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독교 140년 순차적 소개
배우 한혜진 씨, 내레이션 맡아
사람 향한 시선 바꾼 선교 역사
역사 격랑 속 멈추지 않은 신앙
KBS 1TV에서 부활절인 4월 20일 오후 방영한 한국 기독교 선교 140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기적, 사람을 향하다>가 호평을 받고 있다.
이번 다큐멘터리에서는 140년 전 “중세 시대 같았던” 이역만리 한국을 찾아 목숨을 바쳐가며 헌신한 선교사들을 시대별로 조명했다. 특히 의료와 위생, 교육과 한글 보급 등 한반도 근대화에 결정적 역할을 담당했던 초기 선교사들의 업적을 비중 있게 다뤘고, 신분제와 남녀 차별 철폐, 미신 타파와 선거제 등 민주주의 의식 보급 등 보이지 않는 ‘마음과 생각’을 송두리째 변화시킨 점에도 주목했다.
잘 알려진 언더우드, 헐버트와 애비슨 선교사뿐 아니라 황해도 소래교회에서 한복을 입고 한국인처럼 생활했던 맥켄지, 수원 제암리교회 학살사건을 해외에 알린 허버트 T. 오웬스 선교사 등의 업적도 소개했다.
뿐만 아니라 6.25 전쟁 당시 전쟁터로 향했던 호러스 언더우드 선교사 3세 리처드 언더우드(원득한), 해방 후 선교사의 가르침에 따라 고아를 돌봤던 기독교인들, 1960-70년대 노동자들을 돌보던 조지 오글 등 산업선교사들도 다뤘다.
언더우드 선교사의 증손녀 엘리자베스 언더우드 교수(전 이스턴켄터키대학교 사회학과)를 비롯해 이만열·이덕주·정운형·김슬옹·김진홍 교수 등 각 분야 전문가들과 김종혁 한교총 대표회장, 한교총 전 대표회장 소강석 목사(기독교 140주년대회 상임대회장) 등이 출연했다.
다큐멘터리는 배우 한혜진 씨가 이끄는 발길을 따라갔다. 한혜진 씨를 통해 제작진은 “140년 전 이곳은 선교사의 땅끝이었다. 그들은 스스로 빛나려고 이곳에 오지 않았다. 어둠인 우리가 복음을 통해 스스로 빛이 되기를, 그리하여 당당하고 자유로운 사람이 되고 나아가 화합하는 아름다운 공동체가 되기를 바라고 바랐던 작은 예수들이었다”며 “예수를 닮고자 하는 그들의 시선이 기적의 시작이었다”고 전했다.
다큐는 “오늘 우리가 이분들의 이름을 다시 떠올리는 건, 그들의 삶을 내일의 거울로 삼기 위함”이라며 “예수의 제자가 그랬듯 우리도 선교사의 시선으로 오직 사랑의 힘을 믿으며, 반목과 분열의 거친 파고를 넘어 다시 출발선에 서고자 한다. 그렇게 다시 시작되는 사람의 기적, 그 기적이 다시 땅끝까지 이어지는 빛의 부활로 퍼져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다큐는 특히 ‘사람’에 주목하고 있다. 땅끝 동양의 작은 나라에 도착한 선교사들의 시선 속에 담긴 ‘사람’의 의미가 우리에게 어떤 변화를 불러왔는지, 수많은 기억과 기록 속에 남아 있는 기독교 신앙과 대한민국의 역사 그리고 이 땅의 사람 이야기를 전달했다.
유튜브에 공개된 다큐멘터리에는 선교사들에게 감사를 전하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댓글에서는 “선교사님들의 헌신으로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지요. 감사하고, 그 빚을 다른 나라에 갚기를 기도합니다”, “그저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밖에는 드릴 말이 없네요. 선교사님들의 희생에 이 나라가 이만큼 살고 있습니다”, “목숨 다 바쳐 이 땅을 위해 희생하신 선교사님들과 자녀들께 감사드립니다” 등의 댓글이 게재됐다.
또 “그분들의 헌신으로 이 한국교회가 여기까지 왔는데, 정말 많은 것을 반성하게 만들고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 깊이 생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지금의 교회는 다시 저분들의 신앙을 본받아야 합니다” 등 댓글에는 현 한국교회의 자성과 변화를 촉구하는 내용도 있었다. 다음은 제작진의 다큐멘터리 내용 소개.
사람을 보는 시선을 바꾼 선교의 역사, 어떻게 기적이 되었나?
