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설교문? 창의성 없는 ‘죽이는 설교’”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들리는 설교’ 이어 ‘살리는 설교’

설교자가 살고 청중 사는 설교를
우리 교회 교재는 목회자가 제작
우리 교회 설교문 목회자가 집필
한 설교 주제로, 책 쓸 실력 돼야

살리는 설교
김도인 외 | 글과길 | 282쪽 | 17,000원

“하나님 말씀은 청중을 반드시 살린다. 그런데 그 말씀이 설교로 선포되는 순간, 청중이 죽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트설교연구원(대표 김도인 목사)이 ‘들리는 설교’를 주제로 삼은 첫 공저 <설교트렌드 2025>에 이어, ‘살리는 설교’를 모토로 회원들의 연구 결과를 모은 <살리는 설교>를 펴냈다.

‘설교자가 살고 청중이 살아나는, 탯줄을 끊는 가위 같은 책!’이라는 강렬한 문구의 이 책은, 설교자들이 청중을 살리려는 마음은 넘치지만 설교를 대하는 자세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많은 설교자들이 청중을 살리려 하기보다, 주일마다 해야 하는 과제처럼 설교를 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혼을 죽이는 설교, 마음과 육체를 피곤하게 하는 설교, 듣자마자 잠에 빠지게 하는 설교를 듣고자 하는 청중은 없다. … 설교자들은 청중이 하나님 나라 세계관을 갖도록 만드는 데 설교의 목적을 둔다. 죽이는 설교는 하나님 나라 세계관을 갖지 못하게 만들 확률이 높다. 살리는 설교로 설교자는 하나님 나라 세계관을 갖도록 할 책임이 있다.”

이에 청중을 살리기 위한 설교자의 마음가짐으로 △하나님의 마음을 지녀라 △청중의 심정을 깊이 이해하라 등 두 가지를 제시하고, 구체적으로 △죽이는 설교란 무엇인가 △살리는 설교란 무엇인가 △설교자의 삶이 살아야 설교가 산다 △묵상이 살아야 설교가 산다 △챗GPT가 아니라 독서와 글쓰기가 설교를 살린다 시간을 살려내야 설교가 산다 △시간을 살려내야 설교가 산다 등 6가지 방향과 로드맵을 제시한다.

<살리는 설교> 집필에는 설교와 목회 노하우를 가진 현직 목회자들 다수가 참여했다. 대표 김도인 목사와 부대표 이재영 목사를 비롯해 박윤성 목사(익산 기쁨의교회), 권오국 목사(이리신광교회), 석근대 목사(대구동서교회), 박혜정 선교사(알바니아), 김현수 목사(행복한나무교회), 남정우 목사(대구 하늘담은교회), 김인해 목사(목포 호산나교회), 황상형 목사(대구 동서연경교회 부목사), 허진곤 목사(무주 금평교회), 이지철 목사(품는교회 협력목사) 등이다.

“설교자가 살면 설교가 살고, 설교가 살면 청중이 산다”고 말하는 김도인 목사는 “청중은 하나님을 믿고 싶어 예배에 참석하고 설교를 듣는데, 하나님을 믿지 못하게 만드는 설교를 해선 안 된다”며 “듣는 순간 ‘졸리다, 집에 가고 싶다, 그만 듣고 싶다…’ 같은 마음을 갖게 해선 안 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김도인 목사는 &ldquo;설교자는 챗GPT 활용법보다, 글쓰기&middot;책쓰기를 할 수 있는 문해력을 성장시켜야 한다&rdquo;고 말했다. ⓒ크투 DB

▲김도인 목사는 “설교자는 챗GPT 활용법보다, 글쓰기·책쓰기를 할 수 있는 문해력을 성장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크투 DB

김도인 목사는 “설교를 들으면 신나고, 은혜가 있고, 감동이 있고, 예배에 더 나오고 싶고, 더 배우고 싶어야 한다”며 “예전에는 목사가 가장 수준이 높고 그 다음 교인, 그 다음 세상 사람들이었는데, 요즘은 반대가 되고 있다. 그러니 배움을 추구하는 사람들과 젊은 사람들이 교회를 빠져나가고 있다. 기존 성도들은 나이가 들어가고,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지적했다.

