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케아 신경, 기독교 진리가 철학 이상임을 드러내”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한국복음주의신학회 제84차 논문발표회

▲기념촬영 모습. ⓒ한국복음주의신학회
▲기념촬영 모습. ⓒ한국복음주의신학회

한국복음주의신학회(회장 강규성 박사) 제84차 정기논문발표회가 4월 26일 서울 용산구 삼일교회(담임 송태근 목사) 에덴홀에서 ‘삼위일체 하나님: 복음과 신앙고백’이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이날 주제발표에는 ‘니케아 신경(Symbolum Nicaenum, 325년)’ 반포 만 1,700년째를 맞아 김광채 박사(개신대 전 총장)가 ‘삼위 하나님: 복음과 신앙고백’, 채이석 박사(비전교회)가 ‘동방교회의 신화(神化, Theosis) 개념에 대한 비판적 고찰과 보편 신앙고백 가능성: 니케아 신경을 중심으로’를 각각 전했으며, 이후 분과별 발표도 이어졌다.

니케아 신경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유일하신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노니, 이는 하나님의 아들이시며, 성부에게서, 곧 성부의 본체로부터 태어나신 독생자시니, 하나님에게서 나오신 하나님, 성부와 동일본질이시며”, “‘성자께서 안 계신 때가 있었다’든지, ‘“태어나기 전에는, 그가 계시지 않았다’든지, ‘그가 무로부터 생성되었다’고 말하거나, ‘성자가 다른 본체나 본질로부터 유래했다’든지, ‘피조물’이라든지, ‘가변적’이라든지, ‘변화한다’고 주장하는 자들은 보편교회가 저주하노라” 등을 천명했다.

이로써 예수의 신성을 부정하며 성자 하나님 예수 그리스도께서 성부 하나님과 ‘유사실체(ὁμοιούσιος·호모이우시오스)’라는 아리우스파를 배격하고, ‘동일본질(ὁμοούσιος·호모우시아)’임을 선언하며, 최초로 삼위일체 교리를 확립했다.

신조, 간략히 요약된 신앙의 규준
이단 준동 맞선 바른 신앙의 척도
성경은 능동적, 신경 수동적 규범
니케아 삼위일체, 단순 교리 아냐
교부들 학설 교회 인정 차원 넘어
신앙, 철학 격하되길 원하지 않아

먼저 김광채 박사는 “신조(信條)라고도 하는 신경(信經)이란 라틴어로 ‘Symbolum 혹은 Credo’로, 교부 어거스틴(Augustine, 354-430)에 따르면 ‘간략하게 요약된 <신앙의 규준>으로, 정신을 가다듬게 하여 기억을 어렵지 않게 하는 것이니, 몇 마디 말을 함으로써 많은 것을 습득하게 하는 것’”이라며 “‘신앙의 규준’이란 이단 세력의 준동에 맞서 정통 교회가 ‘바른 신앙의 척도’로 제시한 신앙고백이다. ‘신경’은 이를 누구든 쉽게 암송할 수 있는 형태로 요약한 것”이라고 전제했다.

김광채 박사는 “신경은 성경에 버금가는 규범인가? 17세기 정통 신학자들은 성경을 ‘능동적 규범’, 신경을 ‘수동적 규범’이라 정리했다. 신경은 성경의 권위를 능할 수 없지만, 성경 핵심 진리를 ‘요약’한 것으로 모든 신자들이 깊이 새겨 언제든지 그 내용을 말할 수 있어야 하고, 이는 성삼위 하나님께 대한 신앙고백이어야 한다”며 “사실 모든 신경은 신앙고백 형태로 돼 있다. 일례로 사도신경은 성부·성자·성령 하나님께 대한 신앙고백이다. 단 암송하기 편하게 만든 것”이라고 소개했다.

