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한글성경> 번역 특징과 활용
4월 8일 오후 서울 중구 영락교회(담임 김운성 목사)에서 열린 ‘<새한글성경> 봉헌예배 및 학술 심포지엄’에서는 <새한글성경(이하 새한글)>의 번역 특징과 활용 방안 등을 학자들이 제안 발표했다.
구약 번역: 문장 내 도치법 사용
화계 다양화. 화자·말 종류 표기
먼저 ‘<새한글성경>의 구약 번역 특징과 실제’를 발표한 김동혁 교수(연세대)는 <새한글>의 구약 번역의 특징으로 △문장 내 도치 △화자와 말의 종류 표기 △다양한 화계(화자와 청자 사이의 위계) 사용 등 3가지를 꼽았다.
김동혁 교수는 “<새한글>은 시편 번역에서 화자 및 말의 종류를 명시해 시편 기자의 시선을 따라갈 수 있도록 했다”며 “화자와 말의 종류를 표기하는 것은 예언서를 읽을 때도 도움이 된다. 예언서에는 하나님의 말씀과 예언자의 말이 다중 인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하나님 말씀을 예언자가 전할 경우 예언자의 말이 곧 하나님 말씀이 되지만, 많은 경우 원문은 ‘코 아마르 아도나이’, 즉 ‘여호와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같은 장치로 둘을 구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긴 예언서들인 이사야와 에스겔보다 예레미야가 더 읽기 어려운 것은 예레미야가 직접 한 말(또는 직접 쓴 글)과 예레미야에 관해 쓴 글이 섞여 있기 때문인데, 학자들에 따르면 예레미야가 1인칭으로 말하는 내용은 그가 직접 말하고 쓴 내용이지만, 예레미야가 3인칭으로 등장하는 부분은 예레미야의 서기관이었던 바룩 혹은 그 이후 사람들이 예레미야에 관해 쓴 것”이라며 “<개역개정>이나 <새번역>에선 둘 구분이 쉽지 않지만, <새한글>에서는 훑어만 봐도 쉽게 구별된다. 두 자료에서 서로 다른 화계가 사용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신약 번역: 원문에 충실한 번역
갈래와 특징 고려, 장애인 표현
이어 ‘<새한글성경>의 신약 번역 특징과 실제’를 발표한 박형대 교수(총신대)는 <새한글>의 신약 번역 특징으로 ‘원문에 충실한 번역’을 꼽으면서 원문의 어순과 인칭대명사 강조 용법, 문학적 갈래와 문체적 특징, 수사적 기법과 신학적 특징을 고려해 원문의 풍부한 의미와 분위기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고 정리했다.
또 “장애인 관련 표현으로 ‘지체장애인·언어장애인·청각장애인·시각장애인’ 등이 사용됐고, 치유된 이들에 대해선 ‘못 듣던 사람들, 말 못하던 사람들’이라고 번역됐다”며 “예수께서 ‘가나안 여자(마 15:28), 척추장애인 여자(눅 13:2), 사마리아 여자(요 4:21), 배우자 아닌 남자와 잠자리하다가 붙잡힌 여자(요 8:10), 막달라 마리아(요 20:15)’를 부르실 때 사용한 헬라어 ‘귀나이’는 ‘자매님’으로 번역했다”고 소개했다.
<개역개정>과 함께 읽기 제시
부족한 부분, 충실하게 메울 것
유선명 교수(백석대)는 <새한글>과 <개역개정> 두 버전을 함께 읽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개역개정>은 ‘최소 개정’ 원칙이 있어 원문 왜곡이 염려되지 않는 한 기존 어휘와 리듬, 스타일을 쉬이 바꾸지 않을 것이므로, <새한글>이 다음 세대에 친숙해지는 만큼 기존 세대에게는 생경함이 더해지는 필연적 긴장 관계가 존재할 것”이라며 “따라서 두 성경 중 하나를 양자택일하기보다는 둘 모두를 고르게 사용한다면 성경을 더 깊이 이해하고 감격하며 대하게 될 것이다. 한 역본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건조한 부분을, 다른 역본이 더 충실하고 감성적으로 다룰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일례로 “1장 3절을 <개역개정>은 ‘이 사람은 동방 사람 중에 가장 훌륭한 자라’, <새한글>은 ‘이 사람은 동쪽의 어떤 사람보다도 대단한 인물이었다’고 번역했다”며 “<개역개정>의 ‘훌륭한’은 원문이 의도하지 않은 도덕적 수월성을 암시하고, <새한글>은 다소 의역에 가깝지만 원문의 의미를 잘 전달하는 좋은 번역이므로 둘을 함께 읽으면, 한 단어에 다 담기 어려운 욥이라는 인물 특성을 좀 더 깊이 음미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유 교수는 “공예배시 성경봉독을 <개역개정>과 <새한글> 이중으로 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이렇게 한다면 그 영향력은 실로 막대할 것”이라며 “이를 현실화하는 한 가지 방법은 한 페이지씩 마주 보든 한 페이지 안에 두 칼럼 형식을 취하든, 독자가 두 본문을 상시적으로 함께볼 수 있는 ‘대조 성경’ 출간과 보급”이라고 제언했다.