김 목사는 “요즘 교회에서 성경공부도 없어지고 있다. 이유가 뭘까? 먼저, 성경공부를 준비할 만한 수준의 목회자들이 적다. 둘째, 청중이 성경공부를 해도 욕구가 채워지지 않는다. 셋째, 세상에 워낙 좋은 강의가 많다”며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제 우리가 세상을 따라잡아야 한다. 그래서 저는 목회자의 ‘문해력’을 강조한다. 첫 책 <설교트렌드 2025>는 ‘문해력이 곧 목회력’이라는 주제였다”고 밝혔다.

그가 말하는 ‘목회 문해력’은 3가지다. 첫째, 우리 교회에서 가르치는 교재는 목회자 스스로 만든다. 둘째, 내 설교는 내가 쓴다. 셋째, 한 설교 주제를 놓고 책을 쓸 만큼의 실력이 돼야 한다. 아트설교연구원은 이 3가지 능력 향상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지적해 주면서 서로의 문해력을 높이고 있다고 한다. 이번 책 집필에서도 일정 수준에 오를 때까지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게 했다.

챗GPT, 생각 막힐 때 참고로만
스스로 고민해 창작한 설교문을
교계 각종 세미나, 챗GPT 도배
창의성 없이, 정리된 참고자료

최근 설교 등 목회 전반에서 챗GPT의 활용도가 높아지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목회자들이 챗GPT가 정리해 준 설교문이 아닌, 스스로 고민해서 창작한 설교문을 써내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선 독서가 필수. 그는 회원들에게 1주일에 10권 읽기를 강력히 권하고 있다.

심지어 챗GPT에 의존하는 설교를 ‘AI 시대에 죽이는 설교’라고까지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것이 아닌, 남의 것으로 하는 설교이기 때문이다. “챗GPT 활용은 생각이 막힐 때 참고용으로 족하다. 자기 안에서 설교의 샘물을 퍼올리지 못할 때, 생각을 열어주는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머물러야 한다.”

김도인 목사는 “요즘 교계 각종 세미나가 챗GPT로 도배되고 있다. 챗GPT를 목회 필수 요소처럼 여기는데, 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정보들을 정리해 주는 것 아닌가”라며 “우리 교회 교재를 직접 만들 능력, 설교문을 직접 써낼 능력 등 내 것으로 만는 문해력이 필요하다. <일머리 문해력>이라는 책 내용과 일맥상통한다”고 했다.

김 목사는 “챗GPT는 (지식in 등의) 네이버보다 좀 더 발전된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네이버 등의 포털사이트에서는 일일이 검색해야 하지만, 챗GPT는 질문을 잘 던져주면 많은 양의 정보들을 정리해 준다는 정도의 차이”라며 “그러나 챗GPT에게 창의성을 찾아볼 순 없다. 참고자료일 뿐”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가 글을 쓸 때 생각을 많이 하지 않나. 내 생각과 독서를 통해 나온 내용들을 융합해서 설교문을 쓰게 되는 것”이라며 “그러면 나만의 것이 나온다. 그렇게 공부하지 않으면, 챗GPT의 노예가 될 뿐이다.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더 열심히 공부하는 길뿐”이라고 강조했다.

또 “저는 목회자들에게 늘 질문한다. ‘내 아들이 이쁜가요, 남의 아들이 이쁜가요?’ 다들 ‘내 아들’이라고 답하신다. 그러면 다시 묻는다. ‘내 글이 소중해요, 남의 글이 소중해요?’ 다들 ‘내 글’이라고 답하신다(웃음)”며 “그러면 ‘그런데 왜 내 글을 안 쓰세요?’라고 되묻는다. 저는 매일 열심히 공부한다. 자랑 같지만, 밤 10시 전에는 집에 들어가지 않으려 한다. 카페에서 계속 책 읽고 공부한다. 이것을 저만의 목회라고 생각하고 있다. 공부하면 행복하다”고 했다.

