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이 구절은 의미있게 들립니다. 사람들은 한 해를 보내면서 망년회(忘年會)라는 것을 합니다. 문자 그대로 한 해에 일어났던 일을 잊어버리자는 것입니다. 위의 말씀에 따르면 이사야 선지자도 아마 망년회를 성대하게 베풀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사실 지나간 일들-과거의 실수, 실패, 고난 등-에 얽매이지 않기 위해서는 과거지사를 의도적으로 잊어버릴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인생에는 항상 새로운 미래가 있기 때문에 그 미래에 기대를 걸기 위해서는 과거를 잊어버려야 합니다.
"너희는 옛적 일을 기억하라 나는 하나님이라 나 외에 다른 이가 없느니라 나는 하나님이라 나 같은 이가 없느니라"(사46:9)
그런데 이사야 선지자는 몇 장을 지나서 앞의 이야기와는 정반대로 옛적 일을 기억하라고 권면합니다. 얼핏 들으면 모순이 되는 것처럼 들립니다. 그러나 말씀을 깊이 음미해 보면 새로운 미래를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교훈이 됩니다. 이 말은 미래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고 그냥 과거에 얽매이기 위해서 그렇게 하라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여기서 말하는 "옛적 일"은 단순히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자신들에게 일어났던 엄청난 일들을 의미합니다. 세상적인 표현으로서는 역사적인 유산을 말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새로운 미래를 기대하는 사람들은 한편으로 과거의 실패에 묶이지 않으면서 동시에 과거의 아름답고 자랑스러운 전통을 계승할 책임이 있다는 말이 됩니다.
이 두 말씀은 문자적으로는 모순되는 표현이지만 실제로는 한 진리를 표현하는데 사용한 동전의 양면과 같은 표현입니다. 이 두 말씀이 가르치는 진리의 핵심은 바로 하나님 그 분이십니다. 하나님이 새 일을 행하시고, 광야에 길과 사막에 강을 내린다는 확신을 한다면 과거의 실패에 비판적일 필요가 없습니다. 앞에 어떤 장애가 있더라도 새 일을 행하실 분은 전능하신 하나님이라는 확신이 있다면 우리의 미래는 긍정적이 될 수 있습니다. 옛적 일을 기억하는 것은 단순히 과거지사를 회상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바로 과거에 역사를 주장하셨던, 그리고 놀라운 이적을 행하셨던 그 하나님을 기억함으로 자신감을 회복하라는 말입니다. 그 분이 하나님이시기 때문에 과거를 다시 생각하면 힘이 날 것입니다. 찬송가 429장에 있는 대로 "이전에 나를 인도하신 주 장래에도"라는 고백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이 두 말씀은 정말 의미가 있습니다. 지난해의 실패나 슬픔들은 잊어버립시다. 그러나 지난해에 내 생애에 있었던 하나님의 역사는 두고두고 기억합시다. 그러면서 새로운 해에 새 일을 행하실 하나님을 기대합시다.
임채영 목사(서부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