김 박사는 “‘니케아 신경’은 동서방 교회 모두 수용했다. 당시 교부들은 서방 교회의 ‘니케아 신경’ 수용에 기여했고, 특히 어거스틴은 <삼위일체론>을 쓰면서 많은 도움을 줬다”며 “‘니케아 신경’이 천명한 삼위일체는 단순한 교리가 아니다. 신학자 및 교부들의 학설을 교회가 인정한 차원을 넘어선다. 이 신경을 만들고 지키려 애쓴 사람들은 기독교 신앙이 철학으로 격하되길 원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아리우스와 그의 추종자들에게 니케아 신경은 거슬리는 것이었다. 아리우스의 ‘성자가 계시지 않은 때가 있었다’는 주장은 철학적·이성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에게 환영받을 만한 주장이었다”며 “하지만 기독교인이 추구하는 지성은 피조물로서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는, 신율적(神律的) 지성이지, 자율적(自律的) 지성이 아니다. ‘니케아 신경’ 형성 및 수용 과정에 참여한 교부들은 신앙과 지성을 겸비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광채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한국복음주의신학회

▲김광채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한국복음주의신학회

김광채 박사는 “어거스틴이 <삼위일체론>에서 신앙과 이성 문제를 다루고, 삼위일체를 이성적·철학적으로 다루기에 앞서 성경적으로 다룬 것도 이 때문”이라며 “우리는 이성의 한계 앞에서 하나님 말씀의 권위에 의존할 필요가 있다. 하나님 말씀인 창세기는 태초에 성자와 성령께서 계셨음을 분명히 한다. 이성을 동원해 이 말씀을 올바로 이해하고자 하면, 먼저 올바른 신앙을 가지 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 박사는 “그렇다고 교부들이 지적 노력을 게을리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그들이 남긴 수많은 저술을 통해, 그들이 얼마나 위대한 지성인들이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진정 위대한 지성은 하나님께 겸손히 무릎 꿇는 지성”이라며 “니케아 신경 및 니케아·콘스탄티노플 신경 형성 및 수용 과정에 참여한 교부들은 위대한 신학자들임과 동시에 영성가들이었고, 지성인들이었다. 그들 중 상당수는 신플라톤주의 철학도 공부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철학의 유용성과 함께, 한계도 인식했다. 즉 기독교 진리는 철학적 진리 이상의 것임을 알았다. 이 진리는 가시적 세계 너머 존귀하신 하나님의 존재와, 그 하나님께서 인류 역사에 간섭하심을 이야기한다”며 “이것이 가장 극명하게 나타난 사건이 구약 시대에는 출애굽 사건, 신약 시대에는 십자가 사건, 교회 시대에는 오순절 성령 강림 사건이었다. 기독교 진리는, 하나님의 역사 간섭에 관한 스토리로 전달된 경우가 많다”고 했다.

끝으로 “‘니케아 신경’은 역사의 현장 속에서 고통 받는 하나님의 백성, ‘함께 탄식하며 함께 고통하는’ 모든 피조물을 돌아보시는 성삼위 하나님께 대한 우리의 신앙고백”이라며 “성삼위 하나님은 우리 입술에 찬송을 주셨다. 그래서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 처할지라도, 그분께 대한 우리 신앙을 고백할 수 있게 하셨다. ‘니케아 신경’은 우리의 구원자이신 성삼위 하나님을 영원히 우리 하나님으로 모신다는 우리의 결심을 신앙고백의 형태로 표현한 것”이라고 정리했다.

니케아 공의회, 교리 선언문 성격
동방 교부들, 부정의 신학 주장해
예수 성육신 통한 신화 교리 대표
인간 하나님 되는 교리 분열 시작
동서 교회, 분리된지 1천여 년 돼
대화 필요성, 신학적 교류 살펴야

이후 채이석 박사는 삼위일체 핵심 내용인 ‘예수의 신성’에 대한 동방 교회의 반응과 그들의 ‘신화’ 개념을 살피면서, 서방-동방 교회의 보편 신앙고백 가능성을 모색했다.

채이석 박사는 “니케아 공의회는 삼위일체에 관한 최초 보편적 신앙고백을 가능케 한 역사적 공의회(ecumenical council)”라며 “하지만 성도들 신앙생활에 직접적 도움이 있기보다 성자 하나님의 신성을 부인하는 아리우스 이단을 파문에 처하는 내용을 포함, 삼위일체에 관한 이단 교리 척결을 공표하는 선언문 같은 성격이 더 강했다”고 언급했다.

채 박사는 “동방 헬라 교부들은 삼위일체 하나님이 절대적 초월자이시기에, 인간 지식의 대상이 되실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하나님에 관한 표현은 ‘부정적(否定的, negative) 언어’로만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거기서부터 ‘부정의 신학(negative theology, apophasis)’이 나온 것”이라며 “동방 교회 관점에서 하나님은 신비로운 분이시고 우리의 지식 밖에 계신 분이다. 그래서 동방 교회 ‘부정의 신학’은 ‘하나님에 대한 참된 사실(what is true of him)’을 인정하는 대신, ‘하나님에 대한 참된 사실이 아닌 것(what is not true of God)’을 찾아내고자 했다”고 소개했다.

