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출 소녀들의 문제와 그로인해 생기기기도 하는 원조 교제 문제는 그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오래도록 곪고 썩어온 우리 한국 사회의 문제요, 우리 한국 교육의 문제다. 허물어져 내리는 학교 교육의 한 단면이 드러난 것이요, 자라나는 아이들을 바로 교육시키기 어렵게 해 온 한국 사회의 고질적 병폐가 터져 나온 것이다. 그것은 한국 사회만이 아니라, 전세계적 차원의 시대적 조류가 야기 시킨 문제이다. 21세기는 세계적 차원의 신자유주의 무한 경쟁 시대이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세계 시장의 천박한 대중 문화 시대다. 이 국제적인 적자 생존의 살벌한 경제 전쟁 시대, 성을 포함한 모든 것의 상품화 시대는 우리에게 인간 상실, 너와 나의 인격적 만남의 상실, 가정의 상실을 더욱 강요하고 있다.
이러한 걷잡을 수 없는 시대적 압력 가운데, 21세기의 가정은 그 교육적 기능을 거의 상실해 버렸다. 전문 교육 기관으로서의 학교도 그 교육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교실이 붕괴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수많은 이삼 십대 교사들이 사표를 내고, 학교를 떠나고 있다. 학원 강사, 과외 선생 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이다. 지난 5월 언젠가엔 국가적으로 수치스런 사건이 발생했다. 유엔에서 한국의 학교 교육을 문제삼은 것이다. 유엔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위원회'가 "한국 공교육의 낮은 수준이 학부모들로 하여금 사교육으로 자녀의 교육을 보충하도록 강요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특히 저소득계층에 과도한 재정 부담을 안겨 주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한국 정부가 인권적 차원에서 대책 마련할 것을 권고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들은 그저 무한 경쟁 시대에 내 자식이 낙제생이 될까 두려워, 어릴 때부터 이 학원, 저 학원, 이 과외, 저 과외 시키며, "공부! 공부! 공부!" 채근하기만 할 뿐이다. 물론 자식들을 학원에 보낼 돈도 없고, 계속 뒤쳐져 온 애들을 어떻게 할 도리가 없어 포기해 버린 부모도 많다. 일류대 간판이 인간 가치를 좌우하는 사회 풍토, 일류대 합격에 목숨을 건 교육 풍토, 획일적인 대학 입시 중심의 교육, 너무나 많은 과목, 너무나 많은 내용의 주입식 교육은 학생들의 개성과 자발성과 창의력을 만성적으로 억압하고, 소수의 우등생을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청소년들에게 부당한 좌절감과 무능감을 심어주고 있다. 이러한 교육 현실에서 좌절을 지속적으로 경험한 아이들이 일탈되고 가출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충격적인 사실은 일탈되고 가출하는 아이들의 상당수가 교회 다니는 아이들이라는 것이다. 한국 청소년 개발원에서 펴낸 '가정 지도 편람'에 실린 내용에 따르면, 몇 년 전 통계인데, 그 해 1년 간 우리 나라에서 일어난 전체 청소년 비행의 50% 이상이 종교가 기독교인 아이들에 의한 것으로 되어 있다. 21세기를 맞으며, 교회 교육 또한 위기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 사회의 교육적 상황은 총체적 위기에 빠져 있다. 가정 교육, 학교 공교육, 교회 교육, 이 세 축이 모두 급변하는 시대적 소용돌이 속에서 어느 샌가 그 기반이 심각하게 허물어져 온 것을 우리는 현재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다. 이런 교육의 총체적 위기 상황에서,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에게 소망은 있는 것일까? 우리에게 대안은 있는 것일까?
있다. 그것은 성경적 공동체, 성경적 교육 공동체, 하나님 나라 교육 공동체를 건설하고 확산해 가는 것이다. 하나님 나라 교육 공동체 운동은 세 차원에서 추진 된다.