▲&lt;목회트렌드 2025&gt; 저자들. (왼쪽부터) 권오국 목사, 박혜정 선교사, 김도인 목사는 &lt;살리는 설교&gt;에도 참여했다. ⓒ크투 DB

▲<목회트렌드 2025> 저자들. (왼쪽부터) 권오국 목사, 박혜정 선교사, 김도인 목사는 <살리는 설교>에도 참여했다. ⓒ크투 DB

목회 잘하는 분들, 공부 열심히
못하는 분들 ‘공부 왜 필요해?’
매주 같은 청중 앞 설교 목회자
어휘 중요, 관심 많이 기울여야

김 목사는 “여러 명을 가르쳐 보니, 목회 잘하시는 분들은 다 공부를 열심히 하시더라. 목회 못하시는 분들은 ‘공부가 왜 필요해?’라고 하신다”며 “이것 하나가 하늘과 땅 차이다. 극복하기 쉽지 않다. 실력이 쌓이면 오라고 부르는 곳이 많아진다. 목회지도 달라진다”고 전했다.

아트설교연구원에서는 설교 글쓰기를 위해 은유와 비유 등을 집중 훈련한다. 자칫 말장난처럼 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깊이가 있으면 말장난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무게를 갖춰야 한다. 저희는 특징 100가지를 찾고, 이 중 5개를 선정해 글을 쓴다”고 귀띔했다.

김도인 목사는 “요즘은 아이들도 은유를 잘 쓴다. 대신 누구나 아는 은유가 아니라, 창조해서 써야 한다. 그러려면 많은 훈련과 연습과 생각이 필요하다. 날마다 생각하고 글을 쓰는 수밖에 없다”며 “그것이 쌓이면 기도만 해도 좋다는 말을 듣는다. 설교도 제목부터 남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살리는 설교>의 각 소제목은 다음과 같다. △남의 설교가 설교를 죽인다 △메시지보다 메신저가 중요하다 △일등이 아니라 일류가 돼라 △職(직)이 아니라 業(업)으로 살라 △호모 헌드레드 시대를 준비하라 △포노 사피엔스에서 호모 아카데미쿠스로 방향을 바꿔라 △청중보다 더 깊게 묵상하라 △바리스타가 커피를 볶듯이 묵상하라 △발효된 준비가 설교자와 청중을 살린다 △잘 쓴 문장 하나가 열 마디 말보다 낫다 △할루시네이션인가? 진리인가? △광야의 시간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매일 데드라인을 정해야 한다.

이와 함께 “설교자는 매주 같은 청중 앞에서 많으면 10회의 설교를 해야 하지 않나. 한글 단어가 40만 개 넘지만, 우리가 주로 쓰는 단어는 1만 개 정도에 불과해, 단어 선택이 중요하다. 살리는 설교를 하려면, 어휘에 대한 관심을 많이 기울이고 공부해야 한다”며 “어휘만 달라져도 반응이 있다. 어휘를 공부하다 보면 생각의 힘도 길러지고, 폐쇄적 사고에서 벗어나 열린 사고를 하게 된다. 그러면 청중들에게 설교가 들리고, 지적인 면에 관심과 욕구가 있는 분들에게는 반응이 폭발적”이라고 했다.

책은 한국교회를 살리는 방법으로 다음 네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설교자의 삶이 살아야 한다. 둘째, 묵상이 살아야 한다. 셋째, 독서와 글쓰기를 해야 한다. 넷째, 시간을 살려내야 한다.

“청중을 살리려면 설교자가 영적으로 살아 있어야 한다. 설교자에게 말씀이 샘솟듯 솟아올라야 한다. 설교자의 말씀 묵상이 신선해야 한다. 독서가 매일 이루어져야 한다. 설교자의 시간 활용이 맛깔스러워야 한다. 설교문을 쓸 때 막힘이 없이 쓸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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