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들, 정치 문제 너무 안일한 자세 취해선 안 돼”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제26차 개혁신학포럼 2부 좌담회

▲발제·토론자들의 기념촬영 모습. (왼쪽부터) 박상경 목사, 최더함 박사, 서문강 목사, 최덕성 총장, 심하보 목사, 김철홍 교수. ⓒ이대웅 기자

▲발제·토론자들의 기념촬영 모습. (왼쪽부터) 박상경 목사, 최더함 박사, 서문강 목사, 최덕성 총장, 심하보 목사, 김철홍 교수. ⓒ이대웅 기자

‘개혁교회와 정치 참여’를 주제로 4월 26일 오전 서울 은평구 은평제일교회에서 열린 제26차 개혁신학포럼 정기세미나 2부 좌담회에서는 열띤 토론과 질의응답도 이어졌다.

최더함 목사(마스터스세미너리 책임교수)를 좌장으로 앞서 발표한 최덕성 총장(브니엘신학교)을 비롯해 김철홍 교수(장신대), 서문강 목사(중심교회 원로), 심하보 목사(은평제일교회) 등이 자리해 100여 명이 자리한 객석의 질문에 답하고 토론했다. 특히 시국선언을 발표했던 신학생 대표들도 발언에 나섰다.

목사, 구원 복음 전파 매진하되
사회·정치 이슈 소홀해선 안 돼

먼저 최덕성 총장은 “설교자가 정치적 입장이 담긴 설교를 할 수 있다”는 앞선 발표 내용에 이어 “설교자가 정당이나 개인에 대해 찬성 반대를 말하기보다 그 정당이나 정치인이 가진 이념, 예를 들어 사회주의나 복지 정책 등의 주제를 갖고 설교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최덕성 총장은 “신앙고백서에서도 이를 ‘예외적’이라는 단서 아래 거론하고 있고, 종교개혁가들도 특수한 경우 교회가 불의한 정치 권력에 대해 입장을 표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며 “목사가 개인 자격으로 정치적 입장을 말하고 광장에서 시위하는 것은 마땅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최 총장은 “자유주의 신학 입장의 설교자나 교회들은 복음의 본질적 요소를 언급하지 않고 이를 사실상 왕따시키는데, 아주 잘못된 발상”이라며 “성경이 말하는 복음의 핵심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의 복음을 전하는 것이다. 목사와 선교사들은 그 일에 매진하되, 사회·정치적 이슈를 소홀히 하거나 경시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라고도 했다.

▲제26차 개혁신학포럼 정기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제26차 개혁신학포럼 정기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그는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는 부드러운 용어를 사용했지만, 칼빈은 굉장히 강력한 용어를 썼다. 저항해야 하고, 통치자를 바꿔야 한다는 발언도 했다”며 “이 주제에 대해 기독교인들이 너무 안일한 자세를 취해선 안 된다. 목숨을 내놓고 항거했던 세례 요한과 같은 자세를 취하는 것이 개혁교회의 원리가 아닐까”라고 전했다.

교회가 국가를 장악하는 것도,
국가가 교회 지배해서도 안 돼

서문강 목사는 “우리는 하나님 뜻에 복종해야 한다는 대원칙 아래, 하나님께서 주신 거룩하신 은혜와 감당해야 할 의무 사이에서 어떻게 해야 비둘기처럼 순결하고 뱀처럼 지혜로울까 하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교회가 국가를 장악해서도, 국가가 교회를 지배해서도 안 된다. 하나님께서 교회를 왜 세우셨는지를 잘 생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문 목사는 “그리스도인 개인의 입장에서, 정치 참여를 하느냐 마느냐는 말할 필요가 없다. 이미 참여하고 있다. 양심의 원리를 따라 적극 참여해야 한다”며 “다만 저는 교회 이름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국가나 위정자가 하나님 나라 가치를 훼손시키는 입법을 할 때는 교회 이름으로도 나서야 하고 강단에서 다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회를 세우신 하나님의 목적에 가장 충실할 때, 진정한 의미의 정치 참여가 가능할 것이다. 노예제를 폐지한 영국 윌버포스 같은 정치인은 참된 그리스도인이었다”며 “가장 적극적인 정치 참여는 성경적이고 바른 그리스도인을 세우는 일 아닐까. 복음의 영광을 배운 그리스도인들이 빛과 소금 역할을 하면서 어느 정당에 있든 하나님 영광을 위해 역할을 감당하는 것”이라고 했다.

