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뜻’에 대한 WCC의 관점과 그로 인한 변화

|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 개념에서 고민해야 할 점들 (5)

호켄다이크·WCC ‘하나님의 뜻’
1. 교회 또는 구원 이끌기보다
세상 자체 샬롬 넘치는 곳으로
2. 회개 후 자녀 신분 회복보다
인간이 인간다운 사회 만들기

▲J. C. 호켄다이크와 그의 저서 <흩어지는 교회>.

▲J. C. 호켄다이크와 그의 저서 <흩어지는 교회>.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 개념을 처음 주창했던 칼 하르텐슈타인(Karl Hartenstein, 1894-1952)은 그 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하나님의 선교 개념은 J. C. 호켄다이크(J. C. Hoekendijk, 1912-1975), 게오르그 F. 비체돔 (Georg F. Vicedom, 1903-1974), 세계교회협의회(WCC) 등에 의해 많이 발전됐다.

특히 호켄다이크는 WCC 전도부 초대 간사 및 WCC와 국제선교협의회(IMC) 협력위원회 간사(1949-952)로 일했기에, WCC에 미친 그의 영향력은 컸다. 호켄다이크와 WCC의 하나님 선교 사상에 나타난 하나님의 뜻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하나님의 뜻은 세상을 교회로 또는 구원으로 이끄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 자체를 샬롬이 넘치는 곳으로 바꾸는 데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신자들은 정치·사회·경제 등 제 분야에 파송되고, 교회와 세상은 분리가 아닌 연대 관계에 선다.

전통적 관점에서는 죄에 빠진 세상을 하나님과 그의 교회로 이끌어 하나님과 화해의 관계를 만드는 것이 하나님의 가장 우선적인 뜻이요 관심이라고 보는 반면, ‘하나님의 선교’ 개념은 세상의 회개에 거의 관심이 없다. 다만 세상이 평화롭게 잘 사는 것에 더 깊은 관심을 두고, 그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보는 경향이 강하다.

둘째, 하나님의 뜻은 인간들이 인간다운 삶을 사는 사회를 만드는 데 있다고 본다.

전통적 관점에서 본다면 ‘하나님의 뜻’은 인간들이 회개하고 하나님께 돌아와 자녀의 신분을 회복하는 것이고, 그것이 해결될 때 참된 인간다운 삶이 열린다고 봤다. 반면 ‘하나님의 선교’ 개념에서는 모든 비인간화 현상을 극복하고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사회를 만드는 것을 하나님의 뜻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배경에서 1968년 제4차 WCC 웁살라 총회 제2분과는 인간화(humanization)를 선교 목표로 삼고, 모든 비인간화 현상을 극복하고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이야말로 선교의 일차적 과제라고 봤다. 그 후 WCC는 JPIC 등을 선교의 목표로 제시하는데, 이런 목표들은 인간화 과제를 좀 더 구체적으로 확장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교회의 자기 이해, 선교 이해,
구원 이해 등에 큰 변화 생겨
교회보다 세상 중요시하게 돼
하나님-세계 관계, 교회는 부분
‘교회화’ 대신 세상 변화 추구
모든 피조물 샬롬 ‘사회 구원’

‘하나님의 선교’ 개념 출현으로 인해, 하나님의 뜻에 대한 다른 이해가 나타났음을 봤다. 이러한 변화는 교회의 자기 이해, 교회의 선교 이해, 교회가 전하는 구원 이해 등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하나님의 선교’ 개념에 의해서만 발생했다고 보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지만, 이러한 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만은 결코 과장이 아닐 것이다.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함께 살펴보자.

첫째, 교회의 자기 이해에 변화가 생겼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보면 교회는 구원 얻은 자들의 모임으로서 그리스도의 몸이요 신부로, 세상에서 그리스도께서 이루신 구원을 펼치는 가장 중요한 기구 중 하나였다. 교회가 구원의 소식을 전하지 않으면 이 세상에 그 일을 할 수 있는 기구가 없으므로, 교회는 유일한 선교의 일꾼이었다. 이런 관점에서 하나님이 이뤄가시는 구원의 순서는 ‘하나님-교회-세계’의 순서였다.

