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빌런’, 나에겐 걸림돌 아닌 디딤돌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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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티, 열쇠는 문해력이다! 48] 쉬운 큐티의 도구 (13) 빌런 따라잡기 ②

성경 속 빌런, 구분하기 쉬워
비판적으로 성경 읽고 생각을
일상 속 빌런 생각 지점 찾기
실수 유형 찾아 해결책 제시

▲영화 <십계> 중 모세가 ‘빌런’ 바로와 대립하는 장면. ⓒ유튜브
▲영화 <십계> 중 모세가 ‘빌런’ 바로와 대립하는 장면. ⓒ유튜브

“악이란 시스템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정의이다. 그가 나치 친위대 중령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을 방청하고 한 말이다. 아이히만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600만 명 학살의 책임자다. 그가 반인륜적 행위를 샐러리맨이 조직의 방침을 따르듯 저질렀다는 것이다. ‘무비판적’이란 ‘스스로 생각하기를 포기했다’는 의미다.

성경에도 그런 빌런이 나온다. 에스더서에 등장하는 하만과 아하수에로 왕이다. 3장에서 하만이 모르드개를 비롯한 유다인들을 몰살하려고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는 결정권자인 왕의 허락을 받기 위해 왕에게 제안한다.

“왕의 재정을 맡은 관리에게 은 만 달란트를 주어, 왕의 금고에 넣도록 하겠습니다(3장 9절)”

왕이 화답한다. “그 돈과 백성은 그대의 것이니, 그대가 좋을 대로 하시오(3장 11절)”.

아하수에로 왕에게 ‘유다인 몰살’은 마음 내키면 할 수 있는 업무일 뿐이다.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아하수에로 왕의 자세가 아쉽다. 그는 눈에 보이는 상황대로 판단하고 행동한다. 그의 그런 행동 때문에 와스디왕후는 버려졌고, 유다인 몰살 조서에 도장이 찍힌다. 그의 무비판적 행동 때문에, 그가 유다인을 구할 도장을 찍을 때까지 페르시아 정국은 롤러코스터를 타게 된다.

하지만 하만이 모르는 게 있다. 돈으로 자기 편을 만들면 끝나는 게 아니다. 돈보다 더한 가치가 있으면 왕의 마음은 또 움직인다. 우리 집에 ‘남의 집 우편물’을 꽂는 우체부는, 우리집 우편물을 다른 집에 꽂기 때문이다.

성경에서 ‘빌런’은 찾기 쉽다. 상당히 많은 빌런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구분하기도 쉽다. 빌런이 하나님을 대적하는 모습은 성경 어느 곳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찾기 쉬운 빌런을 찾을 이유가 있을까? 있다. 생각하기 위해서다. 아이히만처럼 무비판적으로 살면, 천인공노할 엄청난 죄를 지어도 죄를 깨닫지 못하는 까닭이다. 스스로 생각하기를 포기하는 것이다.

그렇다. 비판적으로 성경을 읽어야 한다. 물론 의심하라는 말은 아니다. 그래야 생각할 수 있다. 하나님 말씀을 생각하며 받아들이면, 하나님의 자녀로서 삶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제 ‘빌런 따라잡기’를 해보자.

먼저 빌런을 찾아야 한다. 큐티를 하는 본문에서 빌런이 보였다면 다음과 같이 하자.

1. 빌런이 빌런인 이유를 적는다.
2. 빌런이 생각해야 하는 지점을 찾는다.
3. 그 생각의 지점이 나의 일상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찾아 해결책까지 적는다.
4. 실수 유형까지 찾을 수 있으면 너무 좋다. 그 패턴을 나의 일상에서 제거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파라오(바로)의 예를 들어보자. 출애굽기 9장 13-35절은 이집트에 우박이 무섭게 쏟아지는 재앙이다. 27-28절이다. 새한글성경(대한성서공회)이다.

[그러자 파라오가 사람을 보내어 모세와 아론을 불러들이고는 그들에게 말했다. “이번에는 내가 잘못했다. 여호와는 공의로운 분이시고, 나와 나의 백성이 불의한 사람들이다. 여호와께 빌어 다오. 우렛소리와 함께 쏟아진 우박, 그만하면 됐다. 내가 너희를 내보내 주겠다. 너희가 더 머물러 있지 않아도 괜찮다.”]

파라오(바로)는 하나님 앞에 두 손을 든다. 하지만 우박의 재앙이 그치자 변심한다. 34-35절이다.

[그러나 파라오는 비와 우박과 우렛소리가 그친 것을 보았을 때 잘못을 되풀이했다. 파라오도 신하들도 마음을 닫았다. 파라오의 마음이 닫혀 버려서, 이스라엘 사람들을 내보내 주지 않았다. 여호와께서 모세를 통해 말씀하신 대로였다.]

파라오는 생각만 해도 답답하다. 그렇게 많은 하나님의 표적을 보고도 계속 마음이 바뀌기 때문이다. 하지만 큐티를 하게 되면 알게 된다. 그 파라오의 마음이 내 안에도 있는 사실을 말이다. 파라오의 조변석개 마음을 보면 내가 보인다. 나도 그렇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파라오가 생각해야 하는 지점’은 어디일까? 32절이다. [그러나 밀과 고지대 밀은 우박에 얻어맞지 않았다. 이삭이 늦게 패기 때문이었다.]

바로는 재앙으로 무너져 내린 것보다, 남아 있는 것을 보았다. 움켜진 손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더 아쉬운 것은, 우리들도 별다르지 않다는 데 있다.

빌런은 장애물임에 틀림없다. 누구나 치우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빌런 따라잡기’를 하면 내게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이 된다. 따라잡아야 하는 이유다.

▲이석현 목사. ⓒ크투 DB

▲이석현 목사. ⓒ크투 DB

이석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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