140년 전 동양의 작은 나라 조선에서, 아펜젤러와 언더우드 등 초기 선교사들은 자신들의 뜻을 전하기 위해 조선인에게 ‘사람 대 사람’으로 다가갔다. 기존 신분제와 사회적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모두를 평등하게 바라본 기독교 정신은 당시 조선인에게 큰 충격과 희망을 안겼다.
조선의 사회·교육 등 많은 분야의 발전을 가져오며 기독교 정착에 큰 역할을 한 초기 선교사 중 언더우드의 행적을 탐구하기 위해 그의 후손이자 언더우드 가문의 선교 활동을 연구한 엘리자베스를 미국 뉴저지에서 만났다.
1885년 조선에 도착한 언더우드는 당시 혼란스러운 시대적·정치적 상황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전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다. 엘리자베스와 함께 언더우드 뉴브런즈윅신학교에 잠들어 있는 언더우드의 기록을 국내 최초로 공개했다.
세브란스 병원 설립자인 에비슨 역시 차별 없는 시선으로 조선인들을 바라보았다. 에비슨은 콜레라 대유행 당시 의료 책임자로 임명돼 잘못된 미신을 타파하고 많은 이들을 구하는 등 조선인들이 기독교를 향한 시선을 바꾸는 데 공헌했다. 특히 그에게 치료받은 천민 출신 박성춘은 에비슨의 정신에 감화돼 신분 해방을 외치며 사회 변화를 촉구한다.
하나님의 뜻을 담기 위한 문자, 왜 ‘한글’인가?
‘사람’을 중시하는 기독교적 사고는 한글 발전에도 영향을 미쳤다. 조선에 도착한 초기 선교사들은 한글의 과학적 우수성과 국문으로서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배움에 목말라 있는 백성의 마음을 읽는다. 이들은 지식인들이 사용하는 한문이 아니라 누구나 배울 수 있는 한글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전파함과 동시에 조선인들이 근대적 정신을 갖게 하는 데 힘썼다.
배재학당 등에서 교육 활동을 펼치던 헐버트는 체계적 구조에서 비롯한 한글의 단순성과 우수성에 매료된다. 최초의 한글 교과서 사민필지를 통해 세계의 지식을 전파하고, <독립신문> 편집자로 참여해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띄어쓰기를 도입하는 등 한글 발전에 다양한 업적을 남긴다.
언더우드가 한글판 그리스도 신문을 펴내고 아펜젤러와 함께 마가복음을 한국어로 번역한 일, 그리고 에비슨의 우리나라 최초 해부학 교과서가 한글로 나온 것도 ‘사람’을 중시한 기독교적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국권피탈에서 전쟁까지, 역사의 격랑에도 신앙은 멈추지 않았다
1910년 국권피탈과 1945년 광복,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는 1950년 한국전쟁까지 우리 역사 속 수난의 시절들에도 기독교가 함께 있었다. 선교사들은 누구나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며 사람에게 헌신했다.
세브란스 병원에서 회계사로 근무했던 오웬스는, 세브란스 병원 앞 서울역에서 일어난 3.1운동 현장의 일제 만행을 목격하고 그 참상을 기록한다. 오웬스는 자신의 기록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지지를 끌어내고자 했다. 캐나다 캘거리에서 만난 오웬스의 손녀가 그동안 감춰졌던 오웬스의 독립운동을 증언한다.
호남 기독교 성지 광주 양림동 충현원엔 한국전쟁으로 발생한 전쟁고아를 돌보던 손길이 남아 있다. 충현원은 선교사의 제자 박순이가 1949년 기독교적 정신을 바탕으로 설립한 이후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충현원의 역사를 통해 이웃을 자신처럼 사랑하는 기독교의 정신을 들여다봤다.
대한민국의 가파른 경제 성장 속, 교회가 제시한 희망은 무엇인가
전쟁 후, 1970년대부터 이뤄진 초고속 경제성장은 어마어마한 규모의 이농민을 만들었다. 고향을 떠나 도시 빈민이 된 그들의 고단한 삶을 위로하며 새로운 희망을 심어준 것도 교회였다. 가난한 지역에서 고단한 서민들의 안식처가 된 교회의 성장은 두드러졌으며, 교회의 양적팽창은 대형화로 이어졌다.
열악한 환경 속에 살아야 하는 노동자나 도시 빈민과 함께한 선교사와 기독교인이 생겨났고, 이들은 소외된 곳에 빛을 비추는 희망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 한국 기독교는 140년의 역사를 바탕으로 내일을 향해, 세계를 향해 나아가야 할 비전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