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학아카데미 2025 봄 세미나
율법, 백성에 대한 애증 담겨
율법 허락하신 목적 3가지
1. 하나님 사랑 전제된 선물
2. 순종으로 거룩한 백성 돼
3. 참된 순종 다다르는 과정
한국신학아카데미 2025년 봄학기 혜암 이장식 교수 기념 학술세미나가 11일 서울 성북구 사무실에서 ‘구약 율법과 신약 복음의 구원관’이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올해 팔순을 맞이한 정일웅 교수(전 총신대 총장)가 ‘구약 율법의 구원관: 십계명의 목적과 관련하여’라는 주제로 발표했으며, 김선종 교수(한세대)가 논찬했다.
정일웅 교수는 신약 시대를 사는 오늘날 기독교인들을 향해 ‘구약 율법의 구원관’이 ‘신약 복음의 구원관’과 불연속적인 것이 아니며, 십계명의 성취와 관련해 그 연속성과 연결성을 새롭게 인식해 십계명이 요구하는 바를 복음의 빛 가운데서 새롭게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율법은 구약 시대 여호와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 사이에 맺어진 계약 관계의 조건이었다. 그것은 하나님의 뜻으로서 조건이 충족할 때, 인간이 축복과 안전과 평화를 경험하는 하나님의 신실한 언약이었다”며 “그런데 오늘날 한국교회는 율법을 행함이 아니라 오직 믿음으로만 구원받는다는 이신칭의 구원론을 앞세워, 구약에 제시된 율법(계명)의 의미를 간과하는 것 같아 유감스럽다”고 취지를 밝혔다.
그는 “성경의 역사는 아담 이래 여러 족장 시대를 거친 후, 여호와 하나님이 다시 아브라함을 그의 백성으로 택하시고, 약속의 땅 가나안을 제시하면서, 거기서 큰 민족을 이루게 될 것과 그로 인해 모든 민족이 복을 받는 복의 근원이 될 것을 약속하셨다(창 12:1-3)”며 “그러나 민족 형성 약속은 먼저 이방 나라 애굽에서 성취됐고, 하나님은 다시 지도자로 모세를 세워 이스라엘 민족을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인도하는 구원의 순례길을 펼치셨다. 그 광야길 여로에서 성문화된 십계명(율법)을 모세에게 제시하셨다”고 설명했다.
정일웅 교수는 “이 십계명(율법)은 하나님이 당신을 인간에게 나타낸 의지의 선언인 동시에, 그의 백성이 모든 죄악과 억압과 착취에서 자유로운 해방의 삶을 보장하려는 참된 자유를 향한 약속(언약)의 선포”라며 “이것은 선택된 그의 백성에게 나타낸 하나님의 뜻이자 약속한 축복의 언약으로, 구원의 본질을 나타낸 것이 분명했다(출 20-23; 신 5:1-21)”고 풀이했다.
정 교수는 “그것들은 행해야 하는 것과 행하지 않아야 하는 단순한 명령들로 보이지만, 명령보다 순종하는 자가 보호되고 누리게 될 하나님의 축복(구원)에 관한 약속이 분명했다(신 28:1-6)”며 “그 약속(언약)을 거절하는 자에게는 반대로 저주와 죽음과 파멸이 포함됐다(신 27:26). 실로 하나님의 계명은 자기 백성에 대한 애증(愛憎)이 담겨 있었다”고 촌평했다.
그는 율법의 목적을 3가지로 제시했다. 먼저 “율법(십계명)은 하나님의 사랑이 전제된 가운데 주어진 선물의 의미”라며 “율법의 목적은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하고, 깨닫게 해주려는 것이었다. 이스라엘을 애굽에서 구원하신 하나님의 사랑은 구체적 율법 순종을 통해 그의 백성들이 하나님의 사랑을 확인하고, 그 사랑을 경험할 뿐 아니라 되돌려야 하는 관계에 있다. 즉 마음과 성품과 힘을 다해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 율법 순종 요구의 근본정신”이라고 밝혔다.
둘째로 “율법 순종을 통해 인간은 하나님의 거룩(형상한 백성이 되는 것)에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즉 하나님을 닮아 거룩한 존재임을 확인하게 되는, 거룩한 백성이 되는 방편인 셈”이라며 “인간 존재는 하나님의 거룩함을 닮아 그의 백성이 되고, 세상 사람과 구별돼 마침내 신적인 온전함(거룩)에 이른다. 거룩함은 인간의 외형적 모습이나 형태의 행위가 아니라,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계명 실천을 뜻한다”고 전했다.
셋째로 “율법은 하나님 백성이 계명의 참된 순종에 이르기 위한 인간적 연습과 훈련, 그리고 연단과 관계된다. 율법은 참으로 하나님이 질서의 하나님(주인)이심을 보여주고, 하나님과 이웃과의 관계에서 요구되는 도덕적인 신 형상 본질과 연관된 가치임을 인식하게 된다”며 “그러므로 율법(계명)은 이러한 목적에 상응하게 온전한 구원을 이루는 은혜 방편의 의미를 지닌다”고 정리했다.
