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학술원 제110회 학술포럼
기독교학술원(원장 김영한 박사) 제110회 월례 학술포럼 기도회 및 발표회가 4월 18일(금)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 온누리교회(담임 이재훈 목사) 화평홀에서 ‘틸리케의 결혼 및 성 윤리’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헬무트 틸리케(Helmut Thielicke, 1908-1986)는 독일 루터교회 신학자로 ‘스펄전 이후 가장 위대한 설교자’로 불리며, 고백교회 운동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나치에 의해 교수직을 박탈당했다. 설교자로 계속 나치에 저항했고, 독일 패망 후 티빙겐대학교 신학부 교수로 부임했고, 1951년 총장에 선출됐다. 1954년 함부르크 대학교 교수로 옮겨 1960년 개신교 신학자 최초로 총장에 선출됐다. 은퇴 후에는 연구와 저술해 집중했다.
틸리케, 1960년대 성혁명 겪으며
종교개혁 신학 기초 윤리적 처방
결혼, 하나님 제정하신 창조질서
동성애, 창조질서의 실제적 왜곡
동성애, 성경적으로 용납 못하나
동성애자들은 목회상담 필요해
포럼에서 원장 김영한 박사(샬롬나비 상임대표, 숭실대 명예교수)는 ‘틸리케의 윤리는 양성결혼을 옹호하고 동성애를 거부한다. 오늘날에도 타당하다’는 제목으로 개회사를 전했다.
김영한 박사는 “틸리케는 종교개혁적 의인론(義認論)에 기초한 신학적 윤리사상을 전개했다. 틸리케의 윤리사상 특성은 ‘응용된 의인론’이라고 규정된다. 그의 윤리학적 특성은 의인론에 기초한 윤리학, 규범윤리학 아닌 윤리적 현실 해석학, 타협의 윤리학”이라며 “틸리케의 윤리는 인간이 당한 한계 상황 속에서 어떠한 윤리적 결단을 해야 하는가 하는 ‘한계 상황의 윤리’이고, 갈등을 매듭짓기 위해 서로 다른 의견을 절충하는 ‘타협(절충)의 윤리’”라고 소개했다.
김 박사는 “틸리케는 1960-1970년대 성 혁명과 광란한 학생운동을 겪으면서, 시대가 당면한 성 윤리 이슈에 관하여 종교개혁 신학에 기초한 윤리적 처방을 제시했다. 그에게 결혼은 하나님이 제정하신 창조질서이고, 결혼은 성을 통해 자녀를 산출하고 사회를 존속시키는 하나님의 제도”라며 “남녀 간 다름은 동료 인간성이라는 통전적 개념을 통해 소통·융합될 수 있고, 갈등과 대립은 일방적 종속과 지배가 아니라 인간성 회복을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틸리케가 제시하는 남자와 여자의 본질적 관계는 양성평등을 넘어, 아가페를 통해 창조질서를 회복하는 것이다. 틸리케의 인격주의적 성 윤리는 이원론을 극복하면서, 성은 리비도라는 충동에서 출발하지만 아가페라는 인격 속에서 구현되는 것으로 본다”며 “그는 남성과 여성의 리비도적 결합을 넘어, 상호 인격적 결합을 강조한다. 틸리케의 상호 존중의 성 윤리는 이른바 급진적 성혁명이나 성개방을 막아서는 중요한 윤리적 규범”이라고 제시했다.
끝으로 “틸리케의 성윤리는 동성애 문제 대처 원칙을 제시한다. 그는 동성애가 창조질서의 실제적 왜곡이라고 규정한다. 동성애는 성경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것”이라며 “동시에 동성애자에게는 목회상담이 필요하다. 교회와 신자들은 동성애자들이 왜곡된 성향에서 벗어나 올바른 성관계로 돌아올 수 있도록 다양한 도움을 줘야 한다”고 전했다.
女 창조, 비로소 인간 창조 완성
男女, 서로 위한 조력자·동반자
사회 이분법·대립 성 이해 넘어
배려와 관용 性 이해·윤리 외쳐
동성애, 인간 性 본질 대표 사례
하나님 관계 근본적 도착 표시
창조 질서 왜곡 부인할 수 없어
자신의 성향 승화 위해 노력을
이후 홍순원 교수(협성대 대학원장)가 ‘헬무트 틸리케의 성윤리’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그는 “틸리케는 남자와 여자를 두 종류의 인간이 아니라 한 인간을 구성하는 양극성이고, 여자가 창조되면서 비로소 한 인간의 창조가 완성된 것으로 이해했다”며 “남자와 여자는 서로를 위한 조력자이자 동반자이다. 인간의 성은 상호 의존적으로, 서로를 억압 대상으로 이해하는 것은 자신을 억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순원 교수는 “틸리케가 제시하는 남자와 여자의 본질적 관계는 양성평등을 넘어, 아가페를 통해 창조 질서를 회복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의미에서, 틸리케의 성윤리는 우리 사회의 이분법적·대립적 성 이해를 극복하고 배려와 관용의 성 이해와 성 담론을 위한 사회 윤리적 기초를 제시하고 성차별을 통한 사회적 분열을 합의로 이끄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창조신학은 남녀의 차이를 극복해야 하는 불평등으로 보기보다, 서로에게 소속된 상호의존성으로 설명한다. 따라서 남자와 여자가 상대방과 동질화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추구하는 것은 성서적 성 이해에 배치된다”며 “하나님께서 인간을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셨다는 것은 생물학적 인간 구분이 아니라, 인간의 본질을 양성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서로 돕는 배필’이란 남자와 여자가 서로를 향해 존재한다는 의미”라고 보충했다.