MZ세대 ‘보는 읽기’ 고려 번역
낭독, 필사, 반복 읽기 등 제안
현직 교목실장인 이승문 교수(명지전문대)는 다음 세대를 위한 <새한글> 활용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MZ세대는 많이 읽지만, 이 ‘읽기’는 ‘눈으로 보기’에 가깝다. 특히 대부분의 ‘읽기’가 스마트폰이나 PC 화면으로 이뤄지면서, 텍스트를 정독하거나 천천히 읽는 일은 드물다”며 “MZ세대의 이 ‘보는 읽기’는 전문을 꼼꼼히 읽어내는 버릇을 기르기 힘들고, 사진을 찍듯 텍스트를 ‘보고’ 부분부분 훑는다. 자연히 긴 텍스트를 기피하고, 긴 영상도 싫어한다. 이러한 세대에게 짧은 텍스트로 분할 번역된 <새한글>은 읽기 적합하다”고 말했다.
이승문 교수는 “MZ세대뿐 아니라 알파세대인 초등학생들도 성경 읽기를 각자 녹음해 어플리케이션에 공유하는 ‘미라클모닝 갓생 챌린지’ 등을 의미 있게 여길 것이다. 이 외에 하룻밤 아이들을 모아 놀다가 책을 읽어주는 1박 2일 책밤, 낭독 모임, 필사 독서, 반복 읽기, 책에 점을 찍어가며 읽기, 공동체 성경 읽기 등 함께 읽는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다”며 “<새한글>은 공동 읽기와 함께 개별 읽기에도 매우 적합한 만큼, 홀로 소리내 읽어 녹음하고 반복 재생하면 경건 훈련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교수는 “이처럼 다음 세대는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모임에서 성경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개별적으로 독립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성경 활용은 정기적이지 못하고 지속되기 어렵다는 한계가 많기 때문”이라며 “다음 세대가 <새한글>을 통해 성경 활용, 읽기와 듣기를 효율적으로 시행한다면, 자신의 영성을 유지하며 일할 수 있고, 하나님의 아름다움이 반영된 창조적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디지털 텍스트 자체 부정적 측면
발췌 대신 전체 맥락 반복 확인을
이수인 교수(아신대)는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읽기와 <새한글성경>’을 주제로 “<새한글>은 장문 위주의 긴 글보다 단문 위주의 짧은 글을 소비하는 젊은 세대 트렌드에 맞게, 긴 문장을 짧은 여러 문장으로 나누고 가능하면 한 문장이 50자 내외 16어절 정도를 넘지 않게 해 디지털 매체로 읽기에 적합하도록 했다”며 “그러나 짧은 문장들로 번역했다 해서, ‘디지털 텍스트’를 접할 때 독자들에게 나타날 수 있는 부정적 측면들이 사라지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먼저 하이퍼텍스트로 성경 본문에 등장하는 낯선 단어들을 클릭해 해설을 찾다 보면 집중해서 깊이 읽기 어렵다. 화면을 빠르게 전환하면서 가볍게 훑는 식으로 성경을 읽는다면, 깊은 뜻을 깨닫고 이해하기 쉽지 않다”며 “멀티미디어가 결합된 디지털 기기 사용으로 처리해야 할 정보량이 많아지면 텍스트의 핵심 메시지를 놓칠 수 있고, 독창적·비판적 읽기 대신 ‘정답’이나 ‘요약본’ 등에 의존해 타인의 관점에 지배당할 수 있다. 특히 디지털 텍스트는 수정 가능한 하나의 초안(draft) 정도로 여겨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시대 성경 독자들은 읽기 전 ‘방해금지 모드’ 등으로 본문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리고 필요하면 읽기 전 기도하는 등 우선 자신의 마음을 잘 다져야 한다”며 “필요한 부분만 발췌독으로 읽기보다, 전체를 맥락 중심으로 읽고 반복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만의 주체적 해석을 위해 계속 질문하면서 읽고, 디지털 텍스트에만 의존하지 말고 집중력 향상과 정서적 몰입에 도움을 주는 종이 성경을 함께 사용해야 한다”고 권면했다.
<새한글성경> 봉헌예배도
심포지엄에 앞서 열린 봉헌예배에서는 이사장 김경원 목사 인도로 부이사장 이선균 목사의 기도, 이사 정명철 목사의 성경봉독, 영락교회 김운성 목사의 설교 등이 진행됐다.
이어 헌정 행사에서는 이두희 소장의 <새한글성경> 번역 과정 및 특징 보고, 신명기 30장 11-14절 및 마태복음 28장 19-20절 신·구약 성경 봉독, 이사 양병희 목사의 기도, 이사 김동권 목사의 축도 등이 이어졌다.
이사장 김경원 목사는 “<새한글성경>은 한국교회 다음 세대를 위한 새로운 공인역 성경으로, 원문의 의미와 구조를 최대한 충실히 반영하면서도 21세기 다매체 시대에 맞는 현대 한국어 표현과 문법을 고려해 번역됐다”며 “총 13년간 각 교단 성서학자 36명과 국어학자 3명이 참여해 번역과 문장 검토에 심혈을 기울였고, 성서 원문의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도록 깊이 있는 연구를 거쳤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