하지만 ‘하나님의 선교’ 개념 탄생과 함께 중요한 것은 더 이상 교회가 아니라 세상이며, 하나님께서 세상에서 직접 구원 역사를 이뤄 가신다는 이해 위에, 이제 순서는 ‘하나님-세계-교회’로 뒤바뀌게 된다.

즉 교회가 하나님으로부터 파송받은 현장인 세계로부터 출발한다. 세상에 강조점이 주어지면서, 교회는 단지 구원받은 세계의 한 표상의 부분에 불과하게 된다. 하나님의 1차적 관계는 세계이고, 교회는 세계의 부분으로서 정의된다.

둘째, 교회의 선교 이해에 변화가 생겨났다.

전통적 관점에서 보면 선교란 복음을 전해 세상을 교회로 인도하는 사역이라 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해 전통적 의미의 선교는 세상을 구원해 하나님의 집으로 인도하는 사역이다. 그런데 ‘하나님의 선교’ 개념에서는 이런 이해가 지나치게 교회 중심적 관점이라고 봤다.

호켄다이크 관점에 의하면 이러한 선교관은 선교를 곧 ‘교회화’로 생각해 교회 형성과 교파 증식에만 관심을 기울이게 되며, 전도할 때도 “교회의 영향력을 다시금 획득하려는 사실을 성서적으로 위장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전통적인 선교는 주로 교회화를 의미해 잘못된 방향으로 갔으므로, 바른 선교는 더 이상 사람들에게 전도해 교회로 인도하는 사역이 되면 안 되고, 세상 자체를 평화가 넘치는 곳으로 만드는 사역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WCC가 항상 샬롬만을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타종교와의 관계에서는 대화와 타협을 통한 샬롬을 강조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부자와 권력자들에 대해서는 샬롬이 아닌 투쟁을 강조한다. 이런 점에서 WCC가 말하는 샬롬은 종교다원주의에 빠질 수 있는 경향성을 내포한다.

셋째, 교회가 전하는 구원 이해에 변화가 일어났다.

전통적 의미의 구원은 철저히 개인적이고 영적 의미의 구원이었다. 하나님과의 손상된 관계를 회복하고 하나님의 자녀로 사는 것이 구원 개념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하나님의 선교’ 개념의 영향으로 이런 개인적·영적 차원에 머무르는 구원관은 배척되기 시작했다. 이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뜻은 전 세계의 샬롬이고, 이 샬롬은 영혼 구원 이상의 것으로 평화, 정직, 공동체, 조화, 정의 등의 포괄적인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샬롬은 사회적 사건으로 인간 사이에 그리고 인간과 더불어 일어나는 사건이다.

즉 하나님의 선교 개념에서 생각하는 구원은 개인 구원보다 소위 말해 ‘사회 구원’이다. 참된 구원은 사회 자체가 구원을 얻어 모든 피조물들이 샬롬을 누리는 곳을 만드는 것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구원이라는 관점이다.

▲안승오 교수. ⓒ이대웅 기자

▲안승오 교수. ⓒ이대웅 기자

안승오 교수(영남신대)