홍순원 교수는 “생물학적 관점에서 성은 대립과 차이를 전제하는 에로스에 기초한다. 에로스는 대상에게서 자신과 다른 점을 발견하지만, 아가페는 대상에게서 자기 모습을 발견한다. 남자와 여자가 한 몸을 이뤄 하나의 인간을 형성할 수 있는 신비는 아가페 안에 있다”며 “아가페는 타자의 존재 자체를 향하지만, 에로스는 타자가 지닌 가치와 사랑의 조건을 향한다. 에로스는 아가페가 인간의 타락으로 왜곡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아가페를 통해 창조된 인간은 타인 안에서 자신의 형상을 발견한다. 이웃 사랑은 하나님의 형상으로서 하나님의 사랑에 기초하며, 하나님의 형상은 이웃 사랑을 통해 완성된다”며 “하나님의 형상으로서 인간 모든 행동은 자신의 생명을 다른 사람을 위해 내어주는 하나의 형상으로 나타나는 행동에 기초한다. 이웃은 내 밖에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라, 나의 갈빗대를 통해 만들어낸 존재”라고도 했다.
특히 동성애에 대해 “인간 성의 본질을 잘 드러내 주는 대표적 사례다. 우리 시대 동성애 현실을 바로 이해하려면 먼저 우리 시대의 사회적·문화적 틀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며 “구약성경은 동성애를 하나의 독립된 주제로 다루지 않고, 레위기의 제의법 틀 안에서 규정한다. 신약성경에서는 우상숭배, 간음, 탐욕, 절도 같은 불순종과 함께 하나님께서 의도하신 인간 실존 질서에 대한 왜곡·도착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틸리케는 동성애를 노아 계약에 나타나는 타락과 심판 사이의 ‘비상 질서(Notordnung)’로 이해한다. 하나님은 역사를 창조 질서로서가 아니라, 악의 원리에 의해서만 악이 제어되는 ‘비상 질서’로서 보존하신다는 것”이라며 “노아 계약에 나타난 세상 질서는 더 이상 창조 질서가 아니라, 인간 죄를 통해 오염된 타락 질서다. 노아 이후 세상은 하나님의 심판과 은혜가 공존하는 영역이 됐다”고 말했다.
홍순원 교수는 “틸리케는 동성애를 창조 질서 혼란에 기초한 왜곡된 인간 본성과 연결한다. 동성애는 하나님과 인간 사이 관계 속에 일어난 수직적 혼돈에 기인한다”며 “틸리케는 인간 실존의 수직적 차원이 수평적 차원과 상관관계 속에 있음을 강조한다. 이런 의미에서 동성애를 통해 나타나는 성적 도착은 하나님과의 관계에 있어 근본적 도착의 표시로서 나타난다”고 전했다.
홍 교수는 “틸리케는 동성애를 찬성과 반대, 수용과 거부를 넘어 ‘비상질서’로서 최선을 다해 싸워야 하는 과제이자, 창조 질서에 대립되는 무질서로서 타락으로 나타나는 여러 변화들 가운데 하나로 이해했다”며 “그러나 어떠한 경우라도 동성애가 이성애와 다른 형태 안에서 창조 질서의 왜곡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고, 교회는 동성애자가 자신의 성향을 승화시키도록 노력해야 함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틸리케의 동성애에 대한 근본적 방향 제시를 세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 동성애는 자연적이고 그러한 성향 안에 살아야 한다. 둘째, 동성애는 손상된 성 본성이며, 그 성이 거부되고 억제됨을 통해서만 인간은 본질적 성을 회복할 수 있다. 셋째, 동성애는 그 왜곡된 형식에서 본질적 이성애 형식으로 승화돼야 한다.
이에 대해 그는 “우리 사회가 동성애에 대해 수용·거부·무관심의 입장을 내기 전에, 먼저 피해야 할 것은 이성애적인 편견”이라며 “그것은 동성애가 이성애와 다르기에 무조건 문제가 있다고 보는 시각이다. 이러한 관점은 종교적 편견만큼이나 위험한 태도”라고도 했다.
이어 “동성애가 이성애로 승화된다는 것은 이성애와 대립적 의미에서가 아니라, 하나님으로부터 창조된 본질적인 이성애적 인간성을 회복하는 것”이라며 “동성애는 성 윤리에서 동떨어진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성의 의미를 드러내는 한계 사례다. 그것은 성의 양극성의 본질을 이해하는 출발점이 되고, 이성애적 결혼과 가정의 기능을 더 강화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이성애자는 동성애자의 모습 속에서 오히려 자신의 깨어진 성 질서를 발견해야 한다. 동성애나 이성애나 인간의 성은 결국 자기애에 기초하고, 그것이 어떻게 바람직한 방향으로 표출되고 대상화되는가는 결국 윤리의 과제”라며 “이성애자와 마찬가지로 동성애자는 윤리적 또는 비윤리적으로 살 수 있다. 그리고 그는 이성애자와 같은 정도로 윤리적 과오를 범할 수 있고, 또한 용서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포럼에서는 이 외에도 안계정 박사(기독교학술원 연구원)가 ‘헬무트 틸리케의 성윤리학, 그 원리와 적용’을 발표했으며, 강병오 교수(서울신대 명예교수)가 논평을 전했다.
1부 경건회에서는 본원 교무부장 오성종 박사의 인도로 김홍식 목사(생명나무교회)가 ‘국가를 위해’, 박요한 교수(전 대전신대 구약학)가 ‘한국교회와 북한 구원을 위해’, 육호기 목사(GMS 원로선교사)가 ‘전쟁 종식과 세계 평화를 위해’ 각각 기도했다. 설교는 주도홍 교수(전 백석대 부총장)가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