율법 구원관, 불순종 더 확인돼
근본 이해 상실, 외형적 순종만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과 직결
율법 구원관 유효성, 한계 직면
직접 성육신, 새 믿음 새 성취로
그리스도 義 힘입는 믿음 순종
정일웅 교수는 “유감스럽게도 이스라엘의 율법(계명) 구원관은 신실한 순종보다 불순종이 더 많이 확인된다. 이스라엘은 언제나 그러한 실수를 회복하려 종교적 제의들을 통해 노력했지만, 정치적 상황 변화에 따라 순종과 불순종이 점철된 굴곡의 역사를 보여줬다”며 “다윗과 솔로몬을 이어, 북이스라엘과 남유다까지 율법의 구원관은 계속 불순종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예레미야 선지자는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과 새 언약을 맺으시고, 이제 율법을 더 이상 돌판에 쓰는 대신 사람의 속과 마음에 새기겠다고 선포하셨다(렘 31:31-34). 이 메시지는 그리스도를 통해 나타날 구원의 새 언약과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이스라엘(백성)의 율법(계명) 순종에 대한 불성실 원인은 그들의 율법에 대한 불순종에 있었다”며 “그러나 앞서 밝힌 율법의 본질적 목적과 관련해 보면, 하나님 사랑의 전제와 거룩함의 요구, 그에 대한 신앙의 연습과 훈련과 연단이 지닌 의미를 망각했기 때문이다. 즉 하나님 사랑에 관한 근본 이해와 그 하나님을 향한 진실한 마음은 상실한 채, 제사를 통한 의식만 외형적으로 보이려 했던 것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십계명 첫 부분인 하나님 사랑도 중요하지만 그 사랑은 두 번째 부분인 이웃 사랑과 직결되고, 오히려 두 번째 계명 순종이 첫 번째 계명 순종을 확인시켜 주는 깊은 관계에 있음을 알게 된다. 그 반대만으로는 전혀 올바른 계명(율법)의 순종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하나님은 구약 시대에도 이 두 번째 계명 순종에 실패하면, 첫 번째도 성립하지 않음을 분명히 하셨다. 선행을 배우고, 공의를 구하며, 학대받는 자를 도와주고, 고아를 신원하며, 과부를 변호하라는 사실을 일러준 이웃 사랑 실천이 얼마나 하나님 사랑과 연결된 것인지 깨닫게 된다”고 정리했다.
그는 “그러나 이스라엘 민족은 뒤로 모든 악한 일들은 다 저지르면서, 하나님께 각종 제물과 제사와 분향을 드리며 절기만 지켜 행하면, 계명 순종이자 하나님의 축복과 구원을 보장받는 일로 착각했다”며 “이처럼 이스라엘의 율법적 구원관은 신적 계시의 유효성이 한계에 이르렀고, 하나님은 직접 그리스도로 오시어 그분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새 믿음 가운데 율법의 본질과 목적이 새롭게 성취되기를 원하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끝으로 “새 언약의 중보자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친히 천국 복음을 전하고 가르치던 공생애의 시작에서, 구약 율법의 구원관은 완전히 무효화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리스도 안에서 연결된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며 “‘율법을 폐하러 온 것이 아니라 완전하게 하려 함이라(마 5:17)’는 예수의 말씀이 바로 그것이다. 이 말씀은 중보자로서 구원의 길을 열어 주시고(제물 제사 무효화), 대신 계명 순종은 그리스도 안에서 실현돼야 함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율법 순종은 새 언약의 주인이신 그리스도가 이루신 의(義)를 힘입고 행하는 믿음의 순종”이라며 “그리고 ‘나더러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다 천국에 들어갈 것이 아니요 다만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자라야 들어가리라(마 7:21)’는 예수께서 보여주신 가장 중요한 의지의 말씀”이라고 덧붙였다.
논평을 전한 김선종 교수(정읍중앙교회)는 “정일웅 교수님의 강의는 흔히 ‘구약은 율법, 신약은 복음’이라는 잘못된 주장에 대해 하나님의 구원과 해방, 선행 은총을 담고 있는 율법에 대한 건전하고 건강하며 균형 잡힌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오경과 역사서를 꿰뚫어 구약 전반에 흐르는 율법에 대한 통찰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김선종 교수는 “구약의 율법과 신약의 복음 사이 연속성을 강조한 던(J. D. G. Dunn)과 샌더스(E. P. Sanders), 라이트(N. T. Wright) 등이 주장한 ‘신약의 새 관점(New Perspective)’은 구약학자들에게는 새로운 관점이 아니라, 이미 구약의 율법관이 내포한 기존 개념”이라며 “율법 실천은 심판에 대한 두려움에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구원에 대한 감격에서 오는 자발적 반응이라는 점에서 그러하다”고 보충했다.
한국신학아카데미는 봄학기 2차 세미나를 오는 5월 9일 오후 1시 ‘공관복음서의 구원관’이라는 주제 아래 오성종 전 칼빈대 교수 발제, 박경미 이화여대 교수의 논찬으로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