첫째는, 교회 교육 공동체 운동이다. 교회가 하나님 나라 교육 공동체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1) 무엇보다 기독교 교육 전문가, 기독교 교육에 생명을 걸고, 연구하고, 실천하고, 평생 헌신해 갈 전문가들을 많이 배출해야 한다. 그들이 평생 전문 사역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이 전문가들은 부모 훈련 전문가, 가정 사역 전문가가 돼야 한다. (2) 이 전문가들이 부모들을 유능한 교사화해야 한다. 성경적 가정 교육에 능한 부모들로 훈련 시켜야 한다. 성장 단계별로 성경적 부모 역할 훈련을 실제적으로 받게 해서, 부모들로 하여금 신세대 교육의 주체로 당당히 서도록 하고, 교인들 각 가정을 건강한 가정, 건강한 교육 공동체로 세워가야 한다. (3) 부모, 자녀, 교육 전문가, 교사, 네 주체가 함께 신앙 공동체, 생활 공동체, 교육 공동체를 이뤄가야 한다. 함께 문제를 나누고, 기도하고, 서로 격려하고, 보완하고, 함께 배우고, 연구하고, 실천하는 복음적 교육 공동체를 만들어가야 한다. (4) 교회 조직을 교육 공동체 중심으로 재편해 가야 한다. 가족이 뿔뿔이 나눠져 이 일 저 일에 바쁘게 뛰어 다니는 교회가 아니라, 가족이 교육 공동체 중심으로 모이고, 교회 사역, 교회 프로그램들이 할 수 있는 대로 이 교육 공동체 중심으로 이뤄지는 교회가 되도록 조직상의 배려도 해야 할 것이다.
하나님 나라 교육 공동체 운동의 두 번째 차원은, 지역 사회 교육 공동체 운동이다. 우리는 우리 사회의 학교 공교육 문제를 학교 선생님들에게만 맡겨두고 있어서는 안된다. 정부에게만 맡겨두고 있어서도 안된다. 이 사회 온 국민이 자원을 총동원하고, 함께 참여해서, 학교 공교육을 건강하게 살려가야 한다. 이 일에 지역 교회들이 앞장서야 할 것이다. 이 지역 사회 교육 공동체 운동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1) 지역 학교를 지원하는 일이다. 학교 신우회, 기독 학생회를 지원하는 일, 학교 행사 지원, 장학 사업, 무엇보다 지역 학교들을 품고 하나님께 나아가는 중보 기도 등을 할 수 있을 것이다. (2) 지역 학교를 보완하는 일이다. 학교 선생님들이 다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 중에서, 특히 소외 계층의 부적응 학생들의 교육에 대해 지역 교회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소년 소녀 가장, 결손 가정 자녀, 학교 교육 부적응 학생들과 교회의 청년, 대학생, 장년 교인들의 일대일 결연 운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교회가 부적응 청소년들을 위한 전문 사역을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교회가 자원을 모아 그 지역 부적응 청소년들을 위한 전문 치유 센터를 운영하는 것이다. (3) 지역 학교 운영에 참여해서 건전한 영향을 끼치는 일, (4) 교육 정책 결정에 영향을 끼치는 일, (5) 교육 풍토와 의식 개혁 운동 등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일들을 위해 교회는 기독 교사 연합과 긴밀하게 협력해야 할 것이다.
하나님 나라 교육 공동체 운동의 세 번째 차원은, 교육 공동체로서의 기독교 학교 운동이다. 앞의 두 운동이 성숙해 가면서, 교회가 학교를 세우고, 교회가 참다운 교육 공동체로서의 학교를 운영하는 것이다. 이 학교에서는 기독교 세계관, 기독교 교육 철학, 기독교 교육 이념에 철저히 근거한 교육이 이뤄진다. 하나님 나라 교육 (교육의 모든 분야와 내용에서 하나님의 다스림이 실현되고, 우리 삶의 모든 영역, 사회 모든 영역에 하나님의 통치를 이뤄 가는 교육)이 이뤄지는 것이다. 기독교 학교 교육의 일곱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헌신된 교사에 의한 교육이다. (2) 교사, 부모, 학생이 함께 주체적으로 참여한다. (3) 기독교 세계관에 근거한, 하나님 중심의, 신앙과 학문의 통합을 추구하는 교육 과정을 개발한다. (4) 건전한 기독 시민 교육을 시행한다. (5) 달란트 교육, 하나님 주신 각자의 개성, 적성, 능력에 맞는 교육, 그것을 최대한 계발하는 교육을 시행한다. (6) 재능 있는 학생들에게는 학문적 탁월성도 갖춰주는 교육을 시행한다. (7) 그리스도를 따르는 섬김과 돌봄이 학교 행정과 운영의 원동력이 되게 한다.
총체적 교육 위기 상황에 빠진 이 시대에, 그리스도의 지상 명령을 받은 그리스도의 교회가 하늘의 권세와 지혜와 비전과 희망과 불붙는 열심을 갖고, 하나님 나라 교육 공동체 운동에 단계 단계 헌신해 나가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해 우리의 힘과 지혜를 모을 수 있기를 바란다.
박영범 목사(대학촌교회)