▲세미나 2부 좌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세미나 2부 좌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말씀 어긋나지 않으면 가능해
하나님 대적 권력, 순복 못해

심하보 목사도 “정치는 초등학교 반장 선거 때부터 이미 시작했고, 성인이 되어 투표하면서부터 이미 참여한 것”이라며 “교회든 누구든, 하나님 말씀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말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성경과 양심에 맞으면 하는 것이고, 아니라면 안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심 목사는 “하나님과 교회를 대적하는 권력에까지 순복할 수 있을까? 일제가 신사참배를 강요하지 않았다면, 교회는 독립운동에 더 적극 나서진 않았을지 모른다. 이런 것도 결국 정치”라며 “코로나19 때도 교회만 집회를 막았다. 정치적 압박이 아니면 무엇인가? 하나님과 성경에 반하는 정책을 계속 펼친다면, 청중석에 성도 사진만 붙여놓고 예배드릴 것이 아니라 함께 들고 일어나야 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복음, 민중신학 해석 풍조 만연
사회주의와 기독교, 서로 모순

김철홍 교수는 “현재의 더불어민주당도 괜찮던 시절이 있었다. 과거 새천년민주당이나 열린우리당도 친북 세력이 장악한 정당은 아니었다. 그러나 2011년 당시 야권 대통합 중 ‘혁신과통합’이라는 단체가 출현했다”며 “이 단체는 친노 세력과 시민단체 세력으로 양분되는데, 시민단체에는 통일 세력인 주사파가 포진해 있었다. 이해찬이 그들에게 길을 열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 재임 중인 2014년 12월 통합진보당이 해산된 후 잔존 세력이 새정치국민연합에 들어가, 통일 세력 또는 주사파로 불리는 친북 세력이 민주당에 총집결하게 됐다”며 “2015년 12월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분당 사태가 벌어져 호남 지역구 의원들이 집단 탈당해 국민의당을 만들었는데, 이로써 민주당 내부에서 비주사파가 제거됐다. 쉽게 말해 민주당은 더 이상 전라도 정당이 아닌데,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전라도 유권자들의 표심이 어떻게 나타날지 기대된다”고 전했다.

그는 “성경, 그 중에서도 복음서를 잘못 해석해 그것을 마치 민중신학이나 해방신학의 아류로 해석하는 풍조가 목회자들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사회주의와 기독교는 서로 조화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모순되는 것임을, 신학적·성경적으로 증명하고 알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학생 대표들이 인사하고 있다. 가운데가 고신대 김혜원 학생. ⓒ이대웅 기자

▲신학생 대표들이 인사하고 있다. 가운데가 고신대 김혜원 학생. ⓒ이대웅 기자

시국선언 이후 온갖 비난 받아
그럼에도 자유 잃고 싶지 않아

이날 토론회에 앞서서는 총신대와 장신대, 고신대 학생 대표가 특별 초청해 발언하기도 했다. 특히 고신대 탄핵반대 시국선언을 주도했던 김혜원 학생(21)은 “고신대는 신사참배 거부 신앙을 계승해 이념과 우상이 아니라 하나님 말씀을 우선시한 대학”이라며 “이 위기 속에서 고신대를 지켜주신 선조들을 기억하면서, 하나님 말씀에 반대되는 통치를 막고자 시국선언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혜원 학생은 “말씀을 따라 살려다 보니 비난이 쏟아졌다. 신학교에서 진리를 외치려 했을 뿐인데 인신공격과 욕설, 심지어 살인 협박과 저주 등 미친 사람에게 하듯 악성 댓글들이 달렸다”며 “모든 학생들이 탄핵을 반대하는 줄 안다며 포스터 내 학교명과 로고 삭제를 요구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포스터에는 탄핵 반대 학생들의 자발적 모임이라고 기재돼 있었다”고 폭로했다.

김 학생은 “신학대들 중 처음으로 시국선언을 하게 된 것은 한국교회 목사님들과 시국선언을 준비하는 신학생들께 힘과 위로가 되어주고 싶었던 것도 있었다”며 “그리고 ‘자유’라는 단어조차 없던 대한민국에 허락하신 귀중한 자유을 다시 잃고 싶지 않았다. 여기 모이신 깨어 있는 목사님들과 교수님들, 성도님들이 함께해 주시기에, 다음 세대를 책임질 하나님의 자녀로서 큰 힘을 받게 됐다”고 감사를 전했다.

최더함 박사는 “국가적 난제가 발생했을 때, 그리스도인으로서 부족함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하나님께서 저희에게 부여해 주신 정체성에 감사드린다. 우리는 좌파도 우파도 아닌 개혁파”라며 “개혁파는 하나님·성경·교회를 중심으로 여기고, 모든 행동 지침과 기준으로 삼는다. 우리는 어떤 핍박이 있더라도 성경이 가라면 가고, 멈추라면 멈추는 행동 양식을 여전히 고수해야 할 것”이라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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