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본회퍼: 목사·스파이·암살자> 개봉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히틀러에 항거했던 실화 다뤄

정치적 용기는 신앙 행위
악 침묵? 악을 행하는 것
기독교인 삶 방향 제시해

▲영화 스틸컷.
▲영화 스틸컷.

영화 <본회퍼: 목사·스파이·암살자>가 4월 9일 개봉했다.

2시간 13분 러닝타임의 이 미국 영화(원제 Bonhoeffer: Pastor. Spy. Assassin)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의 독재자 총통 히틀러에 항거했던 목사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 1906-1945)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기독교가 ‘국가와 민족’이라는 이름 아래 종속돼 예수 그리스도를 온전히 따르는 삶이 희미해지던 시대, 독일 젊은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는 “오늘날 기독교인은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교리가 아닌 실천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교회는 악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는 확고한 신념 아래, 평화를 설교하던 그는 레지스탕스 활동에 참여하다, 유대인 구출을 위해 히틀러 암살이라는 치명적 음모의 한가운데 휘말리게 된다. 이 과정에서의 갈등과 실천을 다루는 영화다.

▲영화 스틸컷.
▲영화 스틸컷.

“미친 운전자가 행인들을 치고 질주할 때, 목사는 사상자의 장례를 돌보기보다 먼저 그의 운전대를 뺏어야 한다”는 말로 상징되는 그의 헌신과 죽음은 오늘날에도 ‘책임 있는 신앙’의 대표적 사례로 기억되며, 시대와 국가를 넘어 신앙의 본질을 묻는다.

시나리오 및 감독 토드 코라르니키(Todd Komarnicki)는 “1933년 히틀러가 독일에서 권력을 잡았을 때, 그가 가장 먼저 장악한 것은 독일 교회였다. 그는 민족주의를 이용해 루터교와 가톨릭 지도자들을 자신의 세계관으로 끌어들였다”며 “몇 달 만에 교회에 성경과 십자가가 사라지고 《나의 투쟁》과 나치의 하켄크로이츠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 사람이 결심했다. 정치적 용기는 신앙의 행위이고, 악에 직면해 침묵하는 것은 결국 악을 행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영화 <본회퍼>는 바로 그 사람, 디트리히 본회퍼의 이야기”라고 전했다.

코라르니키 감독은 “본회퍼는 특권층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생명을 내던져 히틀러에 맞서 싸우면서 무고한 유대인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 그의 책들은 대부분 감옥에서 쓰였고, 수십년 동안 수백만 부가 팔렸다. 그는 웨스트민스터사원의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동상 옆에 동상이 세워진 영웅”이라며 “그는 한 사람의 자유를 위해 자신의 삶을 내놓기로 결심한 인간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놀랍게도, 본회퍼는 뉴욕시 할렘에 위치한 전설적 애비시니안 침례교회에서 공부하던 시절 자신의 신앙을 찾았다. 그곳에서 아담 클레이턴 파월 목사가 이끄는 활기차고 기쁨 넘치는 신앙의 실천을 목격했다”며 “동시에 흑인들이 자신들의 나라에서 완전한 자유를 찾기 위해 투쟁하는 모습을 보았다. 미국에서 목격한 인종차별은 그에게 히틀러의 끔찍한 반유대주의를 이해할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다. 독일 사람들이 히틀러 통치 하의 현실을 깨닫기 훨씬 이전의 일”이라고 밝혔다.

▲영화 스틸컷.
▲영화 스틸컷.

출연진으로는 디트리히 본회퍼 역에 요나스 다슬러(Jonas Dassler), 마르틴 니묄러 역에 아우구스트 딜(August Diehl), 카를 본회퍼 역에 모리츠 블라이브트로이(Moritz Bleibtreu), 파울라 본회퍼 역에 나딘 하이덴라이히(Nadine Heidenreich) 등 독일 배우들이 맡았다.

배급을 맡은 김상철 목사(파이오니아21)는 “2014년 다큐멘터리 <제자, 옥한흠>을 통해 ‘교회와 시대적 책임’이라는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룬 뒤, 오랜 시간 동안 교회가 사회 속에서 감당해야 할 역할에 대해 고뇌해 왔다”며 “그 고민의 연장선에서, 2024년 11월 미국에서 개봉한 영화 <본회퍼>를 국내에 선보일 기회를 얻게 돼 감격스럽고 기쁘다”고 말했다.

김상철 목사는 “<본회퍼>를 한국에 소개하며 가장 바라는 점은, 보수와 진보 성향을 떠나 모든 성도들이 함께 영화를 보고 논의할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라며 “본회퍼의 핵심 메시지는 특정 정치이념에 치우치거나 한쪽 세력을 편들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교회가 세상에 대해 어떤 책임을 감당해야 하는가?, 그리스도인으로서 사회적 부조리에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고자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본회퍼는 전통 루터교 신앙을 바탕으로, 교회가 세상에서 ‘정통성과 신앙의 본질’을 지켜내기 위해 얼마나 고뇌하고 실천해야 하는지를 몸소 보여줬다. 사회참여의 모습은 때로 과격해 보일 수 있으나, 본회퍼의 고민은 단순한 ‘폭력 행사’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에 부합하지 않는 권력에 교회가 계속 침묵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라는 물음에서 비롯됐다”며 “교회의 공적 역할과 개인적 순종 사이에서 끊임없이 씨름했던 것이 본회퍼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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