채 박사는 “동방 교회는 성자 하나님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을 하나님의 자비 행위로 본다. 그래서 ‘믿음으로 말미암아 의롭다 하심을 받는다(롬 1:17; 3:28; 5:1; 갈 2:16; 3:6-14, 24; 엡 2:8)’는 칭의론이 없다”며 “정교회는 인간이 타락하지 않았더라도,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성자의 화육이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성자의 성육신을 통해 인간을 하나님 되게 하는 신화(神化, Theosis, Deification) 교리를 구원론으로 내세운다. 이것으로 11세기 동서 교회가 분열됐고, 지금까지 1천 년 이상 단절을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채이석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한국복음주의신학회

▲채이석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한국복음주의신학회

그는 “동방 교회 교부들은 하나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실 때 ‘하나님의 형상과 모양대로(in the image and likeness of God) 창조하셨다는 말씀(창 1:26)에서 ‘신화’의 근거를 찾는다”며 “헬라 교부들에 의하면 신화는 오직 그리스도 구속의 결과로 성취되고, 이는 구원의 또 다른 이름이다. 신화된다는 것은 피조되지 않은 은혜에 의한 ‘신의 성품에 참여함으로써(partaking of the divine nature), 불멸하고(immortal), 썩지 않고(incorruptible), 죄가 없이 되는 것(sinless)’”이라고 풀이했다.

이에 대해 “이 신화 교리는 서방 교회와 전혀 다른 신학연구 방법론과 문화·역사적으로 다른 배경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라며 “그러나 범신론적 위험에 빠질 수 있고, 이신칭의 교리를 지나치게 법률적·법정적으로 비판하는 오류를 범하며, 니케아 신경 등 에큐메니칼 공의회 결정이 성경과 함께 절대적이고 변하지 않는 것으로 받아들인 데서부터 나왔고, 구원에 이르는 길이 다양하다고 이해하며, 부정의 신학이라는 방법론 차이에 의해 도출됐다는 등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채이석 박사는 “그동안 교회의 화해와 연합 운동은 자유주의권 전유물처럼 생각해 왔지만, 최근 상당한 변화가 있다. 1999년 루터교세계연맹(LWF)이 가톨릭과 ‘칭의 교리에 관한 공동선언’을, 세계복음주의연맹(WEA)이 세계교회협의회(WCC)·가톨릭과 5년간 대화를 거쳐 2011년 ‘세계 선교와 인권에 대한 공동 성명’을 각각 발표했다”며 “이렇듯 개신교와 가톨릭이 어느 정도 대화 노력을 해왔다면, 동서 교회는 분리된 지 1천 년이 다 되어간다. 니케아 신경 작성 1,700주년인 지금, 복음주의 교회가 동방정교회와 대화 필요성이 있는지, 신학적 교류 전에 선교적 측면에서 대화 가능성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채 박사는 “정교회는 21세기에 이르기까지 서방 교회와 교류를 단절하지는 않고, 계속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1054년 신학적 차이로 분리된 후 1천여 년 만인 1962년, 동방-서방 교회는 서로 파문을 철회했다”며 “가톨릭과 500년 넘게 ‘멀어진 가족’으로, 정교회와 1천 년 넘게 ‘잊혀진 형제’로 지내온 개신교회가 과연 이들과 함께 ‘니케아 신경’ 같은 ‘보편 신앙고백서’를 작성할 수 있을까”라고 질문했다.

그러면서 정교회 신학에 정통한 다니엘 클렌데닌(Daniel B. Clendenin)이 제시한 동방-서방 교회 대화의 3가지 전제조건을 제시했다. 첫째, 사도 바울이 사용한 이신칭의 같은 법률적 범주 요소들은 정교회 신학자들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으로, 이 같은 해석은 성경의 왜곡도 과도한 부정도 아니다. 둘째, 동서방 교회가 서로 다르다는 문제의 핵심은 신화와 법정적 개념이라는 ‘강조점의 차이’이다. 셋째, 신학적 주제를 역사적으로 일반화하는 것은 간단명료하게 정리되지 않는다. 그는 “오랜 기간 떨어져 있었기에, 다시 만나려 한다면 그만큼 더 인내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글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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