성결대학교를 졸업하고 장로회신학대학원(M.Div)에서 수학한 후, 미국 풀러신학대학원에서 선교학으로 신학 석사(Th.M) 학위와 철학 박사(Ph.D) 학위를 받았다. 총회 파송으로 필리핀에서 선교 사역을 했으며, 풀러신학대학원 객원교수, Journal of Asian Mission 편집위원, 한국로잔교수회장, 영남신학대학교 대학원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는 지구촌선교연구원장, 영남신학대학교 선교신학 교수 등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7 Key Principles of Dynamic Church Growth, Rethinking the Theology of WCC, How on earth Could Islam Surpass Christianity?, For the Future of the Lausanne Movement. 『선교사가 그린 선교사 바울의 생애』,『능력 있는 예배를 위한 7가지 질문』, 『건강한 교회 성장을 위한 핵심 원리 7가지』, 『사도행전에서 배우는 선교 주제 28가지』, 『현대 선교학 개론』(공저), 『한 권으로 읽는 세계 선교 역사 100장면』, 『성장하는 이슬람 약화되는 기독교』, 『현대 선교의 핵심 주제 8가지』, 『이슬람의 어제와 오늘』, 『현대 선교의 프레임』, 『제4 선교신학』, 『성경이 말씀하는 선교』, 『현대 선교신학(개정판)』, 『현대 선교의 목표들』 , 『로잔 운동의 좌표와 전망』 , 『예수께서 말씀하신 선교주제 10가지』 등이 있다.

책 <예수께서 말씀하신 선교 주제 10가지>

이 책은 현대 선교에서 가장 중요하게 논의되고 있는 주제들을 예수의 말씀으로 평가하고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삼는다. 그 어떤 단체나 기구 또는 학자의 주장도 성경의 평가 앞에서 겸손히 서야 한다. 이것이 기독교의 정신이고 종교개혁의 모토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스토트도 “제가 강조하려는 것은 전통이 성경의 비평에서 제외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전통에 특별한 권한이 주어져서는 안 됩니다”라고 강조한다.

이와 같은 기본적인 전제 위에서 이 책은 크게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왜 선교가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에 근거를 두어야 하는가?‘를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①하나님의 선교(Missio Dei) ②삼위일체의 선교(Missio Trinitatis) ③그리스도의 선교(Missio Christi) 등의 필요성을 다룬다. 이러한 내용들을 통해 독자들은 기독교 선교의 기초와 방향을 명확히 파악하게 될 것이다.

2부에서는 오늘날 선교에서 논쟁이 되고 있는 핵심 주제 10가지를 선정하여, 그 주제들을 예수의 말씀에 근거하여 평가하고 방향을 제시한다. 이 주제들은 ①선교에 대한 하나님의 뜻 ②예수께서 오신 이유 ③예수께서 주신 구원의 개념 ④하나님의 나라 ⑤선교의 우선순위 ⑥선교 방법 ⑦윤리적 과제 ⑧환경 이슈 ⑨종교다원주의 ⑩선교 명령 등이다. 예수의 말씀에 근거해 이 주제들에 대해 명확한 안목을 얻게 되면, 기독교 선교는 보다 더 성경적이고 효율적인 선교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많이 본 뉴스

123 신앙과 삶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한덕수 총리 대통령 후보 추대 국민운동본부’

한국교회 장로 1만 2천 명 “한덕수로 빅텐트를”

‘한덕수 총리 대통령 후보 추대 국민운동본부’(상임 추대위원장 김춘규)가 29일 오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한국교회 장로 1만 2천 명 한덕수 총리 대통령 후보 추대 및 단일화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지금 대한민국은 위기다. 대외…

김문수 한덕수

종교·시민단체 연합, “김문수 지지 및 한덕수와 연대” 촉구

대한민국 종교 및 시민단체 연합 일동이 28일 오후 국회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조기 대선에서 김문수 전 장관 지지 및 한덕수 총리와의 연대 촉구를 표명했다. 이들은 “김문수는 단순한 정치인이 아니다. 그는 노동자의 땀을 기억하는 정치인이다. …

조선 근대화 서울 장터 시장 선혜창 선교 내한 선교사 140주년

내한 선교사들, 당시 조선 사회 얼마나 변화시켰나

19세기 말 선교사 기독교 전파 신앙, 한국 개화 동력이자 주체 ‘하나의 새로운 사회’ 형성시켜 복음 전하자, 자연스럽게 변화 1884년 9월 알렌 의사의 내한 이후 1985년까지 100년간 내한한 선교사 총 수는 약 3천여 명으로 파악된다(기독교역사연구소 조사). 내한 …

이 기사는 논쟁중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