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 자살·자해 절박한 외침, 외면 말아야”… 4가지 역할은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생명의전화, 청소년 살리는 걸음 ‘함께고워크’

▲함께고워크 캠페인 포스터. ⓒ생명의전화

▲함께고워크 캠페인 포스터. ⓒ생명의전화

밤이 깊어 갈수록 청소년들의 절박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다. 생명의전화 전화상담과 청소년 상담 채널 ‘라임(LIME)’을 통해 접수되는 사연들은 단순한 하소연이 아니다. 그것은 삶의 마지막 문턱 앞에서 건네는 구조 신호다.

그러나 이 외침에 아무도 응답하지 않는다면, 청소년들은 더 깊은 상처를 안은 채 생의 의욕마저 꺼뜨리게 될 것이다.

통계청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2023년 10대(10-19세)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7.9명으로, 2018년 4.7명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는 청소년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사실과 함께, 사회의 구조적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청소년 자살률 증가에 자해 시도·고립감 급등

질병관리청 ‘청소년 건강실태조사’에서는 청소년의 스트레스 인지율 37.3%, 우울감 경험율 26%, 자살 충동 경험율 13.5%, 자살 시도율 5.25%, 고립감 경험율이 18.1% 등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1-2명이 생의 의미를 잃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2023년 손상 유형 및 원인 통계’에 따르면, 10-20대 자해·자살 시도자 비율은 2013년 29.3%에서 2023년 43.8%로 14.5% 급증했다. 같은 기간 중독 관련 손상 비율도 19.2%에서 33.5%로 상승, 청소년 정신건강의 심각한 위기를 보여준다.

상처로 말하는 아이들

청소년 자살·자해 문제는 단순한 행동 문제가 아니다. 자신을 향한 분노와 절망, 외로움, 인정받지 못한 감정을 신체적 고통으로 전환해 표현하는 행위다.

상담 현장에서는 “자해를 하면 마음이 편해진다”는 말을 흔히 들을 수 있다. 이는 가정도, 학교도, 사회도 제공하지 못한 공감과 위로의 언어를, 자신의 상처를 통해 대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가 해야 할 네 가지 역할

다음은 생명의전화가 제시한, 이런 현실 가운데 청소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 네 가지.

첫째, 청소년의 마음을 먼저 들어야 한다.

어른의 시각으로 충고하거나 판단하기보다, 경청과 공감으로 다가서는 태도가 필요하다. “왜 그랬어?”보다 “힘들었겠다”는 위로의 말이 먼저 나와야 한다. 마음을 이해받는 경험이 그들의 생명을 지키는 출발점이 된다.

둘째, 학교는 감정과 마음을 배우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정서교육과 생명존중 교육은 단순한 형식이 아닌, 진정한 감정 공유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 또래 상담, 집단 심리교육, 정기적인 마음건강 체크 등 실질적 정서지원 프로그램이 확대되어야 한다.

셋째, 상담 접근성을 높이고 위기 개입 체계를 촘촘히 구성해야 한다.

청소년들이 언제든지 상담을 요청할 수 있는 SNS·채팅 기반 익명 상담 창구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 위기 개입은 단기 지원에 그쳐서는 안 된다. 지속적이고 맞춤형으로 돌봄이 가능한 ‘마음건강 멘토링 체계’ 구축이 절실하다. 심리적 회복은 시간과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넷째, 가정, 학교, 지역사회가 함께 손잡아야 한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한 명의 청소년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려면 가정, 학교, 지역 정신건강센터, 자살예방센터, 생명의전화, 지방자치단체, 병원, 종교·민간단체가 함께 연대해야 한다. 청소년 생명지킴이 네트워크를 구성해 위기 신호를 조기에 발견하고,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지역 기반 생명 안전망이 필요하다.

청소년 살리는 걸음 ‘함께고워크’ 캠페인

생명을 지키는 일은 거창하지 않다. 매년 5월 청소년을 살리는 걸음, 자살예방 캠페인 ‘함께고워크’는 함께 걸으며 청소년 응원 메시지를 전하는 시민 참여형 캠페인이다. 작은 실천이 누군가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너는 소중해. 너는 혼자가 아니야”, 이 한마디가 오늘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

생명의전화 하상훈 원장은 “생명을 살리는 힘은 전문가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며 “아이들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는 사회 전체의 관심과 연대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생명의전화와 한화생명, KBS 한국방송이 공동주최하는 ‘청소년을 살리는 걸음, 함께고워크’는 4월 8일(화)부터 4월 27일(일)까지 참가 신청을 받으며, 총 2,500명(대면 500명, 비대면 2,000명)을 선착순 모집한다. 청소년을 응원하고 싶은 국민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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