 기독 유학생에 비해 비기독 유학생이 대체로 낮았다”며 “한자 문화권 유학생들은 <개역개정>이 한자어가 있어 추론으로 이해하기 편하지만, 옛 말투의 연결어미와 종결어미는 매우 낯설고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응했다”고 정리했다.

반면 “<새한글>은 고유어가 이해하기 어렵지만, 문법 및 문장은 대체로 이해하기 쉽다고 답했다. 그러나 일반적 어순의 완성된 문장이 아닌 문장, 즉 도치를 사용해 어순이 변경된 문장, 일상적으로 접하기 어려운 시적 표현의 문장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응했다”며 “<개역개정> 표현이 더 종교적인 느낌이라는 반응에선 옛 말투가 장중하고 근엄한 분위기에 